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와 황제까지 마음대로 갖고 놀고 심지어 꼭두각시 황제를 만드는 방법을
후배 환관들에게 강의까지 했던 당나라 최악의 환관 구사량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진나라때 조고, 후한말 십상시, 촉나라의 황호,
그리고 명나라때는 위충현, 유근 등 셀수 없을 정도로 많은 환관들이
권력을 휘둘렀다가 결국 나라가 다 망하게 되었죠
하지만 환관들은 황제의 권력을 등에 업은채
권력을 휘둘렀으니 사실상 황제보다는 낮은 위치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나라때의 환관들의 전횡은 정말 심각했는데
그들은 황제보다 더 큰 권력을 휘두르며
조정 대신들의 인사는 물론
황제까지 마음대로 옹립하고 폐위시켰고
심지어 황제의 목숨까지 쉽게 빼앗아 가버렸죠
당나라 대종부터 목종, 문종, 무종, 선종, 의종, 희종, 소종이
전부 환관들이 옹립한 황제들이었을 정도로
환관의 힘은 그야말로 황제를 능가했던 시기였습니다
그 중 오늘은 구사량이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하는데요
구사량 역시 환관 이었으며, 마음대로 황제를 농락한 악신이었죠
그는 당나라 헌종부터 무종까지 (헌종, 목종, 경종, 문종, 무종)
5대에 걸쳐 황제를 모셨던(?) 환관입니다
그는 훗날 헌종이 되는 이순이 태자일때부터 그를 보좌했었는데요
순종 역시 환관세력들과 신하들이 힘을 합쳐 그를 몰아내
강제로 퇴위되었고, 이후 이순이 헌종으로 즉위하게 되죠
심지어 순종은 환관 왕수징에 의해 독살되고 맙니다
어쨌든 자신이 모시던 헌종이 황위에 오르자
구사량은 승진을 하긴 했지만
여전히 앙숙 사이이던 환관 왕수징이 권력을 쥐고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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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헌종은 당나라 역사상 최고의 명군 중 한명으로 이름을 날리는데요
820년 어느날 헌종은 왕수징에 의해 독살되고 맙니다
이후 즉위한 목종도 불과 4년만에 갑자기 사망했고
경종이 16살의 나이로 즉위했지만
환관 유극명에 의해 비참하게 살해 당했죠
이후 유극명은 왕수징이 처형시켰으며
왕수징에 의해 문종이 황위에 오르지만
여전히 당나라는 환관들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있었습니다
문종은 즉위 후 흔들리는 당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
주색잡기와 놀거리들을 모조리 없앴으며
과거 시험을 통해 인재를 발탁해
환관이 정치를 주도하던 상황을 바꿔보려고 하는등 개혁정책을 실행해 나갔죠
또한 송신석이라는 인물을 재상으로 임명해
환관들을 제거해 나가려는 계획을 세웠는데
그만 기밀이 새어나가 송신석은 왕수징 일파에 의해
쫓겨나고 말았습니다
이후 왕수징은 의술에 능통한 정주를 어의로 두고 문종의 병을 치료하게 했고
주역에 정통한 이훈에게는 문종에게 역경을 가르치게 했죠
그렇게 정주와 이훈에게 문종이 허튼짓을 못하도록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게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문종은 두사람에게 높은 녹봉을 주고
잘 구워삶아 자기편이 되도록 만들어버렸죠
그리고 이후 이훈을 재상으로 삼고 정주를 절도사로 삼은뒤
환관들에게 지지를 받고있던 이훈과 정주를 이용해
환관들을 제거하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왕수징과 앙숙관계이던 환관 구사량을 신책군 좌군중위,
왕수징을 신책군 우군중위에 임명해 왕수징의 권력을 분산시켰고
이후 왕수징을 신책군 관군용사로 승진 시킨뒤
승진 축하 연회에서 왕수징의 술에 독을 타 그를 독살해버렸죠
그리고 환관 세력 전체를 제거하려는 계획을 세운 문종과 이훈, 서원여, 정주 등은
왕수징의 장례식때 그곳에 찾아온 환관들을
일거에 모두 제거해버릴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공명심에 안달이난 이훈이 일을 급하게 서두르기 시작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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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835년 10월 어느날, 아침 조회가 실시 되었는데
금오대장군 한약이 후원의 석류나무에 감로가 내렸다며
이는 "폐하의 성덕에 하늘이 감동해서 길조를 내려주었으니
조정과 나라에 큰 복이옵니다" 라고 말하는것이었습니다
그러자 재상 이훈은 당나라가 크게 흥할 길조라고 하면서
감로를 보러 가자는 청을 올렸죠
사실 이는 환관들을 한자리에 모으기 위한
이훈의 술수였던 것입니다
한편 조정 대신들이 가서 감로를 보니 진짜 감로가 아닌것 같아서
문종에게 보고를 했는데
이에 문종은 환관들에게 진짜 인지 아닌지 살펴보고 오라고 명했죠
그때 실질적 환관의 우두머리였던 구사량을 비롯한 환관들은
후원으로 갔는데 이때 이상하게 의심스러운 인물이 구사량의 눈에 들어옵니다
바로 처음 감로가 내렸다는 말을 했던 한약이
어쩔줄 몰라하고 땀을 뻘뻘 흘리며
너무 긴장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죠
그때 갑자기 강한 바람이 불더니 근처에 쳐져있던 장막이 날아가 버렸는데
그만 장막 뒤에 숨어있던 병사들이 들키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러자 쿠데타가 일어났다는것을 눈치챈 구사량은
얼른 도망쳐 문종을 데리고 함원전으로 달아났죠
이훈은 매복해있던 병사들을 데리고
구사량을 비롯한 환관들을 추격해
수십명의 환관을 죽였고 마침내 함원전 앞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이때 구사량은 문을 굳게 닫은후 황제인 문종을 인질로 삼고 있었는데요
이후 다른 환관들이 끌고온 신책군에 의해
이훈과 병사들은 모조리 죽임당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목숨을 건진 구사량은 신책군을 이끌고
이훈과 정주, 그리고 한약을 포함해
600여명의 대신들을 죽여버렸으며
황궁을 돌아다니며 눈에 보이는 신하들은 모조리 죽여버렸죠
이후에도 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는
피의 복수극이 벌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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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을 훗날 '감로지변' 이라고 부르죠
감로지변 이후 구사량은 완전히 실권을 쥐게 되었고
온갖 악행을 부리게 되었습니다
당시 엄청나게 많은 관리들이 목숨을 잃자
조정내에는 일할 관리들이 텅텅 비어 사람을 채우려 했지만
목숨을 잃을것을 두려워한 사람들은
관리가 되지 않았다고 하죠
어쨌든 이후 문종은 오랜기간 절망속에서 살게 됩니다
권력을 잡은 구사량은 문종을 황제대접 조차 해주지 않았던 것인데요.
감로지변 이전에는 문종에게 공손한 척이라도 했지만
그 이후부터는 완전 부모가 자식 대하듯 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수많은 대소신료들 앞에서 문종의 실수를 들춰내고 조롱을 하는등
대놓고 온갖 모욕을 주기 일쑤였죠
게다가 좌우 신책군을 모두 통솔하면서 금군을 장악했으며
맘에 들지 않는 대신들은 온갖 누명을 씌워 체포한뒤 살해하는 등
엄청난 악행을 저질렀던 것입니다
또한 구사량은 후배 환관들에게 황제 다루는법을 교육하기도 했는데요
구사량은 후배 환관들에게
“우리의 권력이 약해지지 않으려면 황제를 한가로이 내버려두지 말아야 한다
한가로우면 책을 읽거나 학자를 만나서 똑똑해진다
가능하면 책을 멀리 하도록 하고 학자들과 가까이 할 기회를 절대 주지 말아야 한다
또한 매와 말을 길러 날마다 사냥을 나가고
가무와 여색으로 황제의 마음을 미혹시켜 항상 놀게 만들고
사치와 향락에 계속해서 빠지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모든 권력은 우리들의 차지이다" 라고 했다고 하죠
그렇게 환관들이 모든 정국의 주도권을 잡다보니
환관들이 근무하는 북사를 두고
"천하의 모든 일은 북사에 달려있다" 라는 말이 나올정도였습니다
그렇게 수모를 당하던 문종은 어느날 신하들에게
"짐은 역사상 어느 황제를 닮은것 같소?" 라고 물었죠
그러자 중서자 주지는
"천하의 사람들은 요순 같다고 합니다" 라고 말했던 것입니다
이에 문종은 "그말은 참 이상하오.
짐은 주나라 난왕이나 후한 헌제보다 못한것 아니오?
그래도 난왕은 제후들의 꼭두각시 였고
헌제는 대신이던 조조의 꼭두각시 였지만
나는 노예인 환관의 꼭두각시가 되었으니
난왕이나 헌제보다 나을것이 없소" 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하죠
그러자 다른 대신들도 엎드려 울었다고 합니다
그날 이후 문종은 다시 조회에 나오질 못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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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는 840년 어느날, 32살의 나이로 목숨을 잃고 만것이었죠
그가 죽은 이유는 확실하지는 않은데
울분에 찬 문종이 가슴속에 가득찬 분을 이겨내지 못하고
한을 품고 죽었다는 말도 있지만
정황상 또 환관들에게 독살당했을 확률이 굉장히 높다고 합니다
어쨌든 문종이 세상을 떠나자 구사량은 거짓으로 문종의 유언이라 하면서
동생 영왕을 천자로 즉위시켰고 이 사람이 바로 당무종이이죠
그 공으로 구사량은 환관의 신분으로 표기대장군까지 오르게 되었습니다
이후 무종은 이덕유와 함께 조금씩 구사량의 세력을 약화시켰고
이후 구사량이 나이가 들어 고향에 내려가 노년을 보내겠다며
무종에게 퇴직을 신청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집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하죠
구사량은 특이하게도 왕수징이나 어조은, 정원진 등,
다른 환관들처럼 처형을 당하지 않고
집에서 천수를 누리다 편안히 편하게 죽었는데
악행을 저지르던 환관들이 훗날 비참하게 죽었던 것치고는
굉장히 드문 사례이긴 합니다
진짜 당나라때 환관들의 권력은 어느 시대를 통틀어도
무지막지하게 강했던것 같네요
지금까지 당나라의 권력을 쥐고
나라와 황제까지 마음대로 주물렀던 환관
구사량에 대한 이야기 였습니다
사탐과탐 다른 포스팅은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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