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민. 천민 출신으로 고려 무신정변을 성공시키다

무신정권 때 정중부 이의방 경대승을 이은 무신인 이의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고려시대에 천민으로 태어나 최고의 권력가의 자리까지 오른 인물에 대해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그는 바로 고려시대 무신 이의민이라는 인물인데요.

그의 아버지는 경주에서 체와 소금을 팔던 이선이라는 사람이었고 어머니는 옥룡사라는 절의 이름도 없는 노비였죠.

 

이의민이 태어나기 전 아버지 이선은 한 가지 꿈을 꾸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의민이 푸른 옷을 입은 채로 황룡사 9층 목탑을 기어 올라가는 꿈이었고 잠에서 깬 이선은 이의민이 훗날 크게 될 인물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죠.

 

그렇게 태어난 이의민은 역시나 자라면서 범상치 않은 인물이긴 했습니다.

기골이 장대했고 키가 무려 190cm (8척)에 달했으며 힘도 무지하게 쌔서 두 형들과 함께 마을에서 불량배가 되었고 온 동네를 휘젓고 다니며 깡패 마냥 횡포를 부렸죠.

 

(드라마 무인시대 - 글의 내용을 돕기 위한 이미지)

 

그러다 현재의 도지사와 비슷한 관직에 있던 김자양에 의해 세 형제 모두 체포되었습니다.

모진 고문을 당하다 두 형은 옥에서 죽게 되었지만 이의민은 끝까지 버텼죠.

이의민의 이런 끈기를 높이산 김자양은 그를 병부에 추천했고 아내와 함께 개경으로 올라와 경군에 속하게 되었습니다.

 

이의민은 개경에 올라온 뒤 우연히 의종이 보는 앞에서 수박 경기를 하게 되었는데 수박 실력이 뛰어났던 그를 의종이 눈여겨보게 되었고 이의민을 최하급 장교인 대정에서 정7품 별장까지 초고속 승진을 시켜줬죠.

하지만 이 시기는 문관과 무관의 갈등이 격해지고 있던 시기였고 의종마저 술과 여자에 빠져 국정이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1170년 8월 30일. 의종은 보현원이라는 절로 나들이를 나섰는데 이때 정중부 또한 무신으로써 왕을 수행하기 위해 따라갔죠.

의종은 갑자기 무신들에게 수박 경기를 하라고 명했는데요.

 

환갑이 다 된 대장군 이소응이 한 젊은 병사와 경기를 하던 중 지고 말았는데 이를 본 6품이던 문신 한뢰가 3품 벼슬이던 이소응의 뺨을 후려갈기며

이 늙은 무인 놈이 대장군이나 되면서 군졸한테 지다니 녹만 받아 처먹는 좀도둑이구나.

출처 입력

라며 이소응을 개무시하며 모욕을 주었습니다.

 

(드라마 무인시대 - 글의 내용을 돕기 위한 이미지)

 

그러자 의종과 문신들은 그 모습을 보고 박장대소하며 웃어댔죠.

이에 제대로 빡친 정중부는 한뢰의 멱살을 잡으며 한대 쳐버렸는데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걸 눈치챈 의종은 정중부를 달랬지만 이미 여러 무신들은 인내심은 끊어져 있었습니다.

 

그날 바로 정중부, 이의방, 이고는 반란을 일으켜 문신들을 무차별적으로 마구 죽여버렸는데 의종과 문신들과 친하게 지내던 이의방도 미쳐 날뛰는 것이었죠.

당시 함부로 의종과 문신들을 옹호하다가는 자신의 목이 달아날 수도 있었기에 눈치 빠르게 행동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쿠데타를 일으킨 정중부는 의종을 폐위시켜 거제도로 유배를 보내버리고 동생인 명종을 왕으로 옹립했죠.

하지만 의종의 총애를 받았던 탓인지 무신정권이 들어서고 나서도 대접은 받지 못했는데 자신보다 품계가 낮던 이의방과 이고는 정변을 통해 자신보다 직급이 훨씬 높아졌지만 이의민은 오랫동안 인정받지 못하고 아싸 생활이 지속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싸 이의민에게도 기회가 찾아왔죠.

1173년 10월. 김보당 등, 의종을 복위시키려던 세력이 정중부와 이의방의 무신정권에 대항하여 거병을 한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거제도에 유배되어 있던 의종을 경주로 데려와 그곳에서부터 거병을 시작하려 했지만 무신 정권이 보낸 군대에 의해 진압되었죠.

 

그리고 이의방은 이의민에게 의종을 죽이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출세를 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라 여긴 이의민은 박존위와 함께 경주까지 내려가 1173년 11월 7일, 곤원사 연못가에서 의종과 만나 술을 마시다가 갑자기 의종을 끌어안고서는 등뼈를 꺾어버렸죠.

그러고 나서 그는 의종의 관절 하나하나까지 모두 부러뜨렸고 그렇게 의종은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되었습니다.

 

(드라마 무인시대 - 글의 내용을 돕기 위한 이미지)

 

이의민은 의종을 죽이고 나서 크게 한바탕 웃었다고 하죠.

하지만 의종을 시해한 일은 그가 죽을 때까지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며 그를 괴롭혔습니다.

또한 의종은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처참한 최후를 당한 왕으로 알려져 있죠.

 

그런데 이 이후가 더 어처구니가 없는데요.

박존위가 담요로 의종의 시신을 싸고 2개의 가마솥을 이어 덮어 그 안에 시신을 넣은 후 연못에 던져버렸는데 그 모습을 본 곤원사의 중 한 명이 연못으로 뛰어들더니 시신은 버리고 가마솥은 가지고 나왔다고 하죠.

 

아무튼 개경으로 돌아온 이의민은 의종 시해의 공을 인정받아 대장군으로 승진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너무나도 잘해주던 의종을 시해한 것에 대해서 그의 반대쪽에 서있던 사람들에게 평생 동안 배은망덕한 쓰레기 취급을 받았죠.

 

(드라마 무인시대 - 글의 내용을 돕기 위한 이미지)

 

하지만 이의민은 조위총의 난을 진압하기도 하고 1177년 5월에는 김보당의 잔당을 처리하기도 하는 등 여러 공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그는 상장군으로 승진하기도 했지만 정중부를 죽이고 뒤를 이은 경대승은 집권한 뒤 축하연에서

선왕을 죽인 자가 버젓이 살아있는데 그대들은 술잔만 기울이고 있는 것인가!

출처 입력

라며 대놓고 쌍욕을 하며 이의민을 죽이겠고 위협하자 경대승이 두려웠던 그는 아프다고 핑계를 대며 상장군 직을 내려놓고 경주로 낙향해서 아닥하고 조용히 살고 있었죠.

그런데 경대승이 권력을 잡은 지 불과 4년 만에 병으로 사망하고 그의 부하들도 모두 병사하자 경대승의 뒤를 이을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것입니다.

 

명종은 경주로 낙향해 있던 이의민을 불러들여 공부상서 직을 주었고 그렇게 이의민의 천하가 열리게 된 것이죠.

이후에도 승진을 거듭해 수사공 좌복야, 중서문하 판병부사 등에 임명되었습니다.

이의민은 최고 권력자가 되자 재물을 받아 벼슬을 팔았고 백성들의 땅을 강제로 빼앗기도 했죠.

 

또한 이의민의 아내이던 최씨 역시 굉장히 포악한 성격의 인물이었는데요.

이의민이 여종을 총애하자 그 여종을 때려죽이기도 했고 그러다 자신도 남자종과 간통을 했는데 이 사실을 들키고 이의민에 의해 집에서 쫓겨나게 되었죠.

그 이후 이의민은 수많은 귀족의 여자들과 결혼을 하고 재미를 본 후 싫증이 나면 서슴없이 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선 넘은 짓까지 하는데요.

나라를 뒤집어엎고 자신이 왕이 될 꿈을 꾸게 되었는데 '이씨 성을 가진 자가 왕이 된다'라는 뜻의 '십팔자위왕'을 퍼트리기도 했죠.

심지어 김사미와 효심 등과 손을 잡고 고향 경주를 중심으로 신라를 다시 부흥시키려고까지 했죠.

 

(드라마 무인시대 - 글의 내용을 돕기 위한 이미지)

 

그러자 1193년 그들을 토벌하라는 명종의 명에 대장군 전존걸과 아들 이지순이 출병했지만 이지순이 오히려 그들을 도와주자며 관군이 패퇴를 거듭하자 성난 부하들이 전존걸에게 그의 행각을 고발하기에 이르렀죠.

총사령관인 전존걸은 이지순을 처벌할지 말지를 고민하다가 이지순의 아버지가 최고 권력자인 이의민이었던 것 때문에 크게 한탄하며 스스로 자결하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나머지 아들들 이지영과 이지광도 아버지의 권력을 믿고 온갖 나쁜 짓들을 해댔는데요.

마치 칼처럼 온 동네를 얼마나 휘젓고 다녔는지 백성들이 그들을 쌍도자(雙刀子)라 부를 정도로 악명이 높았죠.

특히 이지영의 횡포는 이루 말할 수 없었는데요.

길 가다 예쁜 여자가 보이면 강제로 겁탈하기도 했기에 그가 나타나면 백성들은 딸이나 아내를 숨기기에 바빴고 심지어 명종의 총애하던 후궁까지 겁탈하는 사건이 일어났지만 힘이 없던 명종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지영은 최충수의 비둘기를 다짜고짜 빼앗아가는 사건을 벌입니다.

그러자 최충수는 이지영의 집에 가서 비둘기를 돌려달라고 했는데 말투가 무례했다는 이유로 최충수를 포박한 뒤 온갖 모욕을 줬죠.

 

치욕적인 일을 당한 최충수는 그대로 형인 최충헌을 찾아가 이의민을 죽이겠다는 뜻을 밝히며 그렇게 최충헌 형제는 이의민 암살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은 1196년 4월.

이의민은 미타산 별장에서 머물다 말을 타고 어딜 가려던 차에 최충헌과 최충수 형제가 일으킨 군사에게 죽임을 당했고 아들인 이지순과 이지광은 그 자리에서 도망쳤지만 얼마 안 가 결국 이들도 붙잡혀 비참히 목숨을 잃게 되었죠.

(드라마 무인시대 - 글의 내용을 돕기 위한 이미지)

이지영은 그대로 해주까지 도망을 갔는데 모든 걸 포기했는지 거기서 연회를 벌려 술을 먹고 놀다가 그를 추격해온 장군 한휴에게 붙잡혀 그 자리에서 목이 달아났습니다.

이후 그들의 목은 길거리에 효수되었으며 최충헌은 이의민의 3족을 멸했고 한광연을 경주로 보내 이의민의 가까운 친척들과 집안의 노비들까지 싸그리다 죽여버렸죠.

 

그렇게 천민 불량배로 시작해 힘 쌘 거 하나로 한 나라의 최고 권력자까지 올라갔던 이의민은 불과 13년 천하로 끝을 맺게 되었습니다.

역대 다른 무신정권의 권력자들 또한 몇 년 되지도 않는 짧은 세월 동안 권력을 누리다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것 보면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이라는 말이 떠오르긴 하네요.

 

천민의 자식으로 태어나 왕까지 되려 했던 고려시대 무신 이의민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