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세기 영국 코벤트리에 고다이바 백작부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고다이바는 어느 날 남편인 레오프릭의 제안으로 나체로 말을 타고 영지를 돌게 되는데 백작부인이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요?
11세기 어느 날 영국 잉글랜드 중부 지역에 위치한 코벤트리는 적막이 감돌았습니다.
정적이 흐르는 거리에 한 여인이 백옥 같은 하얀 나체를 드러낸 채로 말을 타고 있었습니다.
이 기괴한 행동을 한 여인은 바로 고다이바 백작부인입니다.
11세기의 영주의 부인이라 하면 부와 명예를 모두 가지고 있는 여인이 왜 그런 행동을 한 것일까요?
당시 코벤트리 지방을 다스리던 사람은 레오프릭 영주였습니다.
그는 어리고 아리따운 여인과 결혼했으며 남부러울 것 없는 지위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의 성격은 매우 포악하고 잔인했습니다.
그는 높은 세율을 매겨 백성들의 원성을 사고 있었죠.
이런 남편의 모습과 힘들어하는 백성들의 모습을 보고 괴로워하던 여인이 있었으니 당시 16세에 지나지 않았던 고다이바였습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그녀는 남편에게 여러 차례 세율을 낮추라고 간청했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았던 레오프릭은 듣다 듣다 참지 못해 그녀에게 소리쳤습니다.
"만약 네가 나체로 말을 타고 나의 영지를 한 바퀴 돈다면 세금 감면을 고려하겠다" 라며 말이죠.
그는 말도 안 되는 조건을 제시해 고다이바가 더 이상 세금 감면에 대한 말을 못 하게 하려 했던 것입니다.
지금도 이런 조건은 말도 안 되는 것이지만 가톨릭이 사람들의 생활을 지배했던 11세기 당시에는 더욱더 불가능한 것이었습니다.
당연히 여성들의 가장 큰 덕목 중 하나는 순결이었습니다.
당시 여성들은 남편과 잠자리를 같이 할 때도 중요 부위에만 구멍이 뚫려 있고 성화가 그려져 있는 파자마를 입을 정도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고다이바가 만천하에 나체를 드러내놓는 일은 불가능한 것이었죠.
하지만 그녀는 많은 고민 끝에 농민들을 구하기 위해 남편의 이 얼토당토 않은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은 것이었습니다.
이 소문은 코벤트리 마을 전역으로 퍼지게 되었고 마을 사람들은 그녀의 뜻에 감동받아 절대로 그녀의 모습을 보지 않기로 맹세했습니다.
드디어 운명의 그날이 되었고 적막으로 뒤덮인 마을에 머리카락으로만 나체를 가린 그녀가 말을 타고 등장했습니다.
그녀는 남편의 말대로 나체로 마을을 한 바퀴 돌았고 레오프릭은 아내 고다이바의 행동에 감화되어 세금을 감해주는 건 물론이고 이후로는 선정을 폈으며 또한 아내를 따라 독실한 가톨릭 신자가 되어 여러 수도원을 후원했습니다.
그리고 농민들은 고다이바의 희생정신에 감동해 그녀를 추앙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자신들을 위해주는 그녀를 쳐다보지 않겠다는 마을 사람들의 맹세를 지키지 않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코벤트리 지방의 재단사 톰이었죠.
그는 굳게 닫은 커튼을 살짝 걷어 고다이바의 나체를 훔쳐보았고 숨 막힐듯한 아름다운 고다이바의 나체를 응시하던 그는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진 것을 느꼈습니다.
신의를 저버린 톰은 시력을 잃어버린 것이었죠.
관음증을 의미하는 '피핑 톰'은 여기서 유래한 것이죠
실제로 좁은 틈으로 어떤 대상을 집중해서 쳐다본다면 안압이 높아져 실명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고다이바 백작부인의 감동적인 이야기는 많은 예술가들에게 감명을 주었습니다.
그녀를 다룬 그림, 영화, 연극 등 다양한 예술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또한 그녀를 기리는 축제 또한 열리고 있죠.
지금도 코벤트리 마을의 상징은 말을 탄 여인의 모습이며 관련 상품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초콜릿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고디바 초콜릿을 아실 것입니다.
벨기에의 고급 초콜릿 회사 이름으로 100여 개 나라에 수많은 매장을 두고 있습니다.
이 고디바 초콜릿은 고다이바 백작부인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했으며 고디바 초콜릿의 포장에는 고다이바 백작부인이 말을 타고 있는 마크가 있죠.
하지만 역사학자들은 고다이바 백작부인의 이야기가 정말로 존재했었는가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코벤트리 마을에 고다이바와 레오프릭 부부가 존재한 것은 확실한 사실이지만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또 피핑 톰의 유래가 된 재단사 톰은 실존하지 않았고 훗날 이 이야기에 첨가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실존 여부를 떠나서 고다이바가 보여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자세는 매우 인상적이죠.
백성들을 위해 자신의 종교적 신념과 수치심을 버린 그녀의 희생정신은 앞으로도 많은 귀감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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