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의 한 축이던 오나라의 멸망을 가져온 폭군 손호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이후 오나라의 태자 책봉을 둘러싸고 한바탕 난리가 납니다
이 사건을 '이궁지쟁' 이라고 부르죠
이후 손권은 셋째아들인 손화를 태자에 임명했지만
손권이 태자인 손화와 노왕이던 넷째아들 손패 사이에
차이를 분명하게 두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손화파와 손패파로 나뉘어 후계자를 둘러싸고 파국이 벌어진것이었습니다
자식 둘 사이에 격렬한 다툼이 계속되자
둘 모두에게 정나미가 떨어진 손권은
결국 손화를 태자 자리에서 쫓아내고
손패는 자결을 시켜 버린뒤
9살밖에 되지 않았던 막내아들 손량을 태자로 삼아버린것이죠
이후 손권이 죽고 손량이 어린나이에 황제가 되자
제갈각이 보정대신이 되어 오나라의 가장 강력한 권력자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253년 합비 신성 공략 실패로 제갈각의 세력이 약해졌을때
손준에 의해 제갈각과 그의 일족들이 죽임당하고 말았고
그렇게 손준이 오나라의 실권을 잡게 되었죠
이후 손준은 완전 폭군과 같은 면모를 보였는데
손화의 인수를 빼앗은뒤 반강제로 목숨을 끊게 하는 등
악행을 일삼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손준은 갑자기 세상을 떠나버렸는데
다음 실권을 잡았던 손침 역시 손준 못지 않은 막장이었죠
결국 황제였던 손량은 손침을 제거하려고 했지만 실패해 폐위되었고
다음 황제가 된 경제 손휴 역시 30세의 어린나이로 세상을 떠났으며
그 다음에 손호가 오나라의 4대 황제로 즉위했던 것입니다
이 손호가 오나라 최악의 개막장 군주로
결국 손호 대에서 오나라는 멸망하고 말죠
오늘은 오나라를 멸망에 이르게 한 폭군
손호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손호의 아버지는 손 권의 셋째 아들 손화 인데
태자였다가 이궁지쟁 때 쫓겨났던 그 인물이죠
하지만 손화가 손준의 명령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고난 이후
손호는 친어머니인 하희의 손에서 자랐습니다
그가 어릴적 경양이라는 인물이 손호의 관상을 보고
'매우 고귀한 사람이 될 것' 이라고 했다고 하죠
그러던 264년 8월, 경제 손휴가 급사 하면서 태자였던 손완을 후계자로 지목했지만
당시 촉나라도 멸망하고 오나라 땅이던 교지를 위나라에 빼앗겼으며
또한 오나라 변방에서도 여러 반란이 일어나는 등
내부에서도 엄청나게 혼란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너무 나이가 어렸던 손휴의 아들들 말고
황족 중 능력있고 총명한 인물을 다음 황제로 세워야 한다는 여론이 생겨났죠
결국 손호의 친구였던 만욱과 승상 복양흥, 장포 등 많은 신하들은 협의하에
264년 9월 당시 이던 손호를 제위에 올리게 되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 선택은 훗날 오나라에도 세사람에게도 최악의 선택이 되었죠
그렇게 황제가 된 손호는 즉위 초엔 선정을 베풀기도 했습니다
창고를 열어 가난한 백성들에게 구휼미를 베풀었고
궁녀들을 궁 밖으로 보내 결혼하지 못한 남자들과 짝을 지어주는 등
백성들을 위한 일을 하는 듯 했죠
하지만 불과 1개월 후부터 그의 본모습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굉장히 광포하고 교만해 졌으며
허구헌날 사치와 향락을 부리고 술과 여자를 가까이 하며 지냈죠
그리고 손휴의 아내이던 주황후를 핍박해 죽여버렸고
손휴의 네명의 아들들은 어느 작은 성에 몰아 넣은뒤 모두 죽였습니다
그러자 복양흥과 장포는 손휴의 그런 모습에 실망하며 그를 황제로 앉힌걸 후회했는데
이 사실을 알게 된 만욱은 즉시 손휴에게 찾아가 일러바쳤고
그렇게 자신을 황제로 만들어주었던 복양흥과 장포까지 주살하고
삼족을 멸해버리기까지 했죠
그러자 장포의 딸이었던 장미인은 당시 손호의 후궁이었는데
손호의 총애를 받고 있었습니다
어느날 손호가 장미인에게 "네 부친은 어디에 있느냐?" 라고 묻자
장미인은 "도적에게 살해를 당하셨습니다."라고 답했던 것이죠
그러자 자신을 도적에 빗댄것에 분노한 손호는
장미인을 때려 죽여버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장미인의 아름다웠던 미모를 그리워한 손호는
그녀의 목조각을 만들어 항상 자신의 곁에 두었고
그 마저도 만족못한 손호는 장미인의 언니인 장부인을 후궁으로 들였다고 하죠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피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죠
그는 보천의 건의로 건업에서 무창으로 수도를 옮기면서
대규모 토목공사를 벌였습니다
266년에는 시단이라는 사람이 손호의 이복동생이던 손겸을 협박해
건업에서 그를 황제로 세우려고 했다가 실패하는 일이 벌어졌는데
손호는 즉시 손겸과 그의 일가족을 몰살시켜버렸고
또 다른 배다른 동생 손준(孫俊) 역시 죽였죠
거기다가 270년에 총애하던 후궁인 장부인이 죽자 손호는 너무 슬픈 나머지
집에 틀어박혀 나오질 않았는데요
얼마나 오래 짱박혀 있었는지 손호가 죽었다는 소문이 돌기까지 했죠
그때 손권의 오5남이던 손분과 손책의 손자인 손봉 둘중 한명이
다음 황제가 될것이라는 풍문이 돌았고
이에 장준이라는 인물이 손분에게
미리 잘보이기 위해 손분 어머니의 묘지를 청소했던 것입니다
그 소식을 들은 손호는 격분하며 장준을 비롯해 삼족을 멸하도록 명했으며
손분과 손분의 아들들까지 주살했죠
그리고 손호가 짱박혀 있다보니 죽은 사람이 더있는데요
만욱, 유평, 정봉은 손호가 계속 돌아오지 않는다면
자기들끼리 만이라도 정무를 봐야하겠다고 서로 약속을 해뒀던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 그들의 발언이 손호의 귀에 들어가게 되었고
어느날 연회를 연 손호는 연회자리에서 독이 든 술을 만욱과 유평에게 건넸죠
이때 유평은 독주를 마셨고
다행히 해독약으로 죽음을 면하긴 했지만
이후 분노와 불안으로 1개월 후에 목숨을 잃고 맙니다
만욱은 다행히 독주를 전하는 사람이 술을 덜어내 당시에 목숨은 건졌지만
앞으로 닥칠 화를 두려워 해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렸고
이후 만욱의 자식들은 여릉으로 귀양을 가게 되었죠
또한 정봉은 당시 이미 세상을 떠난 후였는데
정봉 대신 그의 아들 정온이 대신 처형당했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연회자리에서 만취해 땅에 엎드려 잠이 들었다는 이유로
'왕번'을 처형시키고 가족들을 변방으로 내쫓았으며
'하소' 라는 인물은 왕번을 죽인일을 비난하고 간신인 하정을 비방하는 상소를 올렸는데
이후 중풍을 심하게 앓아 말을 못하게 되면서 일도 하지 못했지만
몇달 동안 관직을 떠나 있었던걸 빌미로 결국엔 죽여버리고 말았죠
'위소'는 <오서>를 편찬하던 인물인데
손호가 아버지 손화를 위해 기(紀)를 만들려고 하자
위소는 손화는 제위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에
명칭을 전(傳)으로 해야 한다며 고집을 부렸습니다
그러자 손호는 그런 위소의 태도에 분노했고
결국 충성을 다하지 않는다는 이상한 이유로 목숨을 빼앗았죠
또한 '장상'은 손호가 묻는 말에 전부 대답을 척척 해냈는데
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손호는
그를 조선소에 보내 노역을 시켰고 이후에 목숨을 빼앗았다고 합니다
거기다가 자신을 죽이라는 손호의 칙서를 발견하고 자결한 '누현'
손호의 잔학한 모습을 보고 그에게 간언을 올렸다가 맞아죽은 '웅목' 까지
수많은 신하들이 어이없는 이유로 목숨을 잃었죠
손호는 자주 연회를 열었는데
그때마다 신하들이 취해 쓰러질 정도로 잔뜩 마시게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환관들을 시켜 취한 신하들의 얼굴을 관찰하라고 명했는데
불만스러운 얼굴 표정을 짓거나, 망언을 하는자,
실수를 하는자를 끌어내 목을 베거나 엄벌에 처했다고 하죠
또한 취한 신하들에게 황제 욕을 하도록 유도하는 등 속마음을 떠보기도 했으며
그렇게 걸린 신하들 역시 목숨을 부지 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그는 잔인한 형벌을 가하기도 했는데요
산 사람의 가죽을 벗기기도 하고
걷지 못하게 발목을 끊거나 발 뒤꿈치를 베었으며 눈을 뽑기도 했는데
위에서 말한 웅목도 그 시신에는 살가죽이 온전히 남아있지 않았었다고 하죠
역사속 수많은 폭군들에게는 옆에 착 달라붙어
아첨과 아부만 하는 간신들이 있기 마련인데
손호에게도 총애하는 간신들이 많았습니다
잠혼과 장숙, 하정, 진성 등의 인물들과
손호의 어머니이던 하희, 그리고 외가 인물들인 하식, 하홍, 하장등
많은 사람들이 손호의 밑에서 굽신대고 있었던 것이죠
아이러니한점은 간신들 대부분도 손호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거기다가 손호는 수많은 오나라 황족들의 목숨까지 빼앗았는데요
손책과 손권의 후손들도 손호에 의해 거의 씨가 말랐다고 할 정도로
모조리 죽임 당했습니다
손호는 오나라 명장이던 육항 같이
외지에서 많은 병력을 이끌던 인물들이 상소를 올렸을땐
일단 무시하고 있다가 그들이 죽었을때
그제서야 그들의 가족들에게 귀양을 보내는 등, 복수를 해버렸죠.
그리고 궁내에 물살이 센 물을 끌여들여
마음에 들지 않는 궁녀는 죽인뒤 그 물에 흘려 보내버렸다고 합니다
그만큼 손호의 폭정은 무지막지 했던 것이죠
그리고 상광이라는 점술사가 손호에게 예언을 한 일화도 있는데요
상광은 손호가 훗날 수레를 타고 낙양에 입성할꺼라는 예언을 했는데
이 말을 들은 손호는 파탄난 나라의 재정은 생각하지도 않고
서진을 공격할 생각을 했다고 하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죠
하지만 274년, 오나라 최후의 명장이라고 할수 있는 육항이 세상을 떠나면서
오나라는 서서히 멸망의 길로 접어들게 됩니다
육항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서진의 양호와 왕준 등은
드디어 오나라를 멸망시킬 기회가 왔다며 사마염에게 오나라 공격을 주청했고
결국 280년, 진나라(서진)의 대공세가 시작되었죠
하지만 오나라는 이미 돌이킬수 없을정도로 개판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진나라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고
왕준이 이끄는 진군이 건업에까지 당도하자
오나라 궁 내에서는 난리가 났는데
수백명의 신하들이 손호에게 찾아가
간신 잠혼을 죽일것을 요청했다고 하죠
그러자 손호는 잠혼 하나 죽이면 상황이 끝난다고 생각하냐며 말했지만
이미 오나라의 멸망을 기정사실화 한 대신들은
손호의 말을 들은체 만체 하고 잠혼을 도륙해 버렸습니다
이때 이미 손호의 권위는 땅에 떨어져 있었던 것이죠
마침내 손호는 왕준과 사마주 그리고 왕혼에게 사자를 보내 항복의사를 전달했고
그렇게 280년 3월, 삼국지의 한 축을 담당하던 오나라 마저 멸망하고 말았습니다
항복 사자를 보내고 나서 손호는 적어도 자기 때문에
나라가 망했다는 건 알고 있었는지
외삼촌이던 하식에게 내가 오나라를 망하게 했는데
무슨 낯짝으로 선대 황제를 뵈어야 하냐며 편지를 보냈고
신하들에게도 충신들의 말을 듣지않고 간신들의 말을 들은 내 잘못이라며
그대들을 저버린 탓에 나라가 망했으니
너희는 서진의 조정에 출사해라 라는 편지를 보냈다고 하죠
그리고 이후 진군에 붙잡힌 손호는 점술사 상광의 말대로
수레에 태워져 낙양으로 압송되긴 했지만
사마염은 그에게 귀명후의 칭호를 내리고 먹고 살수있도록 해줬다고 합니다
손호는 나라가 망한뒤에 정신이 좀 돌아왔는지
촉나라 유선이 항복한 뒤 어이없는 모습만을 보였던 것과는 다르게
비굴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는데요
사마염은 자신의 앞에 무릎 꿇고 있는 손호를 보고
'짐이 이런 자리를 만들어놓고 그대가 오기를 기다린 지 오래다' 라고 하자
손호는 '신도 남쪽에서 이런 자리를 만들어 놓고 폐하를 기다렸습니다' 라고 했다고 합니다
또한 사마염과 함께한 연회자리에서
사마염이 손호에게 "듣기론 오나라의 음악이 좋고
<이여가>를 즐겨 부른다는데,
그대가 한 수 불러주면 어떤가?" 라고하자
항복하긴 했어도 예전엔 일국의 군주였던 그에게 노래를 시키는건
굉장히 모욕적인 일이었지만 손호는 거리낌 없이 노래를 불렀죠
그런데 내용이 심상치 않았는데요
옛날에는 너와 이웃이었는데, 지금은 너의 신하다.
너에게 술 한잔을 올리니, 너는 만수무강하라.
(昔與汝爲隣, 今與汝爲臣, 上汝一杯酒, 令汝壽萬春)
라는 내용의 노래였죠
이는 지금으로 치면 거의 야자타임에 가까웠는데
황제인 사마염에게 너라고 말한것이었고
자칫 잘못하면 목이 달아날수도 있는 일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사마염이 시켜서 한것이니
사마염 입장에서도 처벌을 하기도 애매했기에
손호는 자신의 체면도 지키면서 사마염의 요청도 들어주는
굉장히 훌륭한 대처를 했던것이죠
그러자 사마염은 그를 처벌하거나 죽이기는 커녕
오히려 과연 일국의 군주다운 모습을 보였다며
손호를 굉장히 잘 대해줬다고 합니다
그리고 낙양에 온지 4년후인 284년, 손호는 세상을 떠났죠
사실 손호가 황제가 되었을땐 이미 촉이 멸망해서 삼국시대는 끝이 났었고
얼마안가 위나라도 멸망했기에
그는 서진시대 사람에 가깝다고 볼수 있는데요
손호가 오나라의 멸망을 빨리 앞당긴 인물이 확실하지만
다른 인물이 황제가 되었다고 해도
이미 기울어버린 대세는 다시 회복하긴 어려웠을것 같네요
사탐과탐 다른 포스팅은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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