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에게 권한을 부여받아 온갖 악행을 저질렀던 공포의 환관 조직 동창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명나라는 환관의 나라였다고 할만큼 환관들의 권세가 너무나도 강력했고 고위 관료들마저 환관들의 눈치를 봐야 할만큼 그 위세가 대단했습니다
환관들이 그런 힘을 가질수 있었던 이유는 수많은 암군들이 환관에게 그런 힘을 주었던것 뿐만아니라 자체적으로 '동창'이라는 비밀정보조직을 가지고 지금으로 따지면 경찰과 검찰, 판결에 사형집행까지 모든걸 할수 있었기 때문이죠
오늘은 명나라를 멸망으로 이끄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환관들로만 구성된 명나라의 비밀정보조직 '동창'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1368년 주원장은 명나라 황제로 등극한 뒤 1382년에 황성과 수도의 호위를 위해 금의위라는 특무조직을 만들었죠
이 금의위는 황제의 의장과 황성 수호, 수도 순찰이나 죄인을 체포하고 심문 등을 했었는데 이들의 가장 무서웠던 점은 형부의 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자체 기관인 금부옥에 잡아와 죄인을 투옥하고 심문한 뒤 처형까지 했던 것입니다
그 정도로 금의위의 권한이 막강하다보니 조정 대신들의 반발이 있었고 이로인해 주원장은 결국 금의위를 폐지해버렸죠
그리고 이후 손자였던 건문제가 즉위했지만 삼촌인 연왕 주체가 정난의 변을 일으켜 건문제를 몰아내고 영락제가 된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반란으로 정권을 잡았었기 때문에 건문제의 신하로 있던 사람들이 영락제를 따르지 않았고 건문제의 신하들이 자신을 따른다 하더라도 영락제 입장에서는 영 못미더웠던 것이죠
또한 영락제는 재위기간 내내 정통성 문제에 시달렸는데 심지어 건문제가 아직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풍문이 나돌기도 했고 언제 누가 모반을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으며 언제든지 누군가가 자신을 몰아내고 다른 사람을 황제로 옹립할수 있다는 의심을 떨치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영락제는 불안한 마음을 그나마 좀 편하게 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따르든 따르지 않든 항상 감시를 해야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고 그렇게 그는 아버지 홍무제가 없앴던 금의위를 다시 부활시켰던 것이죠
하지만 영락제는 금의위만으로는 불안하다 생각했기 때문에 1420년, 새로운 정보기관인 '동창'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는 정난의 변을 일으켰을때 환관의 도움이 컸었기 때문에 환관이 그나마 제일 믿을만 하다고 느꼈고 항상 황제의 가장 가까운곳에서 자신을 모시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가까이 두고 일을 부리기 쉽다고 생각해서 동창을 이끄는 수장으로 환관을 택했죠
그렇게 영락제는 자신이 신임할수 있고 충성심이 확인된 환관들만을 모아 동창을 맡겼습니다
동창은 황제의 직속 정보조직으로써 신하들을 견제하면서 황권을 강화하고 황제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지만 동창 소속 환관들의 권한이 강해질수록 그들이 일삼는 악행이나 월권이 나날이 심해졌고 그에 따른 폐단이 만만치 않게 나타나게 되었죠
이 동창의 원래 이름은 '동집사창(東緝事廠)'인데 이를 줄여서 동창이라고 불렀고 이 골때리는 조직은 명나라가 멸망할때까지 엄청난 악명을 떨치기 시작했습니다
동창의 우두머리를 동창장인태감(東廠掌印太監) 혹은 창공(廠公), 창주(廠主), 창독(廠督), 독주(督主)라 했는데 이는 환관 서열 중에서 가장 높은 사례감장인태감(司禮監掌印太監) 다음가는 두번째로 높은 자리였죠
이들의 기세가 얼마나 등등했는지 동창은 사용하는 도장에서도 그 권력이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다른 기관의 도장들은 그 부서의 명칭만 적어놓았을 뿐인데 동창의 도장에는 "흠차총독 동창관교 판사태감관방(欽差總督東廠官校辦事太監關防)" 이라고 14글자나 새겨져 있었다고 하죠
여기서 흠차란 황제의 명령으로 보내진 파견인이라는 뜻으로 자신은 황제의 명령을 받아 온 사람이라고 떡하니 적어 놓은것입니다
그러다보니 동창에 속한 환관들은 황제의 최측근 행세를 하며 온갖 전횡을 일삼았는데요
동창의 수장인 독주에게는 약 15만명이나 되는 부하들이 있었으며 이들은 전국 각지에 점조직 형태로 흩어져 온갖 정보를 수집했습니다
이들은 거의 모든 일을 하다시피 했는데 처음에는 관리들이 부정을 저지르지 않는지 또는 모반의 조짐이 있는지와 같은 중요한 정보를 모으는 일을 주요 임무로 삼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민간의 사소한 일까지 모든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죠
심지어 육부(이호예병형공)의 모든 문서도 동창에서 파견된 환관이 검사를 했고 주요 관리들과 황족들은 동창에 의해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 당했습니다
거기다가 같은 정보기관이던 금의위까지 감시했다고 하죠
심지어는 시장에서 어떤 채소가 얼마에 팔리는지 쌀은 얼마인지와 같은 물가에 대한것까지 모두 기록했고, 언제 어디서 무슨 사고가 났고, 심지어 낙뢰가 친것까지 다방면에서 정보를 모았으며 민심을 살피고 여론을 조작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습니다
또한 이들은 황제에게 직접 보고할수 있는 권한도 있었기 때문에 황제랑 직접 대면할수 있는 특권을 이용해 온갖 막장스러운 짓을 하기도했죠
만약 관리들이나 황족, 군인들 중 사소한거라도 꼬투리가 잡히게 되면 바로 잡아들일수 있었는데 이것은 죄가 있든없든 마음에 안드는 사람이 있으면 온갖 죄를 뒤집어 씌워 마음대로 잡아올수 있었다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거기다가 자신들에 반대하는 정적들은 가차없이 모조리 잡아들일수 있었으며 죄가 있든 없든 동창에 잡혀간 사람은 혹독한 고문으로 인해 없는 죄를 자백해야 했거나 반신불수가 되었고 심지어 죽임을 당하기까지 했죠
원래 동창은 정보수집과 체포만 담당하고 죄인을 심문하고 처벌하는것은 금의위에서 했었는데요
나중에는 동창에서도 스스로 감옥을 만들었고 사법기관을 거치지 않고 죄인을 가두고 처벌하는 권한까지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점차 동창의 힘이 계속해서 강해지다 보니 나중에는 금의위보다 더 강한 조직이 되어버렸으며 금의위의 수장인 지휘사는 동창의 수장인 독주를 만나면 무릎꿇고 절을 하기도 할 정도였죠
그렇게 동창에서는 막강한 권력을 바탕으로 무자비한 반대파 숙청을 자행하면서 조정을 장악하게 된것입니다
여차하면 목이 달아날수도 있었기 때문에 조정 고위 관료들까지 환관들의 눈치를 봐야했고 나중에는 환관들이 대신들을 집합 시킨 뒤 단체 기합을 주기도 할 정도로 환관과 동창의 힘은 대단했죠
뿐만 아니라 동창의 환관들은 개인적인 사리사욕을 챙기기도 했는데요
매관매직을 일삼는건 기본이었고 심지어 일반 백성들에게도 여러가지 죄를 덮어씌워 돈을 바쳐야지 풀어주기도 했죠
또한 지방관들이 수도인 북경에 들어올려면 뇌물을 바쳐야 했고 황제를 알현하려면 또 돈을 바쳐야 했습니다
심지어 먼지방에도 부하들을 파견해 백성들의 고혈을 쥐어 짰죠
그러다보니 먼 지방에 살던 사람들도 북경에서 화려한 옷을 입은 누군가가 나타나면 두려움에 떨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동창은 황제 직속의 정보기관일 뿐만아니라 체포와 심문, 기소에 판결, 그리고 처형까지 할수 있는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질수 있었기 때문에 흉악하고 잔혹한 일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저지를수 있었고 자신들이 원하는 일은 모두 다 할수 있었던 것이죠
그렇게 환관들의 권력이 대신들의 권력까지 뛰어넘어 황제의 권력까지 넘볼려고 하다보니 점점 국가의 기강이 문란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동창의 우두머리 중 대표격인 인물들이 왕진, 유근, 풍보, 위충현 등이 있죠
하나같이 다들 나라를 말아먹은 악독한 환관들이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동창이 너무 비대해 지다보니 성화제는 동창을 견제하고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환관 왕직을 시켜서 '서창'을 만들기도 했지만 왕직이 서창을 개인 정보기관처럼 만들어 권력을 남용하자 폐지해 버리기도 했죠
그리고 정덕제 시절 환관 유근은 동창을 본떠 만든 '내행창'을 만들어 나라의 모든 관리와 백성들을 감시하면서 자신의 권력을 위해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천계제 시절에 환관 위충현은 동창의 수장이되어 황제보다 더 큰 권력을 휘둘렀는데 그가 얼마나 기고만장했는지 황제 앞에서도 말에서 내리지 않았을 정도였죠
이렇게 환관들이 동창을 통해 온갖 정보를 입수하고 그것에 따라 반대파들을 모함하고 제거해 나가면서 세력을 키워나가자 점점 충신들과 유능한 신하들이 죽임당하거나 관직을 버리고 조정을 떠나버렸고 그만큼 명나라의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었습니다
그러다 결국 숭정제를 마지막으로 반란군 이자성에 의해 멸망하고 말았던 것이죠
동창의 악행이 너무나도 지나쳤다보니 동창이나 환관이 나오는 대부분의 영화에서 빌런은 환관들이 독차지 할정도 입니다
진짜 환관이 권력을 잡거나 환관의 말에 귀 기울인 나라 치고 망하지 않은 나라가 없는것 같은데 환관이 되면 악해지는건지, 악한 사람이 환관이 되는건지 권력이 사람을 악하게 만드는건지 모르겠네요
지금까지 황제의 직속 비밀 정보조직이었다가 환관들의 권력 도구로 전락해버린 동창에 대한 이야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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