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나라의 최전성기를 이끌었던 요나라 역사상 최고의 명군이지만
유독 고려만 상대하면 참패했던 인물 요성종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오늘은 요나라 역사상 최고의 명군이자
우리에게는 고려를 침공한 악당으로 알려져 있는
요나라의 6대 황제 성종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그의 이름은 거란 식으로 하면 '야율문수노'이고
중원식으로 표기하면 '야율융서'라고 하는데요
야율융서는 982년 아버지 경종의 뒤를 이어
11세의 나이로 요나라의 황제로 즉위하게 되었는데
그의 어머니인 승천태후 '소작'이 어린 황제를 대신해 섭정을 하게 됩니다
요나라 입장에서는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이
성종의 어머니 소태후는 생각보다 더 유능한 인물이었다고 하죠
소태후는 섭정기간 동안 능력 있는 인재를 기용하고
여러 제도를 개혁하면서 행정의 효율을 높이는 등
요나라의 국력을 키우는 동시에
나라 밖으로는 직접 군사를 이끌고 출정해서
송 태종의 대군을 격파하기도 했습니다
1004년에는 송나라를 상대로 한 대규모 원정을 시도해서
송나라가 매년 요나라에게 비단 20 만필과 은 10만 냥을 보내는 대신
두나라가 형제처럼 지낸다는 '전연의 맹'을 맺는 성과까지 거두어냈죠
때문에 고려에서는 성종이 아닌 소태후를
사실상 요나라의 황제로 보았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송나라 원정에 어머니를 따라 출정하기도 하면서 경험을 쌓은 성종은
이후 직접 나라를 다스리게 되면서
이전 황제인 경종과 어머니인 소태후 시절 시행됐던 정책들을
계속해서 유지하며 요나라를 더욱 강력하게 만들었다고 하죠
우리나라에서는 성종이 여요 전쟁을 일으킨 주범이라 그런지
그가 이루어낸 군사적인 업적이나
고려와의 전쟁에 등장했던 부분이 많이 강조되는 편이지만
실제로 그는 나라를 다스리는데도 뛰어났다고 합니다
그는 삼국시대 촉나라의 제갈량처럼
모두에게 공평하게 법을 집행하는 것으로 유명했다고 하죠
성종은 신분의 높고 낮음에 따라 법을 다르게 집행하면
백성들의 원망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황족이나 친척들의 죄는 백성과 똑같이 처벌한다
그리고 만약 노예가 죽을죄를 짓는다 하더라도
주인이 노예를 마음대로 죽여서는 안 되며
반드시 관청의 허락을 받아야만 한다"라는 내용의 법령을 발표했습니다
그 시절 많은 나라의 군주들이 자신들의 평판을 위해
저런 내용의 법령을 시행하겠다며 말뿐인 약속을 하고
실제로는 시행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지만
성종은 자신이 했던 약속을 실제로 지켰다고 하네요
자신의 13번째 딸인 금향공주 '야율새가'가
집에서 부리던 노예 한 명을 마음대로 죽이자
즉시 금향공주를 공주가 아닌 군주로 강등시켰고
그녀의 남편인 부마 소도옥은
집안 관리를 제대로 못했다는 이유로 파직시켜 버렸다고 합니다
성종은 요나라 노예들의 삶에 대해서도 많은 신경을 썼다고 하죠
'초와부'와 '갈술부'라는 마을을 새로 만들어서
요하 동쪽지역에서 사냥을 하거나 철을 제련해서 먹고살던 노예들을
새롭게 만든 마을로 이주시킨 후 그들을 평민으로 만들어주기도 했습니다
또한 여진족의 노예들까지 요나라의 평민으로 받아들였죠
성종은 요나라의 황족들과 신하들이
비리를 저지르는 것을 굉장히 싫어해서
황족들과 자신의 친척들을 모아두고 다음과 같은 말을 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요사(요나라의 역사가 기록된 역사서)에 따르면 성종은
"만약 황족이 뇌물을 받았는데도 내가 이들을 용서해 준다면
이것은 요나라의 법이 사라져 버린 것과 같다
때문에 만약 황족이 뇌물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나는 즉시 그 사람을 평민으로 강등시켜
죗값을 치르게 할 것이다"라는 선언을 했다고 하네요
비리를 저질렀다가 걸린 탐관오리는
한 번 파직하면 죽을 때까지 다시 관리가 될 수 없었으며
반대로 청렴한 관리들은 낮은 지위에 있어도
파격적인 승진을 시켜주기도 했습니다
성종은 거란의 백성들이 너무 많은 세금에 힘들어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기도 했죠
백성들을 황무지를 개간해 농지로 만드는 작업에 투입하면서
이들에게는 10년간 세금을 면제시키는 큰 혜택을 주었으며
집안 대대로 농사를 지어온 평민들에게는
그 땅을 실제로 소유한 주인이 평민들 대신 소작료를 내도록 하는 등
백성들이 낼 세금을 최대한 줄여주려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되고 위험한 국경지역의 농민들에게는
황무지를 개간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으로 만들도록 유도했으며
대신 그들의 세금을 완전히 면제하는 혜택을 줬다고 하죠
성종은 그전까지 싸움을 좋아하고 다른 나라를 약탈해대며
유목 민족의 티를 벗지 못한 거란에 체계적인 제도를 만들고
엄격한 법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법치주의까지 실현해 내면서
거란이 제대로 된 국가의 모습을 갖추는데 큰 공을 세웠습니다
그렇다고 성종이 국방에 소홀했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거란은 군사력까지 엄청난 발전을 하게 되면서
계속된 정복 전쟁을 통해 영토를 늘려나간 끝에
아시아 최대의 군사강국 중 하나로 성장하게 되는 발판을 만들었죠
성종은 강력해진 군사력을 바탕으로 직접 군대를 이끌고 원정을 나가서
서쪽으로는 티베트와 위구르 지역
그리고 동쪽으로는 고려에 맞닿을 정도로 영토를 늘려나갔습니다
또한 남쪽에 있는 북송과도 자주 전쟁이 벌어졌는데
그때마다 성종은 계속해서 승리를 거두면서
황하 이북까지 요나라의 영토로 만드는데 성공을 하게 되는데요
그렇게 요나라의 영토를 크게 확장시킨 성종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고려와의 대결에서는 별로 힘을 쓰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당시 고려의 저력이 대단했다는 증거겠죠
1차 여요 전쟁 때 요나라의 장수 소손녕은
서희의 말발에 넘어가며 강동 6주를 고려에게 넘겨주게 되는데
이때 강동 6주를 내준 것 때문에
요나라는 이후 고려와의 전쟁에서도 계속 고생을 하게 됩니다
제2차 여요 전쟁 때는 성종이 직접 40만의 대군을 이끌고 들어와
통주 전투에서 강조가 이끄는 고려의 주력부대를 격파해 버리고
수도인 개경을 함락시키는 등 큰 성과를 거두는듯했지만
이때 고려의 명장 양규가 소수의 부대를 이끌고
후방에 남겨둔 거란군을 상대로 계속해서 승리를 거 둔 끝에
생각보다 더 큰 피해를 입게 됩니다
그렇게 양규의 활약으로 고려에 와서 얻은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아질 상황이 되자 성종은 다시 본국으로 돌아갈 결심을 하죠
마지막으로 벌어진 3차 여요 전쟁에서는
소배압이 이끄는 부대가 개경까지 빠르게 진격했다가
고려의 청야전술에 걸려들면서 결국 또다시 후퇴를 하게 되고
돌아가는 길에 귀주 대첩에서 고려군에게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으면서
어쩔 수 없이 고려와 강화를 맺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이후 고려와 요나라, 북송은 약 100여 년 동안
서로를 공격하지 않고 평화로운 시기를 보내게 되죠
성종은 장군으로서의 능력 또한 매우 뛰어났던 명장으로
그가 직접 군대를 끌고 나간 경우에는
수많은 국가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는데
그중에서 그가 고전한 상대는 고려가 유일했다고 합니다
2차여요 전쟁 때 수도인 개경을 함락시켰을 정도면
아예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성종이 다른 강대국들과 벌인 전쟁에서 이뤄낸 성과를 생각하면
고려에서는 얻은 것이 거의 없었다고 봐야 할 정도라고 하네요
그렇게 성종은 50년이라는 긴 재위 기간 동안
정치와 군사, 문화적인 부분에서 나라를 크게 발전시키며
요나라를 당시 동아시아의 최대 제국이자 군사강국의 위치로 올려놓았습니다
그런데 거란족과 관련된 역사가 기록되어 있는 '거란국지'에 따르면
이런 성종도 말년에는 더 이상 이룰 게 없다고 생각했는지
매일같이 술을 마시고 휴가를 가거나 사냥을 나가는 등
나랏일을 돌보기보다는 노는 일에 더 열심이었다고 하죠
그러다 1031년 세상을 떠나게 되는데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요나라의 성종과 고려의 현종 그리고 강감찬이
모두 같은 해에 사망했다는 것인데요
고려의 현종이 1031년 5월에 세상을 떠났고
성종은 그다음 달인 6월에 죽었으며
강감찬은 그 해 8월에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비록 말년에 사치를 부리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그전까지 그가 세운 업적이 워낙에 뛰어났던 덕분인지
요사에서는 "거란의 황제들 중 훌륭한 이름을 남긴 황제는
오직 성종뿐이다"라는 평가를 내릴 정도였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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