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나라 4대 암군 중 한 명인 목공황제라 불린 명희종이 흠모했던 유모 객씨.
그녀는 음탕하고 탐욕 덩어리였었는데 중국 역사상 역대급의 간신배인 구천세라 불린 위충현과 손잡고 명나라를 말아먹은 이야기입니다.
오늘 이야기할 인물은 명나라 4대 암군 중 한 명인 명희종과 간신 중의 간신 위충현 그리고 명희종이 흠모한 여인 유모 객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세 사람이 어떻게 나라를 말아먹었는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죠.
임진왜란으로 인해 초토화된 조선은 명나라의 도움으로 기사회생 할 수 있었지만 정작 도움을 준 명나라는 국운이 점점 쇠퇴해가고 있었습니다.
외부로는 강력한 청나라가 서서히 두각을 드러내고 있었고 내부로는 점점 더 심각하게 곪아가고 있었죠.
모든 왕조가 국운이 다할 때 즈음이면 으레 나이 어린 황제가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동시에 어린 황제를 허수아비 삼아 뒤에서 조정을 쥐락펴락하는 간신이 나타나게 되죠.
명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멸망을 앞둔 16대 황제인 명희종을 뒤에서 허수아비 마냥 움직였던 위충현이 바로 그 주인공이었습니다.
그리고 그와 환상의 콤비를 이룬 이가 명희종의 유모 객씨였죠.
때는 1620년 부왕 태창제가 즉위한 지 29일 만에 급사하자 16살의 장남이었던 주유교가 황위에 오릅니다.
명호는 천계제이며 사후에 명희종이 되는 인물이죠.
그는 성장하면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였고 심지어 글자도 모르는 까막눈이었다고 합니다.
좋아하고 잘 하는 것은 오로지 목공뿐이었다고 하죠.
이런 어리숙한 어린 황제는 권력욕이 엄청난 간신에게 표적이 되기 십상이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위충현이라는 간신배가 이때를 놓치지 않았죠.
위충현은 젊었을 때 집안이 가난하여 글을 배우지 못하고 노름이나 하던 시정잡배 출신이었습니다.
어느 날 도박으로 가산을 탕진한 후 살아갈 길이 막막해지자 스스로 거세를 한 후 환관이 되었죠.
비록 일자무식이었지만 출세에 대한 야망만큼은 대단했기 때문에 갖은 아첨과 줄서기의 달인이었습니다.
당시 권력가이자 환관의 우두머리였던 왕안에게 인정받기 위해 우선 왕안의 최측근이었던 위조에게 아부하여 결의형제를 맺었습니다.
이후 위조의 천거로 왕안의 문하로 들어가게 되었으며 명희종의 생모인 왕재인의 음식수발을 드는 직책을 맡게 되었죠.
이때 어린 명희종과 유모 객씨를 알게 되었습니다.
위충현이 세력을 확대하는 데 둘도 없는 동반자가 된 이가 바로 명희종의 유모인 객씨이었죠.
객씨는 운 좋게 궁중으로 뽑혀 들어갔는데, 그녀의 풍만한 젖가슴으로 젖을 먹여 키운 대상이 희종이었던 것이죠.
일개 유모의 신분이었던 객씨는 황태자가 어느 정도 나이가 차면 더는 필요가 없어지는 팔자였지만 명희종은 객씨에게 유모 이상인 연모의 감정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황위에 오른 후 그녀를 내치지 않고 자금성에 머물도록 했으며 봉성부인으로 책봉하여 부귀영화를 누리게 해주었죠.
눈치 빠른 위충현은 명희종이 유모 객씨를 흠모하고 있다는 걸 감지했는데 이를 이용하고자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유모 객씨는 미인에다가 매우 음탕한 여자였었는데 위충현의 상관이자 결의형제였던 위조와 대식 관계를 맺는 부부 사이였습니다.
하지만 위조는 당시 명희종과 왕안을 섬기느라 객씨에게 시간을 내주지 못했죠.
위충현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객씨의 몸과 마음을 사로잡아 버립니다.
가뜩이나 위충현의 성적 능력이 뛰어나다는 소문을 익히 들어왔던 객씨는 곧바로 위충현과 놀아났죠.
일설에 따르면 위충현은 스스로 거세를 했었기 때문에 보통 환관과 달리 생식기가 남아있었다고 하네요.
객씨가 위충현과 간통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위조는 노발대발하며 결국 위조와 위충현은 서로 객씨를 차지하기 위해 건청궁 난각에서 난투극을 벌이게 되었죠.
이 소식은 명희종의 귀에 까지 들리게 되었고 객씨와 두 명의 환관은 이 기가 막힌 상황에 대해 설명하게 되었습니다.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은 명희종은 "유모의 뜻대로 선택하라" 라며 객씨에게 스스로 상대를 선택하라고 했죠.
그러자 객씨는 바로 위충현을 선택합니다.
이후 위충현과 유모 객씨는 더욱 진한 애정행각을 궁중에서 노골적으로 하기 시작했는데 황제가 허락한 사이였기 때문이죠.
하지만 명희종은 환관인 위충현이 거세를 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환관과 궁녀들이 흔한 대식 관계를 가지는 것일 뿐이라 생각한게 아닐까 짐작됩니다.
생식기가 남아있으리라곤 꿈에도 모르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걸 알았다면 자신이 흠모하는 유모 객씨와 관계를 가진 위충현을 살려둘리 없었겠죠.
이 사건을 계기로 위충현과 유모 객씨는 본격적으로 조정의 실권을 장악하려는 야욕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한편 위충현은 객씨와 손을 잡기 이전에 죽은 전 황제 태창제의 총애를 받았던 선시 '이씨'와 모략을 꾸며 어린 명희종을 대신해 정권을 잡으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충신들의 압박으로 수렴청정하려는 계획은 무산되고 선시 이씨는 다른 궁으로 쫓겨나게 되었죠.
하루빨리 눈에 가시였던 왕안을 제거해야 했는데 위충현이 머뭇거리자 답답한 듯이 객씨가
벌써 이궁안 사건을 잊으신거에요?
지금 바로 후환들을 없애야 하지 않겠어요?
라며 한번 실패했던 기억을 상기시킨 것이죠.
객씨 충고를 듣고는 곧바로 황제의 어명이라 속여 위조를 귀양보내 죽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왕안 또한 위충현이 제거해 버림으로써 당시 권력의 실세이자 충신이었던 환관 no1, no2를 모두 제거해버렸죠.
이후부터는 위충현과 유모 객씨의 계획대로 모든게 순탄 대로였습니다.
유모 객씨가 명희종을 살살 꼬셔서 위충현을 '사례병필태감(司禮秉筆太監)'으로 임명하고 충현이라는 이름 또한 하사하게 되었죠.
이 직책은 황제를 보좌하며 황제를 대신하여 올라온 상소문에 회답하고 그 의사를 전달하는 역할로써 황제의 측근 중 최측근이라 할 수 있는 위치였습니다.
마침내 위충현은 명희종의 눈과 귀가 되어 자기에게 불리한 정보는 철저하게 차단하고 명희종은 오로지 목수질과 유모 객씨에게 빠져 지내도록 했죠.
그리고 위충현은 명희종에게
폐하. 골치 아픈 정치는 소신에게 맡기시고 좋아하시는 목공에 전념하시옵소서.
라고 하자 명희종은
위충현이 있어 든든하구나.
정치고 뭐고 골치 아픈 것은 그대가 다 알아서 하고 짐은 망치질이나 하러 가겠소.
라고 말하며 정사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로지 목공과 유모 객씨 치마폭에만 빠져 지냈습니다.
원하는 대로 황제의 최측근이 된 위충현은 본격적으로 정적이었던 동림당을 몰아내는 작업에 들어가게 되죠.
진사 출신의 관리였던 곽유화는 비열하게 위충현에게 빌붙어 그의 앞잡이가 되어 충신들이었던 동림당 인사들의 탄압에 앞장섰습니다.
그 또한 위충현과 다를 바 없는 출세를 위해서라면 어떤 짓이라도 서슴지 않는 지식인의 전형이었죠.
더 나아가 위충현의 조카는 황궁을 지키는 근위대인 금위군의 책임자인 지휘첨사로 임명됩니다.
금위군을 개인 사병처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그의 세력은 더욱더 강해져갔죠.
어느 날 위충현이 확실하게 정권을 잡게 되는 일이 발생하게 되는데 명희종이 간언에 휘둘려 아무 생각 없이 위충현에게 동창을 관장하게 했습니다.
이는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준 격이었죠.
황제 직속 비밀 정보기관이었던 동창의 수장이 된 위충현은 이 막강한 권한으로 대대적으로 동림당 인사들을 탄압하고 숙청하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명나라 말기에는 바른말을 하는 충신들이 많이 있었는데 동림당의 사대부들은 위충현의 만행과 정사를 뒤흔드는 짓에 울분을 토하며 목숨을 걸고 그를 탄핵하는 상소문을 올리게 되었죠.
여기저기 위충현의 죄목들을 고하는 상소문이 빗발치자 명희종도 어쩔 수 없었는지 위충현을 동창 수장에서 물러나게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곧 황제의 신임을 회복하여 복직한 후 피의 보복을 단행했죠.
눈이 뒤집힌 위충현은 동림당의 탄핵을 주도했던 주요 인사 태반을 잡아다 고문하고 죽여버렸습니다.
그리고 동림서원을 폐쇄하고 강학도 금지 시켜버렸죠.
지금까지 위충현과 유모 객씨가 조정의 정권을 서서히 장악해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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