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량과 유방도 군신이라 불렀던 전국시대 최고의 명장 악의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삼국지 연의에서 제갈량이 적벽대전을 성사시키려 오나라로 향했을 때 오나라 대신들과 랩배틀을 뜬적이 있습니다
이때 오나라에서 강동의 현인이라고 불리는 장소가 제갈량에게 "너는 너 스스로를 관중과 악의에 비견된다고 말하고 다닌다면서?" 라고하자 제갈량은 "내가 그 정도 되니까 하후돈과 조인을 물리쳤던 것이다" 라는식으로 말한적이 있죠
또한 유방은 중국 대륙을 통일하고나서 과거 조나라 땅을 지나가다가 악의의 후손이 거기 있다는 소리를 들었고 그렇게 찾아낸 사람이 악숙 이라는 사람이었는데요
그러자 유방은 악숙에게 봉호를 내리고 후한대접을 해줬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평소 유방은 악의를 군신이라 칭하며 그를 존경해 마지 않았던 것이죠
오늘은 제갈량과 유방이 군신이라 칭송한 희대의 명장 악의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악의는 전국시대 후기의 연나라의 명장이었는데요
그는 중국 역사에서도 손에 꼽힐정도로 명장이지만 한국에서는 거의 들어본적 없는 인물이기도 하죠
악의의 선조는 위나라의 명장 악양 인데요
잠깐 악양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면 악양은 위나라의 장군이되어 중산국을 공격하게 되었죠
그때 악양의 아들이 중산국에 있었는데 악양이 공격해 온다는 소식을 들은 중산국 왕은 그를 죽인뒤 시신을 삶아 국을 만들어 그걸 악양에게 보냈습니다
그러자 악양은 아들을 삶은 국물을 모두 마셔버린 뒤 반드시 복수한다는 결의를 다졌고 마침내 기원전 408년에 중산국을 정복했으며 이후 위나라 문후는 악양을 중산국의 수도였던 영수에 살게 했죠
이후 악양의 후손들은 대대로 영수에 살았는데 악의 역시 영수에 살았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후 조나라 무령왕이 이 영수를 점령했고 그렇게 악의도 훗날 무령왕의 신하가 되었죠
한편 옆나라 연나라에서 골때리는 일이 발생했는데 연나라의 왕이던 쾌가 성군처럼 보이기 위해 과거 성군이던 요,순 임금을 본받는다면서 재상이던 자지에게 선양을 해버린 것입니다
그런데 거절할거라 생각했던 자지가 이를 승낙해버렸고 그렇게 자지가 연나라 왕이 되버린 것이죠
그러자 화가 난 태자 평이 왕자리를 다시 빼앗기 위해 군사를 일으켰는데 결국 자지에게 패배해버렸습니다
한편 연나라가 혼란스러운 상태라는걸 눈치챈 제나라는 10만의 병력을 동원해 연나라를 공격했고 이미 연나라 백성들은 자지에 대해 민심이 완전 달아났던 상태라 아예 성문을 활짝 열어 제나라 군을 맞이 했으며 결국 연나라는 개박살 나버렸고 자지도 죽어버리는 일이 벌어졌죠
당시 조나라 왕이던 무령왕은 제나라가 연나라를 공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연나라를 구원하고자 제나라를 공격하려 했지만 이때 악의는 별다른 이유없이 제나라를 공격하면 불필요한 원한만 사게 된다며 제나라, 연나라와 우호관계를 유지할것을 권했고 무령왕 역시 악의의 말을 따랐습니다
이후 제나라군은 조나라의 중재요청에 다시 제나라로 돌아가게 되었으며 연나라의 신하들과 백성들은 한나라로 도망갔던 연왕 쾌의 아들 직을 데리고와 연나라의 왕으로 세웠으니 그가 바로 연나라 소왕이죠
이때 연나라 소왕은 오직 국력을 회복하고 군대를 양성해 제나라에 복수할 기회만을 노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곽외를 등용해 그를 스승으로 삼았고 곽외의 계책에 따라 전국의 우수한 인재들을 끌어 모으기 시작했죠
그러는 동안 악의가 있던 조나라에도 엄청난 일이 벌어지는데요
당시 무령왕은 왕위를 아들인 공자 하에게 물려주고 자신은 병권을 장악한채 주부(主父)의 위치에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공자 하'가 있기전에 조나라의 태자는 '공자 장'이었는데 무령왕이 자신이 총애하던 여인인 맹요가 죽자 그녀의 아들이던 공자 하를 태자로 삼았던 것이죠
하지만 공자 장의 신하로 있던 전불례가 그를 부추겨 결국 반란이 일어났는데 하지만 반란은 실패 했으며 그렇게 공자 장도 죽고 말았고 무령왕도 결국 감금된채 굶어죽는 사건이 발생했죠
이때 악의는 조나라가 개판이나자 위나라로 넘어가 위나라의 신하가 되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전국시대 초창기만 하더라도 천하를 집어 삼킬만한 국력을 가지고 있던 위나라가 손빈이 이끄는 제나라군과 벌인 마릉전투에서 개박살 난 이후 점점 쇠락하기 시작했는데요
악의는 연나라 소왕이 유능한 인재를 불러 모은다는 소식을 듣고 일부러 연나라에 사신으로 찾아 갔던 것이죠
이후 연 소왕에게 후한 대접을 받았고 처음에는 소왕의 요청을 거절했지만 결국에는 그의 신하가 되기로 했던 것입니다
이후 소왕은 악의를 바로 아경으로 삼는 등 파격적인 대우를 해주었죠
그렇게 악의는 마침내 자신의 뜻을 펼칠수 있는 연나라 소왕의 신하가 되었던 것입니다
연 소왕은 이때 등용했던 악의나 극신 등의 인재들을 적극 활용해 무려 28년 동안 막강한 군대를 키워냈고 나날이 연나라 재정은 튼튼해 졌으며 그렇게 제나라에 복수할 기회를 착실히 마련해 나갔죠
그러나 문제는 당시 제나라는 한창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던 것인데요
제나라는 당시 강력한 나라였던 진나라와 패권 경쟁을 하는 등 가장 강한 나라중 하나가 되어 있었던 것이죠
심지어 중원에서 가장 강대한 나라였던 진나라조차 제나라를 상대하길 꺼려했을 정도로 막강했던 것입니다
그러자 민왕은 점점 교만해지기 시작했고 이웃 약한 나라들을 괴롭히면서 쓸데없이 원한을 사기 시작했으며 덕분에 여러 나라에서는 민왕의 갑질에 힘들어 하고 있었죠
심지어 민왕은 유능한 인재들을 쫓아내기도 하고 백성들을 못살게 굴어 원성까지 자자해 질 지경이었습니다
그러자 연 소왕은 악의와 여러 대신들을 불러 제나라 정벌을 의논했지만 악의는 연나라의 힘만으로는 제나라를 정벌하기 힘드니 다른 여러 나라들과 연합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죠
이때 제나라 민왕은 다른 나라들과 함께 폭정을 일삼던 송나라 강왕을 멸망시켰는데 다른 나라들을 쌩까고 혼자 송나라 전체를 먹어버린 일이 발생했던 것입니다
이 사건은 제나라 침공 연합군을 결성하기 위한 구실을 찾고 있던 악의에게는 천금같은 기회가 되었고 곧바로 악의는 여러나라에 사신을 보내 함께 제나라를 공격하자고 설득했죠
그렇게 결국 악의는 연나라 군대의 상장군에 임명되었고 조 혜문왕은 악의를 조나라의 상국으로 임명했으며 그렇게 조, 진, 한, 위, 연의 연합군의 총사령관이 되어 제나라를 침공했습니다
당시 제나라는 최강국이었지만 5국 연합군의 공세에 밀리는 수밖에 없었고 연전연패를 거듭했으며 제나라 수도 임치는 전쟁이 시작되고 얼마안가 함락되는 치욕을 맛보게 되었죠
악의는 임치에 들어가 연나라의 궁과 종묘를 불사질러 버렸고 온갖 보물과 물자들을 약탈해 연나라로 옮겼으며 그렇게 약 30년전에 있었던 원한을 갚을수 있었습니다
또한 악의의 탁월한 지휘로 인해 연합군은 불과 6개월만에 제나라의 성 70여개를 함락시켰으며 제나라의 전 국토가 연합군의 말발굽에 짓밟히게 되었고 제나라는 즉묵성과 거성, 두개의 성만 남게 되었죠
이때 유명한 일화가 있는데요
전쟁이 한창이던 때 악의는 제나라내에서 명망이 높았던 인물인 왕촉을 찾아가게 됩니다
그렇게 악의는 왕촉에게 연나라 소왕의 신하가 되어 달라고 부탁했지만 왕촉은 완강히 거절했고 이에 악의는 계속 거절한다면 일족을 멸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죠
그러자 왕촉은 열녀가 두 남편을 두지 않듯이, 충신은 두 주군을 섬기지 않는다는 말을 남기고 끝내 자결함으로써 (忠臣不事二君, 烈女不更二夫 : 충신불사이군 열녀불경이부) 충의를 저버리지 않았고 악의도 왕촉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낙담해서 고개를 숙여 슬퍼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죽임을 당할까 두려워서 도망을 갔던 제나라 신하들은 왕촉의 일을 듣고나서 잘못을 뉘우치고 제나라로 돌아와 연합군과 용감히 싸웠다고 하죠
어쨌든 제나라 민왕은 몰릴대로 몰려 거성에 짱박혀 있었는데 초나라가 보낸 구원군을 이끌던 장군 요치에게도 건방지게 굴자 결국 살해당하고 마는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연소왕은 복수에 성공한것에 크게 기뻐하며 악의를 창국군에 봉했고 악의는 마지막으로 남은 즉묵성과 거성에 총공격을 펼쳤죠
하지만 제나라에선 갑자기 등장한 전단이라는 인물이 악의의 공격을 악착같이 막아냈으며 결국 악의는 두 성을 포위한채 장기전을 펼치게 되었습니다
이때 악의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연나라의 세자가 악의를 모함하고자 소왕에게 찾아가 "악의가 제나라 왕이 되려는 생각을 품고 있는듯 하다"며 모함하자 소왕은 "안그래도 악의가 제나라를 정복하면 제나라를 주려고 했다"면서 세자의 엉덩이를 두들겨 팼다고 하죠
그만큼 소왕은 악의를 무한신뢰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 소왕의 신뢰에 힘입어 악의는 당시 최강국이던 제나라를 꺾음으로써 연나라 역사상 최전성기를 안겨다 주었죠
그런데 악의에게도 좋지않은 일이 벌어졌는데 그를 무한 신뢰하고 총애하던 연 소왕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를 미워하던 세자가 왕위에 오르니 그가 바로 연나라 혜왕이죠
당시 즉묵성을 지키고 있던 전단은 연혜왕이 악의를 미워하고 있다는걸 알아내고 "악의가 일부러 제나라의 남은 두 성을 공격하지 않는것은 반역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는 소문을 퍼뜨렸고 연혜왕은 기다렸다는 듯이 악의를 해고시킨뒤 조정으로 불러들였으며 기겁이라는 장군에게 대장을 맡겨 악의을 대신하게 했습니다
이에 전단은 곧바로 악의가 없어진 연나라군을 공격해 들어가 단 한방으로 연나라 군을 패퇴시켰고 순식간에 잃었던 땅을 되찾게 되었죠
연혜왕은 그제서야 자신의 실책을 깨닫고 후회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었습니다
한편 악의는 혜왕에게 갔다가는 죽임당할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해 처자식도 연나라에 둔채 조나라로 향하게 되었는데요
조나라에서도 이미 악의의 명성은 자자해 망제군으로 봉해져 연나라에서 못지않은 대우를 받으며 지냈죠
연 혜왕은 제나라에 참패를 당한후 악의를 해고시킨것에 크게 후회를 했으며 악의가 보복을 위해 군대를 이끌고 쳐들어 오지 않을까 두려워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악의에게 사람을 보내 자신의 잘못을 사죄하면서 나라를 버리고 도망간 잘못을 꾸짖으며 다시 돌아와 달라는 편지를 보냈죠
이에 악의가 연 혜왕에게 보낸 답장인 <보연왕서>(報燕王書)가 굉장히 유명한데요
그 중 한 대목을 알려드리면 "군자는 친구와 교제를 끊더라도 그 친구의 단점을 말하지 않고 충신은 그 나라를 떠나더라도 자신의 명성을 지키기 위해서 군주에게 허물을 돌리지 않는다" 입니다
이 말은 "연소왕에게 받은 은혜가 있으니 항상 연나라를 생각하고 있다
조나라 신하가 되었지만 연나라에 위해를 끼칠 행동은 하지 않겠으니 걱정마라" 라는 뜻이었던 것이죠
그리고 이후 연혜왕은 남겨진 악의의 가족들을 후하게 대접해 줬는데 악의 아들인 악간(樂間)을 창국군(昌國君)으로 삼았고 악의는 다시 연나라와 조나라를 오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후 악의는 조나라에서 세상을 떠났는데 그가 언제 죽었는지 정확한 날은 알수 없다고 하죠
중원에서 최고 강대국이던 제나라를 멸망 직전까지 몰아세운것을 보면 확실히 최고의 명장이긴 한것 같네요
지금까지 연나라의 명장이자 제갈량과 유방등에게 군신이라 불리던 악의에 대한 이야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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