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이 나라를 심하게 개판쳐놓은 덕분에 명군 소리까지 들었던 명나라 황제 융경제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예전에 가정제와 만력제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가정제는 도교에 심취해 자신을 신선이라 칭하며 궁녀들의 생리혈을 이용해 불사의 약을 만든다며 설쳤던 암군이고 만력제는 30여년간 아무것도 안했던 파업군주였죠
이 둘사이는 할아버지와 손자 사이인데요
중간에 끼어있는 황제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융경제 입니다
융경제의 아버지인 가정제와 아들인 만력제가 워낙 개판을 쳐놨던 탓에 융경제는 명나라 후기 명군이라는 소리까지 듣게 되죠
오늘은 이 융경제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그의 이름은 주재기(朱載坖)로 가정제의 셋째아들로 태어났죠
가정제는 명나라를 대표하는 암군이었지만 무려 45년이나 황제자리에 앉아 있었는데요
가정제는 워낙 도교에 심취해 있었는데 어느날 어느 도사가 가정제에게 용이 두마리(황제와 태자)면 서로 상극이니 가능하면 접촉을 피해야 태자가 죽는걸 막을수 있다 라고 말했던 것이죠
이에 가정제는 뭔 개소리냐며 별로 신경 쓰지 않았는데요
장남인 주재기(朱載基)가 일찍 죽어버리자 차남인 주재예를 태자로 앉혔는데 얼마안가 주재예까지 세상을 떠나버렸고 이때부터 그는 전에 도사가 말했던 이룡불상견(二龍不相見) 주장을 믿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가정제는 또 다시 셋째아들인 주재기(朱載坖)를 태자로 삼았다간 그 마저 죽을까봐 아예 태자 책봉을 하지 않았죠
그러다보니 주재기는 황태자가 했어야 할 황제가 되기 위한 공부를 전혀 하지 못한채 살았고 심지어 끝내 태자로 책봉이 되지 않다가 가정제가 죽고나서 30살의 나이에 곧장 황제로 즉위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와 다르게 훌륭한 정치를 펴나갔는데요
가정제에게 쓰디쓴 직언을 했다가 파면되었던 해서를 다시 불러 등용했고 또한 서계, 장거정, 고공 등 뛰어난 신하들이 그를 도와 내정을 담당했으며 척계광이나 이성량 등 대단한 장수들은 외적의 침입을 막는 등 외정을 담당하면서 훌륭히 나라를 통치했던 것이죠
또한 당시 명나라는 조공무역만이 정상적인 무역으로 인정하고 다른 외국과의 무역은 금지시켰었습니다
하지만 융경제는 도택민의 주장을 받아들여 다른 외국과의 해양 무역과 개방정책을 시작했죠
당시 유럽에서는 대항해시대가 열려 포르투갈 상인들이나 여러 유럽 상인들이 중국에 찾아오기 시작했는데 시작하자마자 명나라의 무역량이 순식간에 증가하면서 막대한 양의 은이 명나라로 흘러 들어왔다고 합니다
한편 가정제 시기때는 민란이 끊이지 않았고 몽골과 왜구, 타타르가 자꾸 침공해 계속해서 명나라를 괴롭히던 시기였는데요
융경제는 왜구들과 북방 민족들의 문제를 해결해야겠다 생각하고 예전부터 왜구 전담 일진인 척계광을 보내 왜구들을 완벽하게 소탕해버렸습니다
융경제는 왜구를 소탕한 뒤 척계광을 서북쪽 국경으로 보냈는데 척계광이 명나라의 국경에서 맹활약한 덕에 그렇게 타타르와의 평화 조약도 체결할수 있었죠
또한 지속적으로 괴롭히던 몽골의 문제도 해결해버렸는데요
당시 몽골의 권력가이던 알탄 칸은 몽골 민족의 생존에 필요한 물건들을 명나라와의 조공무역을 통해 얻으려고 했는데 자신들이 여러 짐승들의 모피나 말과 매 등을 조공하면 답례품으로 명나라에서는 비단과 같은 옷감과 식량 등을 받을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한가지 문제가 발생했는데 과거 가정제 시절 백련교의 교주 조전이 명나라에 반기를 들고 몽골로 도망쳐버리는 사건이 일어난것이죠
그런데 문제는 조전이 알탄 칸에게 명나라에 대한 여러 정보를 알려주었고 알탄 칸도 명나라 변방을 침략할때 조전을 찾아가 조언을 구하기도 했던 것입니다
명나라 입장에서 조전은 나라를 팔아먹은 희대의 매국노에다가 찢어죽여도 모자란 원수 같은 존재였던 것이죠
그러던 어느날 알탄 칸의 손자 바간나기가 일족을 거느리고 명나라에 찾아와 투항한 사건이 벌어졌는데요
알탄 칸이 바간나기의 약혼녀가 마음에 들었는지 그녀를 빼앗아 버렸고 그러자 바간나기는 할아버지에게 원한을 품은채 명나라로 투항했던 것이죠
이에 명나라에서는 그를 받아들여 후하게 대접해주었습니다
한편 알탄칸의 아내는 행여나 명나라에서 자신의 손자인 바간나기를 죽여버리지 않을까 우려해 알탄칸을 찾아가 잔소리를 퍼부으며 바간나기를 살려내야 한다고 말했죠
그러자 알탄칸은 명나라 변방을 공격하면 명나라에서 손자를 풀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10만 대군을 이끌고 대동 지역으로 공격해 들어갔습니다
그러자 그곳을 지키던 왕숭고는 몽골 기병을 막아낼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알탄 칸을 설득하기로 마음먹고 사신 포숭덕을 알탄칸에게 보내 손자 바간나기는 예우를 다해 잘 보살피고 있다고 말해줬죠
그러자 왕숭고가 바간나기를 잘 대해 주고 있었던것에 감동한 알탄칸은 조전을 비롯해 몽골에게 투항했던 배신자들을 체포해 명나라로 보내버렸고 그러자 명나라에서도 바간나기를 알탄칸에게 보내주면서 서로 평화조약을 체결하게 되었습니다
바간나기는 이후 몽골에서 소용장군의 칭호를 받게 되었고 조전은 북경으로 끌려가 능지처참을 당했다고 하죠
그리고 융경제는 알탄칸을 순의왕으로 책봉하였고 알탄칸은 명나라의 신하국이 되어 조공무역을 통해 몽골 민족에게 필요한 물자를 얻을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융경제는 항상 위협을 끼치던 북방을 안정시킬수 있었죠
그에게는 유능한 신하를 그 능력에 맞게 잘 활용한다는 점과 대외적으로도 명나라를 안정시켰던 명군의 자질이 보였지만 이렇게 훌륭하게 나라를 잘 이끌어나가던 융경제는 재위 6년만에 세상을 떠나고 마는데요
그에게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지나치게 여색을 밝힌다는 점이었죠
융경제는 재위 5년간 친정을 하다가 마지막 1년에는 재상이던 장거정에게 대리 청정을 맡겨버리고 주색에 빠져버렸습니다
그는 매일밤 수많은 궁녀들과 난잡한 관계를 가졌는데 항상 많은 궁녀들이 그의 곁에서 알몸으로 시중을 들었다고 하죠
매일밤을 그렇게 지내다보니 그의 몸은 피폐해져갔고 나중에는 최음제까지 복용해가며 한번에 여러명의 궁녀들과 쾌락을 즐겼는데 결국 그는 망가진 몸으로 인해 1572년, 36살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죠
이후 융경제의 셋째아들인 주익균이 고작 10살의 나이로 황제로 즉위했는데 그가 바로 명나라 최악의 암군 만력제 입니다
융경제는 별로 유명하지 않은것 치고는 굉장히 훌륭한 정치를 펼쳤지만 아버지 가정제와 아들 만력제가 워낙 대단했던 암군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있는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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