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스페인 지역의 카스티야 왕국 때 이야기입니다.
후아나 여왕은 남편을 사랑했을 뿐인데 사랑하는 남편에게 버려지고 아버지와 남편, 아들에 의해 미친 여자로 만들어져서 평생 외딴 성에 유폐되었죠.
현재 스페인 땅의 과거에는 카스티야 왕국, 아라곤 왕국 그리고 이슬람 세력인 그라나다 왕국이 있었습니다.
카스티야의 이사벨 여왕과 아라곤의 페르난도 2세가 결혼하면서 여러 왕국이 합쳐지게 되고 훗날 그라나다를 정복하며 레콩키스타를 완성하게 되었죠.
이 부부는 총 7명의 자식을 낳았지만 2명은 유산하고 마는 아픔을 겪기도 했습니다.
오늘 이야기할 인물은 이사벨 여왕과 페르난도 2세의 자식들 중 둘째 딸인 후아나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그녀는 훗날 '미친 후아나'라는 별명을 얻게 됩니다.
한 나라의 공주인 그녀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후아나는 1479년 11월 6일, 모두의 축복을 받으며 태어났습니다.
어머니인 이사벨 1세를 닮아 하얀 피부와 금발을 물려받았고 모두가 부러워할 아름다운 미모를 가지고 있었죠.
또한 그녀는 굉장히 총명하기까지 했는데요.
고전 문학이나 수학, 신학, 법학, 역사, 미술, 음악 등의 학문을 두루 배웠고 카스티야어 외에도 포르투갈어, 레온어, 카탈루냐어, 프랑스어, 라틴어도 유창하게 구사했다고 하죠.
공주로서의 교양이나, 사교술, 승마, 예절 등도 빈틈없이 잘 배워나갔으며 말 그대로 카스티야 왕국의 자랑거리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녀의 반항끼는 부모인 이사벨1세와 페르난도 2세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고 하는데요.
그렇다보니 혼나기도 많이 혼나고 하루 종일 묶여있었던 적도 있다고 하죠.
시간이 흘러 후아나가 16세가 된 1496년. 플랑드르 지역의 부르고뉴 공국의 필리프 공작과 결혼을 하는데요.
필리프 공작은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인 막시밀리언1세의 아들이었습니다.
심지어 그의 별명은 '잘생긴 필리프' 또는 '미남왕'으로 불릴 정도로 출중한 외모의 소유자였죠.
문제는 그렇게 잘생긴 만큼 여성 편력도 심하고, 바람끼 다분한 남자였던 것인데요.
아무튼 후아나 공주는 어린 나이에 잘생긴 필리프 공작을 보자마자 첫눈에 반해버렸고 그를 깊이 사랑하게 되었죠.
그런데 슬픈 사실은 남편인 필리프 공작이 후아나의 애정공세를 부담스러워했던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필리프 공작은 후아나 공주에게 눈길을 주지 않고 자꾸 밖으로 나돌며 바람을 피기 일수였고 그럴수록 후아나는 더더욱 그런 남편의 뒤꽁무니만 쫓아다니며 남편의 사랑을 갈구하고 있었죠.
그렇게 부부 사이는 날이 갈수록 악화되었고 자주 다투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남편과 지독하게 다투고 난 후엔 후아나는 밤새 펑펑 울면서 벽에 머리를 박아댔다고 하는데요.
피가 철철 나도록 머리를 박아 댔으니 주위 사람들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고 하죠.
남편에 대한 사랑이 집착으로 변한 후아나는 남편과 바람을 피던 여자를 잡아와 피투성이가 되도록 두들겨 패자 그를 본 필리프는 화를 내며 후아나의 뺨을 때리기도 했습니다.
결국 필리프는 참다못해 결혼 6년째 되던 어느 날 자신의 영지이자 결혼 전에 수많은 여자들과 신나게 놀았던 플랑드르로 돌아가 버렸죠.
당시 후아나는 필리프의 자식을 임신 중이었는데 가지 말라고 울고 불며 매달렸지만 결국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버렸습니다.
후아나는 슬픔을 참지 못하고 플랑드르로 남편을 쫓아가려고 했지만 어머니 이사벨 1세가 반대하는 바람에 쫓아가지는 못했죠.
남편을 그렇게 보내고 혼자가 된 후아나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우울증에 시달렸고 주위 사람들에게 그 스트레스를 풀기 시작했습니다.
시녀들에게 욕을 하고 구타를 가하기도 했고 작은 실수에도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대는 등 반쯤 미쳐가고 있었죠.
결국 딸의 그런 모습을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이사벨 1세는 후아나가 플랑드르로 남편을 찾아 떠나도록 허락해 주었습니다.
그러자 태어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던 자식을 내팽개쳐놓고 그녀는 남편을 찾아 플랑드르로 가서 드디어 고대하던 남편을 만났지만 역시나 필리프는 다른 여자와 놀아나고 있었죠.
눈 돌아간 후아나는 남편 필리프와 바람을 피웠던 여자의 머리카락을 가위로 모조리 잘라버렸고 얼굴도 가위로 그어버렸다고 합니다.
필리프는 후아나의 그런 난폭한 모습에 경악했고 더더욱 그녀를 찾지 않고 거리를 두려고 했죠.
남편의 그런 모습에 또 후아나는 가슴속 깊은 곳에 상처를 받았습니다.
그러던 1504년. 이사벨 1세가 세상을 떠나자 다음 후계자였던 후아나가 왕위를 물려받게 되었죠.
오빠 후안과 언니가 있었지만 일찍 세상을 떠나며 후아나가 후계자가 되어버렸고 후아나가 나라를 통치하는데에 걱정이 많던 이사벨 1세는 유언장에 만약 후아나가 나라를 통치할 의지가 없을 경우에는 후아나의 아들이 성년이 되기 전까지 아버지 페르난도 2세의 섭정을 허가한다는 조항을 넣어놓았습니다.
하지만 이 조항이 딸 후아나에게 치명적인 조항이 될 줄은 이사벨 1세도 알 수 없었겠지요.
아무튼 그렇게 후아나가 왕위를 물려받자 남편 필리프와 아버지 페르난도2세의 태도가 달라졌죠.
둘 다 카스티야 왕국에 군침을 흘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버지 페르난도 2세는 딸인 후아나가 정신질환 증세를 보인다며 자신이 카스티야를 섭정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필리프는 여왕의 남편으로써 권리를 주장해 마침내 카스티야의 왕 펠리페 1세로 인정받게 되었죠.
하지만 남편과 아버지 간의 정치적인 싸움질 덕분에 후아나의 우울증은 더욱 심해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남편인 펠리페 1세가 카스티야 왕위에 오른지 불과 두 달 만에 갑자기 장티푸스로 사망하게 되었는데 후아나는 너무 슬픈 나머지 정신적인 충격을 심하게 받았고 더욱더 미쳐가고 있었죠.
남편이 죽고 나서 수많은 괴이한 행동을 했는데요.
그 때문에 그녀는 '미친 후아나' 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습니다.
후아나는 남편을 그라나다 지역에 매장하기 위해 길을 나섰는데요.
그라나다로 가는 도중에 계속 관뚜껑을 열어 남편의 시신을 바라보고 있기도 하고 얼굴을 만지거나 볼이나 입술에 키스를 하기도 했죠.
그렇게 남편이 죽고 나서 완전 넋이 나간 후아나를 대신해 아버지였던 페르난도 2세는 그녀에게서 모든 권력을 빼앗고 섭정을 하며 사실상 카스티야 왕국을 통치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후아나와 후아나의 딸인 카탈리나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토르데시야스성에 가둬버렸죠.
후아나의 딸인 카탈리나는 어린 시절 내내 감옥 같은 성에 갇혀 지냈는데 하루 종일 창문 밖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1516년 1월이 되자 페르난도 2세가 세상을 떠났고 후아나는 아버지의 왕위까지 이어받으며 아라곤의 여왕까지 되었지만 자신은 계속 성에 갇혀 살았기 때문에 모든 권력은 아들인 카를로스 1세에게 넘어갔죠.
그렇게 그녀는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성 밖으로는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한 채 그곳에 갇혀 쓸쓸히 지냈습니다.
아들이었던 카를로스 1세는 성에 갇혀지내던 어머니 후아나를 구해주지도 않고 훗날 왕국들의 통치권을 넘긴다는 문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하기도 하는 등 불효 막심한 아들이기도 했죠.
후아나는 필리프와 2남 4녀를 낳긴 했었지만 막내 카탈리나를 제외한 자식들 모두가 태어났을 때부터 후아나와 떨어져 지냈기 때문에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나 정은 전혀 없었고 그녀를 찾는 자식이 단 한 명도 없었던 매우 불행하고 쓸쓸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렇게 후아나는 평생을 남편 펠리페 1세만 그리워 하면서 성에 갇혀지내다가 1555년 4월, 7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게 되었죠.
그녀가 실제로 정말 정신질환을 겪었었는지 아니면 자신의 자리를 노리던 남편과 아버지에 의해 만들어진 정신질환이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합니다.
다만 훗날 여러 학자들은 그녀는 정치적인 희생양이 되어 미친 사람 취급 받았을 것이라는 의견에 더 많은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하죠.
과연 후아나는 카스티야 왕국과 아라곤 왕국의 왕위를 원했을까요?
그녀는 남편에게 사랑만 받았다면 왕위 따윈 이어받지 않았어도 행복한 삶을 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놈에 권력이 뭔지 아버지와 남편 그리고 아들에 의해 미친 여자로 만들어져 불행한 삶을 살다간 후아나 여왕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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