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춘추시대 제나라의 명재상인 안영은 온갖 고사성어를 만들어냈으며 동시대 사람이었던 공자가 가장 존경했던 현인입니다
오늘은 춘추시대 최고의 정치가 겸 외교관이자 최고의 재상으로도 꼽히는 안영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훗날 제나라의 명재상이 되는 안영이지만 어렸을 때는 키가 매우 작은 데다 너무 못생기기까지 한 외모로 주변 사람들의 놀림을 받았다고 하죠
안영의 키는 여섯 자(尺)가 되지 않는다라고 사서에 기록되어 있는데 한 자의 길이가 22.5cm니까 여섯 자는 135cm로 사서에 따르면 안영은 140cm도 채 되지 않는 단신이었던 셈입니다
안영의 아버지인 안약은 춘추시대에서 최초로 패권을 잡은 제환공도 해내지 못한 '내나라'를 정벌하는 큰 공을 세우면서 많은 식읍을 하사 받았는데 그런 아버지의 덕분인지 안영도 정계에 진출을 하게 되었죠
안영은 왜소한 체격에 못생긴 얼굴을 갖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매우 강직한 성격 때문에 자신이 모시는 군주에게도 입바른 말을 자주 했기 때문에 언뜻 보면 왕이 그를 매우 싫어했을 것으로 생각될 수도 있지만 안영은 늘 왕을 비롯한 주변사람들에게 조언을 할 때 적절한 비유를 통해 그들의 잘못을 지적했기 때문에 그의 조언을 듣는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 경우가 많아서
그가 상대에게 지적을 하는 말투가 굉장히 강도 높으면서도 때로는 상대에게 모욕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하는 경우가 많았음에도 미움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제나라 사람들로부터 엄청난 존경을 받았기 때문에 왕조차도 안영을 대할 때 늘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고 하네요
이때 안영이 썼던 비유가 오늘날까지 쓸모가 있을 정도로 교훈적이라서 고사성어로 만들어진 것이 많다고 하죠
춘추시대 때 만들어진 고사성어는 대부분 이 사람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봐도 과장이 아닐 정도라고 합니다
남귤북지, 양두구육, 의기양양, 준조절충 등 그가 만들어낸 고사성어가 많은데 이중 유명한 고사성어 몇 가지가 나오게 된 일화에 대해 소개해드리죠
남귤북지란 사람은 자신이 처해있는 환경에 따라 착해지기도 하고 악해지기도 한다는 뜻으로 안영이 당시 강대국인 초나라에 사신으로 갔을 때에 생겨난 말입니다
초나라왕 영왕은 안영을 골탕 먹이기 위해 그와의 술자리도중 도둑질을 한 범죄자를 데리고 왔는데 일부러 제나라 출신의 죄인을 골라서 데려왔죠
그리고는 안영에게 제나라 사람은 원래 도둑질을 잘하냐고 짖궂게 물었지만 안영은 태연한 말투로 맛 좋은 강남의 귤이라도 강북에 심으면 탱자가 열리듯 죄를 모르는 제나라 사람이 초나라에만 들어오면 죄인이 되니 오히려 초나라땅이 범죄의 소굴인 것은 아니냐며 맞받아쳤다고 합니다
울컥한 초나라왕이 안영에게 자네같이 형편없는 사람을 보낸 걸 보니 제나라에는 정말로 인재가 없는가 보다라며 안영의 외모와 제나라를 동시에 디스하자 안영은 큰 나라에는 큰사람이 가고 작은 나라에는 작은 사람이 가는 법이니 형편없는 나라에는 형편없는 제가 오는 것이 맞다며 맞불을 놓아버렸죠
양두구육은 양머리를 내걸고 개고기를 판매한다는 뜻으로 겉으로 보기에는 좋아 보이지만 속은 그렇지 않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제나라 24대 왕인 영공에게는 궁중 여인들에게 남장을 시킨 뒤 그것을 보고 즐기는 특이한 취미가 있었다고 하는데요
그러자 도성의 많은 여성들도 그녀들을 따라서 남장을 하는 유행이 생겨났는데 영공의 눈에는 백성들의 그런 유행이 못마땅했는지 이를 중지시키라는 금지령을 내렸죠
하지만 그럼에도 도성의 여인들이 남장을 하는 풍습은 없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영공이 안영에게 그 이유를 묻자 안영이 돌직구를 날려버렸죠
"왕께서는 궁중의 여인들에게는 남장을 허락하시면서 백성들에게만 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그것은 양의 머리를 문에다 걸어 놓고 안에서는 개고기를 파는 것과 같습니다"
백성들의 남장을 막고 싶으면 궁중에서도 남장을 못 하게 막으란 말이었죠
이에 영공이 궁중에서도 남장을 금지하는 명을 내리자 그 후 도성에서도 남장을 하는 여인들이 없어졌다고 합니다
안영에게 가장 많은 가르침을 받았던 대상은 영공의 아들이자 제나라의 26대 왕인 경공이었는데 한 번은 제나라에 장마가 닥쳐 집이 무너지고 백성들이 굶주리자 안영이 나라의 창고를 열어 백성들에게 곡식을 나눠주자고 간청했지만 경공은 그의 청을 거절했죠
이에 분노한 안영은 "전하께서는 궁에서 키우는 개는 배불리 먹이시면서 어찌 백성들은 굶기십니까?"라며 그를 꾸짖고는 자리를 떠났다고 합니다
얼마 후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경공이 사과하기 위해 안영의 집을 찾았는데 안영은 이미 자기 집의 곡식과 귀중품을 모두 백성들에게 나누어준 뒤여서 경공을 더욱 부끄럽게 만들었다고 하네요
제나라 경공은 새 사냥을 좋아했는데 촉추라는 사람에게 자신이 잡은 새들을 관리하는 임무를 맡겼죠
그런데 하루는 촉추가 실수를 하는 바람에 그 새들이 모두 도망가고 말았습니다
화가 난 경공이 촉추를 죽이라고 명하자 옆에서 이를 본 안영이 촉추에게는 세 가지 죄가 있는데 제가 먼저 촉추의 죄 세 개를 먼저 지적할 테니 그의 죄를 모두 듣고 난 후 죽여도 늦지 않을 거라며 경공을 설득했죠
경공이 그렇게 하라고 허락하자 안영은 촉추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너는 세 가지의 죄를 저질렀다 첫 번째는 관리를 소홀히 하여 새들을 놓친 죄이고 두 번째 죄는 우리 임금이 새 때문에 사람을 죽이게 만든 것이며 또 이 일로 다른 나라 임금들이 제나라 군주는 사람보다 새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니 이것이 너의 세 번째 죄이다"
그렇게 안영은 겉으로는 촉추를 꾸짖는 듯 말하면서 왕인 경공을 돌려 까기 해버렸죠
안영의 말을 듣고 부끄러움을 느낀 경공은 그냥 촉추를 용서해 줬다고 합니다
안영은 경공의 신임을 얻어 재상의 지위에 오른 후 경공에게 훗날 명장으로 이름을 남긴 사마양저라는 인물을 추천했죠
경공은 평소 놀기를 좋아하는 지극히 평범한 군주였는데 안영은 이런 경공에게 수많은 간언을 올리며 제나라를 이끌었다고 합니다
안영은 내정뿐만 아니라 외교능력까지 뛰어난 명재상이었기 때문에 그가 나라를 다스리던 시절 제나라는 춘추오패 중 최고라 평가받았던 제 환공 시대 이후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되었죠
앞에 나왔던 초나라 영왕은 안영이 사신으로 다녀간 후 바로 제나라와 화친을 맺었고
진나라는 안영이 추천한 사마양저에게 크게 패한 후 사마양저와 안영이 살아있을 때는 단 한 번도 제나라를 쳐들어 간 적이 없었다고 하네요
그 유명한 공자도 제나라에 벼슬살이를 하기 위해 찾아올 정도였다고 합니다
공자를 만난 경공은 크게 기뻐하며 그를 받아들이려고 했지만 안영은 "저 유학자들은 사람 사이의 예가 어떠니 하면서 말은 그럴듯하지만 실제로 백성들을 다스리는 데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부류입니다"라며 반대했죠
물론 안영도 공자를 가리켜 현인 중에서도 현인이라고 말하며 그의 인격자체는 높게 평가했지만 백성을 다스리는 관리로서는 맞지 않다는 평가를 내린 것이었습니다
안영의 말을 들은 경공도 생각을 바꿔 그에게 귀한 예물을 내리는 것으로 끝냈다고 하네요
이렇듯 뛰어난 능력을 바탕으로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안영에 대해 사기를 비롯한 중국의 많은 역사서에서는 제나라의 환공을 도왔던 관중과 함께 그를 중국 역사에서도 손에 꼽히는 명재상이라 평가하고 있죠
공자도 논어에서 안영을 '안자'라 높여 부르며 그의 이름을 함부로 입에 올리지 않았고 주나라의 노자 위나라의 거자와 함께 공자 본인의 인생에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뽑았다고 합니다
사기를 지은 것으로 유명한 사마천도 제일 존경하는 인물로 안영을 꼽았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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