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위에 오르자마자 목숨을 위협받았던 정조 그날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1776년 4월 22일. 향년 81세의 나이로 조선의 제 21대왕 영조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로부터 5일후인 4월 27일, 정조가 22대 왕으로 즉위했죠
하지만 정조는 어릴적 아버지의 죽음을 맞은 뒤 부터 지속적으로 생명의 위협을 겪어왔습니다
그러나 자신을 세손자리에서 끌어내리려는 무리들과의 치열한 싸움에서 버텨내고 드디어 왕으로 즉위한것이죠
정조는 즉위를 하고나서 자신의 반대파 세력이던 이들에 대한 정치적 반격을 시작했는데요
아버지였던 사도세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자신의 즉위를 끝까지 방해한 외할아버지 홍봉한의 동생 홍인한과 화완옹주의 양자 정후겸 등의 척신 세력을 귀양 보내버렸고 또한 숙의문씨의 작호를 삭탈한 뒤 사저로 내쫓아버렸으며 그녀의 동생 문성국과 어머니를 노비로 강등 시켜버렸죠
또한 정조는 대비가 된 정순왕후를 직접 건드리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동생이던 김귀주 일파를 숙청해버렸고 이런 자신의 정적들과 손을 잡고 그들을 도와준 내시 및 궁녀들 심지어 신분이 낮았던 병사들 등도 모조리 제거해버렸습니다
그러자 다행히 처벌을 받지 않았던 신하들은 언제 목이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에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살고 있었죠
특히 사도세자를 죽이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던 자들은 더욱 긴장하고 있었는데요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문다고, 두려움에 떨던 그들은 결국 정조를 암살하려는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그렇게 홍인한과 함께 노론 벽파의 대표격이던 인물 홍계희의 집안에서 모든 사건이 시작되죠
홍계희는 나경언을 시켜 사도세자의 비행을 부풀려 영조에게 고변하게 해 사도세자의 죽음에 가장 큰 역할을 했던 인물입니다
홍계희는 정조가 왕으로 즉위하기 전에 이미 세상을 떠났었지만 그의 가문 사람들은 언제 멸문지화를 당할지 모르는 상황에 정말 불안한 하루하루를 살고 있었던 것이죠
거기다가 홍계희의 아들이던 홍술해는 황해도 관찰사로 재직중에 공금 1만 4천냥을 빼돌려 파직되었다가 이후 정조가 즉위하고나서 관찰사 시절 돈 4만냥에 쌀 2500석, 그리고 송목 260주를 사취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 결국 흑산도에 위리안치 되고 말았죠
정조가 하루하루 다르게 자신의 가문을 옥죄어 온다는걸 느낀 홍술해의 아들인 홍상범은 정조를 암살 해야겠다고 완전히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홍상범은 일단 가난하게 살지만 무예가 뛰어났던 전흥문이라는 사람을 포섭했죠
당시 가난하다보니 결혼도 못하고 살았던 전흥문에게 결혼도 시켜줬으며 15냥이라는 거액을 주고나서 그를 정조 암살작전에 자객으로 포섭할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나서 홍상범은 궁을 경호하는 호위군관 강용휘를 포섭했는데요
강용휘가 거느리던 20여명의 무뢰배들까지 이 역모사건에 투입 되는걸로하고 그들의 명단까지 받아 놓았죠
이에 강용휘는 그의 조카이던 별감 강계창과 궁중 나인으로 있던 딸 강월혜에게도 모든 전말을 이야기하며 역모 당일 길 안내자 역할로 이 역적모의에 가담시켰습니다
그리고 홍상범은 1777년 7월 28일을 거사일로 정하게 되는데요
그렇게 당일날 밤, 전흥문은 칼을 들고 강용휘는 철편을 든채 강계창과 강월혜의 도움을 받아 궁에 잠입을 하게 되었죠
그리고 이 모든 역모사건을 계획한 홍상범은 무예가 출중한 장사 20명과 함께 숨죽인채 잠복해 있었습니다
전흥문과 강용휘는 별다른 어려움없이 정조가 머물고 있는 경희궁의 존현각까지 도착하게 되었죠
삼엄한 경비들의 눈을 피해 그 둘은 민첩하게 존현각의 지붕 위로 올라간 뒤 정조가 있는 방으로 침투하기위해 존현각의 지붕을 뜯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까지 책을 읽고 있던 정조가 지붕 뜯는 소리를 듣고 사람들을 불렀고 이에 강용휘, 전흥문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채 도망가버리고 말았죠
정조는 금위대장이던 홍국영을 불러 궁내를 수색하게 했는데요
얼마안가 자객이 지붕위에서 침투하려고 했다는 사실을 밝혀냈죠
그런데 승정원일기에는 당시 정조가 들었던 소리를 이매망량이나 쥐 같은것들의 소행으로 치부해 사건을 덮어 버리려 했다고 기록되어 있는데요
홍국영은 궁의 호위를 더 삼엄하게 해야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해 궁의 경계가 더 삼엄해 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정조는 거처를 경희궁에서 창덕궁으로 옮기게 되었죠
한편 거사가 수포로 돌아가자 홍상범은 다시 계획을 짜게 되는데요
강계창과 강월혜의 도움을 받을수 있도록 그들이 근무하는 날짜인 8월 11일로 거사일을 다시 잡게 되었죠
시간이 흘러 거사 당일이 되어 전흥문과 강용휘는 창덕궁의 담장을 넘다가 궁궐을 지키는 수포군에 발각되어 버렸고 암살을 포기하고 궐의 뜰에 숨어있던 그들은 결국 수포군 김춘득 등에 의해 체포되게 되었습니다
자객이 궐의 담장을 넘어 왕을 시해하러 온거 자체가 있어서는 안될 엄청난 일이었기 때문에 즉각 그들의 심문이 시작되었죠
전흥문과 강용휘는 잔혹한 고문 끝에 모든걸 실토하는데요
그렇게 곧바로 홍상범도 잡혀오게 되었고 그의 노비였던 최세복이 유배가있던 홍술해와 은밀히 연락을 주고 받으며 이 사건을 꾸민것까지 모두 탄로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더 어처구니 없는일은 바로 심문 과정중에 이 사건 외에도 두가지 역모사건이 더 발각되어 버린것인데요
첫번째는 홍술해의 아내였던 '효임'이 영험하다고 소문난 무당 '점방'을 시켜 정조와 홍국영에 대한 저주를 했던 것입니다
효임의 사주를 받은 점방은 다섯군데 우물물과 홍국영의 집 우물물을 섞은 뒤 자신의 집 우물에 부어 버렸죠
이는 홍국영의 기를 빼앗아버리는 의미였는데 그러면 홍국영은 죽거나 유배를 가게되고 반대로 남편 홍술해는 유배에서 풀려날수 있는 그런 주술이었던 것입니다
거기다가 붉은모래로 정조와 홍국영의 인형을 만든 점방은 화살을 꽂아 땅에 묻어버렸고 홍국영의 집에는 그를 저주하는 부적을 몰래 붙여 놓기까지 했던 것이죠
이 사실이 여러사람을 심문하는 도중에 밝혀지게 된 것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홍계희의 친척이던 홍계능과 홍상범의 4촌인 홍상길이 서로 작당해 정조를 몰아내고 정조의 이복 동생이던 은전군 이찬을 왕으로 옹립하려는 반정을 준비했던 것이죠
그런데 여기에는 홍계능의 아들 홍신해, 조카 홍이해, 홍경해 그리고 홍경해의 아들 홍상격까지, 거기다가 혜경궁홍씨의 친동생이자 정조의 외삼촌이던 승정원승지 홍낙임까지 연루되어 있었습니다
이 사람들 외에도 전, 현직 신하들은 물론 내시, 궁녀들 뿐만아니라 정조를 호위하는 군관에서 궁 내에서 일하는 많은수의 사람들까지 얽히고 섥힌 엄청난 사건이었죠
결국 정조 저주사건, 암살 미수사건, 반정을 도모했던 사건까지 하나하나 다 목숨이 여러개라도 모자랄 정도의 어마어마한 역모사건이 세건이나 만천하에 드러나 버린것입니다
이에 정조는 단호하게 모든걸 처결했는데요
하지만 은전군이 이들과 적극적으로 모의하거나 내통했다는 근거가 없었기 때문에 정조는 처음에 그를 죽이지 않으려고 했다가 엄청난 상소 폭탄을 받고난뒤 어쩔수 없이 사약을 내리게 되었죠
그리고 암살 사건을 계획한 홍술해, 홍상범 부자와 자객인 강용휘, 전흥문, 은전군을 내세워 반정을 일으키려던 홍상길 그리고 정조와 홍국영을 저주했던 효임은 처형당했습니다
홍계능도 처형을 받아야 했지만 심문 도중 지독한 고문을 버티지 못하고 사망하게 되었죠
또한 홍상범의 할아버지인 홍계희는 비록 죽었지만 삭탈관직 형을 받았다고 합니다
다만 정조는 외삼촌 홍낙임은 이번 역모사건과 관련이 전혀 없다며 살려주었다고 하죠
처형된 대다수의 사람들이 홍계희의 후손들이었던 정조 3대 역모 사건은 이렇게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이후 정조가 즉위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이 난리를 친걸 정조는 굉장히 심각하게 여겨 홍국영에게 명해 숙위소를 설치하도록 했고 자신의 신변을 보호하게 하도록 했죠
훗날 이 세가지 역모사건을 합쳐 정유역변이라고 불렀습니다
별 문제없이 자객들이 왕이 기거하고 있던 존현각 지붕까지 왔을 정도면 당시 궁내에서 일하던 궁녀나 내시, 병사들이 얼마나 개판이었는지 알수 있을것 같네요
1777년 7월, 홍상범의 주도로 정조를 시해하고 반정을 하려했다가 미수에 그친 정조 3대 역모사건에 대한 이야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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