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의 뒤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며 유방의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유방의 히든카드, 게릴라전의 귀재, 비극의 명장 팽월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초한대전에서 수많은 장수들이 놀랄만한 전공을 세우기도 했지만 항우군의 후방을 끊임없이 들쑤시며 유방이 승리를 할수 있었던 결정적인 역할을 해낸 인물이 있었습니다
그는 바로 팽월 이라는 인물이죠
팽월은 능력과 공적을 보면 한나라를 세우는데 누구보다 대단한 기여를 했지만 나중에는 너무나도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됩니다
심지어 그는 워낙 뛰어났던 능력때문에 억울하게 죽은면도 없지않아 있는데요
오늘은 이 팽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팽월은 원래 거야 지역에서 어부로 살다가 나중에 뛰어난 리더십을 바탕으로 도적패의 수령이 되었죠
그런데 이후 진승 오광의 난이 일어나면서 너도나도 봉기를 일으키자 그의 부하중 일부가 팽월에게 우리도 봉기를 일으키자고 권했지만 그때 팽월은 "지금 두 용(진나라와 진승)이 싸우고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리자" 라며 잠자코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1년이 지난후, 팽월의 부하들 백여명이 그를 찾아가 다시 봉기를 일으키자고 청했는데 팽월은 계속 거절하다가 결국 부하들의 요청을 이기지 못하고 함께 반란을 일으키게 되죠
그리고나서 일단 해산후 각자 준비를 한뒤 다음날 아침에 다시 만나기로 했는데 이때 팽월은 부하들에게 약속시간에 늦는자는 무조건 참수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다음날이 되었는데, 약속시간에 늦은 사람이 십수명이나 되었고 제일 늦은 사람은 해가 중천이 되어서야 도착했죠
무리를 이끌기 위해서는 규율을 엄중히 지켜야 한다는 팽월에 말에 부하 몇몇은 웃으며 대충 좋게좋게 넘어가자고 했는데 팽월은 "늦은 사람이 많아 다 죽일순 없으니 제일 늦게 온자를 대표로 참수하겠다" 라고 말한 뒤 마지막에 온사람을 끌어내 직접 목을 쳐 제사를 지냈습니다
그제서야 부하들은 팽월을 두려워 하기 시작했고 이 일로 군의 기강을 바로 잡게 되었죠
그리고 이후 유방이 초의제의 명을 받고 창읍을 공격할때 팽월이 유방을 도우면서 그를 처음 만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창읍은 함락되지 않았고 유방은 관중으로 군대를 돌렸는데 팽월은 여전히 그 근처에 남아 멸망한 위나라의 패잔병들을 모아 세력을 불려나가면서 여러 지역들을 공격하기도 했죠
그러던 기원전 206년, 항우가 진나라를 멸망시키고 18제후왕들을 봉할때 팽월은 아무런 작위도 받지 못했는데요
이때 항우는 팽월이 일개 도적에 불과하다고 여겼으며 그의 활약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자 팽월은 항우에게 반감을 품게 되었고 이는 훗날 항우에게 있어서 정말 치명적인 실책이 되어버렸죠
어쨌든 팽월은 오갈데가 없어지자 군사들을 거느리고 제나라의 몸을 의탁하게 됩니다
하지만 제나라왕 역시 제나라 땅을 마음대로 조각내버린 항우를 미워하고 있었으며 제왕의 명령을 받은 팽월은 군사를 이끌고가 과거 제나라의 땅을 다시 빼앗기 시작했죠
그러자 항우는 자신이 정해놓은 제나라의 영토를 마음대로 휘젓자 군사를 일으켜 제나라를 침공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유방은 팽월에게 사람을 보내 초나라 후방을 공격하라고 시켰고 이때부터 팽월의 본격적인 게릴라전과 끊임없는 뒤치기가 시작되죠
항우가 제나라를 공격하는 동안 팽월은 초나라의 뒤를 공격했는데 계속해서 초나라군의 보급품을 약탈하고 빠지는 전술을 썼던것입니다
팽월의 부대가 워낙 재빠르게 움직이다보니 초나라 군대는 넋놓고 털리는 수밖에 없었으며 항우는 부하를 보내 팽월을 토벌하려 했지만 박살난건 항우의 부하들이었죠
그리고 유방도 삼진을 공격하며 중원으로 나오면서 얼마안가 관중을 탈환했고 둘은 외황이라는 곳에서 만나 그때부터 팽월은 유방을 따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이에 유방은 팽월을 위나라 상국으로 임명했고 양나라 땅의 평정을 맡기게 되죠
하지만 이후 유방은 팽성대전에서 항우군에 의해 무참하게 짖밟혀 뒤도 안돌아보고 도망쳐버리자 팽월도 외황지역까지 후퇴한 뒤 항우의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양나라 땅을 평정해 나갔습니다
이러는 와중에 항우는 유방을 쫓아 완성을 포위하고 있었죠
항우가 완성을 포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팽월은 얼른 수수를 건너 하비까지 내려가 항성과 설공이 이끄는 초나라 군을 아작내버렸고 이후 계속해서 지나가는 초나라군의 보급부대를 공격해 약탈했으며 보급부대가 지나가는 길을 계속 부수거나 장애물을 설치하는 등 초나라군 전체가 위태로워질 정도로 괴롭혀댄 것입니다
거기다가 팽월의 군대가 여차하면 초나라의 주요 지역까지 밀고 들어올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항우는 어쩔수없이 포위를 풀고 팽월을 토벌하러 갈수밖에 없었죠
항우가 병력을 이끌고 돌아가는걸 본 유방은 곧바로 다시 군사를 이끌고 진군해 성고를 재탈환 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항우는 팽월을 쫓아내고나서 얼른 돌아와 다시 형양과 성고를 빼앗았는데 이로써 유방의 본거지인 관중까지 길이 뻥 뚫리게 되었죠
유방과 한나라가 멸망해버릴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 그들에겐 하나의 히든카드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팽월이었습니다
유방은 유가와 노관에게 2만의 병력을 주고 몰래 초나라 지역을 침투 시킨뒤 팽월을 만나게 했죠
유방의 지원군을 얻은 팽월은 초나라 군 후방에서 더욱 미쳐 날뛰게 되는데 계속해서 초군의 보급 부대를 공격해 식량과 군수품을 모조리 불태워 버렸고 보급로 또한 철저하게 파괴시켜버렸습니다
초나라 군이 이들을 막으려 해도 한나라군은 일부러 직접적인 교전은 피했기 때문에 어찌할 방도가 없었죠
심지어 팽월은 양나라 땅에 있던 초나라군을 작살내버렸고 무려 17개의 성을 함락시키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서쪽으로 진군해 관중을 먹어버리면 승리할수 있는 상황의 항우는 또다시 팽월 때문에 어쩔수없이 군사를 물릴수 밖에 없었죠
이렇게 항우는 유방과 팽월이 앞뒤에서 하도 두들겨 대는 바람에 왔다갔다 하는데만 막대한 시간과 비용의 손해를 보게 되었고 한신이 초한전쟁을 마무리 짓긴했지만 유방이 항우와 싸울때 가장 많은 도움을 준건 바로 팽월이었던 것입니다
팽월을 먼저 토벌해야겠다 생각한 항우는 성고성을 조구에게 맡기며 15일만 버티면 팽월을 박살내고 돌아올테니 그냥 성을 지키기만 하라고 당부한뒤 팽월을 공격하러 떠났죠
그런데 항우가 팽월을 평정하러 떠나자 역시나 유방이 다시 성고를 공격해 들어오는데요
유방의 도발에 넘어간 조구는 항우의 명을 어기고 먼저 공격에 나섰고 함정에 빠져 대패하고 말죠
그러자 항우는 또다시 팽월의 추격을 그만둘수 밖에 없었고 다시 유방을 상대하러 서쪽으로 진군하자 이를 알게된 팽월은 다시 양나라 땅을 야금야금 빼앗으며 또다시 초나라의 보급부대를 두들겨 댔고 점점 보급에 차질이 생긴 항우는 전쟁을 더이상 이어나갈 능력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리고 이쯤에 한신이 북방을 완전히 정벌해 버렸고 남쪽에서는 영포가 구강땅을 정벌하고 다니자 마침내 한나라가 초나라를 상대로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죠
이때 유방은 항우군의 상황을 눈치채고 화평을 맺자고 제의하면서 항우가 인질로 붙잡고 있던 유방의 가족들을 석방해줄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러자 항우는 결국 이 조건을 승낙하면서 전군 퇴각을 하게 되죠
이후 유방은 더이상 거리낄게 없었기 때문에 강화조약을 깨버리고 항우를 공격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요
유방은 한신과 팽월에게 사람을 보내 함께 항우를 공격해 포위를 하자고 제안했지만 둘다 여러 이유를 대면서 협조를 하지 않는것이었죠
유방은 한신과 팽월을 괘씸하게 여기면서 결국 혼자 군대를 이끌고 항우를 공격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때 팽월은 과거 자신이 몸을 의탁했던 제나라가 망한뒤 이번에는 제나라 왕실의 후손이 팽월에게 의탁하고 있었는데 한나라와 제나라는 사이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유방의 입장에서는 팽월의 그런 행동이 영 탐탁치 않았죠
하지만 이미 강대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던 팽월을 섣불리 건드릴수도 없었기에 장량을 불러 어떻게 팽월을 움직이게 할지 방법을 물었습니다
그러자 장량은 "팽월은 왕이되고 싶어하니 나중에 양나라 땅을 팽월에게 주고 양왕으로 삼는다고 하면 될것입니다" 라고 대답했고 유방이 장량의 말을 그대로 실행하자 팽월은 그제서야 군사를 내어 해하에서 한나라군 본대와 합류하게 되었죠
그리고 결국 해하전투에서 유방은 승리해 천하를 통일했고 유방은 황제가 되었으며 팽월은 양나라 왕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팽월은 일개 도적집단의 우두머리로 시작해 초한대전에서 항우의 뒤통수를 계속 치면서 유방과 끝내주는 티키타카로 무지막지한 전공을 세웠으며 통일이 되고나서는 마침내 한 나라의 왕이 된것이죠
하지만 숙청된 다른 여러 개국공신들처럼 팽월에게도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우게 됩니다
몇년의 시간이 흐른뒤 진희가 반란을 일으키자 유방은 팽월에게 반란을 진압할 병사를 보내라고 명령했죠
그런데 이때 팽월은 병을 핑계로 직접 가지 않고 부하 장수였던 위거를 보냈던 것입니다
이에 격분한 유방이 지금 당장 오라고 신하를 보내자 잔뜩 겁먹은 팽월은 얼른 유방에게 가서 용서를 빌려고 했죠
그런데 부하였던 호첩이 지금 가면 분명히 붙잡혀 죽을것이니 차라리 반란을 일으키라고 말했던 것입니다
그의 말을 들은 팽월은 비록 반란은 일으키지 않았지만 유방에게 갔다간 죽임을 당할것 같기도 했기 때문에 그냥 아파서 못간다고 둘러대버렸고 그의 이 행동은 더욱 유방을 열받게 만들었던 것이죠
그러지 않아도 팽월은 과거에 항우를 같이 공격하자 했을때도 말을 듣지 않았고 사이가 좋지 않았던 제나라 왕족을 보살펴주기도 하는 등 신경 거슬리는 행동을 했기에 유방은 팽월을 영 마음에 안들어 하고 있었는데요
그런데 이때 팽월은 태복(황제가 타는 가마와 말을 관리하던 관리)에게 화가 나있었고 그를 죽이려 했는데 태복은 도망친뒤 유방에게 찾아가 팽월이 모반을 꾀하고 있다고 말해버린것이었죠
이때다 싶었던 유방은 군대를 보내 팽월을 기습해 순식간에 체포해버렸고 이후 반란죄를 물어 그를 서민으로 강등시킨뒤 서촉으로 귀양을 보내버렸죠
솔직히 팽월은 반란을 일으킬 생각도 없었기에 억울하기 짝이없는 귀양이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귀양을 가던중 우연히 여태후를 만나게 되었는데 팽월은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고향 창읍에서 살게 해달라고 부탁했고 그러자 여태후는 이를 허락하고 그와 함께 낙양으로 다시 돌아왔죠
그런데 사실 여태후는 허락한것이 아니라 과거 팽월의 뛰어난 능력을 눈으로 직접 봐왔었기에 그를 살려둬선 안된다고 생각했던 것인데요
낙양에 돌아온 여태후는 유방에게 찾아가 팽월을 살려두면 후환을 남기는것이니 그냥 죽이는게 낫다고 말했고 결국 기원전 196년 3월 팽월은 가족들과 함께 처형되고 말았죠
이후 유방은 팽월의 시신을 조각조각 낸뒤 본보기로 삼아 각지의 제후들에게 보냈으며 그의 머리는 저잣거리에 효수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초한전쟁에서 게릴라전을 펼쳐 항우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했으며 유방의 천하통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던 팽월은 토사구팽의 비참한 말로를 맞게 되었죠
그는 다른 사람들처럼 반란을 일으킨 것도 아니었는데 그냥 의심을 받아 죽었고 심지어 시신마저 갈기갈기 찢기기까지 했던 숙청된 공신들 중 가장 억울한 사례가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면 황제의 명령을 아프다는 핑계로 무마할려고 했으니 눈치가 없긴 없어보이네요
초한대전 당시 항우의 뒤를 끊임없이 물고 늘어졌던 덕에 유방이 승리했다고도 볼수 있을 만큼 굉장한 역할을 해낸 게릴라전의 귀재 팽월에 대한 이야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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