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옥은 영화 밀정의 실제 인물이기도 합니다.
일제경찰이었지만 의열단원으로 독립운가들을 뒤에서 도왔던 아군인지 일제의 밀정으로 독립운동을 저지하기 위한 스파이 짓을 한 적군인지 과연 그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요?
때는 일제강점기, 의열단원이던 김시현은 일제의 주요 기관들을 폭파하기 위해 중국 상하이에서 폭탄을 제조 했습니다.
폭탄은 문제없이 만들어졌지만 더 큰 문제는 이 폭탄을 어떻게 국내로 반입할 것인가 였죠.
그래서 김시현은 일제의 감시를 피해 몰래 폭탄을 반입해 줄 사람을 물색하던 중 한 인물을 찾게 됩니다.
그는 바로 일제 고등경찰과 간부였죠.
정말로 일제가 절대 의심하지 않을 존재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의열단 단원들은 김시현이 찍은 인물을 믿지 못한다며 결사반대를 했지만 다른 방도가 없었고 알 수 없는 김시현의 자신감에 어쩔 수 없이 그를 믿는 수밖에 없었죠.
오늘 이야기할 인물은 바로 독립운동가 김시현에게 선택된 일본 경찰, '황옥'이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고종 24년인 1887년 5월 3일. 경상도 상주목 산북면에서 둘째 아들로 태어난 황옥은 집에서 한문을 익히고 일본어도 배워 1909년, 23살의 나이로 통감부의 재판소 서기 겸 통역사로 취직을 하게 되죠.
이후 11년간 계속 서기나 통역 일을 하다가 1920년 3월, 마침내 경기도 경찰부 직속 도경부에 특채로 들어가 2년 만인 1922년, 고등경찰과 경부로 승진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경부로 근무하면서 독립투사들을 감시하고 정탐 활동을 벌여왔으며 일제의 경찰로써 임무를 다 하고 있었죠.
그러던 그해에 한 사람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는 바로 의열단의 단원 김시현이었죠.
김시현과 술 한잔하며 대화를 주고 받던 황옥은 마침내 의열단에 가입해 독립운동에 헌신하기로 결의하게 되었습니다.
의열단원들은 여전히 그를 믿지 못하고 있었죠.
일제의 경찰이었고 최근까지 독립운동가들을 감시하고 있었으니 그럴만도 했습니다.
그러던중 1923년에 누군가가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던진 사건이 발생했죠.
이 사건을 일으킨 사람은 다름 아닌 의열단 단원이자 쌍권총으로 유명했던 김상옥이었습니다.
점점 일본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져 오자 황옥은 김상옥에게 일본 경찰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고 무사히 김상옥은 상하이로 몸을 피할 수 있었죠.
그러자 황옥은 폭탄을 던진 범인을 검거하고 관련자들을 모조리 색출한다는 명분으로 중국 천진에 출장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의열단의 단장이던 김원봉을 만나게 되었죠.
그렇게 그는 김원봉에게 독립운동에 가담할 것을 서약하게 되었고 조선총독부와 일제의 조선 침탈 기관들 파괴 및 일제의 주요 인물들과 친일민족반역자들을 암살하라는 지령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김원봉으로부터 폭탄 36개와 권총 5정을 받은 황옥은 의열단 단원인 김시현, 권동산, 김재진 등과 함께 일제의 눈을 피할 수 있게 도와 그 무기들을 중국 단동과 신의주를 거쳐 마침내 경성까지 몰래 들고 올수 있었죠.
이때 황옥이 없었다면 이 많은 무기를 들고 국내로 들어올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몰래 들여온 무기들로 일제의 본진인 조선총독부와 조선의 땅과 자원의 수탈을 목적으로 세운 동양척식주식회사 그리고 조선총독부의 기관지였던 매일신보 건물 등을 일시에 폭파해버리는 제2차 국내 거사를 준비하게 되었죠.
착실히 준비를 해가는 도중에 갑자기 일본경찰들이 들이닥치게 되어 모든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황옥을 비롯한 의열단원인, 김시현, 김진기, 조동근, 유석현 등은 일제에 체포되고 말았습니다.
알고 보니 동지였던 김재진이 일본경찰에 밀고해버렸던 것이죠.
시간이 지난 1983년, 유석현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김재진은 가명이었고 본명은 권태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동지라 믿었던 권태일의 배신으로 발각되버리고 만 것이죠.
훗날 이 사건을 일컬어 '황옥경부 폭탄 사건'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잡혀간 황옥은 재판정에서 자신은 일본경찰의 지시를 받고 의열단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밀정으로 잠입했던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최후변론에서도 자신은 일본 경찰의 간부로써 시키는 임무도 완수하려 노력했고 성공하면 경시까지 시켜줄 줄 알았다라고 했지만 유죄로 인정되어 12년의 징역형을 선고 받았죠.
그렇게 그는 징역살이를 하다 결핵과 폐렴으로 형 집행 정지 처분을 받아 1925년 12월 가석방 되기도 했고 그러다 1928년 5월 재수감 되었다가 9개월 후 다시 가석방 됐으며 그 이후부터 해방될 때까지 그의 행적은 불분명하다고 합니다.
그러다 광복 후에 다시 나타났는데 미군정이 경무부에서 경무총감으로 근무하다가 반민특위에서도 활동했다고 하죠.
1950년에는 제2대 국회의원 선거때 파주에서 출마했다가 낙선했고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북으로 납치된 후 이후 행적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황옥이 일본의 밀정인지 독립운동가인지는 여전히 여러 주장이 있는데요.
그가 법정에서 했던 말들이나 최후변론 등과 함께 황옥이 체포되었을 당시 경찰부장이던 시로가미 유키치는 "황옥은 일제가 의열단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침투시킨 것이었다" 라고 증언해준걸 보면 그가 진짜 일본 밀정이었던 것 같기도 하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의열단의 '제2차 국내 거사 계획'이 실패한 이유가 황옥이 일본의 밀정이었기 때문이다 라는 주장을 펼치며 이 황옥경부 사건을 일제가 의열단 활동을 저지하기 위한 공작이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황옥 역시 일본의 밀정이었기 때문에 완벽한 연기를 위해 같이 투옥되기도 했지만 몇년안가 가석방된 것도 그 이유라는 것이죠.
그런대 반대 의견을 내는 사람들은 황옥이 정말 밀정이었다면 의열단원들이 체포된 후 일제로부터 포상도 받고 승진도 했을 텐데 오히려 경찰에서 잘리고 징역을 살았다는 것이 그가 일본의 밀정이 아니라는 증거다 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가 감방에 갇힌 것이 밀정이라는 증거와 동시에 밀정이 아니라는 증거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죠.
1924년 김지섭이 도쿄 황거 투팍 사건 때 사용된 폭탄도 황옥이 총독부 물건이라고 둘러대, 세관을 통과시켰던 폭탄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의 동생인 황직연은 황옥의 부탁을 받아 의열단에 합류해 독립운동에 온몸을 바쳤고 결국 체포되어 형무소에서 순국했습니다.
만약 그가 일제의 밀정이었다면 동생에게 독립운동을 하라고 말하지는 않았겠죠.
또한 의열단 단장 김원봉도 '황옥은 의열단원으로 활동하다가 불행히 체포된 불쌍한 자' 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거기다가 총독 암살 계획을 세운 김상옥에게 경찰의 수사정보를 알려줘 피신시키기도 했고 조선에 폭탄을 반입하는걸 도와 김지섭이 황거에 폭탄 투척을 할 수 있었기도 하죠.
황옥은 출소 후에도 계속해서 독립운동가들과 교류했다고 하고 광복 후에는 반민특위에서 친일경찰들의 행위를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그는 독립운동가로 인정을 받지 못했고 북한으로 납치된 이후로 그의 증언마저 들을 수 없어서 황옥의 정체는 시간이 지나더라도 명백히 밝혀지기 힘들 것 같죠.
황옥은 일제의 밀정이었을까요.
아니면 의열단원이자 독립운동가였을까요?
그것도 아니라면 양쪽 모든 곳에 발을 담구고 있던 이중간첩이었을까요?
이 여부는 아직까지 치열한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일본경찰의 밀정이자 의열단 독립운동가, 황옥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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