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의 주군을 섬겼지만 모든곳에서 재능을 인정받았던 삼국지 최고의 처세가이자 책략가 가후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오늘 이야기할 인물은 후한말 혼란한 시기에 주인을 5명이나 섬기기까지 했지만 가는곳마다 재능을 인정 받았고 몇몇 주인들은 그를 받아줄 그릇이 되지 못한다고 스스로 생각해 이 인물을 두려워했을 정도라고 하죠
그는 바로 '가후' 인데요
그의 처세술이 워낙 뛰어났던 덕인지 그 어떤 사람에게도 공격받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가후는 삼국지 최고의 처세의 달인이라고 평가 받기도 하는데요
오늘은 이 가후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가후는 양주 무위군에서 147년에 태어났습니다
그의 가문은 그다지 대단한 명문가가 아니었던 탓에 젊은시절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죠
다만 염충이라는 인물만 그를 보고 "장량과 진평과 같은 기략이 있다"라고 평가했다고 합니다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에 비해 굉장히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있었던 가후는 훗날 관직에 오르기도 하지만 운도 따르지 않았으며 병까지 걸리게 되어 결국 관직을 내려놓고 낙향하게 되죠
고향으로 돌아가던 중 가후는 변방의 반란세력인 저족에 붙잡히고 마는데요
이때 그는 한가지 꾀를 내어, 목숨을 건지게 됩니다
저족에 사로잡힌 가후는 그들에게 자신이 '저족을 다 때려잡았던 단경의 손자'라고 소개하며 '만약 자신을 죽이더라도 시신을 잘 보관하면 할아버지인 단경 장군님이 거액을 주고 내 시신을 가져갈것'이라고 말했죠
그러자 만약 가후를 죽이면 단경의 철저한 보복을 당할것이 두려워진 저족은 결국 그를 풀어주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목숨을 건질수 있었던 가후는 다시 건강을 회복한 후 동탁의 사위인 우보라는 사람의 부하로 들어가면서 관직생활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죠
이때 한나라는 혼란 그 자체였는데요
대장군이던 하진이 십상시에게 죽임 당하고 이후 원소가 십상시들을 죽여버릴때 동탁도 낙양으로 향하던 중 도망친 환관 장양과 황제, 그리고 진류왕 유협을 만나게 되고 그들은 낙양에 입성하게 된것입니다
이때 가후는 동탁에게 한가지 계책을 알려주는데 데리고 온 병력 3천명을 800명씩 3개 조로 나눠 한밤중이되면 몰래 성밖으로 병력을 내보낸 뒤 아침에 1개조가 큰 북을 울리며 낙양에 입성하고 점심, 저녁에도 똑같이 병력이 낙양에 입성하는 모습을 낙양 모든사람에게 보이라는 것이었죠
동탁은 그 말을 듣고 여러번 반복한 끝에 낙양 사람들은 어마어마한 동탁의 병력이 서량에서 도착한것으로 착각하게 되었고 마침내 하진의 부하들의 항복을 받아낼수 있었으며 가장 강력한 권력을 휘두르게 된것입니다
하지만 얼마안가 반동탁 연합군에 의해 낙양을 버리고 장안으로 천도하게 되는데 가후는 이때도 그를 따라갔죠
이후 동탁이 여포에게 죽임 당하자 동탁의 부하였던 이각, 곽사 등이 군대를 해산하고 도망치려고 했는데 이때 가후는 그들에게 '어차피 죽을거 반격 한번 해보라'는 제안을 하게 되었고 그 말을 들은 이각, 곽사는 병력을 이끌고 장안을 공격했습니다
그렇게 결국 왕윤은 죽었고 여포는 도망쳐 이각, 곽사가 황제를 볼모로 잡고 권력을 거머쥐게 된것이죠
이각과 곽사는 가후의 공로를 인정해 제후의 직을 하사했지만 그는 받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각과 곽사는 자신이 모실수 있는 그릇이 아닌걸 느낀 가후는 단외라는 사람의 밑으로 들어가게 되죠
하지만 단외 역시 가후의 뛰어난 능력을 두려워했고 다시 그를 떠나 장수의 부하가 됩니다
이때 가후의 가족들은 아직 단외가 있던 지역에 남아있었는데 가후는 가족들에게 "단외는 나를 경계하니 내가 다른곳으로 간다면 좋아할것이다
그리고 내가 다른 강력한 세력에 들어갈것이라 기대해 우리 가족을 후하게 대해줄것이니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라고 했고 이는 그의 예상과 딱 맞아 떨어졌죠
가후가 장수의 부하로 들어간 이후 그가 승승장구하자 단외는 계속해서 가후의 가족들을 잘 챙겨줬다고 합니다
어쨌든 가후는 이후 책사로써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기 시작하는데요
훗날 조조가 공격해 오자 가후는 장수에게 "질것같으면 그냥 항복하는게 낫다" 고 간언했는데 이 말을 들은 장수는 조조에게 곧바로 항복했죠
하지만 조조가 장제(장수의 숙부)의 아내를 범했고 이 사실을 알게된 장수가 기분 나빠하자 조조는 장수의 부하이던 호거아에게 금을 내리면서 그를 포섭한 뒤 은밀히 장수를 죽이려고 했습니다
이를 알아차린 장수는 선빵을 날리기로 마음먹고 가후의 계략에 따라 조조군에 야습을 가해 조조의 장남인 조앙과 조카 조안민, 그리고 맹장 전위를 죽이기까지 하는 엄청난 피해를 끼쳤죠
하지만 당시 조조가 신경을 써야하는것이 장수 말고도 있었으니 바로 당시 중원 최강자 였던 원소였습니다
이때 원소와 조조는 장수와 가후를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해 동시에 사람을 보냈는데요
그냥 단순히 생각한다면 원소가 조조보다 더 강력한 세력이기도 했고 불과 얼마전에 조조의 아들과 조카, 그리고 아끼는 부하를 죽였기 때문에 원소와 손을 잡는게 맞다고 판단 되겠지만 가후는 장수에게 조조에게 갈것을 조언합니다
이때 가후는 세가지 이유를 들며 장수를 설득했죠
첫번째는 조조가 황제를 볼모로 잡고 있으니 원소보다 명분이 앞서고 두번째는 조조 세력이 열세이므로 자신의 편이 늘어나는것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가더라도 사사로운 원한은 문제 삼지 않을것이며 세번째는 원소는 형제인 원술조차 신뢰하지 않을정도로 의심이 많고 세력이 강하다보니 원소에게 가더라도 찬밥신세를 면치 못할것이기 때문에 조조에게 가는것이 더 좋은 대접을 받을것이라는 이유에서 였습니다
그렇게 가후와 장수는 조조에게 귀순했는데 가후의 예측대로 조조는 그들의 귀순을 굉장히 기뻐하면서 가후의 손을 잡고 "내게 천하인들의 신뢰를 가져다준 사람이 그대다" 라고 말했다고 하죠
조조가 가후에게 한 이 말의 뜻은 자신은 자식까지 죽게한 적장을 받아들이는 그릇이 큰 위대한 사람으로 천하에 알릴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였던 것입니다
어쨌든 조조의 밑으로 간 가후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하죠
관도대전 당시 원소의 부하였던 허유라는 사람이 원소를 배신하고 과거 어렸을적 친구였던 조조에게 찾아와 오소에 원소군 군량이 쌓여있으니 그곳을 공격하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조조의 신하들 대부분이 함정일거라며 반대했지만 오직 가후와 순유만이 오소 공격을 해야한다고 주장한것이죠
가후는 조조에게 "공께서는 원소에 비해 비범하고 용맹하며 결단력도 있어서 반드시 승리할수 있지만 너무 신중한 나머지 시간을 낭비하고 있습니다" 라고 조언해주었던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조조는 즉시 오소를 공격해 마침내 관도대전에서 승리를 거머쥘수 있었고 그렇게 원소와의 전쟁에서 이겨 하북을 평정할수 있었습니다
이후 대부분의 조조 부하들이 기세를 몰아 유비와 손권을 쓸어버리자고 했지만 유일하게 가후만이 "덕으로 다스린다면, 형주와 손권도 공에게 머리를 굽힐것입니다" 라고 조언하며 형주 공격을 반대했던것이죠
하지만 조조는 가후의 그런 조언을 무시해 공격에 나섰고 결국 적벽대전에서 크게 패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충격을 받은 조조는 한동안 전쟁을 일으키지않고 조용히 지내다가 마침내 211년 한중을 공격하게 하죠
그러자 익주와 서량 사람들이 불안해하며 얼마안가 조조가 서량을 정벌하러 올것이라고 여겼던 것입니다
그리고 한수와 마초 등 서량의 장수들이 함께 거병하여 10만의 군사를 이끌고 조조를 공격해 들어왔죠
이에 조조 역시 병력을 이끌고 그들과 싸웠지만 목숨을 잃을뻔한적도 있을만큼 위험한적도 있었습니다
이때 가후도 굉장히 훌륭한 계략을 조조에게 말해주는데 바로 이간책을 쓰자고 제안했던 것이죠
가후의 계책을 받아들인 조조는 한수와 마초에게 화해의 뜻을 밝혔고 이후 조조는 한수와 둘이서만 회담을 가졌는데 별다른 말은 하지 않고 그냥 옛날 이야기나 하면서 시간을 가진것입니다
자신의 진영으로 돌아온 한수에게 마초는 조조와 무슨대화를 나눴는지 물었지만 실제로 별 이야기 하지 않았던 한수는 마초에게도 별 이야기 안했다고 말했고 이에 마초는 한수가 조조와 손을 잡은것이 아니냐고 의심하기 시작한 것이죠
또한 가후는 한수에게 편지를 한통 보내라고 조언해 주었는데 편지에는 군데군데를 지운듯이 먹칠을 해서 보냈는데요
이후 편지를 본 마초는 편지 내용 곳곳이 지워진 이유가 한수가 조조와 내통한것을 숨기기위해 일부러 지운것이라 의심했고 결국 한수와 마초가 싸우게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렇게 가후의 이간책이 딱 맞아 떨어지게 되었으며 기회를 잡은 조조가 총공격을 해오자 한수와 마초는 결국 도망칠수밖에 없었죠
그렇게 한수 마초와의 전쟁에서도 조조군은 승리할수 있었습니다
이후 가후는 조조의 후계자 문제에도 굉장히 깊숙히 관여하게 되는데요
조비는 동생이던 조식이 아버지 조조의 총애를 받자 후계자 자리를 빼앗길까봐 불안해 하고 있었죠
그러던 어느날 조비는 가후를 찾아가 대책을 상의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가후는 "인덕과 관용을 발휘하고, 평범하게 선비의 업을 다하며, 열심히 일하고 아들의 도리를 저버리지만 않으면 된다" 라고 조언해주었죠
한마디로 다른 쓸데없는짓 하지말고 곧고 올바른 모습만 조조에게 보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조비는 가후의 조언에 따라 조식과 후계자 다툼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모든일에 진정성을 담아 행동하기 시작했죠
아버지가 전쟁터로 출정을 하는 날이면 말고삐를 잡고 슬피 우는 모습을 보이기 까지 했습니다
이에 조조는 조비도 좋고, 조식도 좋은데 누구를 선택해야 하나 고민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어느날 가후를 불러 자신을 이을 후계자로 누구를 세웠으면 좋겠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가후는 아무말없이 한동안 곰곰히 생각을 하는것이었죠
한참을 지나도 대답을 하지 않자 조급해진 조조는 왜 대답을 하지 않느냐며 다그쳤습니다
그러자 가후는 "원소와 유표가 후계자를 고를때의 일을 생각한다고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라고 말했는데요
가후의 대답을 들은 조조는 껄껄껄 웃으며 가후에게 "경은 항상 직접적으로 대답을 하지 않는구려. 무슨 뜻인지 알겠소
다음부턴 그냥 바로 말을 하시오" 라고 말했고 이후 조비를 정식 후계자로 삼았죠
어떻게 보면 가후가 조비와 조조에게 조언을 해주면서 이후 후계자 자리를 확정 시켜버린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렇게 훗날 조비가 조조의 자리를 이어받자 가후는 태위라는 높은 관직에 오르게 되었죠
가후는 살아오면서 계속 자신이 섬기는 주군의 말에 순응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무조건 관철시키기 위해 큰소리를 내거나 고집을 부리지도 않았으며 신하들 끼리의 시기 질투를 경계하면서 쓸데없이 자신의 권력과 세력을 과시하지 않았을만큼 스스로 처신에 있어서는 굉장히 철저했습니다
심지어 태위라는 높은 관직에 있으면서 수많은 권세가들이 찾아와 자식들을 혼인시키자고 해도 거절했으며 자신보다 낮은 벼슬에 있고, 평범한 집안에 자식들을 결혼 시키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경계심을 심어주지도 않았고 재산을 모은다거나 명예에 집착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죠
그러던 어느날 손권이 조비에게 "가후는 진심으로 너를 섬기지 않고 기회를 엿보는 사람인데 왜 불안하게 그런 인물을 신하로 두느냐?" 라고 하기도하고 "가후는 벌레같은 인간" 이라며 극딜을 박았는데 그 소식을 들은 가후는 모든 관직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버렸습니다
이후 잘먹고 잘살다가 77살의 나이로 고향집에서 편하게 세상을 떠났죠
삼국지 정사를 지은 진수는 가후를 순욱, 순유와 더불어 조조의 가장 뛰어난 책사로 꼽았을 정도였으며 요즘 사람들도 평생 실패가 없었던 그의 계책을 두고 삼국지 최고의 책사로 가후를 꼽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는 뛰어난 술책가에 불가했을뿐 군주를 도와 나라를 이끌어 나가던 제갈량과 순욱, 주유 등을 뛰어넘을 만한 사람은 아니라며 낮게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죠
어쨌든 그가 낸 계책은 모두 맞아 떨어졌고 어떤 곳에 가든 중요하게 쓰이며 평생을 잘먹고 잘살았던 가후의 삶을 보면 역사에 이름이 기록될만한 참 대단한 인물이 맞기는 한것 같네요
사탐과탐 다른 포스팅은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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