대식가였던 조선인들에 대한 이야기와 왜 그렇게 많이 먹었는지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한때 인터넷에 조선시대의 식사 사진이 올라오면서 많은 사람들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똑같은 사람임이 분명한 그 시대의 인물들이 어떻게 현대인들의 2~3배가 넘는 양의 대식을 했는가 하는 놀라움 때문이었는데요
기록을 살펴봐도 중국인이나 일본인, 서양인 모두 '한민족은 식사량이 많다'고 한 언급이 자주 등장하는 점 현대에도 주변국가에 비해 비교적 많이 먹고 있다는 점 등으로 봤을 때 한민족이 주변 국가들에 비해 식사량이 대체로 많은 것은 틀림이 없어 보이죠
현재 우리가 쓰는 일반적인 밥그릇의 크기는 350g이 들어갈 정도지만 조선 시대에는 690g, 고려 시대에는 1,040g, 고구려 시대에는 무려 1,300g의 밥그릇이 발굴되었다고 합니다
고대에는 어떤 사람의 신분과 능력을 과시할 때 그가 갖고 있는 지식이나 능력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체구, 외모나 식사량, 주량 등도 그가 가진 능력에 포함해서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죠
대표적인 예로 고대의 유능한 장수들이 말술을 마시고 많은 양의 음식을 먹었다고 자랑을 했던 이유도 결국은 이렇게 술과 음식을 많이 먹을 수 있을 정도의 힘과 재력이 있다는 점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삼국유사를 보면 김춘추는 하루에 쌀 3말과 꿩 9마리를 먹었으며 백제를 멸망시킨 후에는 점심도 먹지 않고 아침과 저녁만 먹었음에도 하루에 6말의 쌀과 6말의 술, 그리고 10마리의 꿩을 먹었다는 기록이 있는데요
물론 저 많은 양을 김춘추가 다 먹었던 것은 아니고 그가 먹고 남은 것을 아래의 신하들이 나눠먹었다고 하니 옛날에는 그 인물의 능력과 신분을 과시하기 위해 이런 식으로 식사량을 부풀리는 경우도 많았다는 말이겠죠
하지만 그런 점을 고려한다고 해도 우리 선조들의 먹는 양이 남달랐던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임진왜란 때 기록한 쇄미록이란 책을 보면 "조선의 일반적인 성인 남자는 1끼에 7홉이 넘는 양의 쌀을 먹는다"라고 적혀있는데 이것은 현재 먹는 1 공기의 2배나 되는 양이라고 하죠
임진왜란 당시에도 이와 관련된 일화가 있었는데 한양을 점령한 고니시 유키나가 군의 군량을 조선 측에서 자신들의 식사량에 맞춰 계산했더니 약 1달 정도 먹을 분량이 남았다는 계산이 나왔다고 합니다
때문에 조정에서는 1달만 버티면 왜군들이 물러갈 거라 생각했는데요
하지만 왜군 부대에 몰래 숨어들어 고니시 부대의 식사량을 본 밀정이 왜군들의 식사량이 조선군의 3분의 1 정도밖에 안 된다고 보고하자 조정에서는 왜군들이 이기기 위해 일부러 식사량을 줄인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왜군들은 그냥 평소 먹는 대로 먹었을 뿐이었다고 합니다
조선 초기의 문신인 성현이라는 사람이 쓴 수필 용재총화를 보면 그 당시 조선인들의 식습관이 잘 드러나는데 책의 내용을 보면 가난뱅이는 빚을 내어서라도 실컷 먹어대고 군사들은 행군할 때 메는 짐 중 군량이 반을 차지하며 관료들은 수시로 모여서 술을 마신다고 비판한 부분을 볼 수 있죠
오죽하면 조선 전기 훈구파의 대표주자인 이극돈이 조선 백성들의 식습관에 관련한 상소를 올려 '풍년이면 음식을 아끼지 않고, 중국인이 하루 먹을 분량을 한 번에 다 먹어치워 버리니 그것이 문제입니다'라고 임금에게 간언을 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밥을 많이 먹는 것은 정작 임금도 마찬가지였으니 조선시대 왕의 일과를 보면 그들도 하루에 무려 5~6끼를 먹었다고 하죠
영조는 조선의 왕들 중에서는 대표적으로 소식을 했고 덕분에 드물게도 장수를 했던 임금인데 그가 소식을 했다는 기준을 보면 식사를 5끼에서 3끼로 줄이고 고기 위주의 반찬에서 채식위주로 반찬을 바꾼 것에다 고단백질 위주의 고기까지 더한 현대의 기준으로 보면 매우 균형 잡힌 식단이었습니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그런 영조가 너무 소식을 한다고 크게 우려했죠
영조의 후궁이자 사도세자의 생모인 영빈 이 씨는 "전하께서는 스스로 먹는 것이 너무 박하니 늙으면 반드시 병이 생길 것"이라 걱정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역대 조선 왕들 중 가장 장수했던 왕이 영조였죠
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아침과 저녁 이렇게 2끼만 먹는 것이 대부분 사람들의 식습관이었다고 합니다
옛 기록에 따르면 고려 초 이후부터 보통 사람들은 하루 2끼 귀족 등의 부유층은 하루 3끼를 먹는다고 했고 이 식습관은 조선말까지 이어졌다고 하죠
하지만 말이 하루 2끼지 선조들은 그 사이에 소량의 음식을 자주 먹었다고 하며 특히 농사를 지을 때처럼 육체적으로 활동하는 시기에는 엄청난 양의 참을 먹었다고 하는데요
대표적인 이야기로는 농부 3~4명이서 점심에 잠시 쉴 때 간식거리로 복숭아 25개를 껍질째 우적우적 먹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조선시대 실학자인 이익은 성호사설에서 유구국(오키나와)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을 보고 '밥을 떠서 실컷 먹으니 어찌 가난하지 않겠는가?'라며 비웃었다는 말을 남긴 것을 기록해 놓았으며
20세기 초 한국에 진출한 베네딕토회 독일인 수도자들도 "조선 사람들은 많이 먹는 것이 곧 명예로운 것으로 여기며 식사의 질보다는 양을 중시한다
노동하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식사량은 1리터의 쌀밥으로 이는 아주 큰 사발을 꽉 채운다
각자가 한 사발씩을 다 먹어치워도 충분하지 않으며 계속 먹을 준비가 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2~3인분 이상을 쉽게 먹어치운다"라며 조선인 신자들의 엄청난 식사량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죠
구한말 조선을 여행했던 오스트리아 여행가 에른스트 폰 헤세 바르텍도 "조선인들은 대식가라는 점에서 비교할 만한 대상이 없었다
내가 일본에 갔었을 때 일본인들은 그들의 이웃이 자신들보다 3배가량 더 많이 먹는다고 내게 말했었는데 나중에 제물포 개항장에 와 보니 정말로 그랬다
중국인과 일본인들은 일정한 시각에 식사를 하는 반면 조선인들은 때를 가리지 않고 식사를 하는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밥이 붉은 고추 한 줌과 함께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라고 기록했습니다
그 외에도 영국과 러시아 미국등에서 온 외국인들이 조선인들의 연회에 참가하면 그야말로 음식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으며 3~4명이 앉아서 25개나 되는 복숭아와 참외를 먹어치우는 일 정도는 매우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일이라고 증언했죠
그렇다면 우리 조상님들의 식사량이 이토록 많았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농업국가였던 조선은 쌀이 비교적 풍부하기는 했지만 단백질을 구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그만큼 밥을 많이 먹는 것으로 대신했다는 의견도 있고 당시에는 식량을 저장하는 방식이나 그 식량들을 유통시키는 기술이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먹을 수 있을 때 최대한 많이 먹어둬서 칼로리를 미리 비축해 두려는 풍조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몇몇 기록에 따르면 조선시대 사람들이 고기를 많이 먹었다는 기록도 있기는 하지만 정말로 조선시대 때 단백질 공급이 풍부했다면 동시대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키나 체격이 더 좋아야 하는 것이 맞을 텐데 전 세계적으로 비교했을 때 그 당시 한국인의 신장은 매우 작은 축에 속했으며 한반도 역사를 통틀어봐도 현대시대 이전에 고기가 풍족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라고 하죠
게다가 당시 식사의 대부분이 밥과 국 그리고 절인 채소 김치와 간장이 전부였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서 부족한 영양분을 채우기에 가장 유리한 것이 바로 곡식이었다고 합니다
때문에 밥을 많이 먹는 것으로 그 영양을 대체하려고 하면서 식사량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 짐작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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