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우스 말레피카룸은 마녀 잡는 망치로 불리는데 생사람을 마녀로 몰아세워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책입니다
요즘 어떤 사람이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 때문에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는 경우 마녀사냥을 당했다는 표현을 자주 쓰죠
왜 사람들은 이런 경우를 가리켜 마녀사냥이라는 단어를 쓰게 된 것일까요?
현재 마녀라고 하면 무언가 알 수 없는 약물을 만들어내거나 다른 사람에게 저주를 걸고 빗자루를 타고 다니는 상상 속의 존재이지만 중세 시대에는 약초를 캐서 약을 짓는 약사나 아이를 받아주는 산파 무속인등의 직업을 가진 여성들을 모두 마녀라 불렀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그때까지만 해도 마녀라고 하면 오히려 긍정적인 이미지가 더 많았죠
그렇다면 아무리 봐도 딱히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킬만한 행위를 할 이유가 없어 보이는 마녀들이 대체 무슨 이유로 죽임을 당했던 것일까요?
그 이유는 14세기에 닥친 여러 사건들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14세기에 소빙하기가 시작되자 여러 나라의 농사가 망하면서 대기근이 발생했고 그 결과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기 시작했다고 하죠
하필이면 그런 상황에 흑사병(페스트)까지 퍼지면서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수의 사람이 죽어버리게 됩니다
흉년이 들면 나라를 다스리는 왕의 탓을 하듯이 사람들은 위기에 처하면 이 모든 불행의 원흉을 찾기 시작하죠
결국 중세의 유럽인들은 이 모든 일들이 악마의 탓이라 여기면서 악마의 하수인인 마녀들이 악마와 손잡고 세계를 어지럽히고 있다' 라는 황당한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게다가 당시 교황이었던 인노켄티우스 8세 또한 최근 로마 가톨릭 신앙을 믿지 않고 악마를 숭배하는 마녀들이 많아지고 있으니 각 지역의 종교재판관이 이들에 대한 처벌을 하고 감옥에 가두는 행위를 할 수 있는 권한을 허용할 것을 선언하겠다고 나서면서 교황이 직접 나서서 마녀라는 존재에 대해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이들을 심판할 수 있도록 부추기기까지 한 것인데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교황은 종교재판관들뿐만 아니라 왕과 영주들에게도 마녀와 마법사의 처벌을 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렇게 1486년 인노켄티우스 8세의 주도 하에 '말레우스 말레피카룸' 바로 '마녀잡는 망치'라고 불리는 책이 만들어졌죠
이 책이 바로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들을 죽인 책이라고 합니다
이 책은 제목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모든 마녀를 잡는 책으로 당시 마녀 사냥에 있어 교과서라 불린 책인데요
말레우스 말레피카룸은 오랫동안 책을 쓴 사람의 정체를 모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에 독일 쾰른 대학교 학장인 야콥 슈프렝거와 오스트리아 티롤 지역 종교재판관인 하인리히 크레머가 쓴 것으로 확인되었죠
마녀잡는 망치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 1부는 악마와 마녀는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으며
제 2부는 악마의 하수인인 마녀가 저지르는 악행들에 대해 써져있고
제 3부는 마녀를 어떻게 재판하고 심문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
즉 마녀의 처분에 대한 상세한 매뉴얼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마녀를 잡는 게 아니라 멀쩡한 사람을 마녀로 몰아 누명을 씌우도록 만드는 책이었죠
마녀잡는 망치에서는 마녀가 갓난아기를 죽인후에 그 시신을 재료로 하늘을 나는 연고를 만든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악마에게 아기를 산 제물로 바치고 그 대가로 우박이나 폭풍 등의 온갖 자연재해를 불러오는 마법을 걸어 인간과 가축을 살해한다고 적혀있습니다
그렇게 마녀잡는 망치는 악마의 하수인인 마녀가 그 존재만으로도 끔찍한 살인자나 다를것이 없다며 당시 사람들이 겪는 모든 불행을 마녀 탓으로 돌리고 있죠
하지만 그당시가 아무리 종교의 힘이 막강했던 시절이었다고는 해도 이런 말도 안되는 미친 책이 단지 교황이 지지했다는 이유만으로 그토록 널리 퍼지지는 않았겠죠
이 책에 대한 추천사를 남기면서 힘을 실어준 사람들이 존재했으니 바로 당시 최고의 대학이었던 쾰른 대학교의 신학 교수들입니다
황당한 사실은 정작 마녀잡는 망치에 대해 추천사를 남긴 교수들은 그 책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은채 대충 추천을 해줬다는 것이죠
훗날 마녀 잡는 망치가 얼마나 끔찍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인지 알게 된 교수들은 추천이 날조된 것이라 주장하거나 추천사를 쓴 것을 취소하고 싶다며 뒤늦게 후회를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이 책이 전 유럽에 퍼지기 시작하면서 마녀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나락으로 가버리기 시작했는데요
원래 마녀들은 그저 약초와 의술에 대해 잘 아는 정도의 사람들일 뿐이었는데 이 책의 존재로 인해 마녀들이 악마와 집회를 열고 이들로부터 배워온 주술과 저주를 온 세상에 뿌리는 악당이 돼버린 것입니다
그렇게 원망할 대상을 찾게 된 유럽 사람들의 눈은 시뻘건 광기로 휩싸이고 말았죠
자신들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기기만 하면 그 원인을 모두 마녀의 탓으로 돌렸습니다
종교재판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열렸으며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마녀라는 죄목으로 재판을 받았죠
그렇다면 마녀의 망치에 쓰여진 매뉴얼에 따른 재판은 과연 어떻게 진행되었을까요?
당시 재판을 맡은 판사들은 마녀죄로 끌려온 사람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너는 악마를 믿느냐" 하지만 사실상 이 질문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 따위는 없었죠
만약 재판을 받는 사람이 악마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고 하면 성경에 뻔히 악마의 존재가 나오는데 그럼 너는 신의 말을 믿지 않는 것이냐 그렇다면 너는 이단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사람을 심판합니다
그렇다고 악마의 존재를 믿는다고 대답하면 역시 악마의 하수인인 마녀가 확실하다는 판결을 내려버렸죠
이미 재판장에 들어온 순간 대답과 상관없이 그 사람은 이미 마녀로 확정된 것입니다
이미 마음속으로는 잡혀온 사람이 마녀라고 결론 내렸지만 어쨌든 처벌을 하려면 증거가 있어야 했기 때문에 심판관들은 마녀에게 있을 악마의 표식을 찾기 시작했죠
마녀의 망치에 적힌 매뉴얼에 의하면 마녀에게는 악마와 결탁한 표식이 존재하며 이 표식에선 피가 나지 않고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못한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때문에 이단심판관들은 종교재판에서 마녀의 죄목으로 끌려온 피해자들의 옷을 모두 벗겨버린 후 온몸의 털을 밀어버리고 악마의 표식을 찾을 때까지 바늘로 몸 여기저기를 찔러버렸다고 하죠
그러다가 몸에 난 사마귀나 뾰루지와 같은 것들이 발견되면 악마의 표식이라며 그곳에 바늘을 더욱 깊게 찔러 넣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당연히 악마의 표식 따위가 있을 리는 없었기 때문에 당하는 사람의 온몸에서는 피가 철철 나고 고통에 몸부림칠 수밖에 없게 되겠죠
재판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만약 저 사람이 마녀가 맞다면 악마의 표식을 찔렀으니 아무런 고통을 느끼지 않아야 하는데 저렇게 고통에 신음하고 피를 흘리는 거 보니까 마녀가 아닌 것 같다고 얘기하면 이단심판관들은 저 사람은 마녀가 분명하지만 잠시 악마의 도움을 받아 고통을 느끼고 피가 나도록 잠시 우리들의 눈을 속이고 있는 것이라고 우겼다고 합니다
마녀라는 누명을 쓰고 끌려온 사람들이 아무리 자신의 결백을 주장해도 이미 그들을 마녀라고 생각한 이단심판관들은 그저 이들의 자백을 받아내는데만 집착할 뿐이었죠
왜냐하면 마녀 잡는 망치에 따르면 반드시 마녀의 자백을 받아야 그 사람이 마녀라고 확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때문에 이단심판관들은 이때부터 자백을 받아내기 위한 본격적인 방법에 들어갔죠
바로 고문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마녀는 불에도 고통스러워하지 않는다'라는 매뉴얼에 따라 죄 없는 사람을 불로 지지는가 하면 물고문을 하기도 하고 도르래를 이용해 사람을 떨어뜨리다 땅에 닿기 전에 줄을 잡아 멈추는 방식으로 팔이 뽑히거나 부러지도록 만드는 고문 방법까지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토록 끔찍한 고문이 계속되다 보니 마녀가 아닌 사람도 결국에는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그냥 자신이 마녀라고 자백을 해버리게 되죠
그렇게 억지자백을 받아내고 나면 마녀는 태워서 죽여야 한다는 마녀 잡는 망치의 매뉴얼에 따라 사람들을 산채로 화형 시켜버렸다고 합니다
이러한 방법으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마녀라는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죽었는데 이러한 마녀 사냥이 성행하고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뒤늦게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재앙의 근원이라고 믿었던 마녀들을 그렇게 많이 죽였음에도 자신들이 처해있던 불행한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점점 마녀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고 의학과 과학의 발전으로 마녀와 신의 존재에 대한 불신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끔찍한 광기로 물든 마녀 사냥의 유행은 끝이 나게 되었다고 합니다
마녀사냥이 유행할 때 여성들만 희생당했다는 오해가 많지만 사실은 남성들도 많은 피해자가 됐으며 수상한 사람만이 아니라 평소 주변으로부터 인망이 높았던 사람이 희생당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죠
사실 마녀재판에 오른 남자도 사탄의 제자라고 불리며 마녀 못지않게 많이 죽었기 때문에 우리말 번역어인 마녀사냥이 아니라 주술쟁이 사냥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말레우스 말레피카룸을 인간의 피부로 만들었다는 루머도 있지만 그 책을 주로 만지는 인물들이 성직자나 재판관들이었다는 것을 생각해 볼 때 만약 그런 짓을 했다가는 책을 만든 사람은 바로 파문을 당한 후 화형을 당했을 거라고 하죠
현대에 들어와 미국에서 이 책의 번역본을 발행한 적이 있었는데 당연히 마녀재판을 다시 하기 위한 용도는 아니고 단순히 학술용으로 연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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