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적인 용병술로 유방에게 천하를 안겨줬지만 결국 등신같은 처세술 때문에 유방에게 죽임을 당하는 한신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오늘은 중국 또는 세계 최고의 명장들을 뽑을때 자주 등장하는 인물중 하나인 한나라의 대장군 한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한신은 한고조 유방이 항우를 쓰러뜨리고 천하를 통일하는데 큰 역할을 한 일등공신 중의 하나로 최고의 지휘관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불세출의 명장이죠
한신은 동해군 회음현에서 가난한 평민집안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그는 젊은시절 가난한데다 품행이 좋지 못한탓에 관리로 천거되지도 못했고 먹고살기위해 장사를 할만한 능력도 없었죠
때문에 항상 남에게 빌붙는 생활을 하며 주변사람들로부터 경멸당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하루는 그 동네 건달중의 한명이 제대로 밥벌이도 못하는 형편이면서 늘 칼을 차고 다니는 한신의 앞을 가로막고선 "너는 체격도 좋은데다가 항상 칼을 차고 다니지만 그 속은 겁쟁이가 아니냐? 네가 정말 용기가 있다면 나를 칼로 찌르고 지나가고 그럴 용기가 없다면 내 가랑이 밑을 기어 지나가라!"라며 그를 비웃었죠
그런데 한신은 놀랍게도 그 말을 듣고는 잠시 그를 바라보더니 별다른 망설임도 없이 그의 가랑이 밑을 기어서 지나갔는데요
이런 그의 모습을 지켜본 주변사람들이 소문을 내면서 한신은 소문난 웃음거리가 되었고 이 사건으로 인해 훗날에도 두고두고 조롱을 당하게 되죠
그렇게 백수생활을 하던중 진나라의 폭정을 참지못한 백성들이 각지에서 반란을 일으키자 한신또한 그 반란군중에 하나인 초나라 항량의 밑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하지만 그때까지 한신이 가진 명성이라고는 남의 가랑이 밑을 기었다는것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에 항량이 죽은후 그의 조카인 항우가 진나라를 멸망시키고 천하를 통일할때까지 별다른 공 하나 세우지 못한채 세월만 보내게 되죠
그는 몇번이나 항우에게 자신의 의견을 내보기도 했지만 한신이 무슨 제안을 올릴 때마다 항우는 철저하게 무시했고 그의 어떤 계책도 써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에 크게 마음이 상한 한신은 항우를 떠나 파촉지방의 왕으로 임명된 한왕 유방의 밑으로 들어가게 되는데요
처음에 한신은 그곳에서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 채 곡식 창고를 관리하는 '연오'라는 낮은 직책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훗날 한나라의 명재상으로 유명해지는 소하가 그의 재능을 알아보며 유방에게 한신이 국사무쌍(나라안에 그와 비교될만한 선비가 없음)의 인재라 추천했고 유방은 자신의 밑에 들어온지 2~3달밖에 되지않는 한신을 과감히 대장군이라는 최고 직위에 임명했죠
처음 유방이 항우에 의해 파촉의 왕으로 임명되었을때 항우는 유방이 다시 중원으로 진출해 자신을 위협할지 모른다는 의심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옛 진나라 장수인 장한과 사마흔 동예를 각각 왕으로 삼고 유방이 관중으로 오는 길목을 수비하게 했는데요
때문에 유방은 항우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파촉과 중원을 연결하는 잔도(절벽에 구멍을 뚫어 만든 길)를 불태우면서 자신이 중원에 진출할 의지가 없다는것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때 대장군으로 오른 한신이 기가 막힌 계책을 내놓게 되는데 바로 불타버린 잔도를 복구하는척하면서 다른 길로 돌아나가서 관중지역으로 침공을 하자는 것이었죠
불타버린 잔도를 다시 만들려면 몇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마음을 놓고 있던 삼진의 왕들은 갑자기 나타난 한나라군의 기습을 받고 크게 당황한끝에 패배했습니다
그중 사마흔과 동예는 유방에게 항복했고 장한은 성에 들어가 끝까지 버텼지만 한신은 수공을 써서 아예 성을 물에 잠기게 만들어버렸고 패배를 직감한 장한은 자결하게 되죠
그렇게 한나라의 앞을 가로막던 삼진의 왕들이 사라지자 관중지역이 또다시 유방의 손에 들어오게 되었는데요
이후 유방은 위왕 표와 은왕 사마앙, 하남왕 신양등의 항복을 받아냈고 어느새 56만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연합군이 그의 아래로 모여들었죠
너무나도 많은 병력을 갖게되면서 자신감이 넘쳤던것인지 이후 유방은 한신에게 지휘권을 넘기지 않고 자신이 직접 지휘를 하게되는데요
유방이 이끄는 연합군은 항우가 잠시 자리를 비운틈을 타서 그의 본거지인 팽성을 점령한 후 뒤늦게 팽성을 되찾으러 온 항우의 3만병력과 자신있게 맞섰죠
하지만 제대로 된 지휘체계없이 오합지졸이나 다름없던 한나라 연합군은 항우와 3만 초나라군에 그야말로 개박살이 나버렸습니다
그상황에서 별다른 지휘권이 없던 한신이 할수 있었던 일이라고는 전투에서 패배해 사방으로 달아난 병사들을 다시 수습하는 일뿐이었죠
이때까지만 해도 한신은 대장군의 직책에 걸맞은 활약을 보이지는 못했지만 그의 진정한 가치는 그 이후부터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팽성에서 한나라군이 항우에게 처참하게 박살나자 그때까지만 해도 유방에게 붙어있던 제후들은 약속이라도 한듯 모두 항우의 편으로 갈아타기 시작했는데요
이에 위기감을 느낀 유방은 먼저 위나라의 왕인 위표를 다시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사자를 보내 설득을 해봤지만 그 시도는 실패로 끝났고 결국에는 한신에게 무력으로 위를 침공하라는 지시를 내렸죠
한신이 온다는 소식을 들은 위표는 한신이 오는 길목 강건너편에 진을 치고 그와 맞서싸울 준비를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신은 가지고있던 배를 모두 띄워 강건너 위표의 본진에 있던 병력들의 시선을 잡아둔 후 주변의 민가에서 징발한 항아리를 엮어 만든 뗏목을 이용해 별동대에게 몰래 강을 건너게한후 위나라의 수도를 공격해버렸죠
수도가 함락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위표의 본진은 대혼란에 빠졌고 그 틈을 탄 한신이 총공격을 하면서 위나라군은 단숨에 무너졌습니다
단 한번의 싸움으로 나라 하나를 멸망시키고 그곳의 왕을 사로잡은 것인데요
이후 한신은 유방의 명을 받아 3만의 병력을 이끌고 본격적인 북벌에 나서게 되죠
8월에 위나라를 격파하고 9월에 대나라마저 평정한 그는 얼마 후 조나라의 20만 대군과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신은 역사에 길이 남을 기발한 전략을 세워 자신들의 몇배나 되는 병력을 가진 조나라를 상대로 승리하게 되는데요
당시 조나라군의 진지 앞에는 '면만수'라 불리는 강이 있었는데 한신은 1만의 병력을 끌고 강을 건넌뒤 강을 뒤에 두고 진영을 설치하는 이른바 '배수진'을 쳐버린 것입니다
바로 뒤에 강을 두면서 자신들이 도망갈 길을 막아버린 배수진을 친 한나라를 보며 조나라군의 대장 진여는 한신을 병법도 모르는 놈이라 비웃었고 기세가 오른 조나라군은 진영마저 비워둔채 한나라군에 총공격을 퍼부었죠
양쪽 병력의 차이는 극심했지만 어차피 뒤가 강으로 막혀있기 때문에 도망갈수도 없다는것을 잘 알고있던 한나라 병사들은 한신의 의도대로 죽을힘을 다해 싸우기 시작했고 그렇게 한신의 본진이 기적적으로 수비를 해내고 있는사이에 한신이 은밀히 빼돌려둔 별동대가 텅 비어있던 적의 본진을 점령한 후 조나라군의 후방을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갑자기 자신들의 진지가 털린데다가 뒤통수까지 맞게 된 조나라군은 그야말로 대혼란에 빠졌고 전투는 한나라군의 승리로 끝나게 되죠
또다시 한신은 단 한번의 싸움으로 또 하나의 나라를 멸망시킨 것인데요
전투가 끝난후 펼쳐진 잔치에서 한신의 부하들이 어째서 강을 뒤에 두고 진을 치는 무리수를 뒀냐는 질문을 하자 한신은 절대적인 병력차이 속에서 적들을 막아내며 시간을 끌기위해서는 병사들을 죽을 각오로 싸우게 만들어야만 했고 그것이 자신이 배수진을 친 이유라고 대답하며 모든 장수들을 감탄하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후 연나라를 점령하고 제나라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제나라를 구하기 위해 달려온 초나라의 용장 용저마저 격파한 한신은 이후 제나라까지 점령해버리며 북방지역의 5개국을 모조리 평정하는 위업을 달성하게 되죠
이후 한신은 유방에게 사자를 보내 혼란한 제나라를 다스리기 위해서 자신이 임시로 제나라의 왕이 되고싶다는 뜻을 밝혔는데요
그런데 당시 유방은 항우에게 포위당해 몹시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었기 때문에 주군이 위험한 상황임에도 왕이 될 욕심이나 보이는 한신에게 몹시 화가 났지만 그의 책사인 장량이 한신 없이는 천하를 얻을수없다며 그를 설득한 끝에 한신을 제나라의 임시 왕이 아닌 진짜 왕으로 임명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밥을 빌어먹던 회음현의 백수가 제나라의 왕이 되어버린 것이죠
이후 군사를 이끌고 유방에게 합류한 한신은 해하라는 곳에서 초나라군을 박살내고 항우를 자결하게 만들면서 주군인 유방에게 마침내 천하를 안겨주게 됩니다
하지만 강대한 적인 항우가 존재할 때까지만 해도 한신은 유방에게 있어서 그 무엇보다 강력한 무기였지만 천하가 평정된 후에는 오히려 자신에게 가장 위험한 존재가 되었죠
게다가 한신또한 그 이전부터 유방의 심기를 몇번이나 거슬리게 만드는 행동을 하는등의 업보를 쌓으면서 결국에는 왕의 자리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이후 한신은 유방에게 불만을 품고 반란을 일으키려 했지만 사전에 계획이 드러나면서 유방의 아내인 여태후의 유인책에 넘어가 허무한 죽음을 맞게 되는데요
천하를 주름잡던 희대의 괴물 항우를 잡아낸 명장 한신의 마지막이라고 하기에는 믿을수없을만큼 허망한 최후였죠
지금까지 국사무쌍이라 불리는 한신의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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