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를 손아귀에 쥐고 국정을 마구 휘저은 악당 동탁과 그의 주변을 항상 호위하는 여포의 사이를 멀어지게 하기 위해 왕윤은 초선을 보내 연환계를 쓰게 되었죠.
중국 4대 미녀이자 패월로 불리는 초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지난번 소개했었던 서시에 이어서 중국 4대 미인 가운데 한 여인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이 여인은 바로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초선'으로 엄청난 활약을 하는 히로인이자 절세미인으로 등장합니다.
그녀는 사실 실존 인물은 아니지만 워낙 유명해서 오늘날 중국의 미인이라 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죠.
그녀의 아름다운 미모 때문에 '달이 부끄러워 스스로 구름 뒤로 숨었다' 하여 '폐월'이라 말할 정도라는데 가상의 여인이 어떻게 오늘날까지 미인의 대명사로 불리게 되었을까요?
초선은 가상인물이다 보니 그녀는 삼국지연의 말고도 여러 작품에 등장했습니다.
여러 견해가 있는데 대부분 잘 알고 있는 왕윤의 수양딸로 진행되는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다른 견해로는 초선은 왕윤의 수양딸이 아닌 동탁의 하녀였다는 것, 그리고 애초에 여포의 처였다는 견해가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정사에는 '여포가 동탁의 시비와 사통했다' 라고 기록되어 있긴 하지만 그 여인이 초선이라는 기록은 전혀 없습니다.
(시비: 곁에서 시중을 드는 여종)
때는 후한 말기로 조정 밖은 황건적의 난으로 전국이 들썩였고 안으로는 백정 출신의 하진이 황후였던 동생 빽으로 하루아침에 벼락출세하자 십상시들이 내분을 일으키게 되었습니다.
이때 등장한 이가 있었으니 영웅이었으면 참 좋았으련만 안타깝게도 하진과 십상시보다 더욱 극악무도한 동탁이었던 것이죠.
하진과 십상시가 서로 피 터지게 싸우는 혼란을 틈 타 손쉽게 낙양을 접수하고 당시 황제였던 소제를 끌어내리고는 어린 헌제를 옹립하게 됩니다.
이쯤 되면 간신배가 정권을 잡기 위해 어린 황제를 옹립하는 것은 국룰이라 봐야겠네요.
순식간에 조정을 휘어잡게 된 동탁은 꼭두각시 어린 황제를 앞세우며 극악무도한 폭정을 일삼기 시작합니다.
후한 말에는 각 지역마다 영웅호걸들이 많았는데 동탁의 폭정을 도저히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원소를 필두로 한 반동탁 연합군이 결성되었죠.
동탁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했던 반동탁 연합군 때문에 동탁은 낙양을 버리고 장안으로 도망가게 되었습니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자 반동탁 연합군은 금세 와해되버렸죠.
한편 동탁을 제거하려고 노리던 또 다른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조정의 충신이었던 사도 왕윤이었습니다.
사실 조정에 있으면서 동탁을 제거할 기회가 참 많이 있었을법한데 쉽지 않았던게 동탁의 옆에는 무력 100인 여포가 항상 떡하니 서있었기 때문이었죠.
동탁의 폭정을 바로 눈앞에서 바라보아야만 했던 왕윤은 집에만 돌아오면 통곡을 했다고 합니다.
"저 금수만도 못한 탐욕 돼지를 하루빨리 잡아족쳐야 하는데.."
통곡하는 왕윤 옆에 세상 아리따운 여인이 다가와 흐느끼자 왕윤은 슬픈 건 나인데 왜 네가 우는 것이냐 라며 물었습니다.
"대인께서는 조정에만 다녀오시면 그렇게 통곡을 하시는데 제가 도움이 되지 못한 거 같아 서글퍼서 우는 것이옵니다"
그러자 왕윤은 깊이 감동 먹게 되었죠.
그 여인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인 초선이었던 것입니다.
초선은 왕윤의 집안 연회에 춤과 노래를 부르며 흥을 고조시키는 가기였었는데 미모는 두말하면 잔소리고 가무에도 능통했죠.
초선의 한마디 말에 감동 먹던 찰나 달빛에 비친 초선의 미모는 정말이지 기절할 만큼 아름다웠습니다.
초선에게 넋 놓고 있을 때 달이 구름 속으로 슬그머니 사라지자 '달마저 초선의 미모에 부끄러워 구름 뒤로 숨는구나. 과연 폐월이로다!' 라며 또 한 번 감동을 먹게 되죠.
이렇게 해서 초선이 폐월로 불려 지기도 합니다.
왕윤은 초선을 바라보며 불현듯 한 가지 계책이 떠오르자
초선에게 큰 절을 대뜸 하고는 간곡한 부탁을 청하게 되죠.
물리적인 힘으로는 당해낼 수 없으니 초선의 미인계를 이용하여 동탁과 여포 사이를 이간질 시켜 동탁을 제거하자는 부탁이었습니다.
이렇게 그 유명한 초선의 연환계가 서막을 올리게 되었죠.
왕윤은 본격적으로 연환계를 펼치기 시작하는데 우선 초선을 수양딸로 삼습니다.
그리고 여포에게 뇌물을 아주 후하게 건네죠.
당시 최고위의 직책으로 있던 사도 왕윤의 선물을 받았기에 여포는 금세 감사 인사를 드리기 위해 왕윤의 집을 찾아가게 됩니다.
왕윤은 여포를 반갑게 맞이하며 담소를 나누기 시작하죠.
온갖 칭찬으로 여포는 기분이 한껏 업 되는데 타이밍 좋게 초선이 딱 등장합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런 미모의 여인을 보게 되자 여포는 순간 할 말을 잃어버리는데요.
"소녀 초선이라 하옵니다. 아버님께 익히 들어왔사옵니다. 천하의 영웅호걸이신 여포님께 술 한잔 올려도 될런지요?"
라는 초선의 한마디에 여포는 숨이 멎어버리는 듯 정신 못 차려버리죠.
천하의 여포도 초선의 미모 앞에 하룻강아지 마냥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술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왕윤의 손짓에 초선은 노래를 부르며 아름다운 춤을 추기 시작하죠.
천하의 절세미인에다가 춤과 노래도 일품이니 여포는 초선에게 완전 뿅 가버리고 말았습니다.
순식간에 시간이 흘러 연회가 마무리될 즈음 왕윤은 슬쩍 여포에게
"초선이 시집갈 나이가 됐는데도 장군처럼 영웅호걸이 아니면 절대 시집을 안 가겠다고 하니 참으로 걱정입니다."
라며 운을 때며 여포의 반응을 살피죠.
여포는 속으로 이게 왠 떡이냐면서 쾌조를 불렀지만 겉으로는 티 안 내려 담담한척할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히죽히죽 좋아서 입이 귀에 걸릴 지경이었죠.
며칠 뒤 왕윤은 동탁에게 존경한다는 의미로 자신의 집에 초대해서 대접해드리고 싶다며 아첨을 합니다.
이에 기분 좋아진 동탁은 왕윤의 집을 방문하게 되며 왕윤과 초선은 여포 때와 같은 시나리오대로 작전을 수행하죠.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 즈음에 왕윤의 손짓에 꽃단장을 마친 초선이 동탁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여포도 뿅 갔는데 동탁이라고 별 수 있겠습니까.
초선의 미모를 보자마자 넋을 잃어버리고는 당장에라도 덮치고 싶었으나 손님 입장이고 태사의 체면이 있다 보니 차마 그러지는 못했었죠.
동탁의 눈치를 살피던 왕윤은 타이밍 좋게
"태사, 사실 오늘 이 자리는 제 딸을 태사께 바치고 싶어 마련한 자리였습니다." 라고 하자 동탁은 숨도 안 쉬고
"허허 이거야 원. 사도의 뜻이 정 그렇다면 거절하는 것도 도리가 아니겠지?" 라며 너스레를 떠며 마지못한 척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초선은 동탁을 따라 황궁으로 들어가게 되었죠.
초선이 동탁을 따라 황궁으로 갔다는 소식을 들은 여포는 곧바로 왕윤을 찾아가 초선을 자기에게 준다면서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며 노발대발해댔습니다.
그러자 왕윤은 "태사께서 아직 장군에게 말하지 않으셨나 보군요"라며 태연하게 말했죠.
여포는 씩씩거리며 그게 무슨 말이냐며 되묻자
"초선을 장군에게 시집보낸다 하자 태사께서 며느리가 될 처자의 관상을 보겠다며 황궁으로 들여라 했습니다."
그제야 진정이 된 여포는 장인어른이 될 왕윤에게 사과를 하며 곧장 동탁의 처소로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여포의 눈에 들어온 장면은 이미 한바탕 뜨거운 관계를 한 뒤였고 흐느끼고 있는 초선과 기력이 다했는지 자빠져 자고 있는 동탁이었죠.
여포를 보자 초선은 그의 품에 안기며 제발 자신을 구해달라 애원하며 서글프게 울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방천화극으로 동탁의 머리통을 쪼개고 싶은 심정을 꾹 참고 있었는데 때마침 잠에서 깬 동탁이 여포가 초선을 껴안고 있는 광경을 보고는 극대노하며 호통을 쳐댔죠.
동탁의 불호령에 부랴부랴 자리를 뜨게 되었지만 여포의 머릿속에는 동탁에 대한 원망과 증오로 가득 차게 됩니다.
1단계 작전에 성공한 초선은 희미한 미소를 지었으며 곧 2단계 작전에 돌입하게 되었죠.
초선은 동탁 몰래 은밀히 여포와 밀회를 가졌었는데 하루는 일부로 동탁이 자주 지나가는 곳을 택했습니다.
계획대로 동탁이 그 둘의 밀회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고 칼을 빼들고는 여포를 쳐 죽이려 했지만 아둔한 동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죠.
여포는 가볍게 피하며 줄행랑을 쳐버렸고 초선은 그 자리에서 펑펑 울면서
"태사님 저를 죽여주시옵소서. 소첩은 이미 태사님의 것이라 말했는데도 여포 장군이 강제로 저를 겁탈했사옵니다. 이미 버려진 몸 목숨으로 갚겠습니다."
라며 자결하려 하자 동탁이 가까스로 만류하며 진정시켰습니다.
"여포 네 이놈이..! 기껏 힘 좀 쓴다 해서 변방의 양아치를 양자로 거두어 줬더니만 은혜를 원수로 갚다니!" 라며 동탁 또한 극대노해버리죠.
당장 여포를 극형에 처하려 했지만 측근의 만류로 차마 죽이지는 못하고 초선을 데리고는 자신이 황제보다 높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지었던 미오성으로 가버립니다.
철저한 경비를 두고 아무도 오지 못하게 하고는 오직 초선의 치마폭에서만 놀아났죠.
시간이 흘러 어느 날 황궁에서 서한이 하나 날라옵니다.
'황제의 병환이 위중하여 황위 계승에 대해 논해야 하니 곧바로 입궁하시오.'라는 내용이었죠.
사실 이 서한은 동탁을 황궁으로 불러들이려는 왕윤의 계략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동탁 암살을 위해 여포와도 사전 준비를 모두 마쳐놓았죠.
동탁은 황제의 직인까지 찍혀있다 보니 의심은 전혀 하지 못하고 드디어 꿈에 그리던 황제가 되는 기쁜 마음에 황궁으로 향합니다.
이미 본인이 황제가 된 것마냥 의리의리한 마차를 타고는 한껏 품위 있는 발걸음으로 입궁했는데 뭔가 스산한 분위기를 감지하죠.
하지만 미리 동탁을 암살하기 위해 준비했던 이숙에게 급습당하게 되고 다급해진 동탁은 부랴부랴 여포를 불러댔습니다.
"이 버러지 같은 놈들이 감히 어디 안전이라고! 여포야! 여포 어디 있느냐!!"
그러자 이를 지켜보고 있던 여포가 "이 탐욕 돼지 자식아! 이것이 하늘의 뜻이다!" 라며 방천화극으로 동탁을 후려쳐버리죠.
그러자 동탁은 비명도 지를새 없이 꽥 하고 죽고 말았습니다.
동탁의 머리와 사체는 저잣거리에 내걸렸으며 뚱뚱한 몸의 배꼽에 누군가가 심지를 꼽고 불을 붙이자 며칠씩이나 계속 탔다고 전해지죠.
이렇게 사도 왕윤은 초선의 완벽한 연환계의 성공으로 오랜 숙원이었던 동탁을 제거합니다.
동탁 사후에 초선의 행방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 버전이 있는데요.
여포는 동탁을 죽이고 초선을 되찾기 위해 병사를 이끌고 미오성을 공격하게 되고 힘겹게 찾아냈지만 이미 자결한 후였다는 버전이 있으며,
또 다른 버전에서는 삼국지연의 스토리대로 여포의 첩이 되지만 이후 조조와의 서주 전투에서 발암 역을 자청하며 여포를 죽게 만든 장본인이 돼버립니다.
삼국지연의에서 여포가 죽은 이후 조조가 초선을 데려갔다고만 서술하고 이후에는 더 이상 언급을 하지 않았기에 여러 설들이 더 늘어나게 되었죠.
조조가 관우의 마음을 얻기 위해 적토마와 초선을 보내지만 대쪽같은 관우는 그녀가 요물이라 생각하여 베어버렸다고도 하며,
관우가 한황실을 위해 역적 동탁을 제거한 초선을 어여삐 여겨 첩으로 거두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또 다른 설로는 출가해서 여승이 되었다는 설도 있죠.
이렇게 초선은 비록 가상의 인물이지만 삼국지연의에서 너무도 비중 있는 여인으로 나오다 보니 별애별 이야기가 파생된 듯합니다.
영웅담을 좋아하는 중국인에게는 특히나 몇 안 되는 히로인이기 때문에 초선이 오늘날까지 여러 이야기로 전해져 오는게 아닐까 싶네요.
너무나 아름다운 미모에 달마저 부끄러워 숨어버렸다는 폐월 초선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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