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녹수는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3대 악녀 중 한 여인입니다.
그녀는 원래 몸을 파는 기생 신분이었으나 폭군 연산군의 눈에 띄어 애첩이 되었죠.
연산군을 길들이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여 조선을 뒤흔들 정도의 엄청난 권력을 거머쥐게 되고 온갖 악행을 일삼게 되었습니다.
과거에 있었던 폭군들에게는 필수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곁에서 폭군을 부추기는 요사스러운 여자들이었죠.
오늘 이야기할 인물도 역시 요사스러운 여인에 속하는 인물인데요.
그녀는 바로 조선시대 3대 악녀 중 한 명인, 장녹수입니다.
그리고 장녹수의 파트너는 폭군으로 유명한 연산군이죠.
장녹수는 양반이었던 아버지 장한필과 천민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당시 조선은 어머니의 신분을 따르는 종모법에 따라 그녀 역시 태어나자마자 노비였죠.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먹고살기 위해 그녀는 몸을 팔아가며 살았고 결혼도 여러 번 했으며 여러 남자들에게 몸을 의탁하면서 자식도 여럿 두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제안대군 집 가노와 결혼을 하게 되면서 제안대군의 노비가 되었고 그와 아들도 낳고 살았지만 여전히 가난한 생활을 전전하자 먹고살기 위해 노래와 춤을 배워 창기가 되었죠.
그녀는 워낙 똑똑한 두뇌를 가지고 있어서 춤과 노래를 금방 배워 솜씨가 훌륭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연산군 8년이던 1502년, 자신의 운명을 180도 변화 시켜줄 인물을 만나게 되는데 그는 바로 연산군이었습니다.
그는 가벼운 차림을 하고 궁을 나와 삼촌이던 제안대군 집에 놀러 온 것이었죠.
그렇게 둘이서 술을 마시던 도중 제안대군은 장녹수를 불러 춤과 노래를 하도록 시켰고 장녹수에게 한눈에 반해버린 연산군은 그렇게 그녀와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이후 궁으로 돌아온 연산군의 머릿속에서는 장녹수의 춤사위가 떠나질 않았고 결국에는 궁으로 불러들이게 된 것이죠.
연산군은 그녀를 종4품 숙원에 봉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장녹수의 외모가 굉장히 빼어난 경국지색의 미모를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사실 그녀의 외모는 그냥 무난하고 평범했으며 다만 그녀는 엄청 어려 보이는 동안 외모로 <연산군일기>에 의하면 30대의 나이에 16세 소녀로 보였을 정도였다고 하죠.
또한 워낙 똑똑하고 명석한 두뇌를 가지고 있었으며 소싯적 숱한 남자들과 놀아났을 때 남자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특별한 스킬들을 이미 전부 마스터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연산군일기>에도 그녀의 요사스러운 아양은 견줄 사람이 없었다고 기록되어 있죠.
그런 요사스러운 교태를 부려 그녀는 연산군을 구워삶다시피 했는데 모두가 두려워하는 연산군을 마치 어린애 다루듯 했고 어쩔 때는 무슨 노예 부리듯 했다고 합니다.
거기다가 연산군의 아명이 '백돌'인데 장녹수는 연산군을 부를 때 '백돌아' 하고 불렀고 연산군도 장녹수가 자신의 아명을 부르면서 하대하는걸 특히나 좋아했다고 하죠.
또한 장녹수는 연산군을 마치 아기 대하듯 "엄마가 젖 줄까?"라고 하기도 하고 연산군이 어쩌다 두려움에 떨 때면 자신의 치마폭 안에 들어오게 했다고도 합니다.
연산군이 무척이나 화가 나있을 때도 장녹수의 얼굴만 보면 화가 누그러뜨려지며 기뻐한걸 보면 그가 얼마나 장녹수에 빠졌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렇게 장녹수의 매력에 푹 빠진 연산군은 1503년 12월에는 종3품 숙용의 품계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녀에게 노비에 쌀, 비단, 면포, 무명 등 엄청난 재물을 하사하는가 하면 궁에 살고 있던 장녹수의 집을 굳이 지어주기도 했는데 화재가 나면 위험하다는 이유로 그녀의 대저택 주변에 있던 민가를 헐어버리기도 했죠.
당연히 장녹수의 집안도 부귀영화를 누리기 시작했는데요.
내수사의 여종이던 언니 장복수와 아들은 면천이 되었고 형부였던 김효손은 함경도 전향별감이 되었습니다.
날마다 호화로운 연회를 열어 국가 재정이 파탄 나기에 이르렀고 자신의 신분이 천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가차 없이 죽이기까지 했죠.
또한 연산군에게 아양을 떨며 자신의 주인이던 제안대군의 장인 김수말에게 벼슬을 내리기까지 하는 등 인사에도 관여했습니다.
거기다가 조정의 상과 벌을 줄 때 역시도 그녀의 입김이 닿지 않는 곳이 없었죠.
그러다보니 온갖 부정한 뇌물과 청탁이 오갔고 그녀에게 아부하는 사람들도 많아져 갔습니다.
왕족이었던 남천군 이쟁은 형제와 노비송사를 하게 되었는데 장녹수에게 뇌물을 바치자 송사에서 쉽게 승소하기도 했죠.
그렇게 나날이 그녀의 권세와 위세는 강해졌고 모두가 그녀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연산군에게 승은까지 입었던 궁녀인 수근비와 전향을 질투해 연산군에게 그녀들을 모함했고 그렇게 수근비와 전향은 참수되어 효수가 되어 버렸으며 손과 발도 잘려 사방에 전시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기생인 옥지화는 실수로 장녹수의 치마를 밟아버렸는데 그대로 참형에 처해졌다고 하죠.
장녹수의 위세가 하늘을 찌르자 그녀의 하인들마저 기세등등해져 온갖 행패를 부렸는데 동지중추부사 이병정은 장녹수의 집 하인과 시비가 붙어 싸웠다가 불공죄로 잡혀들어가게 되었고 장녹수에게 뇌물을 바치고서야 비로소 풀려났던 적도 있을 정도였습니다.
하인과 양반이 애초에 시비가 붙어 싸운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데 심지어 양반이 잡혀갔다는 것은, 그녀의 권세가 얼마나 강력했는지 엿볼 수 있죠.
장녹수의 권력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백성들의 삶은 점점 더 피폐해져 갔고 이에 인수대비는 연산군에게 장녹수를 멀리하라며 누차 타이르기도 했지만 오히려 연산군은 인수대비를 더 싫어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백성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던 연산군 12년인 1506년, 연산군의 폭정을 보다 못한 대신들이 진성대군을 왕으로 추대한 사건인 중종반정이 일어나게 되었고 궁을 장악한 반란군은 연산군을 잡아 강화도 교동으로 유배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그의 애첩이던 장녹수는 전비, 김귀비 등과 함께 군기시 앞에서 참수형에 처해지게 되었죠.
이때 분노한 백성들은 "일국의 고혈이 여기에서 탕진됐다" 라고 외치며 장녹수의 시신에 돌멩이를 던졌습니다.
얼마나 많은 백성들이 얼마나 많은 돌을 던졌는지 순식간에 장녹수의 시체 위로 돌이 쌓여 마치 돌무덤을 쌓아 올린듯했다고 하죠.
당연히 장녹수의 모든 재산은 몰수당했고 장녹수의 가족들과 하인들 역시 벌을 받았습니다.
연산군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 영수는 다행히 죽임은 당하지 않았고 중종에게 집과 노비, 약간의 토지를 받아 평생 조용히 살았다고 하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폭군과 악녀의 말로는 너무나도 비참한 것 같네요.
몸을 파는 기생에서 나라를 뒤흔들었던 왕의 여자가 된 악녀, 장녹수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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