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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 폭군 간신 탐구

진령군. 민비와 고종의 총애를 등에 업고 권세를 휘두른 무당

by 사탐과탐 2021.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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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오군란이 일어나면서 민비는 도망을 치게 되는데요 도망친 곳에서 운명적으로 한 무당을 만나게 됩니다.
그녀와 민비는 소울메이트가 되어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데요.
그 무당 진령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조선시대 말, 고종과 민비의 총애를 받아 권세를 휘둘렀던 무당이 한 명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박창렬이라고 알려져 있는 여인이었죠.

그녀는 출생연도와 사망연도 심지어 어디서 태어났는지 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분명히 실존했고 고위관료들 조차 그녀에게 쩔쩔매었을 정도로 강력한 권력을 휘둘렀습니다.

 

오늘은 조선이 서서히 망해가던 시기에 권력을 잡아 조선이 더 빠르게 망하도록 가속도를 붙인 인물, 진령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1882년 6월, 신식군대 별기군과 차별 대우를 받았던 구식군대는 13개월치에 달하는 녹봉을 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쌀, 포, 동전의 출납을 맡고 있는 선혜청의 당상관이었던 민겸호의 명으로 밀린 녹봉 중 겨우 한 달 치의 녹봉을 받게 되었는데 녹봉으로 받은 쌀 포대 안에는 20% 정도만 쌀이었고 나머지 80% 정도는 모래와 쌀겨 등이 들어있는 것이었죠.

 

군인들에게 지급해야할 녹봉도 민씨 일가가 다 해쳐먹은 것이었습니다.

이에 격분한 구식군대 병사들은 그대로 민씨 일가와 민비를 죽이기 위해 난을 일으키는데 이 일이 바로 임오군란이죠.

갑자기 난리가 나자 민비는 급하게 궁녀로 변장해 도망을 치게 되었고 그녀는 광주, 여주를 거쳐 마침내 충주 장호원에 있는 민응식의 집에 몸을 숨기게 되었습니다.

 

(글의 내용을 돕기 위한 이미지)

 

반란을 일으킨 구식군대 병사들은 사태의 수습을 위해 흥선대원군을 찾아갔고, 그는 성난 병사들을 위로하는 동시에 며느리였던 민비가 다시 궁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그녀가 죽었다고 발표했죠.

이미 사망선고를 해버렸으니 민비는 누구한테 죽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고 그녀는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었습니다.

 

상황이 하루가 다르게 급박하게 돌아갔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숨어 있는 일 외엔 전혀 없었기 때문에 답답한 나날이 속절없이 지나갔죠.

그렇게 두려움이 극에 달해있을 때 집의 대문을 두드리는 누군가가 있었는데요.

문을 살짝 열어 누군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문 앞에는 왠 무당이 서있었고 "중전께서 이곳에 계신다고 신령님께서 계시해 주셨습니다"라고 하는 것이었죠.

 

깜짝 놀란 민응식은 그 무당을 집안으로 들여 민비에게 소개를 시켜주었는데 그것이 12년간 민비의 소울메이트가 될 여인, 진령군과의 만남이었습니다.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던 민비는 지푸라기 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그 무당에게 자신이 다시 환궁할 수는 있는지, 할 수 있다면 그게 언제인지 물었는데 그 무당은 자신 있는 태도로 앞으로 50일 안에 환궁할 수 있을 것이라 하며 그날은 아마 8월 초하루쯤이 될 것이라고 그때에 맞춰서 환궁할 준비를 하라는 것이었죠.

 

(글의 내용을 돕기 위한 이미지)

 

듣던 중 반가운 소리를 들은 민비는 그대로 고종과 은밀이 연락을 해 청나라에 군대를 파견해 달라고 요청했고 그렇게 청나라 군대는 한양으로 진입해 흥선대원군을 납치한 뒤 청나라로 압송했으며 임오군란을 일으킨 군인들마저 체포해버렸습니다.

 

그렇게 청나라군에 의해 순식간에 사태가 수습되어 버렸고 무당이 예언한 날짜에 민비는 환궁을 하게 되면서 그렇게 그 무당까지 데려온 것이죠.

그리고나서 민비는 고종에게 아뢰어 그 무당에게 진령군이라는 군호를 내렸습니다.

군호는 왕자나 종친, 수많은 공적을 쌓은 신하들에게 내리던 칭호였는데요.

 

이 일은 7종 천민 취급받으며 사회적으로 차별을 받았던 계층인 무당이자 심지어 여자가 군호를 하사받은 것은 조선 역사상 전무후무한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진령군은 민비가 기거하던 창덕궁에서 함께 살게 되었는데요.

민비는 신하들의 간언은 듣지 않고 오로지 진령군의 말만 맹신하기 시작했죠.

 

심지어 황현은 자신의 저서 <오하기문>에 '왕비는 그 무당을 언니라 부르기도 했다' 라고 기록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진령군은 민비의 권력을 등에 업고 부귀영화를 누리게 되었죠.

 

거의 매일을 왕실을 위한 산천기도와 제사는 끊임이 없었고 궁 한가운데서 굿판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민비의 침실 또한 마음대로 들락거리며 민비의 건강까지 돌봐주었는데요.

진령군이 민비의 배를 만지면 아픈 배가 나았다고 하고 머리를 만지면 두통이 나았다고 하죠.

 

그러자 민비는 더욱더 진령군을 신뢰하게 되었고 진령군의 말이라면 무조건 들어주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고종과 민비는 관찰사나 지방관 등을 임명할 때도 진령군의 말을 들었으며 그녀는 정부 관료들의 인사에 까지 개입하기 시작했죠.

 

그러지 않아도 당시에는 관직을 사고파는 매관매직이 만연해 있었는데 진령군의 입끝에서 관직이 정해지자 사람들은 진령군의 주위에 모여들었습니다.

조정의 고위 관료들 또한 그녀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는데 양반이었던 그들이 천대하던 무당에게 설설 기며 아부를 할 정도였죠.

 

(글의 내용을 돕기 위한 이미지)

 

심지어 고위관료들 중 몇몇은 진령군과 의남매 또는 의자(義子)가 되어 그녀에게 누님이나 어머니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진령군의 권력은 하늘을 찌르게 되었고 그녀의 재산도 날이 갈수록 불어 나갔죠.

 

그러던 어느 날 무당이 궁에 상주한다는 소문이 도성 안에 퍼지게 되었고 이 소문이 신경 쓰였던 진령군은 민비에게 "저는 관우의 딸입니다아버지 관우의 사당을 지어주면 그리로 옮기겠습니다." 라고 말했고 그렇게 민비는 한양의 북쪽에 관우의 사당인 북묘를 지어주었으며 진령군은 그리로 옮겨가 살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부터 고종과 민비는 진령군을 만나기 위해 허구헌날 북묘에 드나들었는데 진령군에게 잘 보여 한자리 하고 싶었던 양반들이나 심지어 돈을 노리고 모여든 시정잡배들까지 뒤섞여 그 앞은 문전성시를 이루게 되었죠.

이때 김해에서 올라온 이유인은 진령군을 속여 그녀의 양아들이 되었는데 그들은 손발이 척척 잘 맞아 고종과 민비를 뒤에서 조종했고 그렇게 엄청나게 많은 재물을 모았습니다.

 

그녀는 몸이 약했던 세자의 병을 고치는 굿을 해야 한다고 엄청난 돈을 요구하기도 했으며 나라가 평안하기 위해서는 금강산 1만 2천봉에 쌀 한섬과 돈 천 냥, 무명 한 필씩을 바쳐야 한다고 하자 고종과 민비는 그 말을 믿고 즉시 그렇게 실행하기도 했죠.

 

그렇게 나날이 국고가 텅텅 비어 가고 있었지만 민비는 아랑곳하지 않고 진령군만 맹신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진령군은 이 북묘에 머물며 온갖 악행을 저지르면서 어마어마한 재산을 축적하게 되었죠.

 

(글의 내용을 돕기 위한 이미지)

 

그렇게 그녀가 조선을 손아귀에 놓고 마음대로 뒤흔든게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속되자 참다못한 선비들은 '북묘에 살고 있는 요망한 계집의 목을 베라'는 등의 진령군을 탄핵하는 상소를 올렸는데 이 상소를 본 고종은 분노하며 탄핵 상소를 낸 대신들을 모조리 유배를 보내버렸습니다.

그만큼 민비와 고종의 진령군에 대한 믿음은 확고했죠.

 

그러던 고종 33년인 1895년.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조선에 영향력을 뻗치기 시작했고 8월달이 되자 일본 낭인들에 의해 조선의 국모였던 민비가 시해당하고 말았습니다.

진령군의 든든한 빽이 되어주던 민비가 시해당하자 그녀는 모든 권력과 재물을 순식간에 잃게 되었고 그렇게 완벽하게 몰락해버립니다.

 

진령군이 어떻게 죽음을 맞이했는지는 정확하게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민비가 시해되고 나서 얼마 안 가 체포되어 거열형으로 죽었다는 이야기가 있기도 하고 민비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 따라 죽었다는 이야기 체포 당했지만 재산을 몰수당하고 풀려난 뒤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어들어 겨우겨우 살다가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는 이야기 등 여러 썰들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권력을 지키기 위해 무당을 맹신했던 고종과 민비나 그런 왕과 왕비를 이용해 매관매직을 일삼으며 엄청난 재물을 모았던 진령군이나 한 나라가 망하기에 필요했던 사치와 향락, 부패 등 모든 박자가 잘 어우러져 조선이 망한 것이 아닌가 싶네요.

 

기가 막힌 타이밍에 민비를 만나 당시 양반들보다 더 큰 권력을 누렸던 무당 진령군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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