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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역사 탐구

신대륙 인종 학살. 원주민 90%가 몰살당한 인류 역사상 최대의 비극

by 사탐과탐 2021.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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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은 오늘날 엄청난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신대륙 발견 이후 여러 스페인 침략자들이 원주민들을 처참히 살해했으며 무엇보다 천연두를 비롯한 여러 질병을 신대륙에 전파시켜버려서 면역력이 없던 원주민들은 급속도로 사망하게 되었죠.

 

 

그들(스페인 침략자)은 사람들(아메리카 원주민) 사이로 뚫고 들어가 어린이 건 노인이건 임산부 건 가리지 않고 몸을 찢었으며 칼로 베어서 조각을 냈다.
울타리 안에 가둔 한 떼의 양을 습격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그들은 끼리끼리 그들 가운데 누가 단칼에 한 사람을 두 동강 낼 수 있는지 창으로 머리를 부술 수 있는지, 또는 내장을 몸에서 꺼낼 수 있는지 내기를 걸었다.
그들은 갓난아기의 발을 잡고 엄마의 젖가슴에서 떼어내 머리를 바위에다 패대기쳤다.
어떤 이들은 아기의 어깨를 잡고 끌고 다니면서 놀리고 웃다가 결국 물속에 던져 버리고 "이 작은 악질 놈아! 허우적 거려보아라!" 라고 말했다.
그들은 또 구세주와 12사도를 기리기 위해 13개의 올가미를 만들어 원주민 13명을 매달고 그들의 발밑에 모닥불을 피워 산 채로 태워 죽였다.
나는 똑똑히 들었다.
산토도밍고에서 바하마 제도로 가는 배는 나침반 없이도 바다에 떠 있는 인디언의 시체를 따라 항해할 수 있다는 말을...

 

이 너무나도 잔인한 묘사는 '바르톨로메 데 라스카사스' 신부가 쓴 <서인도 제도의 역사> 라는 책에 기록된 내용입니다.

라스카사스 신부가 스페인 정복자들이 신대륙 원주민들에게 행한 끔찍한 만행과 참상에 대해 기록해 놓은 것이죠.

 

오늘은 인류 역사상 최대의 인종학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492년 8월, 콜럼버스는 스페인을 떠나 인도로 향했죠.

그리고 약 2개월의 항해 끝에 10월 12일, 바하마 제도에 있는 산살바도르 섬에 도착했습니다.

 

(콜럼버스 신대륙 발견 - 글의 내용을 돕기 위한 이미지)

 

그렇게 서인도 제도를 탐험한 후 1차 원정을 마치고 스페인에 돌아온 뒤 1493년에 2차 원정을 떠나게 되었죠.

2차 원정부터는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콜럼버스의 더러운 탐욕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죠.

 

그렇게 어마어마한 숫자의 원주민들이 콜럼버스와 스페인 침략자들에 의해 살해 당했습니다.

또한 스페인 군대와 수많은 전투를 치르다 지친 일부 원주민들은 집단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고 침략자들에게 사로잡힌 뒤 가혹한 노동으로 인해 사망한 경우도 허다했죠.

그러나 이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었습니다.

전체 원주민 인구 중 90%에 달하는 수천만명의 희생자가 생기게 된 주요한 이유는 따로 있었던 것이죠.

 

1521년. 에르난 코르테스는 300명 정도밖에 안되는 스페인 군대와 현지 원주민 동맹군 일부와 함께 아스텍 제국을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공격이 시작되고 석 달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어느 날 결국 아즈텍 제국의 수도 테노치티틀란은 함락되었고 황제 몬테수마와 그 후계자를 포함한 아즈텍의 주민의 절반이 죽었죠.

점령된 테노치티틀란의 잔혹한 참상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시체를 밟지 않고는 발을 옮길 수 없었다 라고 기록되어 있을 만큼 나라 전체가 원주민들의 시체로 가득 찬 끔찍한 상황이었죠.

 

(스페인군의 원주민 학살 - 글의 내용을 돕기 위한 이미지)

 

그런데 사실 원주민들이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적은 수의 스페인 군대에 의해 죽어간 이유는 코르테스의 공격보다는 천연두 때문이었습니다.

이미 1518년부터 천연두가 아메리카 대륙에서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던 것이죠.

천연두는 잠복기가 10일~14일 정도 되었기 때문에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이미 감염된 원주민들이 침략자들을 피해 도망을 가다 수백 킬로미터에 달하는 곳으로 이 천연두를 퍼트린 것입니다.

 

이에 엄청나게 많은 숫자의 원주민들은 천연두에 감염되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고름이 잡혀 죽어나갔으며 겨우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온몸에 흉측한 흉터가 남거나 눈이 멀기도 했죠.

천연두는 원래 아메리카 대륙에는 존재하지 않는 병이었습니다.

유럽인들이 대서양을 건너 오면서 천연두 병원균이 함께 넘어와 이 병에 대한 면역력이 전혀 없던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옮겨갔고 걷잡을 수없이 아메리카 대륙을 덮쳤던 것이었죠.

 

코르테스 군대가 아즈텍의 수도 테노치티틀란을 공격할 쯤에는 이미 천연두가 퍼져 손쓸 수가 없는 상태였습니다.

천연두로 이미 1,800만 명이나 되는 엄청난 원주민이 목숨을 잃었죠.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천연두로부터 간신히 살아남은 원주민의 3분의 2는 1529년 쿠바를 통해 들어온 홍역으로 인해 죽고 말았죠.

 

(신대륙 천연두 - 글의 내용을 돕기 위한 이미지)

 

그리고 나서 홍역은 온두라스와 멕시코를 덮쳐 이루 말할 수 없는 막대한 피해를 입힌 다음

중앙아메리카를 거쳐 잉카 제국까지 퍼지게 되었습니다.

아즈텍을 멸망시킨 천연두와 여러 전염병은 스페인의 프란시스코 피사로가 잉카 제국으로

들어가기 한참 전부터 퍼지기 시작했던 것이죠.

 

심지어 천연두는 아즈텍보다 잉카에서 더 치명적이었는데요.

잉카의 황제인 '우아이나 카팍'이 천연두에 걸려 죽고 만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후계자로 지명되었던 장남 '니난 쿠요치' 또한 천연두로 인해 사망했죠.

그리고 힘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잉카는 이후 피사로에 의해 멸망하게 된 것입니다.

 

스페인의 침략자들이 전파했던 병원균은 천연두, 홍역뿐만 아니라 무슨 현대 화학무기나 세균전 처럼 정말 많은 병균을 퍼트렸는데요.

말라리아, 장티푸스, 발진티푸스, 인플루엔자, 디프테리아 등 종류 또한 무수히 많았고 이에 따라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우후죽순 죽어나갔죠.

 

비록 스페인인들이 의도적으로 병균을 퍼트리지는 않았지만 이로 인해서 너무나도 많은 원주민이 죽었습니다.

스페인 침략자들이 아메리카를 정복하는 속도보다 병균이 아메리카를 정복하는 속도가 훨씬 빨랐고 원주민에게 직접적으로 대포나 총을 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한 위력을 발휘했죠.

 

그리고 전염병은 직접적인 병 이외에도 원주민들에게 심리적으로도 굉장히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무시무시한 전염병은 원주민에게만 발생하고 나쁜 침략자들은 걸리지 않자 신이 자신들을 버렸다고 생각한 원주민들은 굉장한 좌절감에 휩싸였죠.

이는 침략자들에게는 정신적으로 우월감을 주기도 했습니다.

 

(스페인군의 원주민 학살 - 글의 내용을 돕기 위한 이미지)

 

짙은 패배감을 맛본 원주민들은 자신들의 지도자들도 줄줄이 쓰러져가자 전의를 완전히 상실해 버렸고 스페인 군대에 저항한다는 것이 다 소용없고 부질없다고 느끼기 시작했으며 그렇게 군사적 저항마저 포기하게 되었죠.

불과 수백 명의 스페인 군대는 아즈텍과 잉카 제국을 멸망시켜 버렸습니다.

 

콜럼버스가 오기 전 히스파니올라 섬에 살던 원주민 타이노족의 인구는 약 30만 명이었지만 2년 만에 10만 명이 죽었고 나중에는 500명 정도만 살아남았다가 결국에는 전멸했다고 하죠.

게다가 콜럼버스가 신대륙에 도착하기 이전에 아메리카 원주민 전체 인구는 약 8,000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1500년대 중반에는 원주민 인구가 약 1,000만 명이나 줄어들었죠.

그러다 온갖 전염병이 걷잡을 수 없이 창궐했던 1500년 중반 이후 또 반세기가 지난 1600년대에는 원주민 인구의 90%가 사망했습니다.

 

스페인의 침략자들이 신대륙에 도착한 이후 약 100년 만에 원주민 수가 10%만 남기고 모조리 몰살 당했던 것이죠.

학자들은 이를 '인류 역사상 최대의 인종학살'이나 '대량 몰살' 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또 다른 학자는 '스페인 사람 한 사람의 호흡 한 번이 원주민 1명을 죽이기에 충분하다'라는 말을 했다고도 하죠.

 

물론 원주민 인구가 급격히 감소한 원인이 무조건 전염병 때문이다 라고는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침략자들이 저지른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한 집단 학살도 분명히 큰 원인이 되기도 하죠.

하지만 침략자들이 시킨 과도한 노동으로 약해질 대로 약해진 인체는 면역력 또한 약하게 만들었기에 간접적으로는 전염병이 더 쉽게 확산했을 것이며 이것이 인구 감소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로 작용한 것은 분명합니다.

 

만약 전염병이 없었다면 이토록 쉽게 두 문명이 멸망하지는 않았을 것 같네요.

아메리카 대륙의 비극, 인류 역사상 최악의 인종학살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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