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오사화. 사초 때문에 연산군이 피바람을 불게 된 사건

김일손이라는 사관이 쓴 사초 때문에 연산군이 엄청나게 분노하게 되었고 그 일로 사림파 전체가 죽임을 당하거나 유배를 가는 등 조선 조정에 큰 난리가 난 사건 무오사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의 국보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조실록은 사초를 기초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사초란 사관이라고 하는 관직의 신하가 왕이나 신하들을 따라다니면서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기록해놓은 것으로 왕이 승하하면 임시 기관인 실록청을 만들어 그 사초들을 전부 모아 뺄 건 빼고 넣을 건 넣고 하며 만들어진 것이 실록이었죠.

 

조선왕조실록

 

그래서 당시 사관들은 엄정한 역사의식과 강한 책임감 그리고 공정성을 첫째로 치는 당대 엘리트들이 사관에 임명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초는 왕들이 절대 볼 수 없었는데요.

왕이 사초를 보게 되면 사관들이 왕의 눈치를 보면서 있는 사실 그대로를 적지 못하니 공정성이 무너지고 정확한 사실에 기초한 역사가 쓰여지지 않게 되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이 사초를 본 조선의 왕이 있는데 그 왕은 바로 연산군이었습니다.

사초 열람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나는 연산군과 같은 폭군이다' 라고 선언하는 것으로 인식했기 때문에 연산군 이후의 왕들은 사초를 열람하는 일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사초로 인해 온 조정에 피바람이 부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사건은 바로 '무오사화' 라고 불리는 일이었는데요.

성종이 세상을 떠나고 다음 왕이었던 연산군이 이극돈 등등의 신하들에게 성종의 실록을 만들라고 지시를 내렸습니다.

그래서 사관들이 기록한 사초들을 모았고 검토를 하는 과정에서 성종실록 편찬의 총지휘자였던 이극돈이 김일손이라는 사관의 사초를 보게 되었는데 이 김일손의 사초는 정말 말도 안 되고 얼토당토안한 내용이 엄청 많았던 것입니다.

 

사관

 

김일손은 공정하고 정확한 사실만을 기록해야 하는 사초에 근거도 없는 내용을 자기 마음대로 뇌피셜 만으로 적거나 지인이 알려준 소문에 불과한 내용을 적기도 했고 더 심각한 것은 개인적인 일기장 같은 것에 적어도 문제가 될만한 내용들을 사초에 엄청 적어 놓았던 것입니다.

 

성종실록을 집필할 때 실록청에 있던 윤호손은 '김일손의 사초는 날짜를 적어놓지 않아서 언제 이 내용을 넣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라고 할 정도로 개판이었죠.

 

그가 쓴 사초 내용에는 사육신이었던 이개, 박팽년 등의 행적을 긍정적인 입장에서 기록해 놓기도 했으며 근거 없는 수많은 소문이나 사실이라 하더라도 세조의 왕위 찬탈을 부정적으로 보거나 왕족을 능멸하고 비판적인 사초를 써놓았던 것이죠.

 

사초 예시(사진은 광주 이씨 가문의 사초)

이 일은 단순히 김일손의 문제만이 아니라 자칫 잘못하면 실록 편찬을 주도하던 자신들의 목숨까지도 위험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였는데요.

이극돈은 이 일을 그냥 덮기엔 훗날 자신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는 일이라 여러 사람들에게 이 사건을 어떻게 할지를 의논했는데 유자광이 이 이야기를 듣자 "이게 어떻게 머뭇거릴 일입니까. 우리는 세조대왕께 큰 은혜를 입은 몸으로써 이를 두고 볼 수 없는 일입니다." 라고 했고 김일손의 사초 내용을 연산군에게 알렸습니다

 

모든 사건의 내용을 보고받은 연산군은 엄청난 분노에 휩싸이게 되었고 바로 김일손이 쓴 사초를 모두 가져오라 지시했습니다.

원칙적으로 왕이 사초를 직접 보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신하들 모두 극렬히 반대했지만 역대 왕들을 욕보이고 왕조를 능멸했으며 거의 역모에 필적하는 심각한 사안이었기 때문에 김일손의 사초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만을 추려서 신하들이 베껴 쓴 뒤 연산군에게 갖다주었습니다.

 

연산군 (영화 간신)

 

사초를 보자 당연히 연산군의 분노는 극에 달하게 되고 즉각 김일손을 잡아들여 직접 국문을 했는데 김일손이 썼던 사초들의 출처를 묻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김일손이 출처를 밝히며 그 사초에 대해 연루된 사람들이 하나하나 엮이게 되었고

잡혀 들어왔으며 모두 심한 고문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심문을 당하던 김일손은 노산군의 시신에 대한 내용을 추궁 당했는데 "김종직이 단종의 일을 분개하며 조의제문을 지었고 그 내용을 사초에 넣었다" 라고 말했습니다.

 

조의제문은 김일손의 스승인 김종직이 지었는데 초나라 항우에게 어린 나이에 죽임을 당한 초나라 왕 의제를 조문한다는 내용이었죠.

그건 바로 항우는 세조를 뜻하고 의제는 단종을 의미하는 매우 위험한 내용이었던 것입니다.

세조의 왕위 찬탈을 비판한다는 것은 세조의 후손이었던 예종, 성종, 연산군 모두의 정통성을 비판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던 것이죠.

 

아무튼 김일손의 증언을 계기로 유자광은 조의제문을 해석하기 시작했고 조의제문은 계유정난을 비난하는 글이라고 해석하고 연산군에게 보고했습니다.

이 일로 김종직의 제자들이 역모죄로 엮이게 되어 모두 잡혀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무오사화는 절정에 이르게 됩니다.

 

김종직의 제자들 명단 또한 김일손이 사초에다가 상세하게 적어놔서 굉장히 빠른 속도로 잡혀들어오게 되었죠.

 

무오사화로 인해 김일손, 권오복, 권경유는 거열형에 처해졌고 그 외에 엮여들어온 다른 사람들도 참수형을 당하거나 곤장 100대 또는 유배형을 당했으며 이들 모두의 스승이었던 김종직은 당시 사망했었는데 묘를 파헤쳐 시체를 꺼낸 뒤 목을 잘랐던 부관참시를 당했습니다.

 

 

김종직은 자신의 어리석은 제자 때문에 이미 죽었지만 한 번 더 죽임을 당하는 능욕을 당한 것이죠.

그리고 실록청 관리들도 파직당하고 좌천당한 사람도 많았으며 유배를 간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후 유자광은 사림파였던 김종직과 김일손의 일을 다시 끄집어내 사림파 전체를 초토화 시키려고 했지만 다행히 그렇게 까지는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어리석은 한 사관의 사초에 의해 당대 큰 세력의 한 축을 이루던 사림파 전체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했던 무오사화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