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조의 면전에다가 대놓고 왕위에서 물러나라며 난리 쳤던 간땡이 컸던 양정의 최후
가장 흔하게 써먹었던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세자에게 왕위를 물려주겠다며 억지를 부리는 것이었다고 하죠
만약 국왕이 그런 행동을 하면 신하들은 물론 세자들까지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며 단체로 반대를 하면서
어떻게든 국왕에게 자신의 충성심을 증명해야만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조선왕조의 역사가 500년이 넘도록 계속되다 보니
그중에서는 왕이 마음에도 없는 양위쇼를 했을 때
왕의 말이 진심이라 생각하며 진지하게 받아들인 신하들도 있었고
때로는 왕에게 양위를 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마저 있었다고 하는데요
태종 6년 8월에 태종이 신하들의 충성심을 테스트하기 위해
세자에게 양위를 하겠다고 나서자
하륜은 태종에게 정말로 양위를 하시려고 한다면
중국에도 사신을 보낼 준비를 해야 한다며 돌직구를 날렸죠
그리고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 의주로 몽진을 떠난 선조가
그것만으로는 불안했는지 자꾸 명나라로 넘어가려고 하자
그를 따르던 대신들이 그럴 거면 차라리
광해군에게 왕위를 넘기라는 말을 하려다
차마 하지 못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선조의 경우 자칫 잘못하면 나라가 넘어갈 위기에 처했는데
정작 왕이라는 사람은 다른 나라로 도망가려는 기막힌 일이 일어났음에도
대신들은 차마 신하 된 도리로 왕에게 대놓고 양위를 요구하지는 못했죠
하지만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인 양정은
당시 국왕이었던 세조의 권위가 무척 강했던 시기였음에도
신하의 몸으로서 양위를 요구하는 엄청난 짓을 저질렀다고 하는데요
양정은 뛰어난 무예 덕분에 내금위의 무사로 있다가
한명회의 추천을 받으면서 세조를 가까이서 모시게 된 인물입니다
그 후 그는 세조의 총애를 받아 여러 차례 건국공신에 임명되었고
공조판서와 중추부판사를 거쳐 평안도 도절제사와 병마절도사까지 지내게 되었지만
1466년 한양으로 돌아올 때쯤의 양정은
자신이 오랫동안 북방의 변경지대에서만 근무했다는 사실에
큰 불만을 품고 있는 상태였죠
1466년 6월 세조는 그런 양정의 속마음을 모른 채
북방지역에서 고생을 하다 돌아온 양정을 위로하기 위해
특별잔치를 베풀었다고 합니다
세조는 평소 신하들과 술자리를 가질 때
신하들에게 일부러 말싸움할 것을 시키고는 그것을 구경하는 걸 즐겼다고 하죠
때문에 세조는 그날도 자신이 가장 총애하던 논쟁꾼인
최호원과 안효례라는 인물에게 말싸움을 할 것을 명령했는데
이상하게도 그날은 두 사람 모두 입을 열지 않은 채
그저 가만히 자리에 앉아 술만 마시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를 이상하게 생각한 세조가 두 사람을 재촉했음에도
최호원과 안효례는 서로 눈싸움만을 할 뿐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았고
결국 술에 취한 세조는 감히 임금이 명하는데
신하 된 몸으로 어찌 내 말을 듣지 않냐며 화를 내고는
그 길로 두 사람을 감옥에 가둬버렸다고 하죠
그렇게 주변의 분위기가 급격히 싸늘해지기는 했지만
세조가 신하들과의 술자리에서 이렇게 꼬장을 부렸다가
술이 깨면 신하들을 용서해 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에
얼마 안 가서 그들 또한 풀려날 거라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계속 술을 마시는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때 양정이 갑자기 세조 앞에 무릎을 꿇고 앉더니
그 자리에 있던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말을 꺼내기 시작했죠
양정은 세조에게 어찌 이렇게 부지런하게 나랏일을 보냐는 질문을 했고
세조는 왕으로서 의무를 다하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란 대답을 했습니다
실제로 세조는 굉장히 열심히 나라일을 하는 편이었다고 하죠
그런 세조에게 양정은
"전하께서 오랜 시간 열심히 국사를 돌보시느라 노고가 많으셨으니
이제 한가하게 쉬시는 게 어떻겠습니까?"라고 말하며
대놓고 세조에게 왕위에서 물러나라는 뜻을 밝혔다고 합니다
양정의 말을 듣고 너무나도 어이가 없었던 세조는
대체 양정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계속해서 질문을 던졌다고 하는데요
세조는 자신이 평소부터 왕위에서 물러나 이제 좀 편히 쉬려고 했지만
차마 나라를 생각해 그러지 못하고 있었는데
경이 보기에는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되냐 물었고
양정은 그것이 바로 제 생각과 같다는 대답을 했죠
이후 세조는 양정에게 경은 오랫동안 변방지역에 있었는데
변방에 살고 있는 백성들의 마음도 그러하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양정은 지금 이 나라의 백성들이라면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맞받아쳤죠
너무나도 어이가 없었던 세조는 그럼 자신이 죽고 신숙주와 한명회도 죽고
양정까지 모두 죽는 상황이 온다면
이 나라는 대체 누가 다스릴 거냐는 질문을 던졌지만
양정은 어차피 나라를 다스릴 인물들은
금방 다시 생길 거라며 끝까지 세조의 속을 긁어댔습니다
양정의 말을 듣고 머리끝까지 화가 난 세조는
"내가 어디 왕의 자리를 탐내는 사람이었던가!"라고 소리치며
도승지에게 지금 당장 세자에게 왕위를 물려줄 테니
세자를 깨워서 옥새를 가져오라는 명을 내렸죠
조카를 죽이면서까지 왕위의 자리를 차지한 세조였지만
감히 세조에게 그런 사실을 지적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세조가 시키는 대로 정말 옥새를 가져왔다가는
역모죄를 뒤집어쓸게 뻔했던 도승지는
차마 자리를 떠나지 못한 채 어쩔 줄을 몰라했으며
주변에 있던 신숙주와 한명회 등의 대신들도 모두 난리가 났죠
잠시 후 그들은 펑펑 눈물을 흘리면서
전하께서 물러나시면 대체 이 나라는 누가 다스리냐며 세조를 말렸지만
세조는 안 그래도 평소 내가 덕이 없어서
진심으로 나를 따르지 않는 백성들이 많았는데
양정이 이렇게 말하니 내가 더 이상 이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
게다가 장성한 세자도 있는데
내가 왕위를 넘겨주지 못할 이유가 어딨 냐고 말하며 난리를 쳤죠
그리고는 그 자리에 있던 신숙주의 아들 신면에게
어서 빨리 옥새를 가져오라며 호통을 쳤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옥새를 가져오는 순간
신면은 물론 그의 집안사람들까지 모조리 역적이 될게 뻔했기에
신면은 차마 세조에게로 오지 못한 채
옥새가 보관되어 있는 상서원에서 버틸 수밖에 없었죠
세조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윤필상이라는 신하에게 옥새를 가져오라고 명령했지만
그 역시 옥새를 가지고 오면 역적이 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신면과 함께 상서원에서 버티다가
차라리 임금의 명을 어긴 죄로 처벌을 받겠다며 울었습니다
그럼에도 화가 가라앉지 않은 세조는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신하들에게 옥새를 가져오라 명했지만
그 누구도 감히 그 명을 따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죠
그런데 이때 양정이 눈치도 없이
전하께서 옥새를 가져오라는 명을 내리셨는데
대체 왜 아무도 명을 따르지 않냐며 난리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더욱 화가 난 세조는
죄 없는 세자와 다른 대신들을 한참 동안이나 괴롭히다가
결국 어느 정도 화가 풀렸는지 내전으로 돌아가버렸죠
이후 양정 덕분에 고통받은 대신들은 머리끝까지 화가 났는지
감히 왕에게 불경한 소리를 한 양정을 국문으로 다스려달라는 상소를 올렸습니다
처음에는 세조도 양정이 바른말을 한 것인데
어찌 그를 처벌할 수 있겠냐며 예의상 거절을 하는척했지만
세조의 속마음을 눈치챈 신하들이
이후로도 계속해서 양정을 처벌할 것을 주장하자
결국에는 못 이기는 척 신하들의 의견을 받아들였고
그렇게 양정은 세조에게 양위를 강요한 지 나흘 만에 목이 잘렸다고 하네요
사탐과탐 다른 포스팅은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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