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를 만만하게 보다가 을지문덕 장군에 의해 살수에서 대패하여 수나라를 중국 역사상 최단기간에 말아먹은 장본인이자 온갖 폭정과 수많은 악행을 저지른 중국 역사상 최악의 폭군 수양제 이야기 1부입니다.
오늘 이야기할 인물은 중국 3대 폭군 중 한 명인 수양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수양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익히 들어본 적 있는 유명한 인물인데요.
그 유명한 살수대첩에서 을지문덕 장군에 의해 대패했던 바로 그 인물이죠.
그는 황제로 등극하기 전에는 이중인격에 굉장한 연기파 배우였고 황제로 등극한 후에는 백성에게 엄하고 자신에게 관대했던 싸이코패스 기질이 다분한 인물이었습니다.
수양제의 이름은 '양광'으로 아버지 양견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죠.
그의 아버지 '양견'은 수문제였습니다.
그와는 다르게 사치하지 않고 방탕하지 않았으며 백성들이 굶어죽어가자 진심으로 눈물을 흘릴 정도로 백성들을 아끼는 좋은 황제였죠.
그런 수문제가 황제로 즉위하자 양광은 13세의 나이로 진왕의 작위를 받았고 이후에는 아버지의 명을 받아 진나라를 멸망시키고 수나라가 또다시 중국을 통일하는데 큰 공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형이었던 태자 양용은 아내의 장례식 때도 향락에 빠져 있었고 굉장히 사치스러운 인물이었는데 그 모습을 본 어머니 문헌황후는 태자가 탐탁지 않았죠.
그런데 훗날 수양제가 되는 양광 또한 사치와 향락에 빠져 있었지만 부모님이 자신의 처소로 찾아올 때면 청렴하고 여색을 밝히지 않는 것으로 보이기 위해 연기를 했는데요.
일부러 옷도 헤진 것을 입고 다녔으며 예쁘고 젊은 여자들을 숨기고, 늙고 추한 여자들에게 시중을 들게 하는 등 자신을 철저히 위장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 눈에 잘 띄는 곳에 줄이 끊어지고 먼지가 수북이 쌓인 거문고를 두었는데 수문제는 그것을 보고 둘째 아들 양광은 노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구나 생각해 크게 기뻐하였다고 하죠.
또한 사냥을 나갔을 때 소나기가 와서 시종이 비옷을 주자 병사들이 모두 비를 맞고 있는데 어떻게 나만 입을 수 있냐며 연기했고 그 일에 대해 들은 수문제는 흐뭇해했습니다.
이렇게 부모님들께는 착한 척 연기하는 동시에 뒤에서는 형 양용을 태자 자리에서 끌어내리려고 온갖 술수와 모략을 일삼았죠.
어머니가 태자의 궁에 찾아간다는 소식을 들은 양광은 예쁜 궁녀들을 태자궁에 보내 형과 함께 술을 마시게 했고 수문제가 아플 때면 태자가 빨리 아버지가 죽기를 바란다는 소문을 내기도 했죠.
이런 일련의 행동들이 성과를 이루어내 결국 양용이 태자 자리에서 쫓겨나고 양광이 태자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사람들이 있을 때는 피눈물 흘리며 슬픈 척 연기하다가 집에 돌아가서는 술과 고기를 먹으며 어머니의 죽음을 기뻐했다고 하죠.
아내의 죽음에 우울증에 걸린 수문제는 결국 중병에 걸려 앓아눕게 되었습니다.
아버지의 수명이 거의 다했다고 생각한 양광은 한 신하와 함께 수문제가 죽고 난 후 어떻게 행동을 취할지에 대한 서찰을 주고받았었는데요.
어느 날 한 궁인의 실수로 그 서찰이 수문제에게 들어가게 되었고 양광의 야욕을 알게 된 수문제는 이런 양광의 속내를 알아차리고 분노했죠.
그러고는 곁에 있던 신하에게 양광을 태자에서 폐출하고 다시 양용을 태자로 삼으라는 조서를 쓰라고 했지만 이미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던 양광은 군사들을 동원해 황궁을 장악했고 아버지를 결국 죽이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형 양용 또한 군사를 보내 죽였습니다.
그렇게 황제로 보위에 오른 양광은 드디어 수양제가 되었죠.
그는 황제가 되자마자 평소 마음에 두고 있던 아버지의 첩인 진귀인을 강제로 범했고 아버지인 수문제가 평생 동안 각고의 노력 끝에 쌓아올린 나라의 부를 순식간에 탕진하기 시작했습니다.
즉위하자마자 만리장성을 보수했고 2700km에 달하는 대운하를 건설하게 됩니다.
대운하 건설에 동원된 한해 인원만 1억 5천만 명에 달했고 운하 건설 중 실수라도 한번 생기면 관리자와 인부들이 줄줄이 강가에 생매장 당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물속에서 작업하던 인부들은 물 밖으로 나올 시간이 없을 정도로 빠듯한 일정에 온몸이 부르트고, 심지어 살이 썩어 구더기가 끓기도 했습니다.
대운하 이외에도 수십 개의 행궁을 만들었고 크기가 10리가 넘는 인공 호수를 파기도 했으며 낙양을 제2의 수도로 삼아 낙양에 봄날 풍경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 가을에 낙엽이 떨어지면 궁녀들을 시켜 비단을 꽃잎처럼 잘라 나무에 가득 붙이기도 하는 등 엄청난 국고를 낭비하기 시작했죠.
게다가 3만 명이 넘는 악대와 광대들을 불러 모아 공연을 하게 하기도 했는데 공연에 필요한 복장을 만드느라 나라의 옷감이 바닥나기도 했습니다.
또한 그는 한번 어디로 놀러 갈 때면 대규모 선단을 이용해 이동했는데 대규모 선단을 만들 때 투입된 사람도 20만 명이 넘었다고 하죠.
자신의 배에는 금으로 치장해 굉장히 호화스러웠고 한번 놀러 갈 때마다 1,000척이 넘는 배를 동원했고 그 배를 호위하는 군사가 또 굉장히 많았으며 거기서 드는 비용 또한 말도 안 되게 엄청났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수양제가 거쳐가는 마을이나 도시들은 갖은 금은보화와 진귀한 지방의 음식들을 바치다 등골이 휘었는데 그 모든 재화는 백성들을 수탈해서 나온 것이었기에 백성들의 삶은 더 피폐해졌죠.
오죽하면 백성들은 홍수나 가뭄, 메뚜기떼 같은 천재지변보다 수양제가 자신들의 고을을 지나가는 것을 더 두려워했다고 합니다.
수양제가 행차하다 길이 막히면 터널을 뚫기도 하고 관풍행전이라는 이동식 궁전을 짓기도 했기 때문에 백성들이 짊어진 노역 또한 너무나도 고되고 힘들었죠.
그래서 백성들은 스스로 자신의 손이나 팔을 잘라서라도 노역을 피하고자 했는데 여기서 '팔, 다리가 없는 것이 복이다' 라는 뜻의 '복수복족' 이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수양제는 노역할 남자가 부족해지자 여자들을 징용하기에 이르렀죠.
신하들 중 그 누구도 죽음이 두려워 간언하는 자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수양제도 건드리지 못하는 한 나라가 있었는데요.
그 나라는 바로 동쪽에 있던 고구려였습니다.
수양제는 결국 눈에 가시였던 고구려를 정벌하기 위해 군사를 일으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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