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커우 제도. 태어날때부터 정해진 지역을 떠나지 못하는 중국인들

태어날때부터 정해진 지역을 떠나지 못하는 중국인들 이야기 후커우 제도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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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주민등록법에 따라 17세 이상인 사람은 주민등록증을 발급받게 됩니다

이와 비슷한 제도로 중국에는 후커우(戶口 : 호구, 호적)제도라고 있는데요

이는 신분과 거주지를 증명하기 위한 제도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주민등록제도, 본적제도와 비슷하지만 따지고 보면 엄청난 차이가 있죠

 

일단 우리나라는 행정안전부에서 담당하는 반면 중국에서는 공안부에서 담당을 하는데 이것을 공안에서 발급하는 이유는 바로 자국민들을 통제하기 위해서 입니다

한마디로 이 후커우 제도는 중국 정부가 국민들의 거주지를 이전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통제하기 위해 만든 제도이죠

오늘은 중국의 감시와 통제 시리즈 두번째 이야기 후커우 제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된 이후 도시 위주로 경제개발이 가속화 되기 시작했죠

그러면서 농촌에 살던 농민들이 도시로 대거 몰려들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도시로 몰려드는 농민들의 수가 지나치게 많았던 것이죠

수억명에 달하는 농민이 도시로 몰려들경우 도시의 기능이 마비될 것이라는 생각에 1958년, '후커우 등록 조례'를 제정하면서 거주 이전의 자유를 극도로 제한하는 후커우제도가 생기게 된것입니다

 

중국인들은 '거민호구부(居民户口簿)'라는것을 발급 받는데 여기는 가족관계와 그 가족들이 실제로 거주해야하는 지역정보도 기록되어 있죠

이것이 바로 후커우라고 보면 되는데 그렇게 중국인들은 정해진 후커우외에 다른곳에서는 살지 못하거나 불이익을 받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후커우는 크게 농촌 후커우와 비농촌(도시)후커우로 나뉘는데요

 

1978년 개혁개방 이후 경제 특구가 생겨나면서 공장에서 일할 많은수의 노동자가 필요해진것이죠

그러다보니 농촌에 살던 사람들은 돈을 더 벌기위해 후커우가 유지된 상태에서도 도시로 계속 이동했고 그렇게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농민공'이 생겨났습니다

이 농민공들은 도시를 건설하고, 인프라를 깔았으며 도시가 만들어지는데 막대한 기여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도시 후커우가 아니기 때문에 차별 된 대우를 받고 있는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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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하나하나 벽돌 쌓아가며 만든 도시의 시민이 될수 없는것입니다

농민공의 후커우가 농촌이다보니 그들은 임의대로 도시에가서 살수는 있지만 많은 차별을 받고 살아가게 되죠

그들은 자동차 한대 사는데도 쉽지 않을 뿐만아니라 집을 구매할수도 없고 아파도 병원에 가기도 힘들며 자녀들은 원래 후커우 지역으로 돌아가서 교육을 받아야 하고 어쩌다 한정적으로 직업 전문 학교에 입학이 허용될때도 있는데 이것마저도 수많은 증명서와 서류들을 제출해야만 겨우 들어갈수 있을 정도이죠

 

또한 외지인의 학생들은 중국의 수능인 가오카오를 치르려면 자신의 후커우까지 가서 시험을 쳤어야 했습니다

그만큼 다른 지역의 후커우를 가진 사람들은 도시에서 제공하는 여러 복지혜택이나 취업, 교육 등에서도 배제 되어 버렸죠

그런데 더 큰 문제는 1세대 농민공들의 시대가 지나고 도시에서 나고 자란 농민공들의 자식들이 주류가 되면서인데요

 

중국인은 태어날때부터 부모의 후커우를 물려받다보니 1세대 농민공들의 자식들 후커우는 여전히 농촌 후커우 였고 여러 혜택에서 벗어난 이들로 인해 점점 도시 빈민층이 늘어났으며 그만큼 농촌은 황폐해져 갔습니다

하지만 후커우를 변경할수 있는 방법이 없는건 아닌데 도시 후커우에서 농촌후커우로 변경은 굉장히 쉬운 반면 반대의 경우는 굉장히 어렵죠

그러다보니 후커우에 따라 차별을 받고 소득도 차이가 나기 시작하자 후커우 자체가 신분의 상징이 되어 갔습니다

 

특히나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의 후커우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중국인들에게 선망과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죠

현재 후커우로 인한 극심한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중국 정부는 지속적으로 베이징 후커우의 혜택을 축소하고 베이징 후커우인 사람과 외지인이 받는 혜택도 같아지도록 정책이 점점 바뀌고 있긴 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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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베이징 후커우의 힘은 실로 대단했죠

베이징 내에서 흔히 볼수 있던 공사판 인부, 건물 경비원, 청소부 등의 단순 노동직 종사자들 중에는 베이징 출신을 거의 보기 힘들정도 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만약 베이징의 후커우를 취득 하려고 한다면 정부기관의 고위 관리가 되거나 베이징 경제에 지대한 공헌을 한 기업의 고위직이 되거나 아니면 해외에서 유학을 다녀온 인재로써 중국에 돌아와 베이징에 있는 기업에 들어갔을 경우에 베이징 후커우를 얻을수 있다고 하죠

 

또한 베이징 대학에 진학 했을때 임시 베이징 후커우를 받을수 있는데 만약 졸업 후 베이징에 있는 기업에 취직을 못한다면 다시 원래 후커우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거기다가 베이징 후커우를 가진 상대와 결혼을 하는 방법도 있는데요

그러다보니 중국의 결혼 시장에서는 베이징 후커우를 가진 사람을 굉장히 선호한다고 하죠

심지어 베이징 후커우를 얻기 위해 많은 돈을 주고 위장 결혼을 하는 일도 자주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어느 중국의 한 매체에서는 베이징 후커우로 누릴수 있는 혜택의 가치가 100만위안 (약 2억원)이 넘는다고 보도할 정도였으며 심지어 베이징의 후커우는 '귀족 신분증'으로 불릴 정도였죠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국의 취업 박람회에 가보면 일부 기업들은 '베이징 후커우 제공 가능' 이라고 적어놓은 플랜카드를 걸어두고 많은 취준생들을 유혹하고 있기도 하고 반대로 다른 일부 기업들은 베이징의 후커우가 없으면 아예 입사 서류를 내볼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중국에는 베상광션 (北上广深)이라고 불리는 1선도시가 있는데요

바로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광저우(广州), 션쩐(深圳)을 일컫는 말인데 이곳은 바로 정치,경제, 사회의 중심인 대도시를 말하는 것이죠

베이징 후커우와 마찬가지로 다른 1선도시들의 후커우 역시 중국인들 사이에서 굉장히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이런 도시에서는 해당 지역 후커우를 가져야만 주택 구매 자격이 있기 때문에 외지인은 아무리 돈이 많아도 1선도시에서 집을 마음대로 살수 없죠

 

거기다가 대입제도와도 연결이 되는데요

1선 도시에 있는 명문대학들은 지역별로 입학생 정원이 정해져 있는데 대학 소재지 후커우 학생에게 가장 많은 자리가 배정되기 때문에 1선 도시 후커우를 가진 학생들은 다른 지역 학생들보다 베이징대와 같은 명문대에 들어가기가 훨씬 쉽죠

그래서 많은 학부모들이 명문대가 많은 베이징 후커우를 얻길 희망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보니 후커우 제도는 현대판 신분제라는 오명을 듣는데다가 심지어 농민들의 신분상승을 막는 중국의 카스트제도라고까지 말이 나올 정도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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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신분제와도 같았던 후커우 제도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해지자 중국 정부는 후커우 제도의 개혁을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개인의 노력으로 바꿀수 있도록 한것이죠

과거 10%를 넘기던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계속 떨어지면서 이 경제성장률을 지키기 위해서는 내수 경기가 활성화 되는것이 무엇보다 절실해 졌던 것입니다

후커우 제도를 완화시키면 중소 규모 도시가 더 발전해 나갈것이고 그러면 내수 경기가 많이 좋아질것이라 생각해 중국의 각 도시들은 농촌과 농민들을 흡수하는 정책을 펴 나가고 있죠

 

인구 300만명 이하의 중소 도시는 아예 후커우 취득을 완화해주었고 500만명 이상의 도시에서는 포인트 시스템을 도입해 학력, 직장, 군 경력, 사회봉사, 거주 기간과 납세 등의 실적을 쌓은 외지인들에게 후커우를 취득할수 있는 길을 더욱 확대했죠

하지만 여전히 1선 도시들의 후커우 규제 완화는 거의 안되고 있을 정도이다 보니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도시의 후커우가 있는 '1등 시민'과 임시 거주증을 가진 '2등 시민', 그리고 임시 거주증조차 없는 노동자들인 '3등 시민' 등으로 서열이 나눠져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한번씩 북한이나 중국의 통제나 감시 검열 이런거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그 나라 국민들이 지금 조용히 숨죽이고 있긴 하지만 언젠가 한번 터지기 시작하면 걷잡을수 없을것 같긴 하네요

대놓고 차별당하고 살면 정말 속터질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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