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풍, 심배, 저수, 장합, 조운 등 굉장한 인재들을 수하로 두었지만
그들을 활용하여 한 세력을 이끌기에는 능력이 딸리고 담이 작았던 인물 한복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나라를 다스리는 군주가 어리석으면 결국 멸망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데요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인 한복도 삼국지에 나오는 지방군벌들 중
가장 좋은 시작을 했다고 봐도 좋을 만큼 행운이 따랐지만
계속해서 어리석은 선택을 한끝에 결국 원소에게 기주를 내주게 되는 인물이죠
한복은 삼국지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잘 아실만한 예주 영천군 출신입니다
이 지역은 순욱 순유 곽가 서서 종요 진군 등
그 시대 최고라 불릴만한 인재들이 쏟아져 나온 곳이었죠
게다가 당시 후한의 권력을 잡고 있던 동탁이
자신에게 대놓고 맞서는 발해태수 원소를 견제하기 위해 한복을 기주목으로 임명하면서
한복은 난세가 시작된 후 쏟아진 수많은 지방군벌들에 비해서
최고의 시작을 하는 행운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한복이 다스리게 된 기주는 이미 대부분의 개발이 끝난 데다
넓은 평야가 많은 지역이었기 때문에 많은 식량을 거둬들일 수 있었고
인구가 많은 데다 부유한 사람들도 많이 살고 있던 곳이라고 하죠
그리고 후한의 수도였던 낙양과도 매우 가까워서
발달된 교통과 높은 수준의 문화를 가지고 있던 데다가
뛰어난 인재를 구하기에도 매우 유리한 지역이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기주는 군마를 구하기도 쉬운 지역이라
당시 강력한 전력으로 취급받던 기마병을 모으기도 쉬웠던 탓에
군사적으로도 매우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던 곳이었죠
심지어 한복의 밑에는 훗날 원소밑에서 이름을 날리는 전풍과 심배 저수 장합을 비롯해
삼국지에서 가장 유명한 장수중 하나인 조운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이 정도면 망하기도 쉽지 않을 만큼 너무나 좋은 조건이 한복에게 주어졌지만
한복은 이 뛰어난 인재들에게 제대로 된 기회조차 주지 않았고
결국 한복에게 실망한 이들은 다른 주인을 찾아 떠나게 되죠
동탁이 소제를 폐하고 헌제를 새로운 황제로 내세우려 했을 때
다른 신하들은 모두 동탁이 두려워 반대를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때 원소만이 동탁의 의견에 반대를 하고 나섰다고 하는데요
화가 난 동탁이 칼까지 뽑아 들고 원소를 위협했지만
원소는 오히려 천하에 힘 있는 자가 동탁 당신 하나만은 아니라고 소리치며
그대로 자리를 떠나버렸다고 하죠
그리고는 동탁의 보복이 두려웠는지 발해로 몸을 피했습니다
이때부터 원소를 자신의 적이라고 생각한 동탁은
한복을 기주목으로 임명한 후 그에게 원소를 견제하는 임무를 맡겼죠
한복이 어찌나 동탁의 명령을 잘 따랐는지
수시로 괴롭힘을 당한 원소는 한복의 이름만 들어도 치를 떨게 되었다고 합니다
원소는 동탁을 치기 위해 군사를 일으킬 생각이었지만
한복이 부관들을 보내 그의 행동을 감시하는 바람에 거병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폭정을 저지르는 동탁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한복도 동탁을 버리고 원소에게 갈아타는 것이 이득이라는 판단을 하게 되죠
이후 한복이 원소의 거병을 못 본척하면서
원소는 주변의 다른 제후들을 모아 반동탁연합군을 만들게 됩니다
그런데 한복은 동탁과 반동탁연합군 사이에 전투가 벌어진 후에도
계속해서 간을 보며 원소군에게 가는 군량보급을 일부러 끊어버리는 등 방해를 했다고 하죠
덕분에 원소를 비롯한 연합군은 동탁과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한 채
시간만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한복이 계속 연합군을 방해하자
조조나 장막 유대 등 다른 제후들도 점점 한복을 좋지 않게 보았고
심지어 몇몇 제후들은 동탁 다음에 한복을 쳐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죠
위기감을 느낀 한복은 자신의 명령을 받고 연합군에게 가는 군량보급을 끊어버린
유자혜라는 신하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고 그를 추방해 버렸습니다
틈만 나면 자신을 방해하는 한복에게 원한을 품고 있던 원소는
반동탁연합군이 해산하기 전 어떻게든 한복을 처리해 버릴 계획을 꾸미게 되죠
한복의 부하들 중 한복에게 불만을 갖고 있던 국의라는 장수를 매수해서
기주 내부에서 반란을 일으키도록 부추긴 것인데요
하지만 국의는 결국 한복에게 패해서 달아났고
그때부터 원소와 한복의 사이는 극도로 나빠지게 되었습니다
원소는 국의를 이용해 한복을 치려던 계획이 실패하자
이번에는 공손찬에게 몰래 사람을 보내 함께 기주를 치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그 제안을 받아들인 공손찬은 동탁을 치기 위해 잠시 길을 빌리겠다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며 기주를 침공해 왔고
한복은 급히 군대를 끌고 공손찬에게 맞서지만 전투에서 크게 패하며
가지고 있던 병력을 시원하게 말아먹어버리게 되죠
이후 기주의 여러 군현들이 공손찬에게 항복하면서
한복은 온통 공손찬을 막는데만 신경을 쏟을 수밖에 없었는데
원소는 이 틈에 군사를 이끌고 한복의 근거지인 업으로 가서
기주에 있던 흑산적과 장양, 어부라 등의 무리를 전부 격파하고
그들을 자신의 밑으로 받아들이며 세력을 늘렸습니다
그리고는 병사들을 보내 기주로 진군하고 있는 공손찬에게 협력하는듯한 시늉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한복과 같은 영천사람인 곽도와 순심 등을 보내 한복을 협박했죠
순심은 한복에게 공손찬은 도저히 이기기가 어려운 상대이며
어차피 원소도 워낙 능력이 뛰어난 인물이라 한복 밑에 있을 사람은 아니니
차라리 포악한 공손찬보다는 원소에게 항복을 하면
목숨을 건지는 것은 물론 지금의 지위도 보장을 해주겠다며 설득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저수와 경무 등 한복의 측근들은
원소의 군대가 급하게 숫자만 늘린 허수아비들에 불과하고
군량도 얼마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그들을 이길 수 있다며 원소에게 항복하는 것을 반대했죠
측근들의 말대로 원소를 먼저 격파하고 공손찬을 상대하면
충분히 해볼 만한 싸움이었지만 겁을 먹은 한복은 신하들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결국 원소에게 기주목의 자리를 내줘버렸습니다
한복이 생각하기에는 어차피 원소도 강력한 적인 공손찬을 맞아 싸우려면
여태까지 기주를 다스려온 자신의 도움을 받아야만 할 테니
오히려 그렇게 도움을 주면서 뒤에서 원소를 조종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하지만 당장이라도 공손찬이 기주로 쳐들어올 거라는 한복의 생각과 다르게
공손찬은 원소와 맺은 밀약에 따라 잠시 군대를 멈추며
원소에게 세력을 정비할 수 있는 시간을 줬고
원소는 그동안 한복의 측근들을 모조리 숙청해 버린 후
전풍과 심배 등 한복에게 불만을 갖고 있던 신하들을 받아들이며
확고한 기주의 주인으로 거듭나버렸습니다
게다가 한복에게 불만을 갖고 있던 몇몇 신하들이
한복이 살고 있는 집을 찾아가 테러를 벌이는 사건까지 일어나면서
겁을 먹은 한복은 기주를 떠나 진류태수 장막에게 몸을 의지하게 되죠
그런데 원소가 장막에게 사신을 파견하면서
사신이 장막과 귓속말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본 한복은
원소에게 넘어간 장막이 자신을 죽일 거라 생각하고는
겁에 질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합니다
그런 한복을 두고 원소의 부하인 봉기와 정사 삼국지를 쓴 진수는
한복이 한 세력을 이끌기에는 너무 담이 적은 인물이라는 평가를 내렸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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