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가던 미국 가스 업체를 살려준 러시아
미국이 현재 세계 1위 산유국이 된 이유 셰일가스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농업, 수산업, 광업, 제조업, 건설업 등 수많은 산업에서 재료로 쓰이고 있기 때문에
현재 전 세계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자원중 하나라고 볼 수 있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석유'하면 중동을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세계 1위의 산유국은 미국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1960년 석유수출국기구인 오펙(OPEC)이 등장하고
1970년대에는 미국의 석유 생산량이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협상해 석유거래를 달러로만 하도록 만드는 등
석유를 직접 생산하기보다는 중동의 산유국을 통제하는 쪽에 힘을 싣기 시작하면서
계속해서 세계의 경제를 지배해 왔다고 하죠
그러다 2010년대에 들어서 미국이 '셰일 가스'개발에 집중하면서
다시 산유국 1위의 자리를 되찾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셰일 가스란 오랜 시간 모래와 진흙이 수평으로 쌓여
단단하게 굳으면서 만들어진 퇴적암인 셰일에서 추출한 천연가스나 석유를 말합니다
미국은 1800년대부터 셰일 가스를 생산해 왔지만
셰일 가스는 일반 석유에 비해 추출하는데 훨씬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그렇게 큰 주목을 받지는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죠
그런데 2000년대 후반으로 가면서 이라크 전쟁을 비롯한 여러 사건과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등의 국가가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석유 값이 그야말로 미친 듯이 오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미국의 석유업자 조지 미첼이 2008년에 '수압 파쇄법'을 통해
경제적으로 셰일가스를 생산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데 성공하게 되죠
수압 파쇄법이란 먼저 드릴을 이용해서 땅을 파내려간후에
드릴에 뚫린 구멍으로 모래와 물 그리고 화학용품을 섞은 액체를 강한 압력으로 뿌려서
땅속 깊은 곳에 묻혀있는 광물들을 부숴버리면서
그 사이에 있던 천연가스나 석유등을 얻는 방법인데요
수압 파쇄법이 성공하기 전까지 미첼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엉뚱한 곳에 돈을 낭비하지 말라며 그를 말렸지만
미첼은 5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노력한끝에 결국 성공을 하게 되죠
미첼의 성공을 본 미국사람들이 너도나도 셰일 가스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하면서
미국은 순식간에 석유 생산 1위가 되었습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뛰어들다 보니 셰일 가스를 채굴하는 기술도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중동의 석유를 수입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석유를 얻을 수 있게 되었죠
그렇게 막대한 양의 셰일 가스가 시장에 풀리자
사우디는 셰일 가스의 생산비가 비싸다는 약점을 노리고
셰일 가스 업체가 망할 때까지 싼 가격에 원유를 수출하는 치킨게임에 들어갔습니다
실제로 유가가 내려간 덕분에 여러 개의 셰일 가스 업체가 줄줄이 도산을 하기도 했죠
그렇게 치열한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오펙
그중에서도 오펙을 주도하는 사우디와의 갈등이 커지게 되었습니다
사우디로서는 석유에 나라의 경제를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미국이 셰일 가스를 개발하면서 중동산 천연가스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시장에 뛰어들자
나라의 운명을 걸고 미국과 경쟁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죠
미국 역시 이제 석유수입국이 아닌 석유수출국이 됐기 때문에
굳이 과거처럼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과 손을 잡을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그동안 미국은 석유생산이 소비량을 따라가지 못해 중동에서 에너지를 수입했지만
셰일 가스 혁명으로 미국의 생산력이 급격히 커지면서
더 이상 미국은 중동에서 에너지를 수입할 필요가 없어졌죠
오히려 중동보다 더 싼 가격으로 아시아에 에너지를 수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아시아에서의 판매량이 줄어든 중동은 유럽으로 눈길을 돌렸죠
그 결과 이번에는 유럽에 에너지를 수출하던 러시아가
아시아에도 가스관을 뻗치는 등 세계 에너지 시장이 크게 요동치게 됩니다
하지만 미국은 아시아에 만족하지 않고 유럽 시장까지 노리기 시작했죠
더 많은 에너지를 팔아 경제적인 이득을 보겠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러시아가 더 이상 유럽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미국은 유럽에 러시아의 천연가스 대신 자신들의 셰일 가스를 수입하도록 권했지만
당시 미국에서 팔던 천연가스 가격은 러시아의 것보다 무려 8배나 비싼 가격이었기 때문에
유럽입장에서는 굳이 미국의 가스를 수입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죠
러시아는 바로 옆에서 기존에 있던 시설을 통해 가스를 공급하면 그만이지만
미국은 일단 천연가스를 액화한 다음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선으로 대서양을 건너야 하는 것뿐만 아니라
유럽에 LNG가스를 저장할 탱크까지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훨씬 더 비싼 가격에 가스를 팔 수밖에 없었습니다
때문에 유럽의 경제대국인 독일은 러시아 천연가스의 수입을 늘리기 위해
기존의 파이프라인 노르트스트림 1 옆에 추가로 노르트스트림 2를 건설하기 시작했는데
미국은 노르트스트림 2 건설을 강력히 반대한 것도 모자라
건설에 참여하는 기업을 제재하겠다는 협박까지 했다고 하죠
노르트스트림 2가 완성되면 미국산 셰일가스를 유럽에 판매하는데
큰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한 것으로 짐작됩니다
하지만 독일입장에서도 러시아의 값싼 가스를 수입하는 것은
자국의 경제가 걸린 매우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에
미국의 경고를 무시한 채 사업을 강행한끝에 마침내 공사를 끝냈는데
2022년 9월 기존에 있던 노르트스트림 1은 물론
새롭게 건설된 노르트스트림 2까지 파괴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미국의 탐사 전문기자 시모어 허시는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로 미국이 노르트스트림을 폭파했다는 보도를 하기도 했죠
정확한 범인이 누구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이 사건으로 가장 큰 이익을 본 것이 미국임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고 합니다
사실 우크라이나 전쟁 전까지만 해도 대규모 전염병사태 때문에
에너지 가격이 폭락하면서 미국의 셰일 업계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죠
미국 셰일 가스 업계의 대표 기업인 체서피크 에너지마저도
2020년에 파산 보호 신청을 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 국제 에너지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미국의 셰일 가스 업계는 화려한 부활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앞에서 파산위기에 몰렸다고 말한 체서피크 에너지는 8개월 동안
무려 13억 달러(약 1조 6천억 원)나 되는 수익을 냈다고 하죠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인해 많은 유럽의 국가가 러시아를 제재하는데
동참하는 분위기를 보이면서
유럽의 러시아 천연가스 수입량이 급격히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그 결과 러시아 가스의 수입량은 기존의 4분의 1 정도로 줄어든 반면에
미국의 셰일 가스를 포함한 LNG를 수입하는 양은 두 배 이상 늘었죠
그 결과 미국은 셰일가스 혁명으로 인해 폭발적으로 늘어난 석유와 가스를
유럽에 안정적으로 수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의 천연가스 시장에서
미국의 셰일 가스가 러시아 천연가스를 몰아낸 전쟁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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