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한 어린시절을 보내다 황제가 된 이후 정치는 나 몰라라하고 목수질만 해댄 암군 천계제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역시 망해가던 명나라를 살릴만한 능력이 전혀 없었고 환관들이 벌이는 악행은 여전했던 것이죠
명나라는 만력제때 망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은데 어찌보면 그럴것 같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만력제가 아들인 태창제와 손자인 천계제 둘에게 황제 교육을 전혀 시키지 않았기 때문이죠
오늘은 정덕제, 가정제, 만력제와 더불어 명나라 암군 F4에 들어가는 천계제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천계제의 아버지이던 주상락은 당시 만력제가 총애하던 후궁인 정귀비에게 살해위협을 받고 있었으며 엄청난 견제를 받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심지어 만력제는 자신의 아들인데도 주상락을 미워했으며 그러다보니 주상락은 정귀비 뿐만아니라 환관들에게도 개무시를 당하고 있었죠
하지만 결국 만력제의 친모이던 이태후가 호통친 끝에 1601년에 비로소 주상락이 태자자리에 오르게 된것입니다
그로부터 4년후인 1605년에 주상락과 왕재인 사이에서 (태자의 후궁 작위 : 재인(才人)·선시(选侍)·숙녀(淑女)) 훗날 천계제가 되는 주유교가 태어났지만 주유교 역시 아버지와 같이 정귀비의 살해위협에 시달렸고 할아버지 만력제에게도 투명인간 취급을 받았죠
또한 1619년 자신의 어머니였던 왕재인이 세상을 떠나게 되었고 그렇게 주유교는 기죽고 불안한 어린시절을 보내게 된것입니다
심지어 어이없게도 주유교는 16살이 되기까지 제대로 된 교육을 전혀 받지 못했었죠
할아버지 만력제가 아버지 주상락의 교육도 전혀 시키지 않았으며 주상락은 제 목숨 건사하기 바빴기 때문에 주유교 역시 아무런 교육을 받지 못한채 살았던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주유교는 글을 쓸줄도, 읽을줄도 모르는 거의 까막눈 수준이었다고 하죠
이런 위태로운 상황에서 자신이 좋아하고 할줄아는건 나무를 깎아서 무언가를 만드는 목수일이었고 주유교는 점점 목수 일에 몰두하기 시작했습니다
한편 아버지 주상락은 이선시를 총애하고 있었는데요
1620년 주상락이 태창제로 즉위하자 이선시는 태창제와 함께 건청궁에서 살게 되었죠
(건청궁 : 자금성 내에 있던 황제의 침전)
그러다보니 주유교는 이제는 이선시의 눈치도 보며 살게 되었습니다
만약 이선시에게서 아들이라도 태어난다면 자신의 목숨도 굉장히 위태로웠을테니까요
그런데 갑자기 아버지 태창제가 제위에 오른지 29일만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는데 이선시는 환관 위충현과 결탁해 조정의 실권을 장악하려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가장 중요한건 다음 황제가 되는 주유교를 확보하는 것이었고 이후 양연과 좌광두 등 조정 대신들이 건청궁으로 찾아와 주유교를 만나려고 했지만 이선시의 방해로 만나지 못했던 것이죠
하지만 대신들도 그들이 조정의 일에 간섭하는 것을 막기위해 물러서지 않았는데 이선시에게 태창제가 죽었으니 건청궁에서 나오라고 요구했고 이선시는 자신이 황태후가 되어 건청궁에 머무르면서 수렴청정을 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선시의 그런 태도에 어이가 없었던 대신들은 더욱 강하게 압박을 했고 결국 이선시도 대신들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건청궁에서 인수전으로 옮길수 밖에 없었으며 수렴청정을 하면서 권력을 독점하려던 이선시의 계획도 무산되고 만것이죠
그런데 이후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데 이선시가 인수전으로 옮기고 나서 며칠 후 그녀의 거처에 불이난것입니다
이선시는 겨우 목숨을 건질수 있었지만 이 일에 대한 온갖 유언비어가 퍼졌고 심지어 가춘왕이라는 인물은 "선제의 용체가 아직 식지도 않았는데, 서모와 그 소생 공주를 보호하지 않고 쫓아냈다" 라며 천계제와 대신들을 질책했죠
또한 이선시를 죽이려 했다는 배후로 지목된 정귀비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이 사건을 '이궁안'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태창제때 일어난 정격안, 홍환안, 그리고 이 이궁안을 합쳐서 의심스러운 3개의 사건이라는 뜻으로 '명말 3대 의안'이라고 부르죠
어렸을적부터 기죽어 살았고 목숨의 위협을 받았으며 이후에도 계속해서 높은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위태롭게 자라기도 했고 까막눈 수준이었다보니 안타깝게도 천계제는 정치엔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요
모든 정사를 환관이던 위충현에게 넘긴채 자신은 좋아하는 목수일에만 빠져들었습니다
그는 목수가 됐다면 정말 유명하고 대단한 인물이 되었을것 같을 정도로 목수 실력은 굉장히 뛰어났는데요
궁궐을 건축하는 현장에 황제인 자신이 불쑥 나타나 거기있던 목수들을 진두지휘했다고 하죠
심지어 직접 톱질과 대패질도 해가며 궁궐을 짓기도 했고 건청궁이나 정원의 미니어처를 굉장히 정교하고 완벽하게 만들어 냈습니다
또한 가구도 많이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 중 침대는 길이를 조절할수 있고 각도 조절까지 가능하게 만들 정도였다고 하죠
그가 목수일을 한것에 대한 재미있는 일화도 있는데요
어느날 천계제는 문득 자신의 목수실력이 어떤지 궁금해 환관을 시켜서 자신의 작품들을 시장에 들고가 팔아보라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시장에서 천계제가 만든 여러 가구나 목공예품들을 팔아보니 비싼가격에 불티나게 팔렸고 이 소식을 들은 천계제도 굉장히 흡족해 했다고 하죠
그가 목수일에 천부적인 소질을 보였다보니 현대의 학자들은 그에게 서번트 증후군이 있지 않았나 의심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교육을 제대로 못받았다 하더라도 주유교는 훗날 젊은 나이에 요절하지 않는이상 무조건 황제가 될 인물이었기 때문에 까막눈이라는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는 것이죠
명나라 황실에서 신경을 안쓴다 하더라도 신하들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테니 아마 천계제는 지적 장애를 앓고 있었을 것이다라는 설이 유력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목공일은 잘했다보니 서번트 증후군을 의심하는것이죠
또한 그에게는 까막눈이라는 자격지심이 있어서인지 훗날 숭정제가 되는 동생 주유검에게는 굉장히 교육을 열심히 시켰다고 합니다
어쨌든 천계제는 목공일 외에도 귀뚜라미 싸움을 굉장히 즐겼다고 하죠
하지만 문제는 천계제는 명나라 황제였던 것인데요
그가 목수일과 귀뚜라미싸움에 몰두하면 할수록 명나라는 점점 멸망해가고 있었죠
천계제에게 전권을 위임받은 위충현은 굉장히 강력한 권세를 휘둘렀는데 온갖 악행을 저지르며 전횡을 일삼았던 것입니다
심지어 이선시를 건청궁에서 나오게 했던 대신들을 숙청해버렸고 이선시 역시 다시 비로 오르며 복귀할수 있었죠
이때 명나라의 감시가 느슨해지면서 점점 고개를 드는 인물들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명나라 동쪽에 있던 여진족을 이끄는 누르하치 였습니다
누르하치는 흩어져있던 여진족들을 통합하며 요동을 다 장악해가던 상황이었죠
이에 천계제는 또 다시 이상한 짓을 해버리는데요
누르하치가 저렇게 잘 나가는 이유는 금나라 황릉의 왕기가 철철 흘러넘치기 때문이라는 방사의 말을 믿고 천계제는 과거 금나라 황릉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린 것입니다
방사는 황릉을 파괴하면 여진족의 용맥을 잘라 왕기가 없어질거라고 했고 천계제는 무릎을 탁치며 신묘한 계책을 내준 방사에게 두둑한 상까지 내렸죠
그리고 즉시 군대를 보내 금나라 황릉 지역을 모조리 불지르고 다 파헤쳤으며 금나라 황릉을 모조리 파내어 버렸습니다
또한 황릉과 관련된 건물들을 전부 부숴버린 뒤 석주나 난간 같은 건축 부자재와 돌멩이들로 황릉의 묘실을 메워버렸죠
심지어 금 태조 완안 아골타의 릉에 있던 용머리를 자르고 용의 목부위에도 커다란 구멍을 파놓았습니다
거기다가 완안 아골타가 묻혀있던 자리에 어떤 탑을 세워버렸는데 관우와 우고(남송의 명장)의 영혼을 불러내 명나라가 누르하치에 이길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하기 위해서였죠
천계제가 이런 짓을 해대자 오히려 누르하치는 더욱 열받았고 명나라를 침공하는 원인을 제공하게 된 셈이었습니다
훗날 이 사건을 일컬어 "천계 굴릉 사건" 이라고 부르게 되었죠
하지만 골칫거리는 더 있었습니다
바로 위충현을 위시한 여러 환관들과 탐관오리들의 악행에 살다못한 백성들이 여기저기서 반란을 일으키고 있었던 것이죠
하지만 천계제는 여전히 목수일에만 몰두하고 점점 명나라의 명운은 기울어져 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천계제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 마는데요
그 이유는 바로 천계제가 뱃놀이를 하면서 놀다가 그만 물에 빠져 버린것이죠
다행히 물에서 건저져 목숨만은 살았지만 이로 인한 후유증으로 시름시름 앓다가 얼마안가 숨이 끊어지고 만것입니다
그는 죽기 직전에 동생인 주유검에게 "너는 나보다 재능이 많으니 나라를 잘 다스릴것이다" 라고 말하고 세상을 떠났으며 이후 황위에 오른 이가 바로 주유검으로 그가 명나라 마지막 황제 숭정제이죠
주유검이 황제에 오른 이후 명나라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 노력하긴 했지만 이미 너무나도 늦어버린 상황이라 결국 명나라는 멸망하고 만것입니다
천계제는 16살에 어린나이로 황제가 되어 23살에 죽기까지 약 7년의 시간동안 재위를 이어나갔는데요
그는 재위기간 내내 전혀 나라를 다스리지는 않고 목수질만 해댔고 환관에게 정사를 맡겨버려 돌이킬수 없을정도로 나라가 망가져 버렸으니 암군 소리를 듣고 있는 것입니다
당시 목수일은 돈벌이가 잘되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평가가 나쁘지 않았던 직종이라고 하는데 천계제가 황제가 아닌 목수로 태어났으면 행복한 삶을 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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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창제. 천신만고 끝에 황제가 되었지만 황제가 된 이후 29일만에 죽은 황제
동창. 황제에게 권한을 부여받아 온갖 악행을 저질렀던 공포의 환관 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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