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량의 입으로 시작된 적벽대전 제갈량 혼자 이빨만 까서 오나라 참모들을 아작낸 사건 제갈량의 설전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삼국지연의를 보면 정말 숨 막히는 전투장면도 많이 나오고 가슴이 웅장해지는 장면이나 엄청난 계책을 발휘하는 장면도 나오면서 삼국지 정사보다는 연의가 훨씬 재미가 있죠
그런 명장면들 중에서도 굉장히 돋보이는 장면이 하나 있는데요
당시 하북을 평정하고 형주로 눈을 돌린 조조가 노리는건 바로 유비였는데 제갈량은 오나라와 조조를 싸움 붙이기 위해 오나라를 설득하러 그곳으로 갔고 당시 오나라는 전쟁의 피바람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수많은 신하들이 항복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갈량은 혼자서 오나라의 똑똑한 참모들을 이빨만 까서 다 작살내버리고 결국 '적벽대전'을 이끌어 냈죠
오늘은 제갈량이 오나라로 건너가 모두를 설득시킨 희대의 설전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다만 이 설전은 삼국지 연의에서 나오는 허구의 사건으로 실제로 제갈량이 오나라에 가서 동맹을 성사 시키긴 했지만 이렇게 디테일한 내용은 재미를 위해 만들어낸 이야기 이므로 재미로만 봐주시면 될것 같습니다
당시 유비의 든든한 빽이던 유표가 세상을 떠나고 그 뒤를 유종이 잇게 되었는데 그는 얼마안가 조조에게 항복하고 말았죠
그렇게 위험에 처한 유비는 장판교에서 장비가 활약하고 제때 관우와 제갈량이 지원군을 이끌고 와서 겨우 조조군으로 부터 도망칠수 있었지만 이후 조조군을 상대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유비의 참모로 있던 제갈량은 오나라와 동맹을 맺고 조조와 맞서야 한다며 그들을 설득하기 위해 혼자 오나라로 건너가게 되죠
이때 조조는 오나라에 서신을 보내 항복할것인지 아니면 나의 백만대군과 전쟁을 벌여 오나라를 불바다로 만들것인지 정하라는 협박을 했습니다
그러자 오나라 대신들은 전력의 차이가 10배 이상 난다며 대부분이 전쟁을 반대하고 있던 상황이었죠
이때 제갈량은 오나라의 참모들을 먼저 만나 설전을 벌이게 됩니다
제일 먼저 '강동의 현인' 이라고 불리는 장소가 나섰는데요
과거 손책이 손권에게 자리를 넘겨주면서 바깥일은 주유에게 안에 일은 장소에게 상의를 하라는 유언을 남겼을 정도로 뛰어난 인물이었죠
장소는 제갈량을 보고 '그의 세치혀에 놀아나 오나라를 위험에 말려들게 할수는 없다'고 생각하며 제갈량에게 물었습니다.
"현덕공은 공명선생을 얻었을때 물고기가 물을 만난듯 기뻐했다고 하던데 어찌 형주를 빼앗기고 신야에서도 도망쳐 강하에 숨어 있는것입니까?" 라고 물었죠
이때 제갈량은 이들과의 논쟁에서 밀린다면 오나라를 움직일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만약 주군께서 형주를 빼앗으려 했다면 쉽게 뺏을수 있었지만 돌아가신 유표님과는 동종의 연을 맺었기에 인의를 중시하는 주군께서 나라의 불행을 틈타 영지를 탈취하는 일은 차마 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라고 답변했죠
이에 장소는 "그게 무슨 소립니까? 공명선생은 스스로를 관중과 악의에 비한다고 하시더니 그런 사소한 일과 감정을 버리고 대의를 위해서 움직여야 하는것이 마땅하지 않습니까?" 라고 하는것이었습니다
그러자 제갈량은 "여남에서 조조에게 패배했을 때는 신야에 병사가 천 명도 남지 않았고 장수는 관우 장비 조운 밖에 없었습니다
이런힘으로 조조군과 정면으로 맞서는것은 스스로 죽고자 하는것이지요. 이것을 피하는것은 병가에 늘 있는 일입니다
또한 신야는 작은 땅이라 모든것이 다 부족했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나의 뛰어난 계책으로 하후돈과 조인을 물리쳤던 것입니다
그리고 수만명의 백성들이 주군의 덕을 흠모하여 뒤따라 오다보니 잠시 위험에 처할뻔 했던 것인데 이는 주군의 인애를 보여주는것이지 비참한 패전이라 볼수 없습니다
옛날 초나라의 항우는 싸울때마다 승리했지만 해하전투의 패배로 한고조에게 멸망하고 말았습니다
승패는 병가에서 자주 있는 일로 일부 승패만으로 모든것을 논한다는것은 경솔한 일입니다"
라고 하니 장소는 아무말 못하고 물러날수 밖에 없었죠
그러자 이번엔 우번이 나섰습니다
우번은 제갈량에게 "조조의 군대는 백만이나 되는데, 선생께서는 어떤 대책이 있으십니까?" 라고 물었죠
그러자 제갈량은 "백만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70~80만 정도밖에 되지 않을것입니다
그리고 원소를 멸망시키고 받아들인 군사들과 형주의 군사들을 합친 숫자라 오합지졸에 불과하니 두려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우번이 하하하 웃으며 "이상하네요. 조조에게 처참하게 패배하고 다급하게 강하로 도망가서 할수없이 남의 도움을 빌리면서 두려워 할것이 없다니 이게 무슨 말이오?" 라고 되물었죠
그러자 제갈량은 "주군 유비님의 군사들은 인의가 있지만 겨우 수천명에 불과합니다
이 숫자로 적군 백만대군과 맞서기엔 무리가 있어 강하로 물러나 때를 기다리고 있는것입니다
저희에 비해 오나라의 군사는 정예병에다가 식량도 넉넉하며 장강이라는 지리적우위도 점하고 있으면서 주군에게 항복을 권하는것은 비겁하기 짝이 없는 노릇 아닙니까?
이에 반해 우리는 적은 수로도 조조에게 대항하려 하는데 조조를 두려워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도 당신들이 할말은 없을것 같은데요?"
라고 대답하니 우번 역시 꿀먹은 벙어리 마냥 조용히 있을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보즐이 나서서 제갈량에게 물었죠
"당신은 고작 소진과 장의의 달변을 따라해 우리 오나라를 전쟁에 참여하게 만들셈인 것이오?"
이에 제갈량은 "소진과 장의를 달변가로만 알고 있는것 같은데 그 둘은 당대의 호걸이었습니다
소진은 여섯나라의 재상을 지냈고 장의는 두번이나 진나라의 재상이 되었을 정도로 두사람 모두 나라를 지탱한 대단한 인물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들은 조조가 보낸 협박편지 하나만으로 항복하고 하는데 감히 소진과 장의를 논할수 있습니까?" 라고 대답했죠
그러자 설종이 벌떡 일어나더니 "그러면 조조는 어떤 인물입니까?" 라고 물었습니다
이에 제갈량은 "두말할 필요 없이 한나라의 역적입니다" 라고 대답했죠
그러자 설종은 "조조는 이미 한나라의 3분의 2를 차지한 위대한 인물이오
또한 민심도 그에게 기울고 있으며 하늘도 그의 편입니다
조조를 역적이라 한다면 과거 순왕이나 우왕, 무왕, 진왕도 모두 역적이 아니겠습니까?" 라고 하는것이었습니다
그러자 제갈량은 설종에게 "그 입 다무시오!"라고 소리치더니 "당신의 말은 부모도 없고 주군도 없는 사람이 하는말 같소
조조는 조상 대대로 한나라의 녹을 받으며 한 황실의 은혜를 입었는데 한나라가 쇠퇴하자 나라를 멸망시키고 천하를 먹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럼 당신에게 묻겠소
당신의 주군인 손권님이 쇠약해지시면 조조처럼 주군을 업신여기고 이 오나라를 멸망시킬 생각입니까?" 라고하자 모두 아무말 못하고 장내가 조용해 졌습니다
그러자 조용히 육적이 일어나더니 제갈량에게 물었죠
"조조는 현재 한나라의 승상이면서 상국이던 조참의 후예입니다
하지만 유비님은 스스로 황손이라고는 하지만 우리가 알기로는 짚신과 돗자리나 짜던 촌부 였는데 어떻게 두사람을 견줄수 있겠습니까?"
이에 제갈량은 대답했습니다
"황제께서 우리 주군을 만났을때 황실의 후예임을 밝힌바가 있습니다
또한 한고조께서도 평민의 신분으로 천하를 통일하셨는데, 주군께서 돗자리와 짚신을 짰다고 한들 그게 무슨 욕이 되겠습니까?
이름 높은 가문 출신인 조조는 항상 한 황실을 칠 기회만 엿보고 있는데 그 죄가 오히려 더 크지 않겠습니까?" 라고 하자 육적 역시 아무말 못하고 찌그러졌죠
그러자 엄준이 비꼬듯이 물었습니다
"공명 선생의 달변에 저희가 꼼짝 달싹 못하겠는데, 대체 어떤 경전을 읽고 그토록 박식하게 되었는지 알려 주시지 않겠소?" 라고 하는것이었죠
그러자 제갈량은 "제가 방금 한말을 듣지 못한것입니까? 출신이고, 관직이고, 가문이고, 아무 상관이 없다고 말했는데, 내가 무슨 경전을 읽든 뭐가 중요합니까?
과거 강태공이 어떤 경전을 읽었다고 들은것이 있습니까?
한나라의 장량과 진평같은 이들이 경전에 능했다는 말을 들은적이 있습니까?
저는 쓸데없이 책이나 읽고 허송세월을 보내진 않았습니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이때 갑자기 한 인물이 호통을 치며 들어왔죠
그는 바로 황개였습니다
황개는 오나라의 참모들을 보고 꾸짖듯이 말했죠
"당대의 영웅이신 공명 선생을 모시고 이 무슨짓들입니까?
적을 물리칠 생각은 안하고 손님에게 이상한 질문만 해대다니 부끄럽지 않소?
이는 주군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거나 다름없습니다" 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제갈량은 황개를 따라 오나라의 군주 손권을 만나러 갔죠
그렇게 무기없는 싸움을 하게 된 제갈량은 오나라 참모들의 항복 주장을 수려한 말빨로 모두 눌러버린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끝판 대장이 남아있었으니 그는 바로 주유였죠
제갈량은 노숙과 함께 주유를 만났는데 노숙이 조조군을 어떻게 할것이냐 묻자 주유는 항복을 해야할것 같다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제갈량의 대답 역시 주유의 말이 맞는것 같다고 말하며 항복을 하면 전쟁의 화마도 피할수 있고 지금처럼 잘먹고 잘살수 있을것이라고 하는것이었죠
그리고나서 제갈량은 주유에게 "싸우지도 않고 항복하지도 않고 조조군을 철수하도록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노숙과 주유는 깜짝 놀라며 그 방법이 무엇인지 물으니 제갈량은 "그 방법은 바로 오나라에 있는 대교와 소교라는 미인을 조조에게 선물로 바치는 방법입니다
과거 동작대를 지으면서 조조는 무슨수를 써서라도 그 두 미인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평생 동작대에서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라고 대답했죠
그러자 주유는 갑자기 버럭 화내며 조조에게 쌍욕을 하면서 결전을 다짐하는것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대교는 손책의 아내였고, 소교는 자신의 아내였던 것이죠
그렇게 오나라는 결국 유비와 동맹을 맺게 되었고, 얼마안가 적벽대전 이라는 전세계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된 대 전쟁이 벌어지고 만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나관중이 지어낸 소설에 불과하지만 대화 내용들이 정말 디테일하고 제갈량의 수려한 말빨에 가슴이 웅장해지는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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