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아치 아버지 유방과 악녀 어머니 여태후 사이에서 치이다 비참하게 죽어간 한나라의 황제 혜제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진시황제가 진나라를 세우고 얼마안가 항우와 유방이 전국의 패권을 두고 싸우게 되었습니다
오랜 전쟁끝에 유방이 결국 승리를 하게 되고 한나라를 세우게 되죠
그리고 유방이 세상을 떠나고나서 2번째 황제가 된 인물이 바로 한나라의 혜제 입니다
그런데 그는 동치제와 마찬가지로 엄마가 강한 권력욕을 가지고 있었고 굉장한 쌘케였던 것이죠
그러다보니 혜제 역시 뜻을 펼치지 못하고 결국 이른나이에 세상을 떠나고 마는데요
오늘은 이 한나라의 2대 황제 혜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그는 기원전 210년, 진나라 패현에서 태어났으며 이름은 유영이었죠
아버지인 유방이 한참 항우와 패권다툼을 하고 있을때 그는 어머니와 같이 패현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유영이 고작 5살밖에 되지 않았을때 그는 목숨을 잃을뻔한 사건을 겪게 되는데요
기원전 205년, 유방이 56만의 병력을 이끌고 항우와 대대적인 전투를 치렀던 팽성대전에서 완전 대패하는 일이 벌어졌는데 이때 유방은 패배하여 도망치는 와중에 패현에 얼른 들러 가족들을 데리고 도망가려고 했던 것이죠
그런데 이미 패현 사람들과 가족들은 난리를 피해 도망친 후라서 가족들과 만날수 없었고 어쩔수 없이 그냥 혼자 도망치려는데 아들인 유영과 딸인 노원공주가 길가에 버려져 있는걸 발견했던 것입니다
이에 얼른 자신이 타고 있던 마차에 태웠고 그때부터 부리나케 도망치기 시작했죠
하지만 얼마안가 멀리서 초군의 추격군이 보이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이에 유방은 너무 심하게 당황하고 공포에 사로잡혔던 나머지 수레의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서 유영과 노원공주를 마차 밖으로 던져 버렸죠
이때 마차를 몰던 하후영은 깜짝놀라 아이들을 다시 얼른 태우고 도망치기 시작했는데 유방이 얼마안가 또 다시 애들을 버리는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하후영이 다시 태우고 하는 짓을 총 3번이나 반복하자 열받은 유방은 하후영을 죽이고 싶어 했다고 하죠
이때 하후영도 열받았는지 "짐승들도 제 새끼 귀한 줄은 압니다. 그런데 폐하께선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유방은 아버지로써 부끄러움을 느꼈는지 더이상 자식들을 마차 밖으로 던져버리지 않았다고 하죠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풍읍으로 도망칠수 있었고 목숨을 잃을뻔한 위기에서 유영 역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질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후 기원전 202년, 유방은 비로소 항우를 격퇴하고 한나라를 세우게 되었고 그렇게 유영 역시 황태자에 올랐죠
유영은 유방의 첫째 아들은 아니었는데요
이복형인 유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유비는 서자였기 때문에 황태자가 되지 못했던 것입니다
어쨌든 유영이 황태자가 되긴 되었는데 유방은 그를 영 탐탁치않게 여겼죠
자식을 버려버릴 정도로 비정한 면이 있던 유방과 표독스럽고 권력욕의 화신이던 여치의 친자식이었지만 유영의 성격은 굉장히 온화하고 여린 성격이었던 것입니다
심지어 아들의 그런 성격을 잘 알던 여치는 유방이 영포 토벌군 대장으로 유영을 삼으려 하자 병에 걸려 누워있는 유방에게 "이리같은 장수들이 양같은 그 아이의 말을 듣겠습니까? 차라리 황상께서 나가 마차에 그냥 누워 계시는편이 나을것입니다" 라는말을 했을 정도로 유영을 유약하게 보는편이었죠
그러자 다음 황제가 되어 이제 막 생긴 신생국가 한나라의 기틀을 다져야 하는 역할을 제대로 해낼수 없을거라 생각한 유방은 다른 아들이던 유여의를 태자로 삼으려는 마음을 품게되었습니다
심지어 유여의의 친모인 척부인도 아들을 황태자로 만들기 위해 유방에게 밤새 울면서 애원하는 등, 온갖 방법을 모두 동원하면서 여태후와 노골적으로 대립하게 되었죠
당연히 여태후는 자신과 아들의 지위를 위협하는 척부인과 유여의에게 원한을 품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유방과 척부인이 노골적으로 유여의를 태자로 삼으려는 모습을 보였음에도 유영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고 자신의 최대 정적인 유여의에게도 굉장히 잘대해주었죠
하지만 유여의를 태자로 삼기에는 명분이 없었으며 이미 수많은 신하들이 유영의 온화한 성격을 흠모했기 때문에 태자를 바꾸려는 유방의 뜻에 대신들은 격렬히 반대했습니다
심지어 숙손통은 태자를 바꾸려면 자기를 죽이고나서 바꾸라고 할정도로 조정내에서는 난리가 났었죠
결국 유방은 뜻을 접었으며 기원전 195년 마침내 세상을 떠나고 태자 유영이 황제로 올라 혜제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한나라는 여태후의 세상이 되어버렸죠
혜제는 황제가 된 이후 자신의 목숨을 살려준 하후영의 은혜를 잊지 않고 그때의 일을 매우 고마워 하며 그를 9경중의 하나인 태복으로 삼았으며 궁궐 북쪽에 으리으리한 저택을 지어주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훗날 혜제가 죽은 다음에도 여태후는 하후영에게 후한 대접을 해주었다고 하죠
이에 반해 여태후는 척부인을 궁녀들이 가는 감옥에 가둬버린 뒤 유여의도 죽이기 위해 그를 계속 장안으로 불렀습니다
그렇게 12살밖에 되지 않았던 유여의가 장안으로 오게 되었는데 혜제는 여태후의 음모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유여의가 장안에 도착하자마자 그를 항상 곁에 두고 함께 먹고 자고 사냥도 자주 가는 등 친동생처럼 아껴주면서 어머니로부터 그를 보호해주었습니다
그러자 여태후 역시 함부로 유여의를 죽이지 못하고 있었죠
당시 여태후가 한나라를 집어 삼킬만큼 힘을 가졌다 해도 황제인 혜제의 눈치를 보고 있었던 것인데요
이에대한 한가지 예로 팽성대전 당시 심이기 라는 인물이 여태후를 보호해 주면서 어떻게든 초군의 포위망을 벗어나려 했지만 함께 붙잡히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부터 여태후와 심이기는 굉장히 친밀한 관계가 되었으며 유방이 사망할 당시 여태후가 그의 죽음을 숨겼을 때 심이기가 여태후를 도와줄만큼 여태후의 심복이 되어있었던 것이죠
또한 그이후 심이기는 여태후가 정권을 잡고나서 승상의 지위까지 오르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심이기와 여태후가 초나라 포로 시절부터 간통을 했다는 소문이 돌았고 이 소문을 듣고 머리 끝까지 화가 난 혜제는 그를 죽여버리려 한 적이 있죠
이때도 여태후는 자신의 심복이 곤경에 처했음에도 대놓고 심이기를 도와주지는 못한채 혜제의 눈치만 보며 가만히 있을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여태후는 결국 기회를 포착하는데요
기원전 195년 12월, 혜제가 혼자 아침 일찍 사냥을 나간사이에 여태후는 몰래 유여의를 죽여버린 것입니다
거기다가 척부인을 잡아들여 머리카락을 삭발로 잘라버리고 눈을 뽑고 귀에는 유황을 부어 듣지도 못하게 만들었죠
또한 벙어리가 되는 약까지 먹였으며 손과 발을 모두 자른 뒤 돼지우리에서 살도록 그곳에 던져버렸고 이를 바로 '인간돼지' 라고 불렀습니다
거기다가 여태후는 혜제를 그곳으로 데려가 척부인의 처참한 상태를 보여줬는데요
혜제는 처음에는 워낙 처참한 몰골이었기에 척부인인지 못 알아보다가 얼마안가 그게 척부인인걸 알게되어 큰 충격을 받았고 대성통곡하다가 혼절해버리기 까지 했죠
이후 정신을 차린 혜제는 여태후를 찾아가 "사람이 되어서 이럴수는 없습니다, 어머니의 아들인 저 또한 무슨 염치로 천하를 다스리겠습니까" 라고 말하며 정치에는 손을 떼버렸고 그뒤로 주색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 일이 있고 얼마후 이복형이던 제왕 유비가 장안을 찾게 되었는데요
이에 크게 기뻐하며 혜제는 큰 연회를 열었죠
혜제는 유여의 뿐만아니라 이복형이던 유비도 극진히 대했는데 형이라는 이유로 상석에 유비를 앉히기까지 했던 것입니다
유비 또한 혜제의 가장 위험한 정적이라 생각한 여태후는 그마저 죽여버리려는 계획을 세우게 되죠
연회 자리에서 여태후는 유비에게 짐주(짐독이 든 술)를 따라준 뒤 자신의 만수무강을 빌어달라며 그 술을 마시라 명했는데 이를 눈치챈 혜제는 벌떡 일어나 그 술잔을 들었던 것입니다
이에 깜짝놀란 여태후는 바로 달려들어 손으로 술잔을 쳐 엎어버렸고 그렇게 유비는 목숨을 건질수 있었죠
이에 유비는 여태후의 딸 노원공주에게 자신의 영지를 바치면서 여태후의 의심을 거둘수 있었고 그렇게 살아서 장안을 떠날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 또한 혜제에게는 큰 상처가 되었으며 그 에게도 역시 악영향을 끼쳤는지 혜제는 더욱 주색잡기에 빠지게 되면서 마치 폐인과 같은 삶을 살게 되었고 이때를 기회로 삼아 여태후는 여씨 일족들을 조정에 발탁하면서 완전히 조정을 장악하기에 이르게 되죠
그리고 혜제는 기원전 188년 고작 2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혜제의 아내인 황후 장씨는 장이의 아들 장오와 혜제의 누나인 노원공주의 딸이었습니다
혜제는 자신의 조카를 아내로 맞이 했던 것인데요
이는 사실 여태후에 의해 어쩔수 없이 하게 된 정략결혼이었으며 혜제 성격상 조카를 차마 범할수 없었기 때문에 그녀를 총애 하지 않았고, 둘 사이에는 자식이 없었죠
다행히 후궁들과의 사이에서는 일곱명의 아들이 있긴했지만 혜제의 친 아들이 확실한지 불명확 하다고 합니다
혜제가 죽고나서 다음 황제가 된 전소제와 후소제는 친모가 누구인지도 알수 없기 때문에 효혜황후가 양자로 들였다느니, 남의 아이를 데려왔다느니, 혜제와 후궁 사이에서 태어났다느니 라는 소문이 돌았고 여태후가 훗날 문제가 생길걸 염려해 이들의 친모를 죽였다고 전해지죠
전소제는 자신이 장성하면 여태후에게 친모의 복수를 할것이라며 공공연히 떠들어대다가 결국 살해되고 말았습니다
이런걸 보면 새삼 평범하게 사는것이 정말 소중하다는 생각도 드네요
혜제 역시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났다면 평범하게 잘 살았을 인물인것 같지만 워낙 양아치같던 아버지에게 홀대받고 표독스럽고 권력욕에 눈돌아간 어머니의 그림자 밑에서 결국 폐인처럼 살다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버린 인물 혜제에 대한 이야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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