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의가 위나라의 모든 권력을 독점하게 된 사건 고평릉사변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다들 잘 아시겠지만 사마의의 손자인 사마염은 위나라 황제이던 조환에게 양위를 받아 서진을 세우게 됩니다
하지만 사마의가 일으킨 정변이 없었다면 서진이 세워질 일도 없었겠죠
사마의는 희대의 역적을 가리키는 망탁조의 중 한명으로 숨죽여 조용히 살다가 일생일대의 정변을 일으키게 되는데요
오늘은 위나라의 권력이 조씨에서 사마씨로 넘어가게 된 사건 '고평릉 사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239년 위나라의 황제였던 조예는 조상과 사마의에게 다음 황제인 조방을 잘 부탁한다고 전한뒤 세상을 떠나게 되었죠
그렇게 둘은 고명대신이 되어 정권을 잡게 됩니다
이후 조상은 사마의를 아버지처럼 여겼을 정도로 모든 대소사에 있어서 사마의와 논의한 뒤 처리를 했고 그렇게 별 문제없이 위나라는 흘러가고 있었죠
하지만 당시 조상은 낙하산 인사에 불과했던 반면 사마의는 제갈량의 북벌을 막아낸 당시 최고의 명장이자 영웅이었기 때문에 명성에 있어서도 영향력에 있어서도 사마의에게 미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조상 뿐만아니라 그의 부하들인 이승, 등양 등은 사마의의 힘을 두려워하고 걱정하고 있었죠
그러다보니 조상은 점점 사마의에게 경계심을 품게 되었고 이후 하안을 비롯한 과거 소외되었던 자신의 측근들을 대거 기용했으며 인척이던 하후현과 손잡고 점차 사마의와 대립하는 관계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조상은 점점 모든일을 독단적으로 처리하기 시작했으며 사마의를 태부로 승진시켜주기는 했지만 태부는 실권이 전혀없는 명예직에 가까웠던 벼슬이었기에 사실상 사마의는 정치에서 실각하고 허수아비 신세가 되어버렸습니다
군부내에서 입지가 약했던 조상은 촉을 성공적으로 공략하면 자신의 영향력이 강해질것이라 생각했고 이에 사마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촉을 향해 공격해 들어갔지만 막대한 피해를 입으며 대패 해버리기 까지 했죠
하지만 조상은 반성은 커녕 병권을 독점하고 강력한 권력을 휘두르며 전횡을 일삼기 시작했는데요
조상은 동생 조희를 중령군에, 그리고 조훈을 무위장군으로 삼아 군대를 통솔하게 했고 하얀, 등양, 정밀, 필궤, 이승 등 자신의 측근들을 요직에 집어 넣었죠
그 이후 조상 일파는 점점 사치와 향락에 빠져들었고 조정은 온갖 부패로 만연했으며 이들은 자신들에게 반대하는 사람은 가차없이 숙청해버렸습니다
하지만 정밀과 필궤 등 조상의 수하들은 비록 허수아비 신세이긴하지만 여전히 두려운 인물인 사마의를 계속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고 그만큼 사마의에 대한 경계는 심해졌죠
한편 사마의는 조상의 그런 행태를 보고 정치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병에 걸려 정신이 오락가락 한것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는데요
이때 형주자사로 부임해 가던 이승이 사마의의 동태를 살피러 그의 집에 방문하게 되었죠
그런데 사마의는 시녀가 주는 죽을 질질 흘리며 먹기도 하고 형주로 간다는 이승에게 자꾸 "병주에 가면 일 열심히 잘해라" 라고 말하는 등 영 맛이간 상태로 보여졌던 것입니다.
사마의의 연기에 완전히 속은 이승은 조상에게 자신이 본 모든것을 보고했고 이승의 말을 믿은 조상은 사마의가 이제 갈때가 됐구나 생각해 안심하고 사마의에 대한 경계를 풀기 시작했죠
그러자 환범은 사마의가 비록 병상에 누워있다고는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고 간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상은 전혀 듣지 않았으며 측근들과 사냥이나 하면서 놀러다니는 등 완전히 경계심을 풀고있었던 것입니다
그러자 조상의 평판은 나날이 개판이 되어갔고 대신들도 그의 전횡에 불만을 품었으며 죽림칠현 중 한명인 완적은 병을 핑계로 벼슬을 버리고 낙향해 버리기도 했죠
그리고 248년에는 점술가이던 관로가 하안과 등양은 머지않아 패망할것이라는 점괘를 내놓기도 했지만 다들 늙은이가 헛소리한다며 웃어넘겨 버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마의의 아들인 사마사는 은밀히 3천명이나 되는 사병을 모아 민간에 숨어 있게 하면서 치밀하게 정변을 준비하며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죠
그러던 249년 정월이 되자, 조상은 황제 조방을 모시고 동생이던 조희, 조훈, 그리고 여러 심복들과 군사들을 거느린채 조예의 무덤인 고평릉에 참배를 가게 됩니다
이때 환범은 조상에게 조상, 조희, 조훈이 다 같이 낙양을 비웠다가 누가 반란이라도 일으키면 어쩌냐며 한명은 남아서 낙양을 지켜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조상은 "누가 감히 그런단 말이냐!" 라고 하면서 그의 말을 무시해버렸죠
하지만 결국 모두가 자리를 비운사이 사마의는 아들 사마사, 사마소와 함께 사마사가 비밀리에 양성한 사병 3천명을 동원해 정변을 일으키고 말았는데요
사마의는 곧바로 무기고를 점거해 버린다음 순식간에 조상과 조희의 진지까지 점거해버렸고 조상의 군대와 조상 사이를 끊어버려 명령을 전달 받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조예의 아내였던 곽태후에게 상주해 조상 형제를 파면하도록 강요했죠
그렇게 수도 낙양은 순식간에 사마의의 수중에 넘어가 버렸습니다
그리고 사마의는 평소에 쓸만한 인재라고 여겼던 환범을 불러 중령군으로 임명하려 했지만 환범은 천자를 끼고 있는 조상에게 붙어야 한다는 아들의 말을 듣고 조상에게로 가버렸죠
이 소식을 들은 사마의는 "꾀주머니를 놓쳤구나" 라며 탄식했지만 장제가 사마의에게 "조상은 어리석어서 환범의 지혜를 제대로 쓰지 못할것입니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어쨌든 이후 사마의는 허윤과 진태를 불러 조상에게 '항복만 한다면 병권만 거두고 위해를 가하지는 않을것'이라고 말을 전하게 했죠
그리고 곧바로 윤대목을 불러 똑같은 말을 조상에게 전하라 명했습니다
한편 사마의의 정변 소식을 들은 조상은 어찌할지 망설이는 동안 환범과 양종은 황제를 모시고 허창으로가 각지에서 병사들을 불러들이고 사마의를 공격하자고 주장했죠
하지만 조상은 이미 겁을 잔뜩 먹고 있었고 낙양 안에 있던 가족들이 걱정되어 환범의 주장을 무시해버렸습니다
그러자 환범은 답답해하며 조희에게도 항복하면 조상 일족이 멸족 당할것이라며 허창으로 가서 준비를 한뒤 사마의를 치자고 했지만 조희 역시 듣지 않았죠
당시 사마의는 낙양 주위에서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기 때문에 만약 환범의 말대로 일단 허창으로 물러간 뒤 황제 조방을 앞세워 사마씨를 역적으로 선포하면서 각 지역에서 병력을 긁어모아 사마의와 싸웠다면 정말 이겼을수도 있지만 조상은 잇달아 허윤과 진태, 윤대목 등이 찾아와 항복하면 살려준다는 말을 전하자 결국 싸우지 않고 병권을 넘기기로 마음먹었죠
환범은 양종, 노지 등과 함께 대장군의 인수를 사마의에게 넘기면 죽임당할것이라고 말했지만 조상은 전혀 듣지를 않았습니다
심지어 이때 조상은 "나는 별로 잃는거없이 부자늙은이로 부귀영화를 누리면서 살면된다" 라고 말하자 어처구니가 없었던 환범은 "조진 당신은 훌륭한 사람이지만 당신이 낳은 자식들은 개새끼나 송아지에 불과할뿐입니다" 라며 울면서 말했다고 합니다
당시 조상은 실전 경험이 전혀 없는 낙하산에 불과했던 반면 사마의는 제갈량의 북벌을 막아냈을 정도로 당시 위나라 최고의 명장에다가 최고의 책략가였기에 조상은 그를 두려워할수 밖에 없었죠
또한 싸웠다가 지기라도 하면 더욱 처참한 상황에 놓여질수도 있었기 때문에 조상은 사마의에게 항복하고 자비를 기대하는것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었던 것입니다
거기다가 조상은 사마의의 실권을 빼앗긴 했지만 벼슬은 높여주었고 슬쩍슬쩍 사마의가 뭐하는지 알아보긴 했지만 대놓고 핍박한적은 없었으며 사마사와 사마소, 그리고 사마의의 측근들도 조상과 나름 잘 지내고 있었기에 항복을 하면 자신도 실권만 빼앗기고 잘먹고 잘 살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던 것이죠
그렇게 조상은 대장군의 인수를 허윤과 진태에게 넘기고 사마의에게 항복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사마의는 그들을 살려둘 마음이 전혀 없었는데요
어느정도 상황이 수습된 이후 환관이던 장당을 고문해 조상과 그 무리들이 반역을 꾀하고 있다는 증언을 받아냈고 이후 조상과 그의 형제들을 포함한 삼족을 멸했으며 온갖 사치를 일삼으며 조정을 좌지우지 했던 조상 일당들도 모조리 죽임 당했고 재산도 모두 몰수해버렸습니다
그리고 사마의의 부름을 뿌리치고 조상에게 갔던 환범 역시 일족이 몰살당하고 말았죠
이때 수많은 사람들이 숙청을 당했는데 오죽하면 '천하 명사가 반으로 줄었다' 라는 소리가 나올정도였습니다
이후 사마의는 승상에 봉해졌고 병권을 완전히 장악함으로써 사마씨가 위나라의 모든 실권을 장악할수 있었죠
조상 일파를 몰아내고 사마씨가 위나라 정권을 독점할수 있었던 이 사건이 바로 '고평릉 사변' 입니다
고평릉 사변 2년후인 251년, 사마의는 7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고 아들이던 사마사가 무군대장군직을 제수 받으며 최고 권력자가 되었습니다
이때 조방은 사마사를 없애려 했지만 계획이 들켜 실패했고 결국 폐위되고 말았죠
그리고 다음 황제로 조모가 옹립되었지만 꼭두각시 황제에 불과했으며 관구검, 문흠, 제갈탄 등이 반사마씨를 외치며 반란을 일으켰지만 모두 진압되고 말았습니다
사마사가 죽고나서 뒤를 이은 사마소는 자신을 치기위해 친히 수백명의 병력을 이끌고 온 황제 조모를 죽이고 조환을 다음 황제로 옹립하면서 사실상 조위 왕조는 멸망하고 말았죠
이후 촉한이 멸망한뒤 사마소는 진왕이 되었고 그의 아들 사마염이 조환에게 선양을 받아 서진을 건국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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