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말 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에 엄청난 양의 다이아몬드 광맥이 존재한다고 알려졌습니다.
이로 인해 반군과 정부군 간에 다이아몬드를 차지하기 위해 12년간의 내전을 벌이게 되었는데요.
다들 다이아몬드 좋아하시죠?
다이아몬드를 싫어하시는 분은 없으실 것 같은데요.
보석 중에서도 가장 값비싼 보석이기도 하고 르네상스 시대까지 다이아몬드는 그 어떤 것으로도 깨트릴 수가 없었기 때문에 불멸의 상징으로 여겨져 결혼식 때 다이아몬드 반지를 신부의 네 번째 손가락에 끼워주기도 하죠.
오늘은 이 다이아몬드의 아름다움이 아닌 다이아몬드에 맺힌 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곳은 바로 시에라리온이라는 나라인데요.
이 나라는 무려 엄청난 다이아몬드 광맥이 흐르고 있는 굉장한 나라이죠.
1961년 4월 27일. 시에라리온은 영국의 식민지였다가 독립을 하게 되었는데 영국인들이 남기고 간 기반 시설 덕분에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보다는 발전 가능성이 아주 높은 나라였습니다.
그러나 독재와 부패한 정치인들로 인해 나라가 완전 개판이 되어버린 것이죠.
그러던 1972년 2월 14일. 시에라리온에서 968.9캐럿의 다이아몬드 원석이 발견되었고 이 다이아몬드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다이아몬드였으며 '시에라리온의 별' 이라고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그러나 이 '시에라리온의 별'이 모든 불행의 시작이 될 줄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죠.
시에라리온에 다이아몬드 매장량이 엄청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1991년부터 2002년까지 약 12년간 시에라리온에서 이 다이아몬드를 차지하기 위한 정부군과 반군 간의 내전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바로 다이아몬드 채굴권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었고 모든 전쟁 비용 또한 각자의 점령지에서 나오던 다이아몬드를 판 돈으로 사용되었죠.
당시 반군이었던 '혁명연합전선'은 집권당의 독재를 막겠다는 구실로 생겼지만 사실은 굉장한 이권 다툼에 의해 생긴 범죄 집단이었습니다.
이웃 국가였던 라이베리아의 독재자인 찰스 테일러가 시에라리온의 다이아몬드를 빼앗기 위해 보낸 집단이 바로 혁명연합전선 이었던 것이죠.
물론 당시 정부 집권당이던 인민당 역시 쓰레기 같은 집단이었지만 반군인 혁명연합전선은 정말 역대급 개막장의 행보를 보였는데요.
원래의 목적은 다이아몬드 광산 채굴권을 차지하기 위한 내전이었지만 겉으로는 인민당을 몰아내자 라는 개소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인민당의 독재를 막으려면 사람들이 투표를 못하게 해야 한다며 평화롭던 한 마을에 갑자기 쳐들어가서 주민들의 손을 잘라버리는 만행을 저질렀고 투표장으로 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며 발을 잘라버리기도 했습니다.
반군은 가는 곳마다 마을에 불을 지르고 민간인들을 학살했기에 민간인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죠.
여자들은 반군에게 강간당하기 일쑤였고 무차별적인 살육과 방화, 약탈, 강간 그리고 도끼로 사지를 자르는 등 인간이 할 수 있는 악행은 모조리 다 했을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10~12세 정도의 소년들을 납치하기 시작했는데요.
이유는 당연히 어릴 때부터 세뇌 및 훈련, 교육을 시켜서 총알받이로 쓰기 위함이었죠.
게다가 소년병들의 인격을 말살시키기 위해 일부러 무지막지한 폭행이 가해졌고 정신적으로도 심한 학대를 가했습니다.
또한 마약과 술을 주고 중독자로 만들어 자신들을 무조건적으로 따르게 만들었죠.
심지어 소년병들의 가족들과 자신이 살던 마을의 주민들이나 친척들의 손목을 도끼로 자르게 하거나 자신의 손으로 죽이게 만들어서 만약 중간에 도망을 쳐도 다시 돌아갈 곳마저 없도록 해버렸으며 영혼과 정신마저 피폐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마약에 취한 아이들은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도 몰랐다고 하죠.
아직 성장하던 단계인 초등학교 정도의 아이들을 데리고 그런 악행들을 저질렀으니 아이들은 도덕이나 양심 같은 것들을 잃어버렸기에 아무리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양심의 가책이나 죄의식 따위는 없었습니다.
또한 이렇게 몸과 마음이 지배당한 아이들은 포탄과 총알이 난무하는 포화속에서 마약에 취해 적을 향해 총을 난사하며 돌진하는 역할을 했고 그야말로 총알받이 정도 밖에 되질 않았던 것입니다.
또한 오랫동안 지속된 독재와 내전으로 인해 나라의 모든 기능은 거의 마비가 되다시피했고 수많은 민간인들은 강제로 다이아몬드 광산에 동원되고 있었죠.
하루 일당으로 천 원도 안 되는 돈이라도 받으면 운이 좋았습니다.
대체로 무보수로 강제노동을 하고 있었는데요.
서아프리카 지역의 모든 다이아몬드가 모이는 집산지가 바로 시에라리온의 수도 프리타운이다 보니 영국 런던의 물가를 웃돌 정도로 물가가 비싸다고 하죠.
그러던 중 계속해서 사태가 심각해지자 유엔과 아프리카통일기구의 중재하에 1999년 7월 토고에서 로메 평화협정이 체결되었고 반군들은 내전 기간 동안 자행된 살육, 사지 절단, 강간, 방화 등 범죄행위를 사면 받는 대신 무장 해제를 하기로 했고 2001년 총선과 대선을 치르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2000년 5월. 반군은 평화협정을 깨고 또다시 프리타운을 공격하는 일이 벌어지자 더 이상 반군에게서 평화협정을 지킬 의지가 없다고 판단한 영국은 자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군사를 투입시켰고 반군의 지도자이던 '포다이 산코'는 체포되었죠.
2002년 1월 18일에는 카바 대통령이 시에라리온의 내전이 끝났다고 선언했고 약 12년에 걸친 지긋지긋한 내전은 드디어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피해는 너무나도 막대했죠.
내전 기간 동안 40만 명이 사망했고, 20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습니다.
마약 등에 중독되어 폐인이 된 소년병들은 여전히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고 이 내전으로 인해 손이 없는 사람, 발이 없는 사람 귀나 입술이 없는 사람도 허다하며 강간과 강제 노동으로 인한 피해 역시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고 하죠.
그나마 다행인 건 유엔 평화유지군이 이곳에 주둔하며 정치적으로 안정을 찾아가고 있으며 또한 2009년부터 다이아몬드 광산 및 지하자원은 국영기업인 '네셔널 미네랄 에이전시'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는 말처럼 이 다이아몬드에 묻어있는 불쌍한 사람들의 피 또한 영원하다고 하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편전쟁과 맞먹을 정도로 추악한 전쟁이었던 것 같네요.
돈 때문에 수많은 민간인들이 학살당하고 엄청난 피해를 입었던 시에라리온의 저주, 피의 다이아몬드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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