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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간통 사건 탐구

베아트리체 첸치. 싸이코패스 아버지 때문에 평생 고통받았던 비운의 여인(ft.스탕달 신드롬의 주인공)

by 사탐과탐 2021.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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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귀족 가문의 딸로 태어난 어여쁜 베아트리체 첸치는 싸이코패스 아버지 때문에 평생 고통 받으며 살아갔습니다.
결국 쌓였던 분노가 폭발하여 아버지를 죽이게 되고 그녀 또한 사형당하게 되었죠.
훗날 그녀의 초상화 때문에 '스탕달 신드롬' 이라는 말이 탄생하기도 했습니다.

 

 

'스탕달 신드롬(Stendhal Syndrome)' 이라고 아시나요?

아름다운 그림이나 조각품 등 유명한 미술품들을 감상하면서 너무 감동받아 의식이 혼미해지거나, 심장이 빨리 뛰고, 어지러움, 환각 등의 증상을 경험하는 것을 스탕달 신드롬이라고 합니다.

프랑스 작가 스탕달이 1817년 피렌체에 방문했을 당시 귀도 레니의 작품인 '베아트리체 첸치의 초상' 이라는 그림을 감상하다가 심장이 빠르게 뛰고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경험을 했을 때부터 이 스탕달 신드롬이 시작되었죠.

 

(베아트리체 첸치의 초상화 - 왼쪽 귀도레니 작품, 오른쪽 엘리자베타 작품)

 

오늘은 이 베아트리체 첸치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베아트리체 첸치는 훗날 23살의 나이로 아버지를 망치로 때려죽인 죄로 단두대에서 목이 잘려 세상을 떠났는데요.

이 아름다운 여인 베아트리체는 젊은 나이로 어쩌다 그렇게 죽을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요?

 

1577년 2월 6일, 이탈리아의 첸치 가문에서 어여쁜 베아트리체가 태어났습니다.

첸치 가문은 이탈리아의 귀족 가문이었죠.

하지만 아버지였던 프란체스코 첸치는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인 싸이코패스 기질이 다분한 사람이었습니다.

심지어 여러 번 사고를 친 덕분에 교황에게 처벌을 받았던 전과도 있었죠.

 

그녀에게는 한 명의 오빠와 이복 남동생, 그리고 새엄마도 있었는데 그들 또한 아버지의 구타와 학대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베아트리체가 14세가 되자 그녀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여인으로 자라게 되었죠.

당시 로마의 유력한 귀족 가문의 남자들은 물론 모든 로마 남성들의 마음을 뒤흔들 정도로 아름다웠다고 합니다.

 

원래 귀족 집안의 딸이 예쁘게 잘 자랐으면 좋은 남편을 만나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살 텐데 그녀는 아름답다는 것이 자신의 운명을 뒤틀어버린 비극이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죠.

그 이유는 바로 욕정에 사로잡힌 짐승과 같은 아버지의 눈에도 베아트리체가 아름답게 잘 자란 것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글의 내용을 돕기 위한 이미지)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난 어느 날 밤, 자신의 방에서 자고 있던 베아트리체의 방문이 끼익 하고 열렸습니다.

그녀의 방에 들어온 침입자는 다름 아닌 욕정에 눈이 먼 아버지 프란체스코였죠.

저항할 새도 없이 그녀의 육체는 아버지에게 잔혹하게 유린당했습니다.

미쳐서 눈 돌아간 프란체스코에게는 이미 베아트리체가 딸로 보이지 않았죠.

바로 자신의 욕정을 채우는 도구로만 여겨졌던 것입니다.

 

그날 이후부터 베아트리체는 아버지 프란체스코에게 시도 때도 없이 겁탈당하며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기 시작했죠.

그런데 어느 날 아버지가 다른 죄를 지어 체포되었고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심한 학대를 받아오던 새어머니와 오빠, 남동생, 그리고 베아트리체는 아버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자 오랜만에 학대 없는 평범한 나날을 보내게 되었죠.

 

그러나 그 행복은 얼마 가지 않았고 아버지는 귀족이라는 이유로 정상참작이 되어 풀려난 것이었습니다.

또다시 악몽과 같은 나날들이 시작되자 참을 수 없었던 베아트리체는 아버지를 경찰에 신고해버렸죠.

그렇게 또다시 잡혀간 프란체스코는 귀족으로써 강력한 권력을 손에 쥐고 있었던 덕에 또다시 무죄로 풀려나게 되었습니다.

화가 엄청난 채로 집에 돌아온 프란체스코는 자신을 신고한 베아트리체를 포함해 가족 모두를 강제로 로마 북쪽 시골에 있는 한 성에 가둬 버렸죠.

 

성에 갇혀버린 베아트리체는 하루하루가 죽고 싶을 만큼 끔찍한 나날이었습니다.

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속수무책으로 아버지에 의해 끔찍한 강간을 당했고 그녀의 몸과 마음은 모래성마냥 허물어져 내리고 있었죠.

 

(글의 내용을 돕기 위한 이미지)

 

그날도 아버지에게 겁탈당한 베아트리체는 멍하게 침대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은 자신을 그렇게 만든 아버지를 잔인하게 죽이고 싶다는 것이었죠.

그리고 곧바로 새어머니와 오빠, 남동생에게 그 말을 했고 그동안 베아트리체를 불쌍히 여겼던 그들도 그녀의 계획에 동조하기로 했습니다.

 

1598년 9월 9일 밤, 프란체스코는 베아트리체를 찾아 성으로 왔죠.

이날도 아버지와 끔찍하고 지옥 같은 밤을 보낸 베아트리체는 아버지가 늘 마시던 술에 몰래 독을 타서 갖다주었습니다.

그런데 독을 탄 술을 마신 프란체스코는 죽지는 않고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죠.

 

그러자 베아트리체는 새어머니와 오빠를 불러 자고 있던 아버지에게 망치를 마구마구 휘둘렀는데 그렇게 피투성이가 된 채 프란체스코는 망치에 맞아 죽게 되었습니다.

그런 후 하인 두 명과 함께 프란체스코의 시신을 실족사 한 것으로 위장하기 위해 성내의 높은 난간에서 떨어트려버렸죠.

 

그렇게 모든 게 끝이라고 여겼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프란체스코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교황과 경찰에서는 가족들을 의심하기 시작했고 만만한 하인 두 명을 끌고 가 고문을 하기 시작했던 것이죠.

하인 두 명 중 한 명은 베아트리체의 연인이었는데 모진 고문에도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결국에는 고문을 못 견디고 사망하게 되었고 다른 한 명의 하인은 겁에 질려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습니다.

 

그래서 베아트리체를 비롯해 프란체스코의 죽음과 관련된 사람들은 모두 체포되었고 아버지를 죽인 죄로 가족 모두 사형 판결을 받았죠.

그러나 그들의 비참했던 상황을 잘 알고 있던 주위 이웃이나 로마 사람들은 정당방위를 주장하며 판결에 저항했지만 교황 클레멘스 8세의 사형에 대한 강력한 의지는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1599년 9월 11일, 산탄젤로 다리에는 그들을 처형할 단두대가 설치되었습니다.

 

(글의 내용을 돕기 위한 이미지)

 

남자들이 넋을 놓을 정도로 아름다웠던 베아트리체의 사형 소식에 로마의 수많은 사람들이 산탄젤로 성 앞으로 몰려나왔죠.

그녀의 오빠는 사지를 찢는 형벌을 받아 몸이 사등분되어 죽음을 맞았고 새어머니는 단두대에서 목이 잘려 사망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베아트리체 역시 사형대에 올라가 잠시 기도를 한 뒤 서슬퍼런 칼날의 아래에 목을 대고 엎드렸죠.

그리고 주님과 성모마리아님을 외치고 고작 22세의 나이로 목이 떨어져 세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남동생은 너무 어려서 사형은 면했지만 처형장에서 가족들이 사형당하는 모습을 모두 지켜봐야만 했죠.

 

그리고 교황은 곧바로 남동생에게 상속된 전 재산을 몰수했고 그를 다시 교도소로 보내버렸습니다.

그녀가 죽자 여기저기에서는 슬픔의 탄식이 흘러나왔습니다.

베아트리체가 아버지 프란체스코를 죽인 살인자이긴 했지만 성에 갇혀 8년 동안 아버지에게 강간당하며 살아갔던 피해자이기도 했기 때문이죠.

그 누구도 그녀를 비난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후 그녀의 시신은 산 피에트로 인 몬토리오 성당에 매장되었는데 베아트리체가 죽은 이후부터 그녀가 사형당한 날인 9월 11일만 되면 산탄델로 다리에는 잘린 자신의 머리를 들고 있는 베아트리체의 유령이 나타난다는 괴담도 떠돌았죠.

 

그런데 그녀가 사형을 당하는 날 모여든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는 베아트리체의 슬픈 사연을 듣고 이 비운의 여인을 한번 보고 싶었던 당시 로마에서 제2의 라파엘로라고 불린 당대 최고의 화가 '귀도 레니'도 있었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무미건조한 얼굴로 사형대에 올라가는 베아트리체의 아름다운 모습을 본 귀도 레니는 형용할 수 없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눈빛을 잊을 수 없어 그녀의 모습을 그리게 되었죠.

 

(스탕달과 스탕달 신드롬 - 글의 내용을 돕기 위한 이미지)

 

이 그림이 바로 '베아트리체 첸치의 초상' 이었고 훗날 이 그림은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산타크로체 성당에 전시되었습니다.

그로부터 약 20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고 프랑스의 작가 스탕달이 이 작품을 본 후 '스탕달 신드롬' 을 경험하게 된 것이죠.

 

14살이라는 어린 나이부터 시작되어 형장의 이슬로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아버지에게 육체를 유린 당하고, 결국 아버지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슬프고도 기구한 운명의 여인. 베아트리체 첸치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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