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량도 못해낸걸 해낸 촉나라 최고의 능력자 장억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인기가 없는 후반부에 등장하는 장수인탓에 별로 존재감이 없는 장수로만 기억되고 있죠
우리에게 알려진 그의 모습이라고 하면 제갈량의 남만정벌에 참여했다가
축융부인이 던진 단도를 팔에 맞으며 적에게 사로잡히는 장면이나
왕쌍이 던진 유성추를 등에 맞아 부상을 입는 등 들러리 수준에 불과하지만
실제 역사에서 장억은 촉나라 최고의 재능중 하나라 불릴 정도의 인물로
제갈량도 해내지 못했던 월수군 토벌을 성공적으로 이끌었으며
오랫동안 남만과 촉 본토를 연결하는 길을 막으면서 촉을 방해했던
모우이 이민족들을 평정하고 다시 역참을 회복시키는 공을 세웠습니다
장억은 가난한 집안 출신이었지만 어려서부터 씩씩하고 절개가 있어서
스무 살의 나이에 현의 공조가 되었죠
유비와 유장군이 서촉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을 벌이느라
각 지역의 치안이 무너진 틈을 타서 도적들이 장억이 있는 현을 공격해 왔는데
현의 관리들이 모두 살기 위해 도망간 와중에 장억만이 혼자 나서서
도적들로부터 마을사람들을 지켜내는데 성공하면서 그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유비가 서촉을 다스리게 되자 그의 밑에 들어가게 되었죠
건흥 5년인 227년 승상 제갈량이 북벌을 하기 위해 한중에 주둔했을 때
수도인 성도 근처에 있는 면죽에서 산적출신인 '장모'등의 인물들이 반란을 일으켜
군자금을 훔치고 관리와 백성을 겁주고 재물을 빼앗는 일이 일어났는데요
이때 도위의 신분이었던 장억이 병사들을 이끌고 그들을 토벌하러 출진했습니다
장억은 그들이 곳곳에 흩어져 싸우기 때문에
한 번에 그들 모두를 사로잡기 어렵다 생각하고는
거짓으로 화친을 맺고 그들을 초대해 술자리를 열었죠
술자리가 한창 무르익었을 때 장억은 직접 부하들을 이끌고
장모 등 오십여 명의 목을 베어 산적들의 우두머리를 모두 없애버렸습니다
이후 장억이 그 남은 무리들까지 모조리 소탕해 버리면서
열흘 만에 반란이 깔끔하게 평정됐죠
장억은 주로 이민족들이 많은 지역에서 근무했는데
그가 최초로 임관한 곳은 강족과 저족들의 지역이었습니다
이때 아문장으로 임명되어 마충의 밑에서 일했는데요
촉나라군이 반란을 일으킨 산군의 강족과 남쪽 4군의 남만을 평정할 때
대부분의 작전을 낸 것이 장억이었는데 그 작전 덕분에 계속해서 승리를 거두고
이민족들을 회유하는 데까지 성공하면서 별다른 피해도 없이 승리했다고 합니다
후에 '유주'라는 인물이 다시 반란을 일으키자
마충은 유주를 토벌하러 떠나면서 장억을 데려갔는데
장억은 이때도 전투에 나설 때마다 가장 큰 공을 세우면서
마침내 유주를 사로잡는 데까지 성공했다고 하죠
건흥 14년인 236년에는 무도의 저왕 '부건'이 항복을 요청하자
촉나라 조정에서 장군 장위를 보내 그들을 맞이하도록 했는데
약속한 날이 지나도 부건이 오지 않자 대장군 장완이 불안해했습니다
이때 장억이 나서서 "부건이 매우 진지하고 간절하게 항복을 요청했는데
이제 와서 그가 마음을 바꾼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다만 부건의 동생이라는 인물이 워낙 교활한 데다
만족들 중에 부건이 항복하려는 데 동조하지 않는 자들도 있다고 들었으니
분명 내부분열이 일어난 듯하옵니다"라는 조언을 올렸죠
며칠 후 그들의 소식이 전해져 왔는데
장억의 말대로 부건의 동생은 자신의 세력을 이끈 채 위나라로 가버렸고
부건만이 항복을 하러 온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장억의 예지력에 모두 감탄했죠
이후 남쪽에 월수군이라는 지역에서 반란이 자주 일어나자
촉나라 조정에서는 장억을 그곳으로 파견했고
장억은 임지로 간지 얼마되지 않아 남만족들을 모두 토벌하면서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했습니다
장억전에 따르면 월수군에서는 승상 제갈량이 반란을 일으켰던 '고정'을 토벌한 뒤에도
각 지역의 우두머리들이 자주 반란을 일으켜 태수를 죽이는 탓에
어떤 사람들도 감히 그곳의 태수로 가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버려진 땅이나 다름없는 곳이었다고 하죠
촉나라 조정의 사람들은 장억이라면 혹시 모른다는 기대를 가지며
장억에게 월수태수의 직위를 내려 그를 파견했습니다
월수군 근처의 촉마족은 그 지역에서 가장 용맹하며
촉나라의 통치를 받아들이지 않는 대표적인 세력이었죠
태수로 부임한 장억은 즉시 병사들을 이끌고 가서 촉마족을 토벌하고는
그들의 우두머리인 위랑을 사로잡았다가 풀어주고
또다시 그를 사로잡았다가 풀어주며 결국 위랑의 마음을 돌리는 데 성공합니다
이후 장억은 조정에 표를 올려 위랑을 읍후로 임명하고
3천 호의 촉마족 부족민들은 모두 그들의 토지와 직책을 지킬 수 있도록 해줬죠
그 소식을 들은 다른 부족들도 대부분이 달려와 장억에게 항복했고
장억은 이 공로로 관내후의 작위를 받게 됩니다
제갈량이 맹획을 일곱 번 사로잡았다가 일곱 번 풀어줬다는
칠종칠금은 그것이 사실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는 반면에
장억은 이민족들의 우두머리를 사로잡았다가
다시 풀어주기를 반복하는 일을 실제로 해냈던 것입니다
촉나라의 남쪽 국경지역에는 '모우이'라는 이름의 이민족들이 살고 있었는데
모우이족 '소기'라는 고을의 수령인 '동봉'과 동봉의 동생 외거등이 반란을 일으키자
장억은 군사들을 일으켜 반란군을 격파하고 동봉을 죽여버렸죠
동봉의 동생인 외거는 서쪽지역으로 달아난 후
자신의 부하 2명을 장억에게 거짓항복시키고 그곳의 소식을 얻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장억은 외거의 의도를 눈치채고는
거꾸로 외거의 부하들에게 후한 상을 약속하고 그들을 부하로 삼아버렸죠
그렇게 장억에게 넘어간 2명의 부하는 다시 돌아가 외거를 죽여버렸고
외거가 죽자 근처의 부족들은 모두 장억에게 항복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얼마 후 한가군 근처 모우이족의 우두머리인 '낭로'가
고모부인 동봉의 원수를 갚겠다며
병사들을 모아 장억을 치려하는 일이 발생했죠
장억은 괜히 그들과 부딪혔다가는 불필요한 피해가 생길 것을 걱정해서
낭로에게 사람을 보내 재물과 고기, 술을 하사하며 그들을 위로했고
따로 낭로의 고모에게도 사람을 보내서 싸울 뜻이 없음을 드러냈습니다
낭로는 장억이 자신에게 막대한 재물을 보낸 것도 모자라
그의 가족들에게까지 성의를 표시한 것에 기뻐하며
자신의 밑에 있던 부족민 모두를 다 거느리고 장억을 찾아갔죠
장억은 자신을 찾아온 낭로와 부족민들을 극진히 대접한 후 돌려보냈고
이후 모우이 부족은 더 이상 반란을 일으키지 않았다고 하네요
모우이족은 오랜 시간 남만지역과 촉나라땅을 연결하는 길을 막으면서
촉나라를 방해해 왔던 이민족이었는데
장억 덕분에 다시 그 길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장억은 이렇게 병사들을 이끌고 싸우는 능력도 뛰어났지만
정세를 읽는 눈도 매우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장억은 처음 비의가 대장군이 된 후 아무런 의심 없이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보고 그에게 편지를 보내 주의를 줬습니다
한나라 광무제 시절의 인물인 '잠팽'과 '내흡'이
모두 자객에게 살해됐던 일을 얘기하며 비의에게도 조심해야 한다는 경고를 한 것이죠
훗날 비의는 정말로 위나라에서 항복해 온 곽수에게 죽음을 당했다고 합니다
오나라의 태부 '제갈각'이 무리해서 원정을 떠나려 할 때도
지금은 무리할 때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그에게 보냈지만
장억의 말을 무시한 제갈각은 결국 패배했고
패배의 책임을 뒤집어쓴 후 목숨까지 잃게 되었죠
254년에 강유가 적도로 출병했을 때는 강유를 따라 선봉에 섰는데
이때 위나라 적도현의 장 이간이 항복을 요청하자 다른 이들은 의심했지만
장억만은 거짓이 아니라 진짜 항복일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후 장억의 말대로 이간이 정말로 백성들을 이끌고 촉군을 맞이했고
많은 사람들이 그런 장억의 식견에 감탄했다고 하네요
비록 이민족들을 토벌하느라 남쪽으로만 나돌아서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장억이야말로 촉나라의 진짜 재능중 하나라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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