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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이야기들

바디팜(시체농장). 법의학 발전을 위해 합법적으로 시신을 수집하고 연구하는 연구소

by 사탐과탐 2022.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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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농장이라고 알려져있는 바디팜(Body Farm)은 법의학의 발전을 목적으로 합법적으로 시신을 수집하고 연구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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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사건이 발생했을 때 사건을 조사하는 경찰에게 가장 큰 단서를 제공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현장에 남겨진 혈흔이나 지문 등도 조사에 많은 도움이 되겠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바로 현장에 남겨진 시체라고 하죠

시체를 판독할 수 있다면 사건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시체에 대한 조사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을 '사체 변화학'이라고 하며 사체 변화학을 연구하는 가장 대표적인 곳이 미국에 있는 테네시대학 인류학 연구소라고 하죠

이 인류학 연구소의 별명이 바로 오늘 이야기의 주제인 바디팜(시체농장)입니다

바디팜이라 불리는 테네시대 인류학 연구소는 1981년 윌리엄 베스 교수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그가 이 연구소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이유가 있었다고 하는데요

베스 교수는 경찰 등 사법당국의 의뢰로 시신의 상태를 조사하는 일을 자주 맡고 있었는데 1977년 어느 날 한 무덤에서 발견된 시신 하나를 조사하게 됐죠

경찰은 오래된 무덤에서 발견된 시체가 얼마 전에 죽은 사람처럼 피부에 생기가 도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며 윌리엄 베스 교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글의 내용을 돕기 위한 이미지)

 

비록 시체의 머리는 없어진 상태였지만 베스 교수가 남은 살과 뼈를 조사해 본 결과 그 유해는 20대 중반에서 후반인 백인 남성의 것이며 죽은 지 1년 정도 된 것으로 짐작되었죠

그런데 이후에 이뤄진 추가 조사에서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는데요

사실 그 시체는 모든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오래된 것이었죠

그의 정체는 바로 100년도 넘는 세월 이전에 죽은 남부 동맹군 윌리엄 쉬이 대령의 시신이었습니다

 

다만 유해가 밀폐된 관 속에 방부 처리되어 묻혀 있었기 때문에 보존이 아주 잘 된 상태였던 것이죠

최초에 경찰은 그 사체를 보고 범죄를 당한 피해자의 시신이라 생각했지만 사실은 도굴꾼이 무덤을 파헤치며 시체가 밖으로 나오게 된 것이었습니다

이 사건 이후 배스 교수는 시신의 부패 및 사망 시간을 연구하는 시설의 필요성을 깨닫게 되었다고 하죠

 

그 장소로 선택된 곳은 10,000 m2 가량의 나무가 우거져 있고 주변에 울타리가 쳐져 있던 농장이었습니다

이곳이 오늘날 우리에게 테네시 대학의 야외 부패 연구소인 '법의학적 인류학 연구 농장'으로 알려지게 된 것이죠

이 연구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시체가 썩어가는 모습을 관찰하고 싶어 하는데요

 

다만 그 이유는 개인적인 악취미 같은 것이 아닙니다

바로 그들이 사체 변화학이라는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죠

사체 변화학이란 사람의 시체가 부패하고 화석이 되어가는 과정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죽은 사람을 들판에 가만 놔두고 얼마나 지나야 부패가 완전히 진행되는지 자연환경이나 사체의 조건(몸무게, 나이 등)에 따라 부패의 속도가 얼마나 달라지는지 부패 과정에서 어떤 벌레가 꼬이는지 등을 알아보는 것이죠

 

(글의 내용을 돕기 위한 이미지)
 

여기서 더 나아가 시체를 시멘트에 넣고 굳혔을 때 어떻게 되는지 토막토막 내서 부패가 얼마나 빨리 진행되는지 가방 안에 넣었을 때 시체 및 주변 환경이 어떻게 변하는지 등 시체가 특수한 환경에 놓이거나 어떤 처리를 받았을 때의 결과와 세부적인 진행과정을 연구하기도 합니다

 

설립 이후 수십 년 동안 베스 박사와 연구진들은 다양한 장소에서 시신을 수집하고 조사했죠

매장된 시신과 매장되지 않은 시신, 해체된 시신, 차에 숨겨진 시신 카펫에 쌓인 시신, 콘크리트에 묻힌 시신 등 정말 다양한 시체를 표본으로 확보했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 연구의 목적은 단순히 인간의 호기심을 만족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법의학을 발전시키기 위해서인데요

 

실제로 이 연구소의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사망 시간을 추측하는 것이 더 정확해졌고 덕분에 엄청나게 많은 범죄들이 해결되고 있다고 합니다

요즘은 시체 주변에 돌아다니는 벌레의 성장 상태로 시체의 사망 시간까지 추정이 가능할 정도로 연구가 진척되었다고 하죠

 

또한 시체 수색견을 훈련하기 위해 곳곳에 시체를 숨겨놓고 찾게 하도록 시키기도 하고 법의관 지망생들을 불러 모아 널브러진 보통의 시체가 언제쯤 사망했는지 시각을 알아맞힐 수 있게 교육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요즘에는 드론을 이용해 시체를 찾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다고 하죠

 

부패 초기 단계에서는 세균이 증식하거나 발열 등의 화학반응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드론에 적외선 카메라를 장착해서 그 열을 감지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부패가 완전히 끝난 시체들은 뼈를 추려서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데요

이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만들어진 컴퓨터 프로그램에 아무 뼈나 골라서 길이를 입력하면 사망자의 키와 건강 상태 등을 알아낼 수 있다고 합니다

 

(글의 내용을 돕기 위한 이미지)
 

데이터베이스를 입력하고 남은 뼈는 다시 법의관 지망생이나 의대생들을 가르치는 데 쓴다고 하죠

시체 한 구로 정말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이 연구소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들은 죽은 자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임하며 시체 기증자의 가족이 원한다면 언제든지 가족에게 시체를 다시 돌려줄 의무가 있다고 하죠

 

그리고 시체라는 민감한 주제로 연구를 하기 때문에 보안이 상당히 엄격하게 되어 있다고 합니다

바디팜 주변은 경찰이나 보안요원이 항상 감시하고 있고 CCTV도 설치되어 있으며 본인인증이 없으면 쉽게 들어가지 못한다고 하네요

여기에 들어가서 연구하거나 교육받는 사람은 특별한 심사과정을 거쳐 선택된 사람이므로 단순한 호기심으로 들어가 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합니다

 

언론 취재 또한 사전 허가를 받은 후 매우 엄격한 절차에 따라야 취재가 가능하다고 하죠

이곳에 시신을 기증할 때는 그 사체의 신원과 사망 원인을 알 수 있고 생전에 본인이 시신의 기증 의사를 문서로 밝힌 경우에만 받는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이전에는 경제가 어려워 장례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유가족들이 이곳에 시신을 기증하려는 경우가 꽤나 많았다고 하죠

결국 그 시신들을 모두 수용하기 힘든 상황에까지 이르렀기 때문에 연구소 측에선 기증 조건을 더욱 까다롭게 걸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시설이 인류학 연구소가 아닌 시체 농장이라는 별명을 갖게 된 것은 바로 퍼트리샤 콘웰이 쓴 The Body Farm이라는 소설 때문인데요

그전까지는 이곳에 대해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연구 지원비를 얻기 힘들었고 시체를 기증하는 사람도 거의 없었는데 이곳을 배경으로 소설이 쓰이게 되면서 인지도가 급상승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곳 관리자는 '시체 농장'이라는 무서운 이름에 내심 고마워하고 있다고 하죠

 

처음에는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지만 이 별명이 오히려 연구소에 이득이 되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일하는 사람들도 그냥 이곳을 시체 농장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요즘은 비슷한 연구를 진행하는 연구소가 전 세계에 총 9군데 있다고 하죠

그중 7개는 미국에 나머지 2개는 호주와 네덜란드에 각각 1개씩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테네시 대학교 정도의 스케일을 보유한 곳은 없기 때문에 그냥 '시체 농장'이라고 말하면 대부분 테네시대 연구소를 떠올린다고 하네요

 

지금까지 억울하게 죽은 변사자들의 한을 풀어주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는 바디팜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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