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남편, 아들까지 최고의 관직이던 영의정에 올랐고 모든 양반들의 부러움과 선망의 대상이던 정경부인 송씨는 두 얼굴 가진 여인이었습니다.
아랫사람들에게는 무자비하고 가혹했던 잔인한 인물 송씨부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미국에서는 '세계 유명 여류 인사' 라는 책을 간행했는데요.
한국에서도 조선시대의 한 인물이 이 책에 기록되었습니다.
다들 신사임당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 유명한 신사임당을 제치고 뽑힌 인물은 바로 송씨부인이었죠.
이 책에 그녀가 뽑힌 이유는 조선 역사상 유일무이한 기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인데요.
아버지 송질, 남편 홍언필, 아들 홍섬까지 삼대 모두가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관직인 영의정을 지냈던 이유에서였습니다.
또한 수명이 50세도 되지 않던 조선시대에 아버지는 67세, 남편은 74세, 아들은 82세까지 살았고 송씨부인 자신은 무려 94세까지 살았으니 온갖 부귀와 영화를 누리며 오래오래 잘 먹고 잘 살았죠.
당시 양반집 여인들은 모두 그녀를 부러워했고 심지어 당시 왕비는 송씨부인을 만날 때는 꼭 일어서서 마중을 하고 깍듯이 인사까지 했다고 하는데요.
한 궁녀가 왕비에게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를 묻자 송씨부인은 아버지와 남편 아들이 모두 영의정이니 내가 어찌 공경하지 않을 수가 있겠느냐고 말했다고 하죠.
그만큼 사람들의 모든 부러움을 샀고 선망의 대상이었던 그녀는 부모에게 효도하고 남편을 잘 섬기며, 자식에겐 자애로운 여성이라는 이야기도 돌았고 또한 의지와 기개가 넘치는 강인한 여장부라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모두에게 칭송받는 그녀에게는 믿기 힘들 정도의 이상한 소문도 있었는데요.
송질에게는 딸이 세명이 있었는데 높은 벼슬인 아버지의 권세를 등에 업고 세 딸 모두가 콧대가 높고 성질이 사나웠으며 남편을 우습게 여길 정도였다고 합니다.
특히 홍언필에게 시집간 막내딸의 성질은 누구보다 사나웠다고 하죠.
송씨부인이 홍언필과 결혼한 첫날밤이었습니다.
홍언필은 성격이 드세던 부인의 기선을 제압할 목적으로 둘이 있던 방에 술상을 차려온 여자 노비의 손목을 덥석 잡았습니다.
여자 노비는 깜짝 놀라며 손을 뿌리 치려 했는데 홍언필이 꽉 잡고 있던 터라 쉽게 뿌리치진 못했죠.
그런데 그 장면을 물끄러미 보고 있던 송씨부인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홍언필이 하려던 기선제압은 물거품이 되었죠.
그러던 어느 날 홍언필이 사랑채에 있을 때였습니다.
하인 중 한 명이 아내 송씨부인이 보냈다며 무언갈 주길래 열어보았더니 온몸에 털이 바짝 설 정도로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죠.
그것은 바로 지난날 자신이 손목을 잡았던 여자 노비의 손가락이었던 것이죠.
송씨부인이 그때의 일을 마음에 품고 있다가 그 여자노비에게 앙갚음을 해버린 것입니다.
홍언필이 별생각 없이 한 행동 때문에 여자 노비만 피해를 입은 것이었죠.
그러나 손가락이 잘린 여자노비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누구에게 가서 하소연할 수도 없었죠.
그 이유는 바로 세종 4년인 1422년, '노비고소금지법'이 제정되면서 노비들이 주인의 불법행위를 고소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당시엔 주인이 노비를 죽여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손가락 하나 자른 건 아무 일도 아니었던 것이죠.
그러나 송씨부인이 한 악행은 이걸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홍언필은 윤삼계의 여종과 간통을 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 사실을 알게 된 송씨부인은 노발대발하며 그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그리고나서 그 여종을 데리고 나와 몽둥이로 두들겨 패기 시작했는데 피투성이가 되도록 두들겨 맞은 여종은 온몸이 성한 데가 없었다고 하죠.
거기다가 챙겨간 칼로 머리카락을 잘라버렸으며 빗으로 얼굴을 긁어 심한 생채기를 내기도 했습니다.
그 상황은 너무나도 참혹했다고 중종실록에 기록되어 있죠.
그런데 야사에는 이후 사정까지 기록되어 있는데요.
송씨부인은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여종을 산속으로 끌고 가 살아있는지 죽었는지도 확인하지 않은 채 그대로 땅속에 묻어버렸다고 하죠.
그런데 그 여종은 숨이 붙어 있었고 산 채로 그렇게 화를 입은 것입니다.
하지만 송씨부인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죠.
그리고 남편인 홍언필과 자식인 홍섬이 높은 관직에 오르는 데에도 전혀 피해를 받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그런 난폭한 성질은 남편인 홍언필에게까지 미치는데요.
송씨부인의 괴팍한 성질에 학을 뗀 홍언필은 그녀와 오랜 시간 서로 대화를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많이 지난 어느 날, 아들 홍섬이 관직에 등용되어 아버지와 함께 등청하는 날이었죠.
둘은 송씨부인의 마중을 받으며 가던 차에 갑자기 홍언필이 대문을 나서기도 전에 멈추더니 껄껄껄하고 웃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의아해하던 송씨부인을 보더니 홍언필이 처음에는 송씨부인의 난폭한 성질을 고쳐보려고 화난 척 연기를 했지만 기죽어 사는 송씨부인의 얼굴을 보니 웃겨서 그만둘 수가 없었다고 이야기하며 오랫동안 자신에게 속았다고 말하는 것이었죠.
그 말을 들은 송씨부인은 곧바로 남편에게 달려들어 홍언필의 수염을 잡고 쥐어뜯어버렸습니다.
이 일화에도 알 수 있듯이 송씨부인의 성격은 정말 아무도 못 말릴 정도였을 것 같은데요.
당시 영의정이던 남편한테도 이랬을 정도면 그녀의 노비나 하인들, 종들은 도대체 어떤 대우를 받았을지 궁금하네요.
알려진 것만 이렇게 큼지막한 사건들 뿐이니 알려지지 않은 악행은 얼마나 될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이죠.
그녀는 아버지, 남편, 아들을 영의정에 오르게 하기까지 내조를 잘한 그런 최고의 현모양처 였을까요?
아니면 자신보다 아래였던 사람들에게는 무자비했던 악녀였을까요?
당시 모든 여성들의 부러움을 샀던 여인이자 자신보다 낮은 신분의 사람들에게는 괴팍하게 대했던 여인 송씨부인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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