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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역사 탐구

백등산 포위전. 중국을 통일했던 한고조가 흉노족에게 영혼까지 탈탈 털린 치욕적인 전투

by 사탐과탐 2022.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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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고조는 초한쟁패에서 항우를 쓰러뜨리고 결국 중국을 통일하게 되었죠 하지만 통일의 기쁨도 잠시 흉노족에게 영혼까지 탈탈 털려버리는데요.
한나라의 치욕적인 역사로 남은 백등산 포위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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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역사에 대해 쓴 소설 중 우리나라에서 삼국지 다음으로 유명한 것이 아마도 초한지일 텐데요.

초한지는 기원전 206년 진시황제가 죽은 후 혼란해진 천하를 두고 서초패왕 항우와 4년 동안 치열한 싸움을 한 유방이 마침내 천하를 통일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렇게 한나라를 세우고 황제 자리에 오른 유방은 중국 전 지역을 자신의 발아래 두며 누구도 그에게 대적할 수 없어 보였지만 불과 2년 뒤 생각지도 못한 적들에게 패하며 큰 굴욕을 당하게 되죠.

오늘 이야기는 한나라의 초대 황제 유방이 이민족의 족장에게 굴욕적인 패배를 당하며 크나큰 흑역사를 남기게 된 백등산 포위전입니다.

 

한고조 유방이 경쟁자들을 모두 쓰러뜨리고 한나라를 건국할 당시 중국 대륙은 여러 면에서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하죠.

진나라 말기부터 시황제가 만리장성 등의 건축물을 짓기 위해 무리하게 토목공사를 진행한 탓에 백성들이 지쳐있었는데 이후 4년이라는 시간 동안 항우와 다툼을 벌이던 초한쟁패까지 이어지며 나라꼴이 말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글의 내용을 돕기 위한 이미지)
 

사방에 전쟁으로 인한 희생자와 난민들이 널려있었고 많은 식량과 철제 무기가 전쟁 물자로 쓰인 탓에 백성들의 형편도 그리 좋지 못했다고 하죠.

중국 최초의 통일 제국인 진나라 시대의 막강한 국력이 불과 몇 년 만에 날아가 버린 것입니다.

 

반면 한나라의 북쪽에 있던 흉노족은 정반대의 상황을 맞이했죠.

당시 흉노는 두만이라는 인물이 지도자인 선우에 오르면서 세력이 급격히 확장되기 시작했는데요.

이후 묵돌이 두만을 죽이고 권력을 갖게 되면서 그의 압도적인 카리스마 아래 흉노 세력은 두만 시절 이상으로 급격히 커지게 됩니다.

 

결국 주변의 이민족들을 모두 흡수해서 북방의 지존이 되었고 다음으로 그들이 눈을 돌린 곳은 드넓은 중원 땅이었죠.

묵돌은 연나라를 비롯한 한의 북방지역을 공격하면서 본격적으로 중국을 침략하기 시작했는데 활시위를 당길 수 있는 병력만 30만 명에 이르는 대병력이었다고 합니다.

 

흉노의 세력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유방도 흉노의 침입을 대비하기 시작했죠.

초한대전 내내 자신을 보필했던 한왕 신을 흉노와 맞닿은 마읍의 제후로 삼고 그곳을 지키는 임무를 맡긴 것입니다.

그런데 한왕 신이 제후로 부임해온 그해 가을에 묵돌이 직접 대군을 이끌고 그곳을 침략하게 되는데요.

 

(글의 내용을 돕기 위한 이미지)
 

흉노족의 지도자가 직접 온 것인 만큼 남다른 규모를 자랑하는 흉노군을 부임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제후왕 하나가 막아내는건 어림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때문에 한왕 신은 자신의 목숨과 영토를 지키기 위해 흉노족과의 협상을 위한 사신을 자주 보내게 되죠.

 

처음에는 유방 또한 묵돌의 침공 소식을 듣고 한왕 신을 지원하기 위해 직접 군대를 이끌고 출전하려 했지만 한왕 신이 묵돌에게 사신을 자주 보낸다는 소식을 듣고는 그가 협상이 아닌 항복을 하려는 것이 아닐까라는 의심을 품게 됩니다.

이에 유방은 사람을 보내 한왕 신을 문책하게 되는데요.

 

언제 자신의 목이 날아갈지도 모르는 위험한 상황에서 어떻게든 유방이 올 때까지 최대한 시간을 벌어보려 노력했는데 정작 자신이 듣게 된 것은 칭찬이나 격려가 아닌 배신자 취급이었죠.

유방에게 크게 배신감을 느낀 한왕 신은 이번에는 흉노에 정말로 항복을 해버렸고 여태까지 한나라를 지켜주던 방어기지 역할을 하던 마읍 지역은 그렇게 한순간에 흉노의 전진기지로 변해버렸습니다.

 

한왕 신은 한나라 건국 이후 단 일곱 명만이 봉해진 이성왕 중 한 명으로 유방의 최측근이라고 볼 수 있는 인물이었고 흉노에 대한 전담 수비를 믿고 맡길 만큼 능력까지 갖춘 인물이었는데 유방의 고질적인 의심병 때문에 이런 유능한 인물을 적으로 돌리게 된 것인데요.

 

한왕 신의 변절을 들은 유방은 자신 때문에 일이 이 지경이 됐다는 생각은 못 한 채 미친 듯이 화를 내며 직접 군대를 이끌고 나섰다고 하죠.

유방은 곧이어 만난 한왕 신의 군대를 그대로 박살 내버리고 그의 측근 중 하나인 왕희의 목을 베어버렸습니다.

 

한왕 신은 유방의 분노를 피해 흉노로 도망쳤고 대장을 잃은 한왕 신의 무리는 뿔뿔이 흩어지게 되죠.

이후 그 병사들은 만구신과 왕황이라는 장수들의 밑에 들어가 흉노와 손잡고 한나라를 공격하게 됩니다.

 

한편 한왕 신의 군대를 무찌른 유방은 드디어 흉노군의 선봉부대와 만나게 되죠.

그리고 이어진 전투에서 2만 명의 기병으로 이루어진 선봉부대를 상대로 승리하게 됩니다.

정신없이 도망가는 흉노의 패잔병들을 추격하며 이어진 전투에서도 계속 승리를 거두는 등 그야말로 거칠 것이 없는 기세였죠.

 

하지만 이 모든 것이 한나라군을 끌어들이기 위한 묵돌의 유인책이었는데요.

마침 겨울이 다가오는 시기였기 때문에 처음 겪어보는 북쪽 지방의 추위에 노출된 한나라 병사들은 많은 수가 동상에 걸리며 제대로 된 전투를 하기 힘든 상태가 되어갔습니다.

묵돌의 유인책에 걸려 점점 끌려들어 가고 있기는 했지만 유방에게도 오랜 전쟁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혹시 묵돌이 자신들을 유인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게 되죠.

 

(글의 내용을 돕기 위한 이미지)
 

고민 끝에 그는 10명의 사자를 보내 흉노의 의중을 떠보는 척하면서 흉노군 진영을 염탐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묵돌은 유방의 이런 의도를 알아채고 정예 병사들과 상태가 좋은 말들은 한쪽에 숨겨둔 채 비쩍 마른 말과 늙은 병사들만 있는 것처럼 꾸몄죠.

 

이를 본 사신들은 유방에게 흉노군의 상태가 개판이니 싸우면 우리가 충분히 이길 수 있을거 같다는 보고를 올렸습니다.

10명의 사신들이 모두 같은 보고를 올리자 유방은 즉시 병사들을 이끌고 출진하게 되죠.

오직 유경이라는 신하만이 유일하게 너무 대놓고 상태가 안 좋은 병사들만 보여준 것이 오히려 수상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유방은 오히려 그에게 화를 내면서 "요망한 입으로 군의 사기만 떨어트리는구나!"라며 그를 처벌하려고 했습니다.

 

때마침 동상 환자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유방은 전군을 이끌고 묵돌이 있는 곳으로 진군하게 되죠.

하지만 이런 움직임을 미리 예상하고 있던 묵돌은 유방이 직접 이끄는 선발대가 평성이라는 지역에 도착하자마자 그대로 그들의 뒤를 둘러싸며 유방의 부대를 본대로부터 고립시켜버렸습니다.

 

(글의 내용을 돕기 위한 이미지)
 

유방은 7일 동안 어떻게든 포위망을 뚫고 빠져나가려 했지만 작정하고 포위만 하는 흉노 기병을 뚫을 수는 없었죠.

결국 유방은 성 안에 갇힌 채 오늘내일하는 상황에 몰리게 됩니다.

이때 유방의 책사 진평이 묵돌은 자기 아내인 연지에게 약하다고 하니 연지에게 많은 선물을 뇌물로 주고 묵돌을 설득시키자는 계책을 냈죠.

 

얼마 후 한나라로부터 많은 뇌물을 받은 연지는 묵돌을 설득했고 안 그래도 한나라 출신인 한왕 신이 혹시나 배신하지 않을까 걱정하던 묵돌도 그 말에 동의하며 포위망에 빈틈을 만들어 그들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주게 됩니다.

 

그렇게 겨우 포위망을 탈출하게 된 유방은 뒤도 보지 않고 빠르게 도망치려고 했지만 부하인 하후영이 그런 유방을 말리며 너무 급하게 도망가면 추격당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으니 끝까지 적을 견제하며 물러나야 한다고 그를 설득하죠.

그렇게 유방이 겨우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한나라의 참패였습니다.

 

막강했던 항우의 초나라를 꺾고 기세등등하게 통일 제국을 건설했던 한나라가 같은 중국의 나라도 아닌 그들이 무시하던 이민족들에게 탈탈 털려버린 것인데요.

그 후 유방은 사신을 보내 흉노와 화친을 맺게 되었는데 한나라의 공주를 흉노왕에게 시집보내고 매년 흉노에게 공물을 바치는 등 이름만 화친일 뿐 흉노의 속국임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후에도 흉노는 여러 차례 군사를 보내 한나라의 변경지역을 침략했고 세월이 흘러 한무제 시절 명장 곽거병이 흉노에 복수에 성공하기 전까지 오랜 시간 그들에게 시달리게 되죠.

지금까지 한나라의 황제가 이민족에게 박살나며 비참하게 목숨을 구걸해야만 했던 백등산 포위전 사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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