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나라의 멸망을 막아낸 시장이나 관리하던 하급관리 전단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지난번에 전국시대 최고의 명장 악의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오늘은 이 악의의 공격을 막아낸 제나라 구국의 영웅 전단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연나라 왕이던 쾌가 재상인 자지에게 선양을 해버리자 연나라 태자가 반란을 일으켜 연나라 내에서 내분이 일어나는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죠
그러자 제나라는 이 혼란을 틈타 연나라를 공격했고 그렇게 제나라에 의해 연나라는 개박살이 나버렸습니다
하지만 훗날 조나라의 도움으로 전쟁은 끝이났고 막대한 피해를 입은 연나라는 도망갔던 공자 직을 데리고와 연나라 왕으로 앉혔으니 그가 바로 연나라 소왕이었습니다
소왕은 연나라에 막대한 피해를 끼쳤던 제나라에 복수하기 위해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복수를 다짐하고 있었죠
그리고 이때 소왕에게 등용된 인물이 바로 희대의 명장이던 악의 입니다
그렇게 28년간 연나라는 악의와 극신등 수많은 인재들과 소왕의 노력으로 마침내 국력을 회복할수 있었고 강력한 군대를 양성할수 있었죠
하지만 당시 제나라의 힘은 너무나도 막강했기에 연나라 혼자만의 힘으로는 그들을 제압할수 없었는데요
때마침 제나라의 민왕이 강력한 국력을 바탕으로 다른 인접국가들을 괴롭히며 갑질을 해댔던 것이죠
이에 악의는 제나라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나라들에 사신을 보내 함께 제나라를 공격하자고 설득했고 결국 5국 연합군을 결성할수 있었으며 그렇게 기원전 284년, 강국이던 제나라를 공격할수 있었던 것입니다
당시 제나라는 최강국이긴 했지만 5개국이 연합한 군대는 막아낼수가 없었고 순식간에 수도 임치가 함락되었으며 불과 6개월만에 즉묵성과 거성, 단 두개의 성만 남게 된것이죠
심지어 제나라 민왕은 초나라 장수 요치에게 죽임을 당하기 까지 하는 등 제나라의 멸망은 시간문제 였습니다
하지만 거성의 백성들은 끝까지 연합군에 맞섰는데요
언제 함락될지 모르는 절체절명의 시기에 한 사람이 갑자기 등장했는데 그 인물은 바로 전단 이라는 인물이었죠
전단은 원래 임치에서 시장을 관리하던 하급 관리였는데 그 역시 전란을 피해 거성까지 피난가있던 상황이었습니다
5국 연합군의 공격을 받아 피난을 가야했을 당시 전단은 하인들을 시켜 집안에 있던 수레의 바퀴를 전부 철로된 덮개를 만들어 덮어 씌우라고 시켰죠
이 모습을 본 사람들은 수레에 바퀴를 저렇게 무겁게 만들면 피난길에 느려서 되겠냐며 생각이 있는사람 맞냐고 전단을 비웃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피난길을 달리던 다른 수레 바퀴들은 험난한 길을 버티지 못하고 죄다 부서졌지만 전단의 수레 바퀴만은 부서지지 않아 즉묵성까지 멈추지 않고 달릴수 있었다고 하죠
그러자 사람들은 전단이 선견지명이 있다며 그를 칭송했고 즉묵과 거성의 방어를 지휘해줄만한 사람이 없다보니 사람들은 그를 장군으로 추대해 즉묵과 거성을 지켜달라고 부탁한것입니다
그렇게 전단은 남은 병력을 다 긁어모아 두개의 성을 수비하기 시작했는데요
그러자 최고의 명장이던 악의 조차 전단이 수비하는 두 성을 함락시키지 못했던 것이죠
결국 악의는 성을 포위하고 장기전을 벌였지만 3년이 지나도 함락시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악의를 무한신뢰하던 연나라 소왕이 세상을 떠나버리고 악의를 싫어했던 혜왕이 왕위에 올랐죠
이 소식을 들은 전단은 "악의가 두 성을 함락시키지 않고 전쟁을 질질 끄는 이유는 모반을 꾀하고 있기때문이다" 라는 거짓 소문을 퍼트렸습니다
그러자 혜왕은 기다렸다는 듯이 악의를 총대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한뒤 조정으로 불러들였고 기겁이라는 사람을 대장으로 앉혔죠
이 소식을 들은 전단은 다른 계략을 세우는데요
평소 기겁의 인품이 졸렬하다는걸 알고 있었던 전단은 "연나라 장수 기겁이 포로를 잡으면 코를 베어 버린다던데 너무 두렵다. 그리고 성 밖에있는 조상들의 묘를 파헤칠까 무섭다" 라는 소문을 냈죠
그러자 기겁은 제나라 군이 자신을 두려워 한다고 생각해 포로들의 코를 베어 버렸고 제나라의 조상들의 무덤을 파헤쳐 시신을 태워버린 뒤 해골은 모두 제나라 사람들이 볼수 있도록 한곳에 모아 둔것입니다
그 처참한 모습을 본 제나라 사람들은 공포에 떨기는 커녕 병사들은 탈영해 연나라로 투항하려는 사람이 없었고 어차피 포로가 되면 코가 베이게 되니 죽기살기로 싸움에 임하겠다며 전투 의지를 불태웠죠
그리고 백성들 역시 기겁의 잔혹함을 보고서는 이를 갈며 격분했고 전단에게 몰려와 자신들도 목숨걸고 싸우겠다며 소리높여 청했던 것입니다
이에 전단은 이제 제대로 연나라와 붙을수 있겠다 생각했고 결사대 5,000명을 선발했죠
그리고 나서 결사대는 성벽 밑으로 몸을 숨기게 한뒤 성벽 위에는 노약자들과 여자들만 서있게 했으며 성안에 있던 부자들에게 재물을 싸들고 기겁의 진영으로 찾아가 항복할것이라는 의사를 전하라고 시켰습니다
그러자 기겁은 명장 악의도 해내지 못한걸 자신이 해냈다며 크게 기뻐했고 연나라 병사들도 모두 만세를 외치며 좋아했죠
드디어 지긋지긋한 전쟁이 끝나기 직전이었던 것입니다
이후 전쟁이 다 끝났다고 생각한 연나라 군의 군기는 해이해질대로 해이해졌으며 즉묵성이 성문을 열고 항복할 날을 기다리면서 아무런 방비도 없이 탱자탱자 놀고만 있었죠
이때 전단은 즉묵성 내에서 이상한 일을 벌일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요
소 천마리를 모아 소들에게 알록달록한 비단옷을 입힌뒤 거기에 큰 용을 그렸고 뿔에는 칼을 묶어 놓았죠
그리고 기름을 듬뿍 먹인 갈대 한묶음씩을 소의 꼬리에 묶은뒤 해가 지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밤이 되자 전단은 5천명의 결사대를 모아 얼굴을 붉은색과 푸른색으로 칠하게 했고 성벽 구석에 작은 구멍을 뚫어 소들과 함께 빠져나가게 했죠
얼마후 전단의 신호가 떨어지자 결사대는 소의 꼬리에 달린 갈대에 불을 붙였고 깜짝 놀란 소들은 엄청난 괴성을 지르며 연나라 진영으로 미친듯이 돌격했습니다
이때 연나라 진영에서는 전쟁이 끝났다고 생각하고 아무 방비없이 모두가 잠들어 있었는데요
이상한 비단옷을 입은채 칼을 메달고 꼬리에 불붙은 괴이한 모습을 한 소들이 들이 닥치니 깜짝 놀란 병사들은 혼비백산하며 순식간에 혼란에 빠지게 되었죠
그리고 뒤 따라온 5천명의 결사대는 단숨에 제나라 병사들을 처리했으며 대장이던 기겁은 수레를 몰고 도망가다가 전단과 맞딱드렸는데 전단은 순식간에 기겁을 찔러 죽이면서 그렇게 연나라 군은 하루아침에 대패해버렸습니다
전단의 이 기상천외한 전략은 훗날 화우지계(火牛之計)라고 불리며 역사에 길이 남게 되었죠
그리고 다음날 해가 밝자 전열을 재정비한 제나라군은 퇴각하던 연나라군을 추격해 또 다시 큰 피해를 입혔으며 제나라군이 대승을 거두었다는 소문은 순식간에 연나라가 점령했던 제나라 지방으로 퍼졌습니다
그러자 각 지역에서는 일제히 반기를 들고 일어났고 제나라 지역을 지키던 연나라군도 도망치기 바빴으며 그렇게 제나라는 연나라에 빼앗겼던 70여개의 성을 일거에 되찾을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거성에 숨어있던 세자인 법장을 임치로 데려와 왕으로 추대하니 그가 바로 제나라 양왕이죠
이후 전단은 멸망 직전에 있던 제나라를 살려낸 공으로 안평군에 봉해졌고 이후에는 상국이 되기까지 했습니다
당시에는 '객경'(客卿)이라고해서 A나라의 한 인물이 B나라에서도 동시에 등용되어 군사나 정치 자문 역할을 하기도 하면서 한 인물이 여러 나라의 벼슬을 받는 일이 흔했는데요
이후 전단은 기원전 269년에 조나라에 초빙되어 조나라 명장인 조사와 병법을 논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고 기원전 265년에는 조나라의 장군으로 임명되어 연나라와 한나라를 공격했다는 기록도 있죠
또한 1년뒤엔 정식으로 조나라로 옮겨와 재상이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이후 전단의 행적은 전해지지 않는다고 하죠
한편 전단의 이간책 때문에 총대장 자리에서 물러났던 악의도 조나라로 도망친 상황이었기 때문에 연나라와 제나라의 국운을 걸고 싸웠던 적장 둘이 조나라에 모여 살았던 걸 보면
악의와 전단은 정말 대단한 인연이긴 한것 같네요
지금까지 말단관리에서 제나라의 구국의 영웅이 된 전단에 대한 이야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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