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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역사 탐구

코드피스. 중세 유럽 남자들의 자존심 싸움이 되어버린 복식

by 사탐과탐 2021.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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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피스는 독특한 중세 유럽 남자들 바지 때문에 생긴 복식인데요.
처음엔 그냥 가리개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남자들끼리의 자존심 싸움으로 번져버렸죠.

 

 

오늘은 중세시대 유럽 남성들의 독특한 의복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만약 지금 이런 복장을 남자들이 하고 다니면 큰일 날 것 같은데요.

당시에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10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이것이 유행이었답니다.

잉글랜드의 왕이던 튜더가문의 헨리 8세가 이것에 환장해서 아주 위풍당당하게 착용하고 다녔죠.

 

오늘 이야기할 이것은 바로 '코드피스(Codpiece)' 라고 하는 일종의 '거시기 가리개' 입니다.

옛날 유럽의 남자들은 처음엔 '로브'라는 옷을 입고 다녔었죠.

로브는 발목까지 오는 긴 원피스 비스무리한 옷이었는데요.

하지만 시간이 점점 흐르면서 로브가 짧은 것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남자들은 '호즈'라고 하는 바지를 입기 시작한 것이죠.

 

(코드피스 - 글의 내용을 돕기 위한 이미지)

 

하지만 호즈는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바지와는 모양새가 달랐습니다.

바지이긴 바진데 다리 한쪽씩 만들어 허리 부근에서 서로 끈으로 동여매는 식의 옷이었는데요.

왼쪽다리 오른쪽다리 따로 바지를 입고 허리에서 합친 것이죠.

바지가 그 모양이다 보니 남자의 가운데 부분이 뚫려있어 거시기가 툭 튀어나오게 되는 요상한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외투나 튜닉을 입었었기 때문에 다행히 자연스레 거시기 부분은 잘 가려졌고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안 가 문제가 터졌는데 남자들 사이에서 더 짧은 상의가 유행을 하게 되면서 더 이상 거시기 부분이 가려지지 않았던 것이죠.

 

그래서 할 수 없이 가운데 중요 부위에 천을 하나 더 덧대었는데 이것이 바로 코드피스였죠.

‘코드(cod)’가 뽕알 또는 주머니를 뜻하고, ‘피스(piece)’는 조각을 뜻하니 거기를 가리는 조각 정도의 뜻이었습니다.

14세기 말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이 코드피스는 처음에는 자신의 거시기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안쪽에 솜을 넣었는데 이게 점점 남자들끼리의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기 시작하는데요.

 

(코드피스 - 글의 내용을 돕기 위한 이미지)

 

누구는 큰 천을 대야 했지만 누구는 작은 천을 대어도 무방하다 보니 큰 천을 댄 놈이 나를 보면서 비웃는거 같기도 하고 왠지 자신감이 없어지고 길거리를 지나가면 여자들이 힐끔대며 웃는 것이 꼭 나를 보는거 같기도 하고 한번 앉으면 일어서기 싫어지기도 하면서 이렇게 남자들은 서로 크기 경쟁을 붙기 시작한 것이죠.

 

시간이 지나면서 코드피스는 거시기를 가리거나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 남성성을 강조하고 내가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다 라는것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변해갔습니다.

상류층 귀족 남성들의 코드피스 사이즈는 당연히 굉장히 컸고 거기다가 천에 수를 놓거나 온갖 보석을 달아 장식을 하기도 했으며 끝부분에 얼굴 형상을 수놓기도 하는 등 점점 화려하게 만들어졌죠.

 

그러다 보니 코드피스의 크기나 화려함은 자신의 지위를 나타내는 상징이 되었고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는 용도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귀족가문의 남자아이들은 6~7세 정도의 어린 나이부터 화려하고 큰 코드피스를 착용하고 다니며 자신이 이 굉장한 가문의 상속자다 라고 알리고 다녔죠.

거기다가 이게 강력한 남성성을 상징하다 보니 코드피스 또한 더욱 견고해져갔는데요.

 

(코드피스 - 글의 내용을 돕기 위한 이미지)

 

천으로 가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코드피스 안쪽에 패드 같은 딱딱한 걸 대어서 딱 고정되기도 하고 크기도 하게 만들었던 것이죠.

좀 크다 싶은 건 어린아이의 머리 크기만큼 된 것도 있었고 안쪽에는 솜을 가득 채워 넣어 더 단단하고 강인한 모습으로 보여지도록 했습니다.

 

남자들끼리 경쟁적으로 크게 만들다보니 자신의 실제 거시기 사이즈보다 코드피스 사이즈가 훨씬 컸기에 안쪽에 여유공간이 엄청 많이 남게 되었죠.

그러다 보니 이제 코드피스는 주머니 역할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에 돈이나 보석은 물론, 열쇠나 손수건에 심지어 음식까지 별의 별걸 다 넣어 다녔죠.

 

코드피스가 한참 유행했을 때는 갑옷에도 달기도 했을 정도였습니다.

그래서인지 14세기에서 16세기의 유럽 남자들의 초상화를 보면 다들 위풍당당하게 코드피스를 내밀고 있죠.

그리고 이 코드피스의 인기는 평민에서 귀족까지 남자라면 누구나 다 하고 다녔을 정도였는데요.

어떤 학자들은 코드피스가 유행한 이유는 매독 때문이라고 하기도 하고 다른 학자들은 중세 봉건사회가 무너지고 중앙 집권 국가로 발전해 나가면서 왕은 국가의 지배자로써 모두에게 자신의 권력과 힘을 보여주어야만 했고 그러다 보니 코드피스까지 남들보다 크고 아름답게 만들었던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죠.

왕이 하니까 귀족들도 하게 되고 귀족들이 하니까 평민남자들까지 하게 된 것입니다.

 

(코드피스 - 글의 내용을 돕기 위한 이미지)

 

어쨌든 이 코드피스의 크기와 장식이 절정을 맞았을 때가 바로 1540년대였는데요.

코드피스에 환장했던 헨리 8세의 초상화를 그린 시기가 바로 1537년이었다고 하죠.

절정기를 맞고 나서 50여 년이 흐른 1590년대부터 코드피스를 사용하는 남성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고 1600년대 초쯤에는 거의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현대에도 이 코드피스가 사용 중인 곳이 있긴 있는데요.

바로 헤비메탈과 록 같은 파워풀한 음악을 하는 뮤지션들의 무대의상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남자 운동선수들의 보호장비로 사용되고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명품 브랜드인 베르사체와 에르메스, 톰 브라운 등 남성 명품 패션에서도 코드피스를 사용해 파격적인 패션쇼를 열기도 했죠.

 

유행은 돌고 돈다고 하는데 이 코드피스가 다시 유행할 일은 없겠죠?

옛날에는 정말 이해하지 못할 일들이 많이 벌어지긴 한 것 같네요.

중세시대 유럽 남자들의 독특한 복식 코드피스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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