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수의 병사로 20일 넘게 몇배나 차이나던 제갈량의 군대를 막아낸 위나라 장군 학소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오늘은 삼국지에서 최고의 능력자 중 하나로 꼽히는 제갈량에게 몇 안 되는 흑역사를 안겨준 인물에 대해 소개해드릴까 하는데요
바로 위나라의 장수이자 수비의 달인으로 평가받는 학소의 이야기입니다
병주 태원군에서 태어난 학소는 젊었을 때부터 기골이 장대해 부곡이라는 지역의 독이 되었으며 이후 여러 차례 전공을 세워 잡호장군까지 승진된 후 10년 동안 하서일대를 잘 지켜냈기 때문에 그 지역 백성들뿐만 아니라 이민족들도 모두 학소에게 복종했다고 하죠
220년에 조조가 죽자 양주에서 국연이라는 인물이 반란을 일으켰다가 금성태수 소칙에게 진압된 후 겨우 용서를 받은 사건이 있었는데 문제는 조비가 새로운 위왕으로 즉위한 후 추기라는 인물을 양주의 자사로 파견하자 국연이 또다시 반란을 일으켰다는 것입니다
주변 지역에 있던 장진과 황화등의 인물들도 반란에 가담했을 뿐 아니라 무위군에 있던 세 이민족까지 합세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세력이 계속 늘어났죠
위기를 느낀 무위 태수 관구흥이 원군을 요청하면서 위나라 조정에서는 학소와 위평을 보내 반란을 진압하도록 했습니다
처음 학소와 위평은 생각보다 많은 반란군을 보고 섣불리 공격을 하지 못했지만 금성태수 소칙이 그들을 설득하면서 함께 무위군을 공격해 먼저 이민족들을 격파한 후 소칙은 국연을 유인해 죽여버렸고 학소 또한 장액군에 있던 장진의 목을 베게 되죠
반란군 동지들이 모두 죽자 남아있던 황화는 겁을 먹은 채 항복했고 그렇게 학소의 활약 덕분에 무위의 반란이 진압되었습니다
조진전에 따르면 조진은 제갈량의 1차 북벌을 막아낸 후 제갈량이 다음에는 진창을 통해 올라오리라고 예상했기 때문에 수비의 달인인 학소를 진창에 두면서 그곳을 지키게 했다고 하는데요
그해 12월 조진의 예상대로 진창에 나타난 제갈량은 성을 공격했지만 학소가 워낙 적의 공격을 막을 준비를 잘해둔 상태였기 때문에 도저히 성을 함락시킬 방법을 찾지 못한 채 전투가 끝나버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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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제갈량은 학소와 같은 고향 사람인 근상을 보내 그를 설득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학소는 근상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하며 "그대는 나와 같은 고향 사람이니 나의 사람됨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을 것이오
그리고 그동안 내가 나라로부터 받은 은혜가 많은 데다 만약 내가 위를 배신하면 나의 집안사람들이 모두 위험 해질 것이니 더 이상 말할 것 없이 나는 오직 목숨을 바쳐 이 진창성을 지킬 뿐이다
제갈량에게는 나를 높게 봐줘서 감사하다는 말이나 전해달라"라고 소리쳤죠
근상에게 학소의 말을 전해 듣고 더욱 욕심이 난 제갈량은 한 번만 더 설득을 해 보라고 하며 근상을 다시 학소에게 보냈습니다
또다시 학소와 마주 선 근상은 학소가 거느린 병사들의 수가 촉나라의 병사들에 비하면 보잘것없이 적으니 촉이 공격을 시작하면 학소와 그의 부하들은 덧없이 목숨을 잃게 될 것이라 말하며 더 이상 버티지 말고 항복할 것을 설득했죠
하지만 학소는 "이제 보니 당신은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잘 모르는 모양인데 나는 이미 죽음을 각오했으니 더 이상 쓸데없는 말하지 말라"며 더 이상의 대화를 거부했습니다
결국 제갈량은 수만 명의 군대를 이끌고 공격을 다시 시작했는데 당시 진창성을 지키던 학소군은 겨우 천명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상황은 위나라에 너무나도 불리해 보였고 진창성은 곧 함락될 듯 보였죠
그런데 학소는 촉군이 성벽을 넘어가기 위해 접이식 사다리를 매달고 접근하는 운제라는 공성병기를 이용해 공격을 해오자 침착하게 불화살을 쏴서 태워버리더니 다음에는 촉군이 성문을 부수는데 쓰이는 충차를 끌고 오자 병사들에게 돌절구에 밧줄을 묶어 던지도록 하면서 충차를 모두 부숴버렸습니다
그렇게 연달아 공격에 실패한 제갈량은 이번에는 정란이라는 공성병기를 끌고 왔는데 정란은 성벽보다 더 높게 마치 탑처럼 만들어놓은 건물 위에서 성벽 위에 있는 적군에게 화살을 쏘도록 만들어진 무기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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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군은 정란 위에서 활을 쏘면서 성벽 위 위군을 견제하는 동시에 흙으로 산을 쌓아서 성벽 주변에 만들어놓은 참호를 메워버리고 성벽을 오르려고 했지만 학소는 성 안에 두 겹으로 된 담장을 쌓아 또 다른 임시성벽을 만들어내면서 겨우 성을 넘는 데 성공한 촉군을 절망에 빠트려버렸습니다
과거 공손찬이 지키는 역경루를 원소가 함락시켰던 일을 따라한 것인지 제갈량이 이번에는 땅굴을 파서 진창성을 기습하려 했지만 학소는 미리 성 안에 가로로 길게 땅을 파놓으면서 만약 촉군이 몰래 땅굴을 파고 들어오더라도 그들의 모습이 바로 들켜버리도록 해버렸죠
이렇게 학소는 20일에 가까운 시간 동안 수십 배나 더 많은 제갈량의 군대를 잘 막아내면서 제갈량의 북벌 소식을 듣고 조진이 곧바로 보낸 위나라의 비요를 시작으로 형주에서 중앙군을 이끌고 밤낮으로 달려 나온 장합과 왕쌍의 원군이 도착할 때까지 진창성을 지켜내는 데 성공하게 됩니다
그렇게 학소에게 막혀버린 제갈량은 결국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채 퇴각했고 학소는 천하의 제갈량을 훌륭히 막아낸 공을 인정받아 관내후에 봉해졌죠
이후 조예는 수도로 돌아온 학소를 직접 불러내 그의 업적을 칭찬한 후 앞으로 학소를 중요하게 쓸 것을 약속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어쩌면 그 후로 최고의 전성기를 보낼 수도 있었던 학소는 수도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병에 걸리며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학소는 죽으면서 아들인 학개에게 유언을 남겼는데 그 내용이 조금 특이했죠
"나는 장수로 평생을 살았지만 그것이 그리 좋은 일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적과 싸울 때 화살이 떨어지면 어쩔 수 없이 남의 무덤을 파헤쳐 그곳에 있던 돌과 나무를 꺼내 싸움도구로 쓴 적이 많았는데 그런 것을 생각하면 죽은 뒤 장례를 성대하게 치르는 것이 죽은 자에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싶은 생각이 드는구나
그러니 너는 내 장례를 화려하게 치를 필요 없이 평소 입던 옷을 입혀 염하거라
사람이 살아있을 때나 어디에 사는지가 중요하지 죽은 뒤에 어디에 어떻게 묻히는지가 뭐가 그리 중요하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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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의에서 학소는 출신지역이 농서로 바뀌기는 했지만 진창에서 제갈량에게 패배를 안기는 장면은 똑같이 나옵니다
정사에서의 제갈량은 군대를 통솔하는 능력보다 재상으로서 나라를 다스리는 능력을 더 높게 평가받는데 비해서 연의에서의 제갈량은 그야말로 패배를 모르는 완벽한 지휘관에 가까운데 그런 제갈량이 이끄는 부대를 상대보다 훨씬 적은 병력으로 완벽하게 막아냈으니 어쩌면 연의에서의 학소의 활약이 더 뛰어나 보일 수도 있는데요
때문에 촉나라를 응원하며 삼국지를 읽었던 사람들 중 천하의 제갈량의 공격을 별로 유명하지도 않은 학소라는 장수가 막아내는 것을 보고 엄청난 충격을 받은 사람들이 많았다고 하죠
그런 임팩트 때문인지 그리 많은 곳에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학소의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합니다
연의에서는 진창성을 점령하는데 실패한 제갈량이 몇 년 후에 진창성을 다시 공격했을 때 병에 걸려 누워있던 학소가 적이 쳐들어왔다는 소리를 듣고 놀라서 죽었다는 이야기를 포함시켰는데 이것은 완벽한 패배를 당한 제갈량에게 복수할 무대를 만들어주기 위해 나관중이 지어낸 얘기라고 하죠
실제로는 제갈량이 진창성을 다시 공격한 적은 없었으며 학소는 진창성을 지킨 공으로 열후에 오른 후 짧지만 편한 삶을 보내다 아들에게 유언을 남긴 다음 사망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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