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에게 토사구팽 당할것 같자 어이없는 이유로 반란을 일으켜버린 인물 영포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과거에 반란을 일으킬때는 대개 그럴싸한 명분이 있기 마련이죠
대체로 현 군주가 폭군이라는 이유로 반란을 많이 일으키는데요
오늘 이야기할 인물인 영포는 왜 반란을 일으켰냐는 물음에 정말 뜻밖에 대답을 해서 현재까지도 모반을 일으킨 이유 중 가장 특이한것으로 여겨지고 있죠
영포는 원래 육현의 평민 출신이었습니다
어느날 길을 가던 한 관상가가 어린 영포를 보더니 "형벌을 받을 운명이지만 훗날 왕이 될 상이다" 라고 말했다고 하죠
그리고 시간이 흘러 경포가 법을 어겨 처벌로 경형을 받게 되었는데 영포는 "이제 왕이 될 일만 남았다" 라고 하며 오히려 좋아했다고 합니다
경형이란 얼굴에 죄목을 문신으로 새기는 형벌인데 경형을 받았다고 해서 '경포(黥布)'라고도 불렸다고 하죠
이후 그는 형벌로 노역에 동원되어 여산에 끌려갔는데 여산에서 같이 노역을 하던 죄수들을 모아 이들을 이끌고 여산에서 도망쳐 장강 근처에서 도적패가 되었죠
그러던 중 진승과 오광의 난이 일어나자 그는 파군 오예의 밑으로 들어가 함께 반란을 일으켰고 영포의 뛰어난 무력을 좋게본 오예는 자신의 딸을 영포에게 시집보냈습니다
이후 그는 진나라 군대를 여러번 격파하던 중 초나라의 항량의 세력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영포는 자신의 무리를 이끌고 항량의 휘하로 들어가 함께 진나라 군대를 무찌르게 되었죠
이후 영포는 항량군의 선봉에서서 수많은 전공을 세웠고 훗날 항량이 초 의제를 왕으로 옹립하면서 자신은 당양군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얼마후 장한의 기습을 받고 항량이 세상을 떠나자 영포는 초나라 수도인 팽성으로 퇴각했죠
이후 장한의 진나라 군대가 조나라 거록성을 공격하자 초나라 의제는 송의를 총대장으로 삼아 항우와 함께 조나라에 구원군을 보냈는데요
이때 영포 역시 장군이 되어 함께 출진했는데 송의와 항우 사이에서 갈등이 일어나 항우가 결국 송의를 살해했고 이후 영포는 항우의 부하가 되었죠
그리고 영포는 항우군의 선발대가 되어 먼저 거록에 가서 진나라 군대를 공격했고 이후 거록대전에서 대승을 거둬 큰 공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이때 장한은 진나라 군사 20만명과 함께 항우에게 항복을 해왔죠
그렇게 기원전 206년, 영포는 항우를 따라 진나라의 본거지인 관중을 향해 나아가던중 끔찍한 일을 벌이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관중에 들어가게 되었을때 만약 항복한 진나라 병사 20만이 갑자기 뒤돌아 창끝을 초군에 겨눈다면 항우와 영포를 비롯한 초군 전체가 위험해 질것이 분명했던 것이죠
또한 당시 진나라 병사들은 자신들이 죽임 당하지 않을까 굉장히 불안해 하고 있었고 자칫 잘못하면 20만명이나 되는 병사들이 반란을 일으킬지도 모를일이었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항우는 영포에게 한가지 명을 내렸고 신안이라는 곳에 도착한 이후 깊은밤이 되자 영포는 군사들을 이끌고 진나라 병사들을 습격해 20만명이나 되는 진나라 병사들을 모두 산채로 땅에 묻어버렸죠
이 사건을 일컬어 '신안 대학살'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이후 항우는 마침내 진나라를 멸망 시켰으며 영포도 그 공적을 인정받아 구강왕에 봉해졌죠
과거 관상가가 했던말이 그대로 이루어 진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항우는 자신이 팽성에서 살기위해 초의제를 침현이라는곳으로 쫓아냈는데 항우의 밀명을 받은 영포는 오예, 공오와 함께 장강을 건너던 초의제를 공격해 죽여버렸죠
훗날 여러 역사학자들은 영포가 이때부터 항우를 경계하기 시작했다는 주장을 하기도 하는데요
항상 신안 대학살이나 초의제 시해 등 더러운 일만 시키다가 나중에 필요없어지면 버려지는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을 품었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 주장이 아예 말도 안되는것은 아닌게 얼마안가 제나라에서 전영이 반란을 일으켰을때 항우는 영포에게 지원을 요청했지만 영포는 아프다는 핑계를 대며 고작 수천명의 병사들만 보내고 참전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항우가 제나라를 공격하고 있을때 팽성이 빈 틈을타 유방이 제후 연합군을 이끌고 팽성을 공격했을때도 영포는 눈치만 보고 있을뿐 이곳에 구원군을 보내지 않았던 것이죠
심지어 항우가 3만의 병력을 이끌고 급히 팽성을 재탈환 하러 왔을때 역시 영포는 함께 유방을 치지 않고 그냥 가만히 있었다고 합니다
이로인해 열받은 항우는 신하를 보내 영포를 꾸짖으며 당장 튀어 오라 했지만 갔다간 목숨이 열개라도 모자를것 같은 분위기에 영포는 결국 항우에게 가지 않았죠
항우는 그런 영포가 정말 못마땅 했지만 이미 다른 여러 제후들이 유방의 편에 붙었고 영포 마저 유방에게 붙는다면 자신을 돕는곳은 아무데도 없기에 끝내 영포를 공격하지는 않았습니다
한편 유방은 장량에게 "내가 천하를 얻으려면 땅을 누구에게 떼어줘야 좋겠습니까?" 라고 물었는데 장량은 한신과 팽월이라고 말한뒤, "영포는 현재 항우의 신하이지만 지금은 틈이 벌어져 있으니 이쪽으로 끌어들일수 있을것이다" 라고 말하는 것이었죠
그러자 유방은 곧장 수하라는 사람을 영포에게 보내 그를 회유하라고 명령했습니다
하지만 영포는 유방이 보낸 사람인 수하를 만나주지 않았는데요
이에 수하는 일단 자신의 말을 들어보고 쓸데없다 싶으면 우리 사신단 20명의 목을 쳐서 항우에게 보내 충성을 맹세하면 될일이라고 했죠
그 말도 일리가 있다고 느낀 영포는 수하를 만나 대화를 하게 되는데 수하의 화려한 말빨로 결국 영포는 유방의 편에 서기로 마음 먹게 됩니다
그때 수하가 영포에게 한 말중 하나가 바로 영포가 항우의 군대를 단 몇달간 묶어주기만 한다면 훗날 구강왕의 지위를 약속 받을거라고 했던 것이죠
그런데 때마침 항우가 보낸 사신이 영포에게 찾아와 군사를 보내라며 독촉했는데 혹시나 영포의 마음이 돌아설까 두려웠던 수하는 갑자기 항우의 사신앞에 나타나 이미 영포는 한나라의 편이 되기로 했다고 소리쳐버린 것입니다
그러자 항우의 사신이 깜짝 놀라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자 이미 모든걸 돌리기엔 늦었다 생각한 영포는 항우의 사신을 잡아 죽인뒤 모반을 일으켜 버렸죠
그리고 초나라를 공격해 들어간 영포는 약속대로 몇달간 항우 군대의 발목을 잡았고 영포가 시간을 끌어준 덕분에 유방은 여러지역을 순식간에 빼앗으며 막대한 물자와 군사를 보충할수 있었으며 한신은 정형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면서 서서히 대세는 유방쪽으로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항우는 영포를 두고 다른곳에 갈수 없었기에 유방과 한신, 팽월 등이 초나라를 뒤흔드는걸 가만히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죠
이후 영포는 용저에게 패배해 한나라로 도망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영포는 유방을 만나게 되는데 유방은 평상에 걸터 앉은채 시녀들에게 발을 씻기고 있는 상태로 대충대충 영포를 맞이했던 것이죠
그런 유방의 어이없는 태도를 보고 열받은 영포는 항우를 배신한걸 후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릴까라고도 생각했지만 유방이 제공해준 자신의 으리으리한 집을 보고 이내 마음이 풀렸다고 합니다
유방이 그렇게 무례한 태도로 영포를 대한 이유는 자존심이 세고 성격이 불같은 영포를 구슬리기 위해 그를 극진히 대접하고 환영을 하지만 너는 나보다 한참 아래라는 위치를 확실히 보여주기 위한 연극이었던 것이죠
어쨌든 이후 영포는 유방의 신하가 되어 초군을 상대로 열심히 싸웠고 초나라 본진을 지키고 있던 주은을 회유해 항우가 더욱 궁지에 몰리도록 만들어 버렸습니다
결국 항우는 유방에게 패하고 말았고 영포는 회남왕이 되어 구강, 여강, 형산, 예장을 통치하는 제후국의 왕이 되었죠
그런데 다들 아시다시피 유방의 토끼사냥이 끝났으니 이제 개를 잡아 먹을 차례가 되었던 것인데요
기원전 196년, 한신이 죽임당하고 젓갈이 되어 온 팽월의 시신 조각을 받아든 영포는 두려운 마음을 품게 되었으며 은밀히 병사를 모으며 다른 지역의 정보를 수집했고 경계태세를 유지했습니다
그러던 중 자신의 애첩이 부하이던 분혁이라는 사람과 간통을 했다고 의심한 영포는 분혁을 잡아오라 명했지만 이미 눈치챈 분혁은 장안으로 도망쳤고 유방에게 영포가 모반을 일으키려한다고 고변해버린것이죠
그러자 상국이던 소하는 개인적인 원한으로 거짓 고변을 하는것이라 여겨 일단 분혁을 잡아 가두고 영포에게 사람을 보내 사실을 알아보려 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는지 몰랐던 영포는 이미 늦었다고 생각해 분혁의 가족들을 모두 죽이고 실제로 모반을 일으켜버렸죠
그가 모반을 일으키기 약 5년전 유방은 이미 흉노의 묵돌선우에게 어마어마한 타격을 입은 상태였기에 영포는 "나는 여러 장수들 중 한신과 팽월이 걱정이었는데 둘은 이미 죽었고 황제도 늙고 전쟁을 싫어하니 내가 두려워 할건 아무것도 없다" 라며 기세 등등하게 반란을 일으켰던 것입니다
처음엔 영포의 반란군은 유방의 사촌형이던 형왕 유고를 죽였고 유방의 동생인 초원왕 유교 마저도 도망치게 만들었죠
한편 실제로 유방은 지병이 악화되고 지쳐있던터라 문을 걸어잠근채 아무도 만나지 않고 있었는데 10여일이 지난후 번쾌와 대신들이 들이닥쳐 울면서 호소하자 그제서야 몸을 일으켜 직접 군사들을 이끌고 영포의 반란군을 진압하러 왔던 것입니다
그리고 유방과 영포는 추라는 곳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유방이 영포에게 "무엇이 아쉬워서 반역을 일으켰는가?" 라고 묻자 영포는 "그냥 황제가 되고 싶었을 뿐이다!" 라고 대답했죠
당시엔 유교의 영향으로 명분이란것이 굉장히 중요했는데 그냥 황제 한번 해보고 싶어서 반란을 일으켰다는 영포의 말은 전 세계사를 통틀어도 반란의 명분으로는 굉장히 독특한 이유라고 합니다
실제로 폭군이니 암군이니 하거나, 백성들이 살기 힘들어서 그렇다는 등등의 이유를 들어 반란을 일으키는데 영포의 반란 이유는 상당히 희안하긴 하네요
어쨌든 양군이 격돌하게 되는데 신하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영포의 말에 열받은 유방이 직접 칼을 들고 나가 싸우자 한나라군의 사기가 폭발적으로 올라 결국 영포의 반란군은 개박살나고 말았죠
그리고 영포는 병사 백여명만 이끌고 간신히 강남으로 도망칠수 있었습니다
영포는 도망친후 자신의 처남이던 장사왕 오신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오신은 반역자가 될 생각이 전혀 없었기에 영포에게 함께 월나라로 망명하자라고 속이고 파양으로 유인했으며 영포는 결국 그곳에서 사람들에게 맞아 죽고 말았죠
그리고 오신은 영포의 목을 베어 관군에게 바쳤고 그 공으로 오신은 평생 잘먹고 잘살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영포군과 싸우던 와중에 유방도 화살을 맞고 말았는데 훗날 이때 맞은 화살로 인해 세상을 떠나고 말죠
영포는 군사를 다루는 일이나 용병술에 뛰어났다고 하는데 결국 유방이 이끄는 한나라군에 개박살 난것 보면 뛰어나다고는 하지만 평생 항우와 밀고 밀리는 싸움을 해오던 유방보다는 못한것 같네요
지금까지 전세계 역사상 가장 독특한 반란 이유를 댔던 영포에 대한 이야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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