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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역사 탐구

술자리에서 세조에게 계유정난 들먹이며 술주정 부리다 진짜로 모가지 날라간 황당한 에피소드

by 사탐과탐 2021.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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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임금과 신하들 간에는 술자리가 자주 있었는데요.
그중에서 세조는 특히 신하들을 떠보기 위해 술자리를 가졌다고 합니다.
근데 정신줄 놓고 세조에게 계유정난을 들먹이며 팩트를 꽂아버려 진짜로 모가지가 날라간 황당한 에피소드를 소개드립니다.
 

 


혹시 다들 그거 아시나요?

한자 '취할 취(醉)'자는 '술 유(酉)'자와 ‘죽을 졸(卒)'자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글자이죠.

한마디로 술에 취하게 되면 죽을 수도 있는 위태로운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라는 뜻인 것 같은데요.

 

조선시대에 계유정난을 일으켜 조카인 단종을 몰아내고 왕이 된 세조도 정난의 공신들과 자주 술자리를 가졌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원래 왕과 신하들의 술자리에서는 대체적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는데요.

그냥 놀고 즐기는게 아니라 왕이 신하를 시험하려 하고 확인하려 하면 문제가 달라지기 마련이죠.

 

세조는 왕이 된 후 신하들에게 술을 먹이고 충성심을 확인한 적도 많았습니다.

문제는 이 세조와의 연회 자리에서 신하들이 술에 취해 세조에게 대들다가 진짜 죽을뻔한 사건들이 많다는 점이죠.

 

오늘은 세조와 술 먹다 목이 달아날 뻔한 신하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들은 대부분 일화나 야사의 내용이니 옛날이야기 정도로 재미있게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글의 내용을 돕기 위한 이미지)
 

서거정의 <필원잡기>에는 세조와 신숙주, 구치관의 술자리 일화가 기록되어 있는데요.

어느 날 세조는 영의정이던 신숙주와 새로 우의정이 된 구치관을 불러 같이 술 한잔 나누게 되었죠.

어느 정도 술이 흥건하게 취하자 장난끼가 발동한 세조는 자신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벌주를 내리겠다고 하면서 "신정승" 하고 불렀죠.

 

그러자 신숙주가 "네, 전하" 라고 대답하니 세조는 "나는 이번에 새로 임명된 '신(新)' 정승을 불렀는데?" 라며 신숙주에게 커다란 잔에 술이 가득 찬 벌주를 먹였습니다.

그리고나서 세조는 이번에는 "구정승" 하고 부르니 이번에는 구치관이 "네, 전하" 라고 대답하는 것이었죠.

그러자 세조는 "나는 예전부터 정승이던 '구(舊)' 정승을 불렀는데?" 라며 구치관에게 벌주를 먹였습니다.

 

그렇게 세조가 "신정승" 해서 신숙주가 대답하면 구치관을 불렀다 하고 구치관이 대답하면 신숙주를 불렀다 하며, 그들에게 벌주를 엄청 먹이다가 또다시 "신정승" 했을 때 둘 다 대답 안 하고 가만히 있으니 세조는 "감히 왕이 부르는데 신하가 대답을 하지 않다니 예의에 어긋났다" 라고 둘을 꾸짖으며 두 사람 모두에게 벌주를 내렸다고 하죠.

 

그렇게 두 정승은 완전 만취하여 해롱해롱 대자 세조는 크게 웃었다고 합니다.

이 일화는 그냥 재미있게 웃어넘길 수 있는 사건인데요.

정인지가 세조와의 술자리에서 일으킨 사건은 그가 죽을뻔한 위태로운 사건이었죠.

 

그 사건은 바로 정인지가 세조에게 '너'라고 말한 것인데요.

1458년 9월, 세조가 정인지를 비롯한 세자, 왕실 종친들, 정승, 판서 이상의 고관대작들과 함께한 양로연에서 술에 만취한 정인지가 세조에게 한마디 한 것입니다.

 

(글의 내용을 돕기 위한 이미지)
 

그건 바로 "나(정인지)는 니(세조)가 한 말을 전부 다 따르지는 않을 거다"라고 한 것이죠.

아무리 세조보다 21살이나 나이가 많았던 정인지 였지만 그래도 이는 왕을 능멸한 불경죄에 해당되었는데요.

그 말을 들은 종친들과 많은 대신들은 모두가 세조에게 "정인지의 말은 성삼문과 다를 바 없는 역신의 말이다" 라고 하며 그의 목을 치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세조는 "정인지가 취해서 옛 친구라 여기고 한말 일 것이다"라고 하며 "그는 지금 늙어서 쓸모없는 선비일 뿐이니 한번 봐주자" 라며 정인지를 두둔해 주면서 다행히 죽임을 면할 수 있었죠.

그런데 이 일 외에도 정인지는 술 먹고 여러 번 세조에게 막말을 시전했었는데요.

하지만 그때마다 세조는 막말하는게 정인지의 술버릇이라며 용서해 주었다고 합니다.

 

세조는 이런 술자리나 연회를 신하들의 충성심을 시험하는 자리로 만들기도 했었는데요.

세조는 항상 신숙주를 한고조의 장량, 유비의 제갈량이라고 칭하며 그를 아꼈다고 합니다.

또한 세조와 신숙주는 1417년 생인 동갑내기 이기도 했었죠.

 

어느 날 연회 자리에서 술에 취한 세조가 신숙주의 팔을 잡은 채 술을 마시면서 "경도 내 팔을 잡으라" 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역시 만취했던 신숙주는 자신의 팔을 잡고 있던 세조의 팔 소매 안으로 손을 쭉 넣은 뒤 세조의 팔을 힘껏 잡았는데 자세가 이상했던 탓인지 세조의 팔이 비틀어지게 된 것이죠.

 

그러자 세조는 아프다며 비명을 질렀는데 곁에 있던 세자가 깜짝 놀라자 세조는 세자에게 괜찮다며 술자리 흥을 깨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한명회는 술자리가 끝나고 난 뒤 신숙주의 집에 부하를 보내 그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죠.

 

(글의 내용을 돕기 위한 이미지)

 

그것은 평소 아무리 술을 많이 먹더라도 집에만 가면 책을 보고 난 후에 잠을 청하던 신숙주에게 오늘은 절대 책을 보지 말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자라고 한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신숙주는 한명회의 말을 듣고 집에 가자마자 바로 잠에 들었는데 그날 밤 세조가 한밤중에 내시를 불러 신숙주의 집에 찾아가 그가 책을 보고 있는지 확인을 해보라고 한 것이었죠.

 

확인을 한 내시는 세조에게 신숙주가 술에 취해 잠에 들었다는 보고를 하자 그제서야 세조도 잠에 들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한 이유는 신숙주가 술에 취한척하며 자신의 팔을 비튼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한 것이었죠.

만약 신숙주가 한명회의 말을 듣지 않고 책을 보고 있었다면 목이 두 개라도 모자랐겠네요.

 

그만큼 술을 먹으면서도 신하들의 충성심을 확인했던 세조이지만 충성심 확인을 하는 가장 편한 일은 바로 양위를 한다고 선포하는 것이었죠.

바로 세자에게 왕위를 물려주겠다는 말인데 그러면 신하들은 모두가 반대하고 나서기 마련입니다.

 

(글의 내용을 돕기 위한 이미지)
 

이걸 찬성하면 '왕이 무능하니 빨리 세자가 왕이 되어야 된다' 라는 뜻으로 비춰졌기 때문에 그런 것이었죠.

세조도 이런 양위 소동을 일으키며 신하들의 충성도를 테스트 해보곤 했는데 1462년 6월에 세조와 신하들은 역시나 술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세조는 "세자의 학문이 뛰어나니 왕위를 넘겨주고자 한다" 라고 하며 신하들을 떠본 것이죠.

그러다 모든 신하들이 "아니되옵니다 전하" 라고 하고 있는 도중 술에 취했던 정창손은 "정말 옳은 말씀이십니다"라고 한 것입니다.

 

그 말 한마디 때문에 정창손은 삭탈관직되어 정계에서 물러나고 말았죠.

하지만 정인지나 신숙주, 정창손은 술을 먹고 세조에게 죽을뻔한 짓을 저질렀지만 죽임을 당하지는 않았는데요.

하지만 술에 취해 세조에게 개기다가 실제로 죽임을 당한 공신도 있었죠.

 

그는 바로 양정이라는 인물이었습니다.

양정 역시 계유정난의 공신이었지만 평안도 절제사로 임명되었고 근무지가 한양이 아닌 북방에 변경지역으로 파견되어 가있었던 것이죠.

그러다 1466년 6월, 양정이 다시 한양으로 돌아오게 되자 세조는 그를 위한 위로연을 베풀었습니다.

 

자신도 공신인데 변방에 보낸 것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던 양정은 연회 자리에서 술에 취해 세조에게 "전하께서는 양위하시고 이제 편히 쉬십시오" 라는 엄청난 말을 해버린 것이죠.

그 말을 들은 세조가 "지금 나보고 물러나라고 말한 것이냐"라고 묻자, 양정은 "내 생각도 그렇고 민심도 그렇습니다" 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글의 내용을 돕기 위한 이미지)

 

그러자 세조는 재차 물었는데 "나도 죽고, 신숙주, 한명회, 그리고 경(양정)도 죽으면 이 나라는 누가 다스리겠는가?" 라고 묻자, 양정은 "차례대로 있게 될 것입니다"라고 대답한 것이죠.

이에 제대로 열받은 세조는 "내가 임금 자리를 탐내는 사람인가?" 라고 하며 승지에게 "어서 상서원에서 대보(大寶)를 가져오거라 지금 당장 세자에게 왕위를 전하려 한다" 라고 말했죠.

 

그러자 대소신료들은 종묘와 사직은 어쩌냐며 세조를 극구 말렸는데 양정은 어서 어명을 받들어 대보를 가져오라고 난리를 치는 것이었습니다.

세조는 엄청나게 분노하며 자신의 명을 감히 받들지 못하는 신하들을 내버려 두고 세자에게 직접 옥새를 가져오라 명했는데 세자는 마지못해 가지러 가는 척 문밖으로 나가게 되었죠.

 

즐거웠던 연회 자리가 양정 한 사람 때문에 순식간에 싸늘해졌는데 세조는 화가 나 양위한다며 난리 치고 세자는 겁을 먹고 문밖에서 다시 안으로 들어오지도 못했으며 신하들은 차라리 죽여달라고 양위를 거두어 달라며 청하기까지 하는 난장판이 벌어진 것입니다.

어찌됐든 연회는 끝이 나고 다음날 양정을 죽여야 한다는 신하들의 말에 고작 4일 만에 양정은 참수되었죠.

 

술에 취해 자신이 한 말 한마디 때문에 목까지 달아난 것입니다.

이처럼 세조는 공신들과 술자리를 즐겼고 연회도 자주 열어서 인지 신하들과 세조와의 술에 관한 일화가 많이 남은듯하네요.

온 조정을 피로 물들게 하고 조카까지 죽인 세조이지만 그래도 자신에게 불경한 죄를 저지른 신하들을 살려둔 것을 보면 좀 다르게 보이기도 하죠.

 

술은 조금만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게 하지만 많이 먹으면 몸과 마음을 흐트러지게 하고 실수도 하게 하는 등 좋지 않은 영향을 많이 끼치기도 하니 언제나 술은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은 세조와 신하들 간에 술 먹고 일어난 에피소드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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