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능력을 높이 평가해준 주군 지백을 위해 자객이 되어 목숨을 바친 인물 예양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지난번에 대의를 위해 자객이 되었던 형가에 대한 이야기를 한적이 있는데요
오늘은 자신을 알아주던 사람의 복수를 위해 자객이 된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그는 형가와 더불어 협객의 시초로 불리는 인물로 사마천이 저술한 <사기>의 자객열전에 이름이 올라온 인물이죠
그의 이름은 예양으로 춘추시대 말기 사람입니다
춘추시대 말기에 진(晉)나라에는 ‘육경(六卿)’이라고 일컬어지는 여섯가문이 있었습니다
(‘지(智)씨’, ‘범(范)씨’, ‘중행(中行)씨’, ‘한(韓)씨’, ‘위(魏)씨’, ‘조(趙)씨’)
하지만 이 가문들 사이는 좋지 못했는데요
예양은 처음엔 범씨와 중행씨를 섬기고 있었지만 그들은 예양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잘 대해주지 않았었죠
그러자 실망한 예양은 지씨를 섬기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범씨와 중행씨가 지씨에 의해 몰락해버리고 남은 네 가문끼리 치열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었는데 이중 가장 강력한 세력이었던 가문은 바로 지씨 였죠
지씨 가문의 수장은 지백이라는 인물로 굉장히 야망이 크고 천성이 포악하던 인물입니다
지백은 예양을 극진이 예우 했고 거기에 감동을 받은 예양은 어느새 지백의 심복이 되어 있었죠
지백은 가문의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다른 세 가문에게 땅을 강제로 빼앗으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그러자 겁먹은 한씨와 위씨는 지백이 시키는대로 했지만 지백에게 원한이 있던 조씨가문의 조양자는 지백의 말을 거절했죠
과거 지백과 조양자는 만난적이 있는데 지백이 술을 권했지만 조양자가 거절했던 것입니다
그러자 지백은 조양자의 뺨을 후려 갈겨버렸고 거기다가 조양자의 아버지에게 다음 후계자를 조양자 말고 다른사람으로 세우라며 온갖 모욕을 가했던 것이죠
이 일로 인해 조양자는 지백에게 원한이 있었고 그는 위씨와 한씨를 찾아가 힘을 합쳐 지씨를 물리치자고 설득했던 것입니다
그의 설득에 넘어간 한씨와 위씨는 조씨와 함께 지백과 싸워 결국 승리를 거두게 되었으며 지씨가문의 땅은 세 가문이 나눠 가지게 되었죠
그리고 그 세 가문은 훗날 한나라, 조나라, 위나라를 세워 이후 전국시대가 열리게 된것입니다
이정도로 분이 풀리지 않았던 조양자는 지백의 두개골에 옷칠을 하고 술잔으로 만들어 사용했다고 하죠
세가문과의 전투에서 간신히 도망을 쳤던 예양은 자신이 섬기던 지백이 조양자에게 그런꼴을 당했다는 소문을듣고 그때부터 복수를 결심하게 되었는데요
어떻게 하면 조양자 가까이 갈수 있을까 생각한 예양은 죄수인척 궁으로 들어가 화장실의 벽을 바르는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렇게 그는 죄수들 틈에 끼어 궁으로 들어가 화장실의 벽을 칠하는 일을 하며 기회를 노리고 있었죠
그런데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조양자는 즉시 군사들을 풀어 사람들을 수색하자 몸에 비수를 품고 있는 예양을 찾아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붙잡혀온 예양을 문초하며 이유를 묻자 그는 죽은 주군의 원수를 갚기 위해 그런것이라며 거리낌 없이 말하는것이었죠
그러자 모든사람들은 그를 죽여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조양자는 예양의 충성심에 감탄하여 "저자는 자기 주인에게 충성했을뿐이다. 그는 의로운 사람이자 현인이다" 라고하며 풀어주라고 명했습니다
그렇게 풀려날수 있었던 예양은 복수를 멈추지 않았는데요
숯을먹어 목소리를 바꾸고 얼굴엔 옻칠을 해 모습을 변형 시켰죠
그리고 그런 차림으로 구걸하며 다녔는데 예양의 아내조차 남편이 그렇게 변했다는걸 알아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길을 지나던 친구중 한명이 그가 예양이라는걸 알아채고 "너의 재주면 충분히 조양자의 신하가 되어 심복이 될수 있을것이고 그를 죽이고자 한다면 그 방법이 더 수월할텐데 왜 이렇게까지 어려운 길로 가려고 하냐" 라면서 충고했죠
그러자 예양은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고, 여자는 자신을 기쁘게 해주는 남자를 위해 화장을 한다"
"그리고 그의 신하가 된 이후 그를 죽이지 않고 이런 행색을 하면서 복수를 하려는 이유는 훗날 다른사람의 신하가 되어서 주군을 죽이는 일을 하는 자를 부끄럽게 하기 위함이네" 라고 하는것이었습니다
그는 조양자의 신하가 되어 복수를 꾀하는것은 굉장히 비열하고 부끄러운 일이라 여겼던 것이죠
그로부터 얼마후 조양자가 수많은 군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새로 지어지는 다리를 첫번째로 지나가기 위해 궁밖으로 나왔는데 다리를 건너려 할때 갑자기 타고 있던 말이 깜짝 놀라며 다리 앞에서 멈추는것이었습니다
이상함을 느낀 조양자는 즉시 다리 근처를 뒤지게 했는데 다리 밑에 숨어 있던 예양을 찾아 낸것이었죠
예양은 다리 밑에서 숨어있다가 조양자가 지나갈때 공격을 가할려고 했지만 그의 거친 살기를 느낀 말이 놀라서 멈추었던 것입니다
또 다시 자신을 암살하러 온 예양에게 조양자는 호되게 꾸짖으며 "너는 과거 범씨와 중항씨를 섬겼다가 지백을 섬기기 시작했다 지백이 범씨와 중행씨를 멸망시켰을때는 가만히 있더니 왜 지백을 죽인 나에게만 이렇게 복수를 하려고 하느냐?" 라고 묻는것이었죠
이에 예양은 "범씨와 중행씨는 나를 알아주지 않고 보통사람으로 여겼다
하지만 지백은 나의 능력을 알아보고 중히 써주었으니 나는 마땅히 그에 보답하려는 것이다" 라고 하는것이었습니다
그러자 조양자는 예양의 충성심에 또다시 감탄하여 눈물을 흘리며 그의 진심을 알았으니 더이상 용서해주는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병사들에게 그를 붙잡으라 명했죠
더이상 방법이 없다고 느낀 예양은 자존심을 버리고 마지막 부탁을 했는데요
"청컨대 마음으로라도 원수를 갚았다는 걸 느낄수 있도록 당신의 옷에 칼질을 하게 해주십시오 그러면 저는 죽어도 여한이 없겠습니다" 라고 하는것이었습니다
그의 말을들은 조양자는 자신의 옷을 벗어 예양에게 주었고 예양은 옷 위에서 세번 뛰고 칼로 찔렀으며 “내가 비록 뜻을 이루진 못하였지만 저승에서 주군을 볼 낯은 있겠구나!” 라고 외치고나서 칼 위에 엎어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죠
예양이 죽었다는 소식이 퍼지자 수많은 선비들이 그를 위해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그가 말했던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는다" 라고 한 말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죠 (士爲知己者死(사위지기자사)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는다)
후대의 소설인 열국지에는 예양이 숨어서 기다리고 있던 다리의 이름을 조양자가 예양을 기리기 위해 예양교라고 지었다는 내용이 나오기도 합니다
형가는 대의를 위해 자객을 자처했고 예양은 자신을 알아준 주군을 위해 목숨을 바친걸 보면 둘다 참 대단한 인물인것 같네요
지금까지 춘추전국시대의 협객이라 불리던 자객 예양에 대한 이야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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