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말빨로만 거란과 몽골을 벙지게 만들었던 고려
눈뜨고 있는데 코베어가고 뒤통수 까버렸던
고려의 통수외교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에서
강감찬이 거란의 황제 성종을 상대로 시간을 벌기 위해
가짜항복을 하면서 사기를 치는 장면이 나왔었죠
그래도 이미지라는게 있는데 국가대 국가 간의 외교에서
저렇게 사기를 쳐도 되냐는 의문을 갖는 사람도 많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고려가 저런 식으로 통수외교를 펼친 기록이 생각보다 많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거란뿐만 아니라 몽골을 상대로도 거침없이 통수를 쳤던
고려의 외교역사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고려가 건국될 무렵 발해가 거란에게 멸망을 당했는데
고려인들은 발해인들을 자신들과 같은 고구려의 후손이라고 보았기 때문에
그런 발해를 멸망시킨 거란을 매우 싫어했다고 하죠
오죽하면 태조 왕건 때 거란이
고려와 외교관계를 맺기 위해 낙타 50마리와 사신 30명을 보내왔을 때도
왕건이 발해를 멸망시킨 무도한 국가와는 교류를 할 수 없다며
낙타들은 만부교라는 다리 밑에 묶어서 굶겨죽이고
사신들은 모두 섬으로 유배를 보내버릴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후에도 고려는 거란을 무시한 채 송나라와만 교류를 하며 지냈고
이에 분노한 거란은 986년 발해 유민들이 세운 정안국을 멸망시키고
소손녕을 앞세워 고려를 침공해 오면서
고려에 송나라와의 외교를 끊고 자신들과 화친을 할 것을 요구해 왔죠
이후 소손녕이 계속해서 고려에 사람을 보내 회담을 요구하자
고려에서 '서희'라는 인물이 혼자서 거란의 진영을 찾아왔는데요
그렇게 시작된 회담에서 소손녕은 서희에게
고구려의 영토는 원래 거란의 땅이고 너희 나라는 신라를 계승한 나라이니
고구려의 영토에 해당하는 지역들을 돌려달라는 요구를 합니다
그리고 고려는 거란과 서로 영토를 맞대고 있는데
어째서 더 멀리 떨어져 있는 송나라와 교류를 하는 거냐고 따지기도 했죠
하지만 서희는 우리는 신라가 아닌 고구려를 계승한 나라이기 때문에
국호를 고구려와 비슷한 고려로 지은 것이며
우리가 그동안 너희와 교류를 하지 못한 것은
중간에 있는 여진족이 거란으로 가는 길을 막고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면서 만약 여진족들이 막고 있는 그 땅이 고려의 영토가 된다면
앞으로 고려도 거란과 교류를 할 수 있을 거라는 말을 꺼냈죠
서희의 말에 넘어간 소손녕은 그럼 그 땅만 고려에게 넘겨주면
앞으로 고려와 거란이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거냐고 물었고
서희는 그 말이 맞다는 대답을 해줬는데요
얼마 후 거란은 정말로 그 땅에 있던 여진족들을 토벌해버린후
강동 6주를 고려에 선물로 넘겨주게 됩니다
그렇게 1차 여요전쟁은 오히려 고려가 큰 이득을 보면서 끝이 났죠
거란으로부터 워낙에 큰 대가를 받기는 했지만
고려는 송나라와의 관계를 끊을 마음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대외적으로만 송나라와의 교류를 끊은 척하면서
뒤로는 몰래 계속해서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겉으로는 송나라와의 관계를 끊은척해야 했기 때문에
얼마 후 거란이 송나라를 침공했을 때
고려는 도움을 요청하는 송을 애써 못 본척하고는
거란에 그 사실을 알려주며
우리가 너희를 배신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죠
안 그래도 거란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고려에 넘겨준 강동 6주가 생각보다 더 중요한 지역이라는 걸 깨닫게 되면서
다시 병사들을 일으켜 그 땅을 되찾을 수 있는 명분이 생기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고려가 자신들과의 약속대로 송과의 관계를 끊고
자신들과 교류를 하고 있으니 마땅히 공격할만한 핑계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때마침 고려에서 강조가 정변을 일으켜 목종을 시해하고
현종을 새로운 국왕으로 추대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는데요
안 그래도 기회만 기다리고 있던 거란에서는
강조의 정변을 핑계 삼아 40만의 대군을 이끌고 고려를 침공했습니다
이후 강조가 이끄는 고려군이 대패를 하면서
고려의 국왕 현종은 남쪽으로 피난을 가게 되고
거란의 황제는 고려의 수도 개경을 점령한 후
현종을 사로잡기 위해 추격대를 보냈죠
이때 하공진이라는 고려의 인물이 거란의 황제 성종을 찾아왔습니다
그리고는 고려의 국왕이 이미 수천리 떨어진 남쪽지역으로 도망을 갔으니
이제 와서 추격을 해봤자 소용없다는 거짓말을 하고는
훗날 현종을 설득해 고려의 국왕이 직접
성종에게 항복을 하러 찾아오게 만들겠다고 주장했죠
성종은 그 요청을 받아 병사들을 철수시키는 대신
하공진을 인질로 삼아 요나라로 데려갔습니다
그런데 요나라군이 물러난 후 현종이 개경으로 돌아왔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현종이 요나라로 와서 항복을 할 기색이 보이지 않았죠
그러자 성종은 하공진에게 왜 고려왕이 약속을 지키지 않냐며 재촉을 해댔고
병에 걸렸다는 핑계로 성종을 만나지 않으며 시간을 끌던 하공진은
몰래 요나라를 탈출하려다 붙잡혀서 성종의 앞으로 끌려오게 됩니다
뒤늦게 고려에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된 성종은 크게 화가 났지만
한편으로는 하공진이 죽이기에 아까운 인재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그에게 자신의 신하가 되라는 제안을 했죠
하지만 하공진은 오랑캐의 신하가 될 바에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며 성종의 제안을 거절했고
결국 화가 난 성종은 하공진을 잔인하게 살해했다고 하네요
거란에 대한 고려의 통수는 이걸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3차 여요전쟁이 끝난 후 현종은 거란에게
더 이상 싸우지 말고 평화롭게 지낼 것을 제안했지만
1029년 거란에서 대규모 반란이 일어나자
고려는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 병사들을 이끌고
과거 거란에게 빼앗겼던 '보주'라는 지역을 공격했죠
하지만 두 번은 당해도 세 번은 당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한 것인지
거란에서도 보주에 미리 병사들을 보내 고려를 막을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요
때문에 고려의 책임자였던 곽원은 결국 보주를 점령하는데 실패하게 되죠
고려의 통수는 세계 최강이라는 소리를 듣던
몽골을 상대로도 거침이 없었다고 합니다
고려는 몽골과 28년이라는 오랜 기간에 걸쳐 전쟁을 치렀는데
3차 여몽전쟁때 고려가 항복을 한 후 몽골의 황실에서는
고려의 태자를 볼모로 보낼 것을 요구했죠
그런데 고려조정은 당시 국왕인 고종의 아들 대신
왕족이었던 영녕공 왕준을 고종의 아들이라 속여서 볼모로 보냈습니다
그렇게 볼모로 간 왕준은 1253년 제5차 여몽전쟁 직전
몽골의 재침공 계획을 눈치채고 고려에 이 사실을 몰래 알려주기도 했죠
하지만 당시 무신정권의 권력자 최항이 이를 무시하면서
결국 몽골이 다시 침입해 왔고 고려는 안경공 왕창을 몽골에 보내
또다시 항복할 뜻을 표시하면서 몽골군도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게 되는데요
그런데 몽골의 황제 몽케 칸이 안경공 왕창을 만난 자리에서
몽골의 신하중 한 명이 볼모로 왔던 영녕공 왕준은
고려 국왕의 아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고자질해 버렸습니다
이에 몽케 칸은 왕준에게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며 따졌고
왕준은 자신이 어릴 적부터 고려의 왕궁에서 자랐기 때문에
자신이 고려의 왕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핑계를 대며
왕창과 함께 온 고려의 사신 '최린'이 자신을 볼모로 보낸 사람이니
그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을 거라는 말을 했죠
그런데 몽골 황제의 질문을 받은 최린은
과거 왕준을 볼모로 보낼 때 몽골의 황제에게 바쳤던 표문을 보면
고려의 국왕이 사랑하는 아들을 보냈다는 내용이 써져 있을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우리는 국왕이 사랑하는 아들을 보낸다고 한 것이지
왕의 친아들을 보낸다고 말한 내용은 없었기 때문에
우리가 사기를 친 것은 아니라며 뻔뻔하게 주장했죠
몽골의 황제가 표문을 확인해 보니 정말로 최린의 말대로였기에
너무나도 어이가 없었지만 고려의 죄를 묻지 못하고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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