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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역사 탐구

천추태후. 성인 아들을 대신해 섭정을하고 애인에게 권력을 몰빵해줘버린 여자

by 사탐과탐 2023.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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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아들을 대신해 섭정을하고 애인에게 권력을 몰빵해줘버렸고 고려를 김씨의 나라로 만들려고 한 여인 천추태후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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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500년간 이어진 왕씨의 나라 고려가 불과 100년만에 명맥이 끊길뻔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김치양이라는 인물의 자식이 고려의 왕이 될 뻔 했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 김치양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은 여인은 바로 오늘 이야기 할 '천추태후' 입니다

 

천추태후는 고려시대 뿐만아니라 조선시대에까지 왕실과 나라를 어지럽힌 음탕한 여인 또는 요부라는 비난을 받게 되는데요

그녀는 과연 어떤 삶을 살았던 것일까요?

 

천추태후는 964년에 태조 왕건의 아들이던 왕욱(王旭)과 태조 왕건의 딸이던 선의왕후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가 이복 남매 사이였던 것인데요

현재로 따지면 있을수 없는일이지만 고려 초 왕실에서 근친혼은 굉장히 흔한 일이었죠

 

그런데 천추태후가 고작 5살의 나이에 아버지 왕욱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고 어머니 역시 일찍 사망했기 때문에 다른 형제 자매들과 함께 할머니 신정왕태후의 손에 자라게 되었습니다

부모님이 없었지만 할머니의 보살핌 아래 남부럽지 않은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낼수 있었죠

또한 시간이 흘러 그녀가 13살이 되었을때 여동생인 헌정왕후와 함께 (천추태후는 헌애왕후) 간택되어 사촌지간이던 경종의 아내가 되었습니다

글의 내용을 돕기 위한 이미지
 

하지만 경종에게는 한가지 고민이 있었는데요

그것은 바로 자신의 뒤를 이을 후사가 없었던 것이죠

그런데 결혼을 하고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마침내 경종과 천추태후 사이에서 아들이 생긴것입니다

그러자 경종은 더욱더 천추태후를 총애했다고 하죠

그리고 980년 7월, 천추태후는 마침내 경종의 후사를 이을 왕송을 낳게 되었습니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남편 경종의 뒤를 이어 자신의 아들 왕송이 왕의 자리를 이을테고 그러면 자신의 권력도 강해질거라 생각했죠

그런데 약 1년후인 981년 6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남편 경종이 고작 26살의 나이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버린것이죠

하지만 당시 2살에 불과했던 천추태후의 아들은 결국 왕위에 오르지 못하고 그녀의 오빠였던 왕치가 즉위하게 되었는데 그가 바로 고려 6대왕 성종이었습니다

 

성종은 왕위에 오른 이후 여동생이던 천추태후와 헌정왕후에게 궁에서 나가살라는 명령을 내렸는데요

그런데 천추태후에게는 더 큰 비극이 있었으니 오빠 성종이 자신의 아들이던 왕송은 그대로 궁에 두고 혼자 궁 밖으로 나가라 한것이죠

당시 성종에게도 후사가 없었기 때문에 성종은 다음 후계자로 왕송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후 성종은 외조카이던 왕송을 친아들처럼 키우기 시작했고 또한 왕송을 개령군에 봉하고 자신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공인하기까지 했죠

한편 졸지에 남편과 아들을 잃고 궁밖에서 나가 살아야 했던 천추태후는 극심한 외로움과 슬픈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를 찾아온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바로 김치양이라는 인물이었죠

김치양은 사실 그녀의 외가 쪽 친척 중 한명이었던 것입니다

 

외로움에 사무쳤던 천추태후는 순식간에 김치양과 눈이 맞아버렸고 둘은 계속 만남을 이어나가기 위해 김치양이 스님 행세를 하며 천추태후의 집에 드나들면서 은밀한 만남이 계속 되었죠

당시 고려 왕실 여인은 왕씨가 아닌 남자와의 만남을 금지시키고 있었기 때문에 둘의 만남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었습니다

심지어 김치양은 그냥 평범한 집안 출신이었고 천추태후는 무려 왕비였던 것이죠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얼마안가 성종의 귀에도 들어가게 되었고 화가난 성종은 김치양을 잡아와 곤장을 때린 뒤 멀리 유배를 보내버렸습니다

그렇게 성종은 여동생 천추태후의 간통사건이 마무리 지어지나 했는데 곧바로 또 다른 여동생인 헌정왕후의 간통 사건 소식이 들리게 되었죠

헌정왕후는 궁에서 나온 이후 혼자 독수공방하며 살던 어느날 굉장히 기이한 꿈을 꾸게 되죠

글의 내용을 돕기 위한 이미지
 

그것은 바로 꿈에서 자신이 곡령에 올라 소변을 봤는데 그 소변이 흘러넘쳐 나라 전체가 잠겼으며 이후 그 소변이 갑자기 은으로 바뀌면서 나라 전체가 은으로 뒤덮힌 것이었습니다

잠에서 깬 헌정왕후는 점쟁이를 찾아가 꿈 이야기를 하니 점쟁이가 "아들을 낳으면 왕이 될것입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었죠

하지만 그녀는 남편을 잃고 혼자 사는 과부였는데 갑자기 아들이라니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녀의 집 근처에 태조 왕건의 아들이던 왕욱이 살고 있었는데 그는 헌정왕후의 삼촌이었죠

이후 삼촌 조카 사이이던 두 사람의 왕래가 잦아지더니 결국 헌정왕후는 왕욱과의 사이에서 임신을 하게 된것이었습니다

이 일 역시 성종의 귀에 들어가게 되었고 성종은 왕욱을 지금의 사천 지역으로 귀양을 보냈죠

 

왕욱의 집에서 지내던 헌정왕후는 부끄러워하며 다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는 와중 갑자기 뱃속의 아기가 나올려고 하는것이었습니다

헌정왕후는 버드나무 가지를 붙잡고 아들을 낳았지만 결국 자신은 목숨을 잃고 말았죠

이에 성종은 졸지에 고아가 되어버린 헌정왕후의 아이를 가엾게 여겨 보모를 붙여 길러주었습니다

그리고 훗날 대량원군이라는 작위를 내려주기도 했으며 그렇게 대량원군은 성종의 보호아래 자라게 되었죠

 

그러던 997년 성종은 결국 병에 걸리고 말았고 결국 조카였던 왕송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렇게 다음 왕위에 오른 이가 바로 천추태후의 아들이었던 목종이죠

마침내 천추태후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자신의 세상이 온것이었습니다

 

목종이 18세의 나이로 왕위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천추태후는 섭정을 하겠다고 선포했죠

그리고 목종은 수창궁 한켠에 어머니의 집을 마련해 주는데 그 집의 이름이 바로 '천추전'이었습니다

이때부터 천추전에 사는 태후라는 의미로 '천추태후'라고 불렸던 것이죠

고려 최초로 전례없던 태후의 시대가 열렸지만 목종이나 다른 신하들의 반대는 없었다고 합니다

그녀는 곧바로 그리워하고 있던 김치양을 사면해준 뒤 다시 불러들여 처음엔 7품 하급관직인 '합문통사사인'으로 삼았죠

그렇게 둘은 궁내에서 얼마든지 만날수 있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후 자신의 정치세력을 만들고 싶어하던 천추태후는 제일 믿을수 있는 사람인 김치양을 초고속으로 승진시켜주는데요

 

김치양은 불과 몇년사이에 7품에서 정2품 우복야까지 오르게 되었으며 심지어 삼사사까지 겸직시켰고 그렇게 김치양은 재정권과 인사권을 동시에 담당하는 막강한 권력을 손에 쥐게 된것이죠

이후 김치양은 천추태후를 등에업고 권력을 휘두르기 시작합니다

인사권을 장악한 김치양은 충신들과 유능하고 의로운 선비들을 배척하고 자신의 친척들과 같은편 인물들만 정부 요직에 앉혔으며 뇌물을 받고 매관매직을 일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궁궐 근처에 엄청나게 화려한 대저택을 지어 자신의 권력을 과시했으며 천추태후는 이후 김치양의 저택과 천추전을 자유자재로 오가면서 밤낮없이 관계를 맺었죠

뿐만아니라 김치양은 집 근처에 성수사라는 사당을 짓고 궁궐 서북쪽에는 시왕사라는 절을 지어 그곳에 기괴한 그림들을 걸어놓고 자신이 왕이 되는데 귀신들이 도와줄것을 바라는 글을 종에 새겨 넣었다고 합니다

한편 목종도 문제가 없지는 않았는데요

글의 내용을 돕기 위한 이미지
 

유행간이라는 남자와 동성애 관계를 맺었고 유충정이라는 남자도 총애했던 것입니다

심지어 자신이 교지를 내릴땐 유행간에게 먼저 묻고나서 내렸을 정도였다보니 유행간의 위세는 정말 대단했으며 대소신료들 역시 유행간의 눈치를 볼수밖에 없었다고 하죠

그렇게 고려는 천추태후와 김치양, 그리고 목종과 유행간, 유충정의 농간으로 인해 국가 기강이 굉장히 어지러워진것입니다

 

한편 천추태후에게는 한가지 고민이 있었는데요

자신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아들 목종이 또 아들을 낳아 왕위를 물려줬어야 되는것이었죠

하지만 목종에게는 아들이 없었고 다음 왕위를 이을 1순위는 동생 헌정왕후가 낳은 아들인 대량원군 왕순이었습니다

 

만약 대량원군이 왕위에 오르는 날이면 지금까지 누렸던 모든 권력과 호사가 한순간에 사라질수도 있는 노릇이었죠

그렇게 다음 후계자 고민으로 가득차있던 1003년 어느날 천추태후에게 희소식이 날아듭니다

그것은 바로 본인이 김치양과의 사이에서 임신을 하게 되었고 결국 아들을 낳았던 것이죠

 

이후 천추태후와 김치양은 자신들이 낳은 아이를 목종의 후계자로 삼을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하지만 대량원군이 존재하는 한 김씨이던 자신의 아이가 왕위에 오를 확률은 없었죠

그런데 만약 김치양의 아들이 왕위에 오른다면 고려는 고작 100여년만에 왕씨의 명줄이 끊겨버리는것이었고 이후 김씨의 나라가 되어 버리는 엄청난 일이었던 것입니다

 

어쨌든 천추태후는 이후 대량원군 왕순을 죽이기 위해 온갖 술수를 부리는데요

우선 왕순의 머리를 밀어버린뒤 강제로 승려로 만들어 삼각산의 신혈사로 보내 버렸는데 이후 그곳으로 자객을 보내기도 했고 독이 든 음식을 보내기도 했던것이죠

하지만 왕순은 음식을 먹기전 참새와 까마귀에게 던져줘 독이 든 음식인지 확인을 하기도 했고 신혈사의 노승인 진관이 자신의 방에 구덩이를 파놓고 왕순을 암살하려는 사람들이 올때마다 그곳에 왕순을 숨겨주었던 덕에 무사할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던 1009년 봄에 열린 연등행사에서 큰일이 벌어지는데요

바로 궁궐에서 불이나 천추전을 비롯한 여러 전각들이 불타버리는 사건이 벌어졌던 것이죠

목종은 잿더미가 된 궁궐들을 둘러보다가 충격을 받고 상심해 병에 걸려 앓아눕게 되었습니다

이때 끊임없이 살해위협에 시달리던 대량원군 왕순은 목종에게 자신을 도와달라는 편지를 보냈고 마침내 목종도 천추태후와 김치양이 왕순을 죽이려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이러다가는 고려가 김씨의 나라가 되겠다고 생각한 목종은 곧바로 절에서 지내고 있던 대량원군을 궁으로 불러들여 그를 보호하는 한편 서북면 도순검사 강조를 궁궐로 불러 자신과 대량원군을 보호할 것을 명했습니다

그런데 목종의 명을 받은 강조가 개경으로 향하던 도중 당시 고려 조정에 깊은 원한을 품고 있던 위종정과 최창이라는 인물이 강조를 찾아왔죠

글의 내용을 돕기 위한 이미지
 

그리고 그들은 강조에게 '목종은 이미 죽었고 천추태후와 김치양이 정권을 장악했다' 라는 거짓말을 했습니다

거기다가 개경으로 오라는 왕명은 사실 천추태후와 김치양이 강한 군사력을 가진 강조가 두려워서 거짓 왕명으로 유인한뒤 제거해버리기 위해서 였다고 말해버린것이죠

이들의 말을 믿은 강조는 곧바로 쿠데타를 일으켜 군사들을 이끌고 개경으로 진격합니다

 

그런데 평주지방에 이르렀을때 강조는 목종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걸 알고 한참을 망설였지만 이제와서 돌이킬수는 없는 일이라는 부하들의 말에 그대로 계속 개경을 향해 진군했죠

이후 순식간에 개경을 장악한 강조는 나라를 어지럽힌 김치양과 유행간 등을 죽여버렸고 심지어 목종까지 폐위 시킨뒤 대량원군 왕순을 왕으로 추대해버렸습니다

이 대량원군이 바로 고려의 8대 왕인 현종이죠

 

폐위된 목종과 천추태후는 함께 충주로 유배를 가게 되었는데 목종은 가는길에 강조가 보낸 병사들에게 죽임당했으며 천추태후는 모든 권력을 잃고 유배지에서 살아가게 되죠

그리고 얼마안가 천추태후는 유배에서 풀려나 황주에서 거의 21년을 살다가 현종 20년에 궁으로 돌아와 66세의 나이로 쓸쓸하게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권력을 휘두른자들의 말로는 항상 좋지 않게 끝나는것 같은데 천추태후 역시 권력가들의 비참한 마지막을 벗어나지는 못했네요

 

고려 초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요부, 악녀로 불렸던 천추태후에 대한 이야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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