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시는 중국 4대 미녀 중에서 으뜸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기원전 시대인 2500년 전에 오로지 적국을 멸망시키기 위해 미인계를 훈련받은 스파이였었죠.
자신의 탐욕으로 나라가 망하게 된 여타 다른 경국지색의 여인들과는 다르게 그녀는 완변한 미인계로 오나라를 멸망시킵니다.
원조 스파이라 할 수 있는 그녀의 파란만장한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전쟁 역사에서 빠지지 않는 전략 중 하나가 바로 적진에 스파이를 심는 것입니다.
시대 불문하고 스파이들은 적진에서 은밀하게 작전을 수행했었죠.
그런데 기원전 중국의 춘추시대 말기에 이미 스파이를 이용한 작전을 펼친 적이 있었습니다.
중국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스파이이면서 중국 4대 미인 중 으뜸으로 꼽히는 서시가 그 주인공이죠.
여타 다른 경국지색의 미인들과는 다르게 스파이의 역할로써 한 나라를 망하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서시의 본명은 '시이광'으로 기원전 506년 춘추시대 말기에 월나라의 절강성 제기현 사람으로 저라산 산골 동네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녀가 살던 마을이 동서로 나뉘어 있었는데 '서쪽 마을에 사는 시씨의 아이'란 뜻으로 '서시'라 불리게 되었죠.
그녀의 아버지는 나무꾼이었고 어머니는 빨래를 직업으로 삼았으며 서시도 늘 어머니를 따라 강가에서 빨래를 했었습니다.
서시가 강가에서 빨래를 할 때면 물 위에 비친 그녀의 미모에 넋을 읽고는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것을 잊어버려 물속으로 가라앉았다고 해서 '침어'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로 아름다웠다고 합니다.
이렇게 타고난 미모를 자랑하면서 품성까지 뛰어나다 보니 많은 남자들의 가슴에 불을 지쳤던 것은 당연하고 여자들 또한 서시 흉내를 내면 본인도 아름답게 보이리라 착각했죠.
서시는 지병으로 심장병이 있어 가슴을 움켜쥐고 얼굴을 찌푸리는 습관이 있었는데 이것을 많은 여자들이 흉내 냈던 것입니다.
이를 두고 '서시빈목'라 일컫는데 분수를 모르고 무조건 남을 따라 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죠.
한편 춘추시대 말기에 오나라와 월나라는 패권을 두고 한창 전쟁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기원전 496년에 월왕 '윤상'이 죽자 그의 아들 '구천'이 왕위를 계승하게 되었죠.
오왕 합려는 월나라가 국장을 치르는 틈을 타 공격하게 되지만 오히려 오나라가 패하면서 합려는 부상까지 당하고 이듬해에 사망합니다.
그리하여 합려의 아들 '부차'가 왕위에 오르게 되고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월왕 구천을 원망하고 반드시 복수할 것을 결심하게 되죠.
부차는 거친 나무 위에서 잠 자면서 고통을 참았으며 틈만 나면 "부차야 아버지의 원한을 절대 잊지 마라." 는 부왕의 유언을 신하들에게 외치게 시키면서 원수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이를 두고 '와신'이라 하죠.
3년간의 철저한 준비를 마치고 드디어 원수를 갚기 위해 월나라를 침공하게 됩니다.
부차의 피나는 노력이 통했던 것인지 대승을 거두게 되고 월나라가 오나라의 속국이 되는 조건으로 화친을 맺게 되었죠.
그리고 월왕 구천과 그의 참모인 범려는 부차의 노예가 되면서 목숨만은 건지게 되었습니다.
구천은 꼭 살아남아 반드시 복수하리라 다짐하며 온갖 치욕을 참고 버티죠.
어느 날 부차가 병이 들자 참모 범려가 한 가지 계략을 생각해냅니다.
오나라의 신하가 보는 앞에서 오왕의 대변을 맛보십시오.
그럼 나중에 오왕이 쾌차하면 반드시 주군을 신뢰하게 될 것입니다.
범려의 계략은 적중하게 되며 부차는 자신의 대변 맛을 본 구천을 기특히 여겨 월나라로 돌려보내 주었죠.
우열곡절 끝에 월나라로 돌아온 구천은 방안에 짐승의 간을 매달아 놓고 쓴맛을 보면서 부차에 대한 복수의 칼을 갈았습니다.
이것이 '상담' 인 것이죠.
부차와 구천이 서로에 대한 복수심을 잊지 않기 위해 했던 행동을 두고 '와신상담'이라고 부르게 된 것입니다.
이후 월나라는 오나라의 속국으로 아첨하면서 몰래 국력을 키워나가기 시작했죠.
그리고 범려와 문종이 몇 가지 책략을 제안합니다.
부차의 측근에게 뇌물을 주어 간신을 기르고, 오나라의 양식을 사들여 오나라 양식 창고를 텅 비게 하며, 요언을 퍼트려 오나라 신하들을 이간질 시키고, 여자를 밝히는 부차에게 다수의 미녀를 보내 미인계를 쓰자는 것이었습니다.
구천은 충신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우선 미녀를 찾아내도록 했죠.
이에 범려는 월나라 전국을 돌아다니며 미녀들을 찾기 시작했지만 자신들의 딸이 빼앗기는 걸 두려워한 부모가 딸들을 숨기는 바람에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저라산에 다다랐을 때 서시를 발견하게 되고 그녀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어버렸다 하죠.
하지만 산골소녀였던 서시를 바로 스파이로 이용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범려는 예법, 춤과 노래, 남자를 유혹하는 기술, 정보를 캐내는 방법 등 스파이 수업을 서시에게 3년 동안 가르치게 됩니다.
오직 왕의 복수를 위해 철저하게 스파이 훈련을 받은 서시는 눈빛과 손짓만으로도 남자를 홀리게 할 정도로 성장하게 되었죠.
드디어 준비를 끝낸 범려는 서시를 오왕 부차에게 바치기 위해 오나라를 방문합니다.
이미 엄청난 미인이 온다는 소문이 쫙 돌았던 터라 서시 얼굴을 구경하려는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 하죠.
그렇게 범려는 부차를 알현하여 서시를 바치려는 찰나 충신이었던 오자서가 황급히 간언을 합니다.
하나라는 말희로 인해 망했고 은나라도 달기 때문에 망했으며 주나라가 망한 것도 포사 때문이었습니다.
한 나라의 군왕은 항상 경국지색의 미인들을 조심하셔야 합니다.
라고 하며 서시를 내치기를 청했습니다.
하지만 호색가였던 부차는 서시를 보자마자 이미 한눈에 반해버렸기 때문에 오자서의 충언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죠.
바로 후궁으로 들이고는 서시와의 뜨밤만 생각하며 초조하고 설레는 마음을 부여잡으며 밤이 오기만 기다릴 뿐이었습니다.
한편 연일 서시만 총애하고 잠자리를 가지다 보니 다른 애첩들의 질투와 시기를 받는 건 당연지사였습니다.
하지만 다른 애첩뿐만 아니라 심지어 오나라 시골처녀들마저 어떻게 하면 서시처럼 예뻐질 수 있을까 하다가 그녀의 습관인 얼굴을 찡그리는 것이 유행이 되었다 하죠.
부차가 서시에게 빠져드는 만큼 오나라의 국력은 점점 쇠퇴해져 갔습니다.
서시는 스파이 수업 때 배운 것들을 하나씩 실행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부차의 마음을 조종하기 시작합니다.
밤마다 부차의 품에 안겨서
지금 내가 모시고 있는 군왕께서 패권을 잡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라며 속삭여대자 으쓱해진 부차는 중원의 패권을 잡기 위해 제나라와 노나라를 공격하게 되면서 더욱 국력을 소모시켰죠.
또한 부처는 그녀를 위해 고소산에 화려한 궁궐과 누각을 지었으며 그곳을 둘만의 환락의 장소로 이용했습니다.
밤낮으로 주색에 빠져 정사를 소홀히 하다 보니 당연히 백성들의 원성은 높아지고 오나라는 쇠락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죠.
하지만 오자서가 사사건건 방해를 하다 보니 그가 모반을 꾀한다며 부차에게 귀띔하자 이를 듣고 분노한 부차는 오자서에게 자결을 명합니다.
그러자 한 서린 유언을 하며 오자서는 자결해버리죠.
내 묘위에 가래나무를 심어 그것으로 오왕 부차의 관을 만들고 내 눈을 빼내 오나라 동문에 걸어두어 월나라 군사들이 쳐들어와 오나라를 멸망시키는 걸 볼 수 있게 해 달라.
그의 유언은 얼마 지나지 않아 곧 현실이 돼버립니다.
시간이 흘러 기원전 482년에 구천은 한 통의 서찰을 받게 됩니다.
부차가 중원의 패권을 가리는 황지회맹에 참석하기 위해 대군을 이끌고 출발했다는 서시의 첩보였던 것이죠.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구천은 곧바로 오나라를 기습 공격합니다.
황지회맹에서 맹주의 자리를 두고 진나라와 경쟁하던 부차는 월나라의 급습 소식에 부랴부랴 귀국하게 되는데 그 와중에도 나라 생각보다는 서시의 안위를 먼저 생각했죠.
굴욕적이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었던 부차로써는 속국이었던 월나라와 화친을 맺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부차는 쓰라린 패배를 맛봤음에도 정신 못 차리고 계속해서 서시의 치마폭에 놀아나면서 오로지 주색에만 빠져 살게 되었죠.
이후에 더욱 국력을 키운 월왕 구천은 다시 오나라를 침공하여 마침내 멸망시킵니다.
부차는 "죽어서도 오자서를 볼 낮이 없구나" 라며 스스로 자결하면서 114년 만에 오나라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죠.
오나라가 멸망한 이후 서시에 대한 행방은 세 가지 설이 있는데요.
서시 역시 오왕 부차를 사랑하게 되어 죄책감에 자결했다는 설이 있으며, 구천의 부인이 서시의 미모를 보고는 구천도 그녀에게 빠질까 두려워 오나라 사람들에게 서시가 나라를 멸망케 한 요부라 소문내어 그녀를 바다에 빠트려 죽게 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그녀가 바다에 빠져 죽은 후 조개가 발견되는데 사람 혀와 닮았다 하여 사람들이 그것을 '서시의 혀' 라고 불렀죠.
그 조개는 오늘날의 가리비이며 중국에서는 가리비 볶음 요리를 '서시 혓바닥 볶음'으로 부르며 별미로 꼽는다 하네요.
마지막은 자신을 스파이로 훈련시킨 범려와 눈이 맞아 함께 제나라로 가서 행복하게 살았다는 설입니다.
여담으로 중국에서 복어 요리 중 가장 으뜸을 황복으로 치는데 명나라의 만력제를 비롯하여 수많은 황족 및 귀족들이 즐겼습니다.
이 황복을 '서시의 젖가슴'이라 부르는데 그 모양새가 비슷한 이유도 있고 황복의 이리가 터졌을 때 나오는 흰 액체를 젖에 비유하여 '서시유'라고 부른다네요.
그리고 차를 우려낼 때 쓰이는 차호 중에서 아름다운 여인의 유방 모양을 본떠 만든 것을 '서시호'라고 합니다.
얼마나 예뻤기에 오늘날까지 서시의 아름다움을 빗댄 말들이 이어져오는 것일까요?
서시는 꽃다운 나이에 애국심 하나로 나라에서 시켜 스파이로 훈련받고 사랑하지도 않는 적국의 왕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후 결국 나라를 멸망하게 만들며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여러 경국지색의 미녀와는 전혀 다르다 할 수 있고 월나라 입장에서는 위대한 영웅으로 추대 받아야 할 여인일 거 같습니다.
역사상 이렇게 완벽하게 미인계로 스파이 임무를 완수한 인물이 또 있을까 싶은 서시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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