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9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이어져 온 사람과 토끼와의 질긴 전쟁 회색전쟁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흔히 전쟁이라고 하면 사람들로 이루어진 집단과 집단 또는 국가 간의 군사적 충돌을 떠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겠지만 1850년대 호주에서는 사람과 동물 간의 전쟁이 150년 동안이나 이어졌다고 하는데요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사람과 치열한 전쟁을 했다면 그 상대는 당연히 사자나 호랑이 같은 맹수일 거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놀랍게도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토끼입니다
작고 연약한 토끼가 대체 어떻게 사람과 150년 동안 전쟁을 벌였다는 것인지 지금부터 한번 자세히 알아보죠
호주는 다른 나라들과 많이 떨어져 있어 호주가 아니면 서식하지 않는 동물들이 많이 존재합니다
캥거루나 코알라, 오리너구리, 웜뱃 같은 동물들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의외로 많은 나라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토끼가 원래 호주에는 없던 동물이라고 하는데요
그런데 1859년 영국 출신의 토마스 오스틴이라는 사람이 사냥을 할 목적으로 자신의 사촌에게 야생 토끼 24마리를 보내달라고 요청하면서 처음으로 호주에도 토끼가 들어오게 됩니다
그런데 토마스가 사냥을 즐기던 중 몇 마리의 토끼가 야생으로 도망을 가게 되는 일이 있었죠
정작 토마스는 이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이것이 바로 150여 년 동안 이어진 회색 전쟁의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야생으로 도망친 토끼들은 엄청난 번식력으로 미친 듯이 그 수가 늘어났고 불과 60년 만에 억 단위로 불어난 토끼는 호주 전역을 뒤덮었죠
끝도 없이 늘어난 토끼들은 들판에 있는 풀을 모두 뜯어먹어버린 것은 물론 땅 곳곳에 토끼 굴을 파고 땅 밑에 있던 나무뿌리까지 모두 파먹어 버리면서 토양의 사막화를 부추겼고 먹을 것이 부족해지자 심지어 목장에까지 침입해 가축들의 식량을 먹어 치우게 되었습니다
![](https://blog.kakaocdn.net/dn/N9qF3/btrSs1AlT4o/UeGkilTj4TTxRBjKrjiCAK/img.jpg)
당시 호주에는 토끼들의 개체수를 적절하게 조절할 만한 포식자의 존재가 없었기 때문에 끝도 없이 토끼들의 숫자가 늘어나게 되었다고 하네요
그렇게 토끼들로 인해 호주의 생태계는 완전히 무너져버렸고 호주에서만 사는 여러 종의 동물이 멸종하는 일까지 발생했다고 합니다
이에 호주 정부에서도 급히 병사들을 동원해서 2백만 마리 이상의 토끼들을 죽이고 그 외에 많은 수의 토끼들을 사로잡았지만 이미 억 단위로 불어난 수를 생각하면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었죠
당시 토끼 토벌에 동원됐던 호주군 병사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수만 마리의 토끼가 동시에 사방에서 돌격해오자 자신들은 소총으로 무장하고 있었음에도 겁을 먹고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토끼나 생쥐 같은 소형 초식동물들은 숫자로 유리하다 싶으면 자신보다 덩치가 큰 상대에게도 망설임 없이 덤벼든다고 하네요
어느 중년의 호주군 하사는 미친 듯이 달려드는 토끼들에게 다리를 물어뜯겼는데 사방에서 달려드는 회색털을 가진 굴토끼들을 보자 마치 독일군과 싸우는 느낌이 들었다고 합니다
피해가 계속되자 호주 정부에서는 1901년부터 7년 동안 3차례에 걸쳐 총길이만 3,000km 이상에 달하는 만리장성보다 더 긴 철조망을 설치해서 토끼들을 막아보려 했죠
하지만 처음에는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던 이 토끼 울타리도 결국에는 실패로 끝났고 이후 총을 이용해 토끼들을 사냥하거나 토끼의 천적인 여우를 풀어보기도 했는데
황당한 것은 이때 토끼를 잡기 위해 풀어놓았던 여우들이 잡으라는 토끼는 안 잡고 그보다 사냥이 훨씬 쉬운 호주의 토착 동물들을 무더기로 사냥해버리면서 기존에 있던 호주 동물들의 수는 줄어들고 오히려 여우와 토끼들의 개체수가 늘어났다는 것입니다
덕분에 호주는 여우 모피 수출국 1위가 되었다고 하죠
하여튼 생태계에 큰 문제가 생긴 사건들을 보면 항상 인간이 그 원인인 거 같네요
그렇게 쉼 없이 토끼들을 사냥하다 보니 한편으로는 죽은 토끼의 사체 또한 문제가 되었죠
그래서 호주 정부에서는 토끼의 고기와 가죽을 발라내서 호주 사람들이 먹을 식량으로 사용했고 심지어 병사들이 먹을 군량으로도 만들거나 싼값으로 다른 나라에 팔기도 했는데 그러고도 나중에는 감당이 안돼서 그냥 토끼의 사체를 파묻거나 태워 버리는 등 별짓을 다했다고 합니다
![](https://blog.kakaocdn.net/dn/ChjqY/btrSxPkxAlC/kDXG6n1yezwlJah9fkxb41/img.jpg)
1939년 제2차 세계 대전이 발생하자 호주 역시 연합국 소속으로 참전을 했는데 당시에는 대공항의 여파가 아직 남아있었기 때문에 식량이 부족한 상황이었지만 호주에는 여전히 토끼가 넘쳐났기 때문에 토끼 고기를 통조림으로 만들어 부족한 식량을 대체할 수 있었다고 하네요
전쟁이 끝난 뒤에도 토끼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자 1950년 호주 정부에서는 토끼에게 치명적인 점액종 바이러스까지 투입했습니다
이 점액종 바이러스의 투입으로 한때 호주의 토끼 개체수는 6억 마리에서 1억 마리 수준으로 급격히 떨어졌다고 하죠
하지만 토끼 중 일부 개체가 점액종 바이러스에 대한 내성을 갖게 되면서 점액종 바이러스에도 죽지 않는 토끼들이 생겨났고 그렇게 토끼 수는 다시 늘어나게 됩니다
1995년에도 또 다른 바이러스인 토끼 출혈병을 이용해 토끼 개체 수를 줄이려는 시도를 했지만 이번에도 토끼 출혈병에 내성을 가진 변종이 생겨나면서 현재까지도 호주의 토끼수는 수억 마리에 이르고 있다고 하죠
하지만 호주 정부에서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근에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아예 토끼가 임신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과거 토끼와의 회색 전쟁에서도 인간이 무리하게 손을 썼을 경우 오히려 생태계가 더욱 파괴되는 일이 많았다는 것이죠
오직 인간의 욕심을 위한 유전자 조작으로 인해 또 다른 비극을 낳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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