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물괴와 괴물, 악마의 부두술과 사람의 쓸개만 노린 살인청부업자에 대한 괴담 이야기입니다
보통 괴담이라고 하면 야사 또는 민간설화에서나 많이 볼 수 있는 믿기 힘든 내용들이 대부분이죠
그런데 드물기는 하지만 조선왕조실록에도 이런 기이한 이야기가 등장한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세종 시절부터 영조 시절까지 실록에 기록돼있는 내용 중 쉽게 믿기 힘든 괴담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세종실록 1431년 5월 13일 기사를 보면 함경도의 한 무녀가 저주를 걸어 사람 시체에서 똬리를 튼 뱀 세 마리가 튀어나오게 했다는 내용이 있죠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세종 13년 5월 13일 함길도(지금의 함경도)의 관찰사는 자신의 관할구역에서 벌어진 괴이한 사건 하나를 조정에 보고했는데요
함길도의 한마을에서 무녀 한 명이 뱀 그림을 음식에 집어넣는 소동이 있었다는 것이죠
조금 엽기적이기는 해도 그림을 음식에 넣는 것 정도가 무슨 큰일이냐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문제는 무녀가 그 그림 안에 '죽은 것도 산 것'으로 바꿔버리는 주문을 걸었다는 것입니다
무녀는 그림을 넣은 음식을 한 남성에게 먹였는데 그 남성은 심한 복통을 호소하며 며칠을 앓다가 죽어버렸다고 하죠
평소에 멀쩡하던 남자가 갑자기 죽자 기가 막힌 가족들은 남자가 죽은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죽은 남자의 배를 갈라봤는데 놀랍게도 그의 뱃속에는 무려 세 마리나 되는 뱀이 똬리를 틀고 앉아있었다고 하는데요
깜짝 놀란 가족들은 그 자리에서 뱀 두 마리를 죽이고 나머지 한 마리는 키우던 개에게 먹이로 줬다고 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뱀을 먹은 개마저 나흘 만에 죽자 가족들은 무녀의 저주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겨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죠
이에 화가 난 가족들은 동네 사람들과 함께 뱀 그림을 그린 무녀뿐만 아니라 평소 신기가 있다는 소문이 돌던 여인들을 모두 잡아다가 옥에 가뒀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때 억울하게 잡혀들어간 여성들이 몇 년 동안이나 감옥살이를 하다가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며 목을 매 자살하는 일이 계속해서 일어났고 이 사실을 알게 된 함길도의 관찰사가 보고서를 올려 이렇게 판결도 없이 사람을 옥에 집어넣는 것은 형벌을 함부로 쓰지 말라는 뜻에 어긋나니 그 여인들을 모두 석방시켜 달라고 요청한 것이었죠
이 보고를 받은 세종도 무녀가 저주를 걸어서 종이 속에 그려진 그림이 살아나게 만든다는 이야기는 생전 듣도 보도 못한 터무니없는 소리라며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고 하네요
중종실록 1511년 5월 9일 자 기사를 보면 태조 이성계의 비 신의왕후 한 씨를 모신 사당인 문소전에서 괴상하게 생긴 짐승이 나타나는 사건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실록에 따르면 이 짐승은 삽살개같이 생긴 외모에 망아지만한 크기를 갖고 있었는데 최초의 목격자는 바로 궁궐에서 일하는 남자종이었다고 하죠
그는 이 짐승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접근했지만 사람의 기척을 느낀 짐승은 서쪽 담을 넘어 재빨리 달아나버렸습니다
소식을 들은 중종은 즉시 병사들을 보내 짐승의 뒤를 쫓게 했지만 워낙에 민첩한 몸놀림을 갖고 있어 붙잡는데는 끝내 실패했다고 하네요
그 괴물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16년이 지난 1527년 2월 26일이었습니다
알 수 없는 누군가가 쥐의 사지를 자르고 입과 귀 그리고 눈을 불로 지진 후 왕세자의 거처 북쪽에 있는 은행나무에 걸어놓은 사건인 작서의 변이 일어난 날이었죠
그 일이 있은지 4개월 후 또다시 괴물을 목격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1527년 6월 17일 정원이라는 신하가 중종에게 "지난밤에 관악기를 부는 병사가 가위에 눌려 기절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놀란 동료들이 황급히 그를 깨우고 있는데 갑자기 삽살개같이 생겼고 크기는 망아지 같은 짐승이 나팔을 부는 병사의 방에서 나와 서명문으로 향하는 걸 봤다고 하는데 그 병사의 방에서는 심한 비린내가 풍기고 있었다고 합니다"라는 보고를 올렸죠
궁내에서 알 수 없는 괴물이 돌아다닌다는 보고에 두려움을 느낀 중종은 자신이 지내던 경복궁에서 창덕궁으로 잠시 거처를 옮기려고도 했지만 신하들이 말리는 바람에 포기했다고 합니다
실록에 따르면 이 짐승은 중종 25년인 1530년과 1532년에도 나타나 중종과 조정 신료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고 하네요
짐승의 모습이 마지막으로 기록된 건 1545년 7월 2일이었죠
실록에 따르면 당시 한양에서 한밤중에 또다시 괴물이 나타나 돌아다녔는데 그 괴물이 지나간 곳은 마치 먹을 칠한 듯 검은 기운으로 물들어 완전히 캄캄해졌으며 마치 여러 대의 수레가 지나가는 듯한 큰소리가 났다는 괴소문이 돌면서 한양의 백성들이 공포에 떨었다고 전해집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날은 마침 중종이 사망한 날이었다고 하죠
마치 민간설화에서나 나올법한 신비로운 내용이 무려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돼있다는 점이 놀라운데요
아마도 네스호의 괴물처럼 덩치가 커다란 짐승을 보고 놀란 사람들이 소문을 퍼뜨리는 과정에서 이런 기록이 남은 것이 아닌가 짐작됩니다
1500년대 후반부터 조선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성병이 유행했다고 하죠
이 병은 평소 음란한 생활을 자주 했던 한량들 사이에서 퍼졌는데 일단 병에 걸리게 되면 징그러운 피부병에 걸린 채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다가 죽음을 맞았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도 언제 이 병에 걸릴지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렸습니다
그런데 1560년대 중반 무렵 한 의원이 인간의 쓸개를 써서 약을 만들면 이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헛소리를 했는데 이 말이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면서 끔찍한 사건들이 일어나기 시작했죠
당시에도 지금의 살인청부업자와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 병에 걸린 환자들이 청부업자에게 의뢰를 해서 살아있는 사람을 납치한 뒤 나무에 묶어놓고 그들의 배를 갈라서 쓸개를 빼가는 끔찍한 사건이 계속 일어난 것인데요
이 범행의 대상은 주로 순진한 어린아이들이나 납치해도 크게 뒤탈이 없는 노숙자들이 되었는데 나중에는 전문적으로 사람을 공격해서 쓸개를 빼내는 일만 하는 범죄자들이 따로 생겨날 정도였다고 합니다
특히 1565년과 1576년 그리고 1607년 무렵에 이런 범죄들이 마치 유행처럼 번졌다고 하죠
범죄자들이 주로 노리는 대상은 서울의 종각 근처와 조선시대 빈민들을 구제하기 위해 설치한 동서활인원 근처의 거리에 있던 노숙자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제대로 된 옷조차 없이 다 찢어진 누더기를 입고 가진 것이라고는 깨진 바가지 하나뿐이었으며 매일 구걸로 하루를 먹고사는 거지나 다름없는 존재들이었죠
실종돼봤자 딱히 신경 쓸 사람도 없었던 노숙자들은 그렇게 납치된 후 외딴 산속에서 배가 갈라져 목숨을 잃었고 노숙자들이 모두 사라져 더 이상 쓸개를 구할 방법이 없어진 시점부터는 민가의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이 당시에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깊은 산골짜기로 가면 나무에 묶인 채 배가 갈라져 있는 시체들이 워낙에 자주 발견돼서 나무꾼들 중 일부 비위가 약한 사람은 차마 그 꼴을 볼 수 없어서 산에 들어가기를 꺼려 했고 일부는 자신들도 쥐도 새도 모른 채 납치돼서 똑같은 꼴을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산으로 가지 않으려 했다고 합니다
이 당시 백성들은 심지어 밭에 농사를 지으러 갈 때도 혼자서 다니는 일이 없도록 했으며 거리를 걸어 다닐 때에도 납치당할 것이 무서워서 사람들이 서로 무리 지어 다녔다고 하죠
1607년 무렵에는 범죄자들이 더 큰돈을 벌기 위해 사람을 납치해 죽인 후 그 쓸개를 중국에 몰래 갖다 파는 지경에 이르렀고 마침내 조정에서도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조정에서는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사태를 방치한 책임을 물어 당시의 포도대장을 파직시킨 후 감옥에 가둬버렸죠
이후에는 이런 류의 범죄가 이전처럼 심하게 유행한 적은 없었지만 이와 비슷한 유형의 잔인한 살인사건은 계속 발생했으며 심지어 20세기 무렵까지 이러한 범죄는 꾸준히 있었다고 하네요
영조실록 1747년 11월 5일 자 기사를 보면 조선의 평안도에서 아주 괴이한 동물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실록에서는 그 괴수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죠
"앞발에는 호랑이 발톱이 달려있고 뒷발에는 곰발바닥이 달려있는데 머리는 말과 같고 코는 산돼지 같으며 털은 산양과 비슷한데 성질이 아주 사나워서 사람을 물고 다녔기에 병사들이 총을 쏴서 잡은 후 가죽을 올려 보내왔다" 이 짐승의 가죽을 받아든 영조가 여러 신하들을 모아놓고 대체 이 짐승의 정체가 무엇일지 물어보자 어떤 사람은 얼룩말이라 대답했고 또 다른 사람은 악몽을 먹는 전설의 괴물이라 불리는 '맥'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아메리카 지역과 동남아시아에 분포하는 테이퍼라는 포유류 동물이 있는데 이 테이퍼의 생김새가 동아시아 지역에서 전해지는 전설의 괴물 맥의 생김새와 상당히 닮았다고 하죠
아마도 동남아시아에 서식하던 테이퍼 중 일부가 머나먼 조선 땅까지 흘러들어갔던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고 하네요
지금까지 실록에 등장하는 괴담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한국역사 탐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혜경궁 홍씨. 평생을 살얼음판을 걷는것 같은 삶을 살았던 여인. (0) | 2022.06.30 |
---|---|
조선시대 모순된 성문화. 그 누구보다도 성에 집착했던 내로남불에 모순덩어리였던 양반들의 성생활 (1) | 2022.06.25 |
삼국시대때 여성들이 즐겨 사용되었던 것으로 여겨지는 그것 (0) | 2022.06.23 |
조방꾼. 기생과 뜨밤을 보내기위해 찾아오는 고객들과 기생을 연결해주는 사람 (0) | 2022.06.20 |
착호갑사. 조선 최강의 호랑이 전문 특수부대 (feat.조선의 강철부대) (0) | 2022.06.15 |
암행어사. 조선시대 탐관오리를 소탕한 정의의 사도로 알고 있었던 암행어사에 대한 진실과 거짓 (0) | 2022.06.14 |
다모. 쇠도리깨를 휘두르며 온갖 범죄수사를 해결했었던 조선시대 여형사 (1) | 2022.06.12 |
검계. 지금 조폭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개막장이었던 조선시대 범죄조직 (0) | 2022.06.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